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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6

       

        

        

        

        

       “이, 이게 그 실제 이카루스 기어….”

        

       “조심하세요. 유사시 킬로톤급 EMP를 방출하는 기능도 있으니, 잘못 다루거나 절도를 시도하다가는 DARPA가 리셋당할 수도 있어요.”

        

       “하하, 살벌하군요.”

        

        

        

        섬뜩한 권능이다.

        

        물론 모든 이카루스 기어가 이런 기능을 보유한 건 아니고, 생산품마다 각각 조금씩 다르다.

        

        본래라면 여러 기능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하여 추후 괜찮은 기능을 골라낸 후, 그것을 토대로 열화판 양산 버젼을 시행하여야 했겠지만, 다크 윈터 사태가 심각하게 장기화되고, 해당 시계를 생산하는 게 가능한 시설과 사람들이 죄다 죽어나가서 계획이 백지화됐다나 뭐라나.

        

        거기에 살짝 덧붙이자면 시계는 초기형과 중기형, 그리고 후기형으로도 나뉘어진다. 나는 거진 반 년을 사방팔방 쏘다니다가 겨우 센트럴 파크에 눌러앉아 요원이 된 케이스였기에 당연히 후기형을 받게 되었고.

        

        어쨌거나 참 잘 써먹었다.

        

        

        

       “분석 이후 돌려드릴 예정이니 걱정은 마시길. 어차피 되돌려받을 방도는 따로 보유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부정은 못하겠네요.”

        

        

        

        뭐가 있을까. 현재 보유 중인 휴대폰을 통해 원격으로 기어에 접속한 뒤 워하운드급 무인기들을 사방팔방에 풀어놓는 방법도 있을 거고…이들에겐 안타깝겠지만, 내 기어는 철저히 내 세팅에 맞춰진 상태이다. 착용 즉시 활력 징후와 기존에 저장된 설정값과 착용자를 대조하니까.

        

        꼴랑 시계 정도 크기의 기어에 수천억 달러를 꼬라박은 결과란 무릇 그런 모양인 법이다.

        

        그래서인지 실험 진행 전에 해줘야만 하는 일도 조금 있었고.

        

        

        

       “그렇다면 잠시 설정값을 좀 만질게요. 몇 시간 정도 분석할 예정인가요?”

        

       “세 시간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그럼 외부 네트워크 침입 방어를 세 시간 정도 일부 완화할게요. 오픈 포트는 추후 확인해보시고, 네트워크 포화량도 미리 조정해야겠고. 과도하게 이상한 실험만 안 하면 될 테니….”

        

       “명심하지요.”

        

        

        

        기억하던 대로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장치 중 하나가 순식간에 십수 개의 홀로그램을 허공 위에 띄우는 사이, 머리가 터져나가기 일보 직전까지 외우고, 실전에서 운용했던 과거의 파편이 내 손끝으로부터 재현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 세상의 몇몇을 제외하면 단 한 명도 그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없는 장치가 그 진가를 뽐내자, 다들 마술이라도 본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일반인들이 전투기 조종사가 콕핏에 앉아서 하는 일을 보고 있으면 저런 표정을 지을 것만 같았다.

        

        대략적인 조정이 끝낸 뒤 시계를 건넨다. 근 5년 동안 거의 모든 상황에서 착용하였던 시계가 몇 시간이지만 몸에서 떨어진다고 하니까 여러모로 찝찝했지만, 별 수 있나.

        

        자넷 장관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얼마 안 남았지만, 내 직위를 걸고 보장하지. 기어에는 아무 일도 없을 거다.”

        

       “얼마 안 남았으니 그러는 건 아니십니까?”

        

       “호기심으로 국방고등연구계획국 데이터를 통째로 날려버리고는 역사에 남을 불명예를 안고 삶을 마감할 용기가 있을까.”

        

        

        

        그건 그런가.

        

        아무튼 그런 식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이카루스 기어의 가치가 천문학적이긴 하지만, 이곳까지 온 시점에서 계속해서 거부하는 것도 그다지 좋지 않고, 어차피 되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란 무궁무진하니.

        

        시계는 소형 서류가방만한 크기인 주제에 50구경 이상의 화력을 받고도 내부의 물건을 보호할 수 있는 다층 액체금속 및 합금층으로 이뤄진 상자 안에 담겨, 나와 같이 지하로 내려간다. 앞으로도 세간에 절대 공개되지 않을 곳을 향해 내려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략 20초 정도를 내려간 끝에 보이는 곳은 초현실적인 대형 연구실. 다크 존에서 묘사된 것과는 다르지만 기억에는 있는 공간이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보단 투박하단 점일까.

        

        안내원이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오늘 전술 보조 장치 시연을 안내해드릴 에릭 서튼입니다. 간단히 에릭이라 불러주시면 좋겠군요.”

        

       “반갑습니다, 에릭.”

        

       “바로 시연 장소로 이동하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억 상의 DARPA에서, 철저히 고위직 및 중핵급 연구원들을 위해 운행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좌측에는 로비가 있었고, 그 다음으로는 현재 DARPA의 기술 계보 및 진전이 어디까지 되어있는지를 간단하게 나타내는 홀로그램 그림이 있었다.

        

        그곳으로 힐끔 시선이 돌아간다. 기억하는 것과 차이가 있었다. 아직 진행되지 않은 프로젝트가 세네 개 정도 비어있는 걸 보니 미묘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걸 보자마자 말이 이어진다.

        

        

        

       “본 홀로그램에는 투견 및 본격적인 증강현실 구현 프로젝트가 아직 입력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유는 대거 팀이신 유진 중사님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죠. 예전에는 어디 소속이셨습니까?”

        

       “JTF였지요. 기술조정부 소속이었지만 콜럼버스 서클 인근의 감시탑 경계도 맡았습니다. 오스프리 추락을 가장 먼저 HQ에 타진했었죠.”

        

       “대거 팀과 함께 싸우셨겠군요. 당시 저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같이 싸운 분들이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괜찮습니다. 제가 기억하면 된 거죠. 덕분에 아직까지 목숨도 잘 붙어있습니다.”

        

        

        

        짧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여기까지 안내를 하러 나온 사람이라면 바이러스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미국에 대해 모를 리가 없겠지. 과거 기억의 중심지 한복판에 와있는 이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이제서야 실감하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주요 안건은 이런 시계 하나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꼴아박았던 다른 세계의 미국을 대차게 까는 내용이었다. 그 비용만 하더라도 한화로 수백에서 천 조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비용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지.

        

        그래도 막상 이렇게 구해진 사람이 있으면 – 반드시 시계 덕분이라고는 하기 어렵긴 했지만 – 나름대로 그 정도의 값어치는 하지 않았나 싶다. 어떻게 본다면 20년 동안 지불한 선금으로 망해가던 미국을 다시 살린 거니까.

        

        물론 판데믹이 마무리되고 나면 이딴 딥커버 에이전트 양성에 이만한 비용을 쏟아부었냐며 무지막지한 후폭풍에 시달리게 되겠지만, 그건 내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지.

        

        

        시연이 시작된다.

        

        익숙한 총성이 귀를 가득히 메웠다.

        

        

        

       “많이 보셨을 터렛입니다. 이카루스 기어 본연의 목표 처리 프로세스를 전부 따라갈 수 없어, 성능 자체는 조금 열화된 편입니다.”

        

       “재현 불가능한 것들도 몇몇 있겠군요.”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귀청이 찢어질 듯한 총탄 사격음을 앞에 두고 하는 말치고는 상당히 평범하였으나, 사실 감흥이 그다지 없었다. 이미 폐허가 된 뉴욕에서 질릴 정도로 많이 봤었기 때문이었다. 시계 분석이 완료될 때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한 용도라고 해야 하나.

        

        저쪽 역시도 그런 반응을 당연하게 인식 중이었고.

        

        

        

       “현재까지 이 광경을 실제 눈으로 확인한 사람은 누가 있나요?”

        

       “관련 연구진, 그리고 자넷 국방부 장관님 정도겠군요.”

        

       “제법 놀라셨을 것 같은데.”

        

        

        

        대답은 없었지만 고개가 끄덕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하나.

        

        그 와중 허공 위로 팝업되는 여러 개의 데이터들.

        

        

        

       “현재 가동률은 대체적으로 이 정도입니다. 이카루스 기어와 연동할 시 어느 정도의 효율을 낼 수 있는지는 실제로 보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네요.”

        

       “아마 70% 이상 효율이 개선될 겁니다.”

        

       “…대단하군요.”

        

        

        

        반대로 생각하면 그 정도는 해줘야만 하지 않아 싶긴 한데.

        

        여하간, 물어볼 건 그닥 없었다. 스킬 사용이야 말했듯이 질릴 정도로 보아 왔으니…만약 원한다면 이들도 모르는 타게팅 프로그램 코드와 그 외 여러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부 들려줄 여력도 있었으니까.

        

        대략적인 분석이 끝나기까지는 두 시간 하고도 반 정도가 남은 시점. 사실상 이 사람은 그 긴 시간 동안 내 말동무가 되어줄 예정이었다.

        

        가만히 보고만 있자니 사소한 질문 하나가 들어왔다.

        

        

        

       “다음은 어디로 가십니까?”

        

       “DARPA 다음이요?”

        

       “그렇습니다.”

        

       “어쩌면 펜타곤이겠네요. 아니면 이카루스 본사. 전자는 사실상 갈 이유가 없어서 확실하지는 않은데, 후자는 일단 확실히 가야만 하는 사정이 있어서.”

        

       “굵직굵직한 곳들만 골라 가는군요.”

        

       “그러게요. 파이널 챔피언십만 참여하러 왔는데, 할 일이 자꾸 늘어나고.”

        

        

        

        …물론 말이야 그렇게 하긴 했지만,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할 일도 이야기도 넘쳐날 예정이란 건 비행기에 타기 한참 전부터 얼추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예상에 없던 건 지나치게 압축적인 스케줄 정도.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터렛과 드론 타격 시험을 지나, 화학물질 발사기와 하이브 시험대로 향한다. 그러자 어쩐지 좀 이곳저곳이 아려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전부 그다지 좋은 기억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지에 대해서 무언(無言)의 실랑이가 오갔지만, 이내 에릭이 조심스럽게 화제를 건드렸다.

        

        

        

       “이카루스 오퍼레이터 분들이 달고 사는 물건이로군요. 저도 콜럼버스 서클 교전 당시 저걸로 치유받은 적 있었죠. 여지껏 본 적 없는 엄청난 성능이더군요. 그야말로….”

        

       “…총상조차 흔적없이, 최단시간에 회복시킬 수 있을 만큼.”

        

        

        

        복부 9번.

        

        좌측 대퇴골 13번.

        

        왼쪽 종아리 7번.

        

        우측 폐 14번.

        

        그 외에도 근 5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관통상이 있었지만, 나노머신 켐과 하이브에 내장된 극소형 치유 드론은 몸에 남았어야만 하는 수십 개의 총상들을 전부 흔적도 없이 파묻었다.

        

        흉터라는 건 당연히 존재 불가능했다. 교전이 시작됨에 따라 기어가 초당 10회씩 신체를 스캔하며 어디가 얼마나 손상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의료용 인젝터나 치유 드론을 비롯한 다양한 나노 툴들은 그 모든 곳들을 순식간에 다시 재생시키니까.

        

        물론 불가능한 부분들이 없는 건 아니다. 총알에 정통으로 맞아 파쇄된 뼈 같은 것들은 바로 재생시킬 수 없었고, 따라서, 여전히 내 신체에 있는 수백 개의 뼈 중 20% 가량은 경화된 나노머신이 대체하고 있다.

        

        

        

       “후우.”

        

        

        

        군살 없이 매끈한 배.

        

        하지만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누르는 곳마다 탄환이 한 번씩 헤집고 간 적이 있었다 – 꽤나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면,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라고 해서 더 편하게 싸우는 게 아니었다.

        

        총알은 실드를 파묻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날아왔고, 그 중 눈 먼 한 발만 방어구와 아머 플레이트로 보호받지 못하는 지역에 적중하더라도 전투 속행 능력은 급감했으니까.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노력한 만큼의 보상은 받았으니, 이제 와서 불평불만을 제기할 이유는 없겠죠.”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라…아!”

        

        

        

        스윽.

        

        이런 걸 스스로 차고 오는 것도 조금 뭐하긴 했지만 – 옷의 앞섬을 살짝 걷자, 독특한 형태의 훈장 하나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히 철쪼가리라고 하기엔, 그 무게가 조금 더 나가는 무언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다음 순간 경례가 이어진다. 나 역시 경례를 받은 뒤 작게 웃어보였다. 그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다가 말을 이었다.

        

        

        

       “굉장한 보상이로군요. 공식적인 공표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점은 아쉽습니다.”

        

       “어느 예비 대통령 분께서는 파키스탄이라도 가볼 생각 없냐 묻던데 말이죠.”

        

       “하하, 농담치군 상당히 수위가 높군요.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주고 싶다는 마음이야 알겠지만.”

        

        

        

        하하.

        

        그렇게 이카루스 기어의 분석이 얼추 끝나는 시점까지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양도 완료. 이걸로 싱크탱크의 전 지분은 네 소유다. 소유와 경영의 일체를 노리는 건 아닐 테고…전문경영인은 믿을 만한 인력 한 명을 붙여주지. 출국일이 1월 1일이라고 하니, 시간이 난다면 한 번 정도 만나봐도 좋을 거다.”

        

       “예, 뭐어.”

        

       “보아하니 어느 정도 생각해둔 청사진이 있는 모양인데, 바쁘지 않다면 들어보지.”

        

       “이카루스 기어 및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을 개발하기 위해 토탈 20년 가량을 썼으니, 짧으면 그 절반 정도, 길게는 그 정도의 기간 동안 제반 기술들을 천천히 공개해보도록 하죠.”

        

       “너무 길지 않나?”

        

       “기술 원안으로부터 파생된 기술들만 상상할 초월할 정도로 많습니다, 국방장관님.”

        

        

        

        현 시점에서는 그 어떠한 것도 비교가 불가능한 색적 소프트웨어.

        

        발동 즉시 지정 반경 내의 모든 것을 스캔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펄스.

        

        어떠한 가혹한 환경에서도 무리 없는 작동을 보증하고, 수많은 현실 데이터를 통해 점검된 드론.

        

        그 외에도 의료 분야에 적용하는 순간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도 수십 배 이상 비싸질 의료용 나노머신.

        

        현실에 적용되는 순간 말 그대로 오만가지 것들을 보호 가능한 실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안정적으로 가동시키기 위해 적용된 오만가지 하위 기술 목록들까지.

        

        

        

       “1년에 열 개 정도만 시중에 공개하더라도 법인 운영 자금 조달을 비롯한 거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고 남는 것도 모자라, 관련 직원들의 남은 삶 전부를 윤택하게 만들어줄 수 있겠죠. 만약 그 두 배를 공개한다면 관련 직원들의 3대가 돈 걱정은 없이 살 거고요.”

        

       “그 정도인가?”

        

       “제 머리카락이 과로로 일부 빠져버릴 정도로 기어에 적용된 기술에 대해서 공부했으니, 그 정도는 보장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아까 차량 안에서 먼저 관련 이야기를 꺼낸 건 자넷 씨지만, 이렇게 직접 이야기를 해보니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눈에 드러난다 – 라고는 해도, 사실 불가항력이긴 한데.

        

        안 그래도 아직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사람이니, 대략적인 개요 이상으로 기어 관련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 놀랍다.

        

        오묘한 표정을 지은 장관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자세히 아는 건 내가 아니니, 그 부분은 일임하지. 불과 몇 년 안에 유래없는 갑부가 되겠군.”

        

       “하하, 로비스트 활동이라도 해드릴까요?”

        

       “더 올라갈 곳이 어디 있을까. 게다가 난 공화당 출신이라 정치에 발을 들여놓더라도 미래가 깜깜하지. 상원의 늙은 너구리가 민주당이 아니라 공화당이라면 몰라도. 노후는 베벌리 힐즈의 적당한 주택으로 만족할 예정이니 신경쓰지 마라.”

        

       “누가 들으면 베벌리 힐스는 산과 들밖에 없는 곳인 줄 알겠네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 중 하나로 가는 걸 저렇게 덜 고급지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단 말이지.

        

        여하간, 그렇게 대강의 이야기가 끝났다. 추후 기술 공개 청사진은 다시 왼손 손목에 되돌려받은 시계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짜면 될 거고…여하간, 앞으로의 생활도 크게 문제는 없을 듯했다.

        

        그 와중 그녀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한 자넷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들기며 덧붙인다.

        

        

        

       “다음에 볼 때는 서로 일반인으로 만나게 되겠군. 본래 펜타곤과 NSA 쪽에도 오갈 예정이었지만, 네 스케줄을 이리저리 확인해본 결과 다른 곳까지 방문할 이유가 딱히 없을 것 같아 조정 끝에 몇 개를 소거했다.”

        

       “이걸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신경쓸 것 없단 이야기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한 마디를 남기며 돌아갔다.

        

        

        

       “밖에 비서실장인 서킨스가 대기하고 있을 거다. 일주일 정도의 긴 휴가를 줬으니 간만에 회포라도 풀면 되겠어. 그리고…이카루스 본사에는 네가 바라는 해답이 있다면 좋겠군.”

        

       “감사합니다.”

        

        

        

        점차 멀어지는 등을 뒤로 한 채, 나 역시도 임시 신분증을 반납한 후 나갈 준비를 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어쩐지 가면 갈수록 지갑이 두툼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중에 다들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하나….”

        

        

        

        결국 그것이 내가 떠올릴 수 있는 호의를 베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이제 과거의 잔재 청산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총에 한 번도 맞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맞았는데 흉터 없이 고친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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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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