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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6

       

       

       

       

       

       246화. 낙서

       

       

       

       

       

       무수한 인간들의 환호성, 칭송, 화려한 귀환!

       

       오직 밤의 기병들에 의한, 그들만을 위한 이 거대한 개선식!

       

       파랗게 갠 하늘에서는 꽃송이가 흩날리고, 파도처럼 흔들리는 저 무수한 손은 기병만을 위해 흔들린다.

       

       “……ㅡ!”

       “…~”

       

       다각! 다각!

       

       괜히 허리를 조금 더 꼿꼿하게 펴고 고개는 정면으로 고정한다. 길가에 장식된 온갖 그림이며 조각상이 계속해서 시선을 붙잡지만,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

       

       이리저리 흔들리는 안광까지는 어쩔 수 없다.

       

       “휘이이익ㅡ! 갑옷 너무 멋있어요! 꺄아아아악!”

       “악마를 전부 잡아서 탄탈로스에 넣어주세요!! 고마워요!!”

       

       가는 길마다 터져 나오는 환호성.

       

       이 얼마나 짜릿한 순간이란 말인가. 모두가 그들의 승리를 축복하고, 기뻐하고, 열광하며, 찬양하고 있었다!

       

       그래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랑스러운 탄탈로스의 기사, 밤의 기병이었으니까.

       

       “아아아아악!! 기병님들! 여기,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더, 더!! 더 앞으로 가야 해!! 저 갑옷! 군마!! 창!! 저 고귀한 자태를 눈에 새겨야 한단 말이야!!”

       “어, 어어! 밀지 마!! 밀지 말라니까!! 어어!”

       

       과하게 흥분한 일부 신도와 예술혼에 타오르는 예술가가 섞이자 군중은 파도치듯 흔들리더니, 과할 정도로 서로를 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사달이 났다.

       

       “으아아앗!”

       

       잔뜩 흥분한 군중 사이에서 제일 앞에 있던 아이가 툭- 떠밀려 튀어나온 것이다.

       

       겨우 대여섯 살이나 됐을까.

       

       넘어질 듯 말 듯 비틀거리던 아이는 결국 힘없이 넘어지고 말았는데, 무릎이 까졌는지 빨갛게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흐으읍, 으으ㅡ… 흐아아아앙! 어엄마아아아…”

       

       서러운 아이의 눈물이 폭발하고 말았다. 

       

       펑펑 우는 아이의 울음이 대로를 가득 채웠는데, 모두가 발만 동동 구르며 차마 나갈 생각을 못 했다.

       아이가 밤의 기병들이 행진하는 대로의 한가운데에서 울고 있던 까닭이었다.

       

       대로에는 아이가 흐느껴 우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누구 하나 감히 앞으로 나서서 이 차가운 침묵을 뚫고 아이를 데려오겠다 나서지 못했다.

       

       “…”

       

       따각ㅡ 따각ㅡ

       

       서럽게 우는 아이의 앞으로, 밤의 기병 하나가 걸음을 옮겼다. 

       

       “기, 기병이… 아이에게…”

       

       자연히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제 어미를 찾으며 목청 높여 울고 있었다.

       

       “…”

       

       철그럭.

       

       밤의 기병에, 말에서 내렸다.

       

       육중한 철갑이 묵직한 쇳소리를 내며 움직였고, 모두의 시선이 밤의 기병에게 고정됐다.

       

       “흐에에에… 흐으읍, 끄윽!”

       

       이제는 콧물까지 질질 흘리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다가간 밤의 기병이 창을 잡지 않은 손을 천천히 뻗더니.

       

       “우으에… 어?”

       

       아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투박하고,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이 작고 여린 것을 어찌 다뤄야 할지 차마 모르겠다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

       

       그러더니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인지, 기병은 요령껏 아이를 한 손으로 일으켰다.

       

       “어, 아…? 기, 기사… 님?”

       

       하도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아이가 기병을 올려봤다.

       

       햇빛을 등지고 있는 탓에 그림자가 드리워 기병의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푸르게 일렁이는 안광은 너무나도 뚜렷하게 보였다.

       

       “……”

       

       아름다운 색이었고, 어쩐지 조금은 부드럽게 휘어져서 웃는 것처럼 보였다.

       

       “아…! 이, 이이이거! 드, 드리고 싶어서…!”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이가 작은 주머니에서 무언가 꼬깃꼬깃 꾸겨진 종이 한 장을 떨리는 손으로 내밀었다.

       

       기병은 한 손으로 구겨진 종이를 받아 천천히 펼쳤다.

       

       “……”

       “저, 저기, 그게…! 제, 제가요. 나중에 커서… 기, 기사님처럼 멋지게 커서! 악마랑 막 싸우고! 나쁜 놈들도 잡고! 그런 기사가 되고 싶어서…! 여, 열심히 그려본… 건데…”

       

       아이가 수줍게 내민 것은.

       까맣고, 삐뚤빼뚤하고, 엉망진창으로 그려진 한 장의 그림.

       

       석탄으로 그린 것인지 선은 굉장히 굵었고, 네 발 달린 것 위에 올라탄 기병의 형체를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낙서였다.

       

       그리고, 그리고…

       그림 속의 기병은 잡아 온 악마를 들어 올리고 있었고, 구석에는 아이 자신으로 보이는 인물이 웃고 있었다.

       

       낙서였다.

       

       대로를 가득 채운 온갖 그림 중에서 무엇 하나 이 낙서보다 못한 것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ㅡ”

       

       기병은 한참이나 아이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오랫동안 그러고 있어서, 아이가 지레 불안해질 정도로.

       

       “그, 저기…! 사실 그건 여, 연습…! 연습으로 그린 걸 잘못 가져와서…! 그, 그러니까 다음에는 더 잘 그린 걸로 가져올ㅡ”

       “……”

       

       기병은 아주 조심스럽게 그림을 접어서, 제 갑옷의 틈에 넣었다.

       

       왼쪽 가슴께, 차갑고 뛰지 않는 심장의 위로.

       마치 아이의 낙서가 따뜻한 온기라도 가지고 있다는 것처럼.

       

       아이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기병은 아이의 낙서를 품은 제 왼쪽 가슴을 조심스레 탕탕- 두들기더니, 무릎을 굽혀 아이와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아이의 머리를 아주 천천히 쓰다듬었다. 차가운 철제 장갑 너머로, 따뜻한 기운이 조금은 느껴지는 것 같았다.

       

       “……”

       “히힛! 히히힛!”

       

       말은 없었지만, 아이는 기병이 웃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한참이나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기병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아이의 몸을 아주 살며시 떠밀어 대로의 인파로 향하게 했다.

       

       “……ㅡ”

       

       기병은 아이가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말에 올라탔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날.

       기병들이 악마를 사냥하고 돌아온 기쁘고 영광된 축제의 날에.

       

       아이는 꿈에 그리던 우상과 만났고.

       기병은 그 어떤 예술가의 값진 작품보다 뛰어난, 차마 값을 매길 수 없는 그림을 제 가슴에 품었다.

       

       

       

       

       

       *****

       

       

       

       

       

       “미친놈들……”

       

       지금 화면에서는 밤의 기병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내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탄탈로스의 용암이 지글거리며 다리를 익히고 있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

       

       불에 달군 철판에서 도게자한다는 건 들어 봤어도, 용암에서 무릎을 꿇는 건 진짜 충격적이네.

       

       스윽ㅡ 툭.

       

       계속 이렇게 둘 수는 없으니 하나하나 끌어서 용암 밖으로 꺼냈다.

       

       “……ㅡ!!”

       “……!”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치며 꾸벅 허리를 굽히는 녀석들. 굳이 따지자면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ㅡ 이 정도 아닐까.

       

       그리고, 창을 든 기병이 갑옷 틈에서 작은 종이를 조심스레 꺼내더니 나에게로 내밀었다.

       

       띠링ㅡ!

       

       아이템으로 취급되며 곧장 인벤토리로 들어오는 종이.

       

       《꼬깃꼬깃한 낙서 : 아이가 석탄으로 열심히 그린 낙서다.》

       

       “이걸 씹… 나한테 준다고?”

       

       고민도 없이 다시 돌려줬다. 이건 함정 카드다.

       이걸 받으면 난 둘도 없는 쓰레기가 되는 거라고.

       

       기병들이 몬테그로스에서 행진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뻔히 봤는데도 이걸 받으면 진짜…

       

       – “……ㅡ!”

       

       두 손으로 그림을 받아 든 기병이 곧장 제 가슴 부근에 그림을 넣었다.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면 나한테 주지 말았어야지 이 인간아.

       

       아니, 근데 애초에 얘들은 인간이 아니잖아.

       

       ‘얘들은 인간이 아니니까 그런 건가? 기병은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 대충 그런 느낌?’

       

       잠깐 떠오른 잡생각은 뒤로 치우고, 할 일에 집중했다.

       

       밤의 기병은 뭉칠수록 효율이 높아진다는 걸 실적으로 증명했다.

       

       약간 관종끼가 있어 굳이 굳이 도시를 경유해서 오는 건 살짝 마음에 안 들지만… 그 정도는 봐줄 수 있다.

       

       ‘내가 꼬마애가 그림 주는 걸 못 봤으면, 너희는 국물도 없었어.’

       

       그리 생각하며 ‘비명’을 투자해 밤의 기병을 뽑아낸다. 바닥의 어둠이 꾸물꾸물 뭉치더니 이내 기병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 수는 무려 열다섯.

       

       지금 기병이 스물인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이 뽑았다. 이 ‘비명’이면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지만… 약간 속이 쓰리다.

       

       

       그렇지만 이건 투자다. 더 큰 이익을 위한 투자.

       

       그것도 무조건 흑자가 보장된 종목인데 이걸 참아?

       절대 못 참지.

       

       띠링ㅡ!

       

       돌연 케넬름이 튀어나와 커다란 메시지창 하나를 높이 들어 올렸다.

       

       《밤의 기병 숫자가 일정 숫자를 충족했습니다! ‘밤의 기병’으로 구성된 ‘밤의 기병대’가 창설됩니다!》

       

       《’밤의 기병대’ 효과로 악마를 사냥 시 공격력과 민첩이ㅡ》

       

       뭐라고 길게 설명하는데 요지는 그거다. 우르르 몰려 다닐수록 공격력이 높아진다는 소리인데, 다구리에 최적화된 집단이 됐다는 뜻이다.

       

       《’밤의 기병대’의 단장을 설정해 주세요!》

       

       단장이라. 중요하긴 하지.

       

       보통 이런 건 짬순으로 나열해서 제일 고참이 하는게 편하다.

       

       밤의 기병은 전역이라는 개념이 없으니 똥병장도 없고, 괜히 막내가 하면 군번만 꼬이지.

       

       기병 중에서 가장 고참은 내가 제일 처음으로 만든, 창을 무기로 사용하는 기병이다.

       

       – 파아앗ㅡ!

       

       《단장 임명이 완료됐습니다.》

       

       잠시 뾰로롱- 하는 저렴한 이펙트가 기병을 감쌌다. 

       

       별똥별이 회오리치는 이펙트가 사라진 기병의 모습은 꽤 크게 달라진 채였다.

       

       덩치도 다른 녀석들에 비해 커졌고, 말의 근육이 우락부락하게 올라왔다. 거기에 단장이라는 걸 증명하듯, 갑옷 뒤로 펄럭이는 붉은 망토까지.

       

       ‘난 특별합니다ㅡ’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수준이다.

       

       “좋구만!”

       

       이 정도는 되어야 기병대 단장이지.

       

       

       

       

       

       *****

       

       

       

       

       파아아아앗ㅡ!

       

       붉은 용암이 가득한 탄탈로스의 한구석에 밝은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빛의 폭풍,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창을 든 기병이었다.

       

       기병은 전율했다.

       작은 빛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힘의 편린이 느껴진다. 실로 어마어마한 힘의 폭풍이다.

       

       뿌드득ㅡ

       

       몸이 성장한다. 갑옷 그 자체가 몸이기에 성장이라는 것이 없는 기병이거늘, 스며든 빛이 강제적으로 성장시키고 한 단계 도약시킨다.

       

       “……ㅡ!!”

       

       엄습해 오는 고통에 기병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지만, 영겁 같은 고통이 끝난 이후 찾아오는 과실은 실로 달콤했다.

       

       전신에 넘치는 힘.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감.

       

       꽉 쥔 주먹에는 무엇이라도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넘실거린다. 

       

       펄럭!

       

       등 뒤로 붉은 망토가 흔들린다. 망토와 검은 갑주, 푸른 안광이 어우러지니, 무엇이라도 찍어 누를 듯한 위압감이 가득했다.

       

       “……”

       

       깊이 고개를 숙인다.

       

       저 하늘, 탄탈로스의 너머를 향해.

       

       그들의 일탈을 자비롭게 받아주고 허락해 주신 위대하신 분께 찬미를!

       더욱 막중한 책임과 함께 힘을 안겨주심에 감사를.

       

       다각ㅡ 다각ㅡ

       

       새로 합류한 열다섯의 기병이 단장의 곁으로 다가왔다. 파릇한 햇병아리들이다. 아직 위대하신 분에게 무기도 받지 못한 애송이들.

       

       “…….!”

       

       솜털이 보송한 애송이와 그의 동료들을 이끌어 악마를 사냥해야 한다. 단장은 그의 동료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을 몰아 선두로 향했다.

       

       사냥, 그리고 사냥.

       악마에게 영원한 고통을.

       

       그것이 그들의 본질이었으니까.

       

       그리고.

       딘장은 왼쪽 가슴에 소중히 넣어둔 종이 한 장을 꺼냈다.

       

       “……ㅡ”

       

       석탄으로 삐뚤하게 그려진 한 장의 낙서. 빈말이라도 잘 그렸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단장은 그 어떤 거장이 혼신을 다한 그림보다, 제아무리 정교한 조각상보다.

       이 낙서 한 장이 더욱 값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이 얼마나 따뜻한 그림인지.

       단장은 낙서를 조심히 접어, 갑옷 틈에 넣었다.

       

       등 뒤로 다른 동료들의 질시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단장은 그 시선을 모른 체 하며, 그의 군마를 재촉했다.

       

       푸르게 흔들리는 그의 안광이, 문득 부드럽게 휘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염려한 사항들…!! 가슴에 새겨두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이 소설은 평일 비정기 연재…!! 허나! 저 스스로는 마감 시간을 5시로 잡아둔 상태입니다…!! 이는, 저 자신과의 약속이자, 일종의 루틴…!!!

    그렇지만… 스스로의 족쇄에 묶여서 글 퀄리티가 낮아진다면, 그렇게 부끄러운 일도 없겠지요… 앞으로 조금 더 차분하고 꼼꼼하게, 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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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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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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