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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6

       *** ***

         

       구령역천양밀염극단과 함께 잠이 든 사라.

         

       사라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포달랍궁에서 일상을 이어갔다.

         

       흑묘와 라노징부는 매일 비무를 벌였고.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라사에서 공연을 했다.

         

       그 외의 나머지 시간에는 각자 무공을 연마했다. 포달랍궁 자체가 승려나 수행자의 수행을 위한 공간이었기에 고즈넉이 무공을 연마하기 참 좋은 환경이었다.

         

       나 역시 그런 환경을 누리며 무공을 연마하고 동시에 당소열에게 대장장이 일을 배우며 검기 특훈을 계속해 이어나갔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대장간에서 쇠를 두드리고 있었다.

         

       따아앙!!

         

       이제는 제법 청명한 소리가 나는 망치질이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만물에는 기가 흐른다.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흑반천암 갑옷을 입은 흑갑토룡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기가 흐른다]는 화두가 머릿속에 자리잡았다.

         

       기라는 것은 어떻게 흐르는 것일까? 생명체의 몸 속에서 기는 바로 맥을 타고 흐른다. 화륜홍화초는 막대한 화기를 품기 위해서 꽃잎 속에 화기가 흐르는 화륜을 그렸다.

         

       그렇다면 물질은 어떨까.

         

       검에는 과연 어떤 식으로 기가 흐르는 것일까.

         

       나는 내가 내려치고 있는 검을 보았다. 숙련된 대장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기술이지만 수 개월간 오직 검 하나만 만들어 낸 바, 내가 잡고 있는 집게와 망치에 붙들려 있는 검은 제법 유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마무리하면 누가 봐도 대장장이가 만들어 낸 검이라고 인정해 줄법한 잘 뽑힌 형태.

         

       어제라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아 오늘도 열심히 했다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검이었지만.

         

       어째 오늘따라 집게에 잡힌 검이 검이 아니라…그냥 검 모양을 흉내낸 쇳덩이 같다고 느껴졌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인체모형을 만들어야 하는데 마네킹을 만든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내가 만든 것이 어째서인지 알맹이가 비어 있는 껍데기처럼 느껴졌다.

         

       분명히 강인하게 담금질해 정련해 낸 쇳덩이인데 말이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답답함에 다시 검신을 화로에 집어넣었다. 마무리로 미세한 휘어짐과 검형만 다듬으면 될 상황이었지만 검을 끝까지 달구었다.

         

       따아앙! 따아앙!

         

       계속해서 검을 두드렸지만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걸 정말 뭐라고 해야 할까.

         

       답답함에 잠시 망치를 내려놓고 옆을 보았다. 영수사냥 때 만들어놓았던 예비 작살 하나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당소열은 고작해야 며칠 사이에 수백 장 길이의 쇠사슬을 만들어 냈다. 그러면서 작살과 톱날도 함께 만들어냈지.

         

       대충 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짧은 시간을 들여 만들어 낸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당소열이 만든 작살은….내가 만들어 낸 검보다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족함을 깨달았으냐.”

         

       정신을 차려보니 당가에 보낼 호접비를 만들고 있었던 당소열이 내 옆에 와 있었다.

         

       “장비에서 후으읍 하고 파아압 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아닌 느낌이 느껴지느냐? 머릿속에서 뭔가 토도독 하는 듯한 느낌 말이다.”

         

       …그러나 당소열의 표현력은 도무지 발전하질 않았다. 안 그래도 간질거리며 답답했는데 당소열의 복장 터지는 설명까지 함께 들으니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터엉.

         

       당소열 역시 말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내 모루에 주괴를 올렸다.

         

       “너도 무인으로 오래 살았으니 날이 닳거나 오래 쓴 무기들을 수리한 경험이 있겠지?”

         

       “예.”

         

       “아마 대장장이들은 이것들은 수리가 불가능하니 녹여서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겠지. 뭐 그 말에 상술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째서 다시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기술의 난이도를 따지면 쇠를 덧붙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닌데 말이다.”

         

       당소열이 나에게 던지는 화두일까. 그 화두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자니 당소열은 내 모루 위에 있는 검을 압수해갔다.

         

       “그 점을 생각해보며 만들거라. 처음부터 다시.”

         

       당소열의 지시에 주괴를 화로에 넣었다.

         

       화아아악!!

         

       이제는 능숙해진 풀무질에 금새 주괴의 색이 변한다. 그러나 나는 일부러 천천히 주괴를 달구며 생각을 정리했다.

         

       당소열이 압수한 검을 바라본 뒤에 주괴를 바라보고 작살을 바라보았다.

         

       다 같은 철이었다.

         

       지금 달구어지고 있는 이 주괴와 별 다를 바 없는 재료로 만들어진 것임에도 내 검은 어쩐지 가짜 같았고 주괴는 평범했다.

         

       그러나 당소열이 만든 작살은 어쩐지 숨을 쉬는 것만 같았다.

         

       충분히 달구어진 주괴를 모루에 올리고 내려친다.

         

       어째서 날이 빠지고 손상이 심한 무기들은 쇠를 붙여 보강하지 않고 녹여 새로 만드는 것인가.

         

       당연히 낡은 무기이니만큼 철 표면에 불순물이 끼고 산화현상등이 일어났겠지만 그게 정말로 근본적인 이유일까?

         

       숨을 쉰다.

         

       덮는다.

         

       두 개의 화두가 머릿속을 뱅뱅 맴돌았다. 마치 머릿속이 하나의 커다란 태극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검이란 무엇인가.

         

       아니 무기(武器)란 무엇인가. 무를 발현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무기라고 만들었던 검들은 과연 무를 발현하기에 적합했는가? 검의 구조와 강도는 그럭저럭 챙겼지만 방금전까지 내가 만들었던 검들을 과연 무기라고 칭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었다.

         

       무의 근간인 기의 흐름이 고려되지 않아 있었으니까.

         

       당소열의 작살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껴졌던 이유를 깨달았다. 당소열은 지금도 이 무림천하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대장장이었기에 저런 작살 하나 만들 때도 기의 흐름을 고려한 것이다.

         

       무슨 기교를 어떻게 부렸기에 무기에서 생동감이 느껴질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그게 천하에서 손꼽히는 장인과 초보 대장장이의 격차겠지.

         

       따아아앙!!

         

       왜 당소열이 주괴를 건넸는지 깨달았다. 방금 전의 검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저건 이미 죽은 철이었다. 검에 화기를 불어넣고 새로이 괴로 정련하지 않는 이상 회생하기 어렵겠지.

         

       눈을 부릅뜨고 감각을 집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흑반천암이라는 화두로 간신히 사물에 흐르는 기에 대해서 깨달았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사물에 흐르는 기라는 표현도 제대로 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알게 된 것도 있었다.

         

       기가 소통하는 모든 것은 기를 소통하기 위한 맥(脈)이 있다는 것.

         

       생물에게는 날 때부터 타고 태어나는 기맥이 있었으며 기가 집적된 화륜홍화초같은 영초에게는 그런 기를 다루기 위한 화륜이라는 새로운 맥이 생겼다.

         

       그래 이제야 확실히 알았다.

         

       방금 전에 만든 내 검이 죽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이유, 속이 텅 비었던 것처럼 느껴진 이유를.

         

       내 검에는 맥이 존재하지 않았다.

         

       따아아앙!

         

       주괴를 때린다. 그리고 신중하게 반응을 살핀다.

         

       주괴에 맥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

         

       나는 그 원리도 기술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나 모른다 하여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살핀다.

         

       화기를 잔뜩 머금어 자연스럽게 생성된 철괴의 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핀다.

         

       따아앙!

         

       어떤 망치질에는 맥이 죽었고.

         

       따아앙!

         

       어떤 망치질에는 맥이 변화하지 않았으며.

         

       따아아아앙!

         

       아주 드물게 어떤 망치질에는 맥이 살아났다.

         

       왜 손상이 심하거나 낡은 무기는 녹여야 하는지 깨달았다. 쇠를 덮어씌우는 것은 맥을 덮어씌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검에 있던 본연의 맥에 새로이 쇳덩이가 입혀진다는 것은 그 맥이 모두 막힌다는 것을 의미했다.

         

       방금 내가 만들었던…[죽은] 무기가 되겠지.

         

       주괴의 반응을 살피며 그저 정신없이 두드렸다.

         

       치이익!

         

       담금질을 하거나.

         

       화르륵!

         

       검형을 띄어가는 철괴를 달굴 때마다 맥이 변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저 애송이에 불과한 나는 그 변화에 농락당할 뿐이었다.

         

       검형을 잡아가는 대부분의 망치질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그저 운에 맡기며 내지르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따아아앙!

         

       망치질을 멈추었다. 아직 검형은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내가 어제까지 만들던 것들도 완벽이랑은 거리가 멀었지만 지금처럼 검형 자체가 불안하거나 무게중심이 의심스럽다던가 검날의 올곧음이 부족하다던가 하지는 않았았다.

         

       내 손에 쥐여진 검은 미완성의 검이었다.

         

       그렇지만 이 이상 손대는 것은 어쩐지 맥을 죽이는 결과로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망치를 내려놓자 내 작업을 지켜보던 당소열이 검을 집어들었다. 숙련된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나무를 깎아내고 접착제를 붙이고 고정쇠를 집어넣었다. 눈 몇 번 깜빡할 사이에 손잡이에 가죽이 휘감겼고 어느새 손잡이가 완성된 검은 숫돌 위에 올라가 있었다.

         

       스윽. 스으윽.

         

       당소열은 거침없이 내 검의 날을 세우며 말했다.

         

       “부족한 검이다.”

         

       “….예.”

         

       “쇠를 다루기는커녕 그저 농락당한 결과물에 불과하다. 살리고 잇기보다는 그저 보존하는것조차도 아슬아슬했다.”

         

       당소열이 말하고 있는 주제가 [맥]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래 확실히 그랬지. 망가지지 않기를 바라며 그저 운에 맞긴 망치질을 했을 뿐이다.

         

       “예.”

         

       “그래도 이 당소열의 제자로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무구를 만들어냈구나.”

         

       당소열이 내 검을 들어올렸다. 날카롭게 날이 선 검날에 당소열의 손가락이 닿았다.

         

       “검기(劍氣)를 이해했느냐?”

         

       “모르겠습니다.”

         

       “그럼 확인해보거라. 애송이 제자야.”

         

       애송이라.

         

       멍청이 제자에서 그냥 제자가 되었고 이제는 애송이 제자가 되었군.

         

       당소열이 무구라고 인정한 검을 한 자루라도 만들어 냈으니, 나 역시 한 명의 대장장이가 되었다는 뜻일까.

         

       당소열이 내민 검을 받아들었다.

         

       조금씩 내공을 손으로 밀어넣었다. 이미 절정에 오른지는 제법 되었고 그 뒤로도 꾸준히 경을 다루는 법을 수련해 왔기에 경 자체는 수월하게 손바닥으로 분출되었다.

         

       그렇다 말 그대로 분출만 되었다.

         

       꾸욱.

         

       손잡이를 더욱더 세게 쥐었다. 기를 분출하면서 조금씩 검의 맥을 더듬었다.

         

       그저 맥을 망치지 않기만을 기도하며 망치로 때린 검이었기에 솔직히 말해서 이 검에 있는 맥 중에서 내가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다.

         

       그렇지만.

         

       만들면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검의 맥을 머릿속에 그린다. 그게 손바닥과 연결되어 있다고 상상했다. 손바닥을 꼼질거리며 손바닥의 기맥과 검의 맥을 일치시켰다.

         

       실제 검을 쥐는 것과는 파지가 달라졌지만 지금만큼은 그런 사실을 머릿속에시 지웠다.

         

       이어진다.

         

       검의 맥과. 내 기맥이 이어진다. 그저 그렇게 여겼다. 파지를 무시하고, 으스러져라 검을 쥐며 그렇게 검의 맥과 나의 맥이 하나로 이어진다 상상한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경이 검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검신합일?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저 여기쯤 맥이 뚫려 있겠거니 하고 어림짐작으로 쑤셔 넣은 기의 일부분이 검으로 밀려 들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스스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검의 맥을 이해했다. 내가 방금 만들어내며 어림짐작으로 파악했던 맥에 경이 스며들면서 그 구조가 머릿속에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차곡차곡 검의 맥을 타오르며 경력을 불어넣었다.

         

       확실히 당가의 사람들이 어째서 무기를 만들며 기를 주입하는 법을 배우는지 알 것 같았다. 형태가 다양하고 아주 자그마한 크기의 암기에 모두 기를 불어 넣으려면 지금과 같이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할 수밖에 없겠지.

         

       내가 실수해 끊어먹은 맥, 그리고 아주 가끔 느껴지는 넓혀진 맥을 따라 경을 넣었다. 경을 불어넣다보니 요령을 습득했다. 손잡이에서 검의 중심으로 이어지는 맥을 찾으니 단번에 경 전체가 검신으로 뻗어나갔다.

         

       스스스스스!

         

       “아….”

         

       드디어.

         

       검에서 경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진정 검기(劍氣)라 부를 수 있는, 손에서 검이라는 무구를 타고 경을 발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축하해요. 선배.”

         

       “축하합니다. 은공.”

         

       “잘했다. 애송이 제자야.”

         

       “성취를 축하드립니다. 교관!”

         

       “드디어 해내셨군요. 호 낭인님.”

         

       문득 정신을 차리자 서장에 함께 온 인원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대장간에 들어갔을 때는 아침이었는데 바깥은 이미 한밤중이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오후에 만나기로 했던 이들이 모두 날 찾아 대장간으로 모여든 것일까.

         

       어떻게 모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행에게 모여 축하를 받는다는 것은 썩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나는 손을 들어 검을 높게 치켜올렸다.

         

       스스스!

         

       강기와 달리 기감이 없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검기. 그러나 이 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기감을 지니고 있었다. 일행은 모두 말없이 선명하게 치솟는 붉은 검기를 바라보았다.

         

       이몸 호천안.

         

       서장의 포달랍궁의 대장간에서 검기를 깨우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찐)절정고수 호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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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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