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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6

       아예 엔리가 오열을 했었더라면 난 그녀가 장난을 치는 거겠거니 생각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 겁을 먹을 때에는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거든.

       

       눈앞에 자신에게 공포를 새기는 이가 있는데 어찌 소리를 내어 울겠는가.

       

       울음소리를 꾹 참으며 상대방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지금 엔리가 그리 하듯이 말이다. 나는 눈물을 훌쩍이는 엔리를 보고서 다급하게 살기를 거두었다.

       

       왜 이렇게까지 겁을 먹은 것이지?

       

       본인이 약간 살기를 내뿜기는 했다만 그는 어디까지나 장난스럽게 한 것이었다.

       

       내 하린과 당소일을 수련시킬 적에 사용하는 살기보다도 약하게 그녀를 위압했단 말이다.

       

       그러니 약간의 공포는 느낄지언정 눈물이 새나올 정도의 위압은 아니었을 터인데.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뒷담화 좀 했다고 사람을 협박하고 그래요.]

       

       딸꾹질을 하는 엔리의 모습에 어찌 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거리고 있으려니 내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지금이 그런 소리를 할 때더냐?! 어찌 엔리를 달랠지나 이야기해라!”

       

       지금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느냐?

       

       장난을 받아줄 여유가 있을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는 것이다!

       

       내 꽤 진지하게 성을 내었다마는 채팅창의 반응은 불구경을 하듯 뜨뜻미지근할 뿐이었다.

       

       – 참 곤란해 보이시네요.

       – 그러게 왜 울림?

       – 공겜할 때 빼고 엔리 우는 거 첨 보는 듯.

       – 화령은 공겜만큼 무서운 거구나. 이해했어.

       

       에라이 이 도움 하나 안 되는 쓰잘데기 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공감 능력이라고는 한 푼어치도 없는 것이야?

       

       그대들에게 도움을 청한 내가 멍청했구나.

       

       알겠다. 내 알아서 하도록 하마.

       

       “엔리. 미안하구나.”

       “흡. 아녀. 괜찮아여.”

       

       살기가 거두어짐에 따라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된 듯 엔리가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닦았다.

       

       “저어. 그 다 농이었다. 내 그대가 이야기 조금 한 것 가지고 무어라 할 리 없지 않으냐.”

       “…정말여?”

       “그래. 내 그 정도로 속이 좁은 인간이겠느냐.”

       

       물론 본인이 꽤나 치졸한 인간인 것은 사실이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적자를 상대할 때의 이야기.

       

       본인의 지인에게까지 치졸하게 굴 정도로 채간머리없는 인간은 아니니라.

       

       엔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손발을 휘저으며 설명을 해주었더니 이내 엔리가 울음을 그쳤다.

       

       하아. 다행이구나.

       

       만일 엔리가 계속해서 울었더라면 어찌해야 했을는지.

       

       최근에 살기를 가지고서 가볍게 위압을 하는 데 익숙해졌다 생각을 했다마는 아니었나.

       

       역시 평범한 이들에게 위압을 가하는 것은 자제를 해야 쓰겠어.

       

       *

       

       허둥거리는 아라의 모습을 보고 있던 엔리는 애써 눈물을 닦으면서도 곤란하단 생각을 했다.

       

       어떡하지.

       

       내가 우는 바람에 분위기가 싸해졌어.

       

       처음에는 나를 놀리느라 여념이 없던 채팅창에서도 하나 둘 걱정하는 듯한 반응이 올라오고 있고.

       

       으으. 이래서는 안 되는데.

       

       티키타카하면서 재밌게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겁먹어 버려서 울음이나 터트리다니.

       

       마이튜버로써 실격이야!

       

       

       …그치만 방금 전 아라 씨의 모습은 진짜로 무섭긴 했어.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

       

       무미건조하면서도 날 내려다보는 눈.

       

       그녀의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내 피부를 찌르는 것만 같은 기운.

       

       분명 아라 씨는 내 앞에서 서서 날 내려다보고 있을 뿐인데 원래보다 몇 배로 크기가 커져서 날 짓누르는 듯한 느낌.

       

       한 발자국을 잘못 내밀면 그대로 죽어버릴 듯한 그 감각을 어떻게 견딜 수 있겠냐고.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졌으니까 수습을 해보자.

       

       골드를 찍은 이 감격적인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 수는 없잖아.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 것도 아니고 아라 씨한테 쫄아서 울었다니.

       

       이거 이대로는 마이 튜브에도 못 올린다고!

       

       “져기.”

       

       쉬어버린 목소리를 낸 엔리는 몇 번인가 헛기침을 하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화령씨.”

       “왜 그러느냐?”

       

       자신이 엔리를 울렸다는 사실에 당황을 한 것인지 아라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운 표정으로 엔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칫 실수했다가 또 다시 울어버리면 어찌하나 걱정하는 게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아라 씨가 엉뚱하긴 해도 착하신 분이라니까.

       

       다른 스트리머 같았으면 여기서 화면 3분할로 울어주세요! 라고 그랬을 텐데.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제 눈물이 그칠 것 같은데요. 들어주실래요?”

       “일단 말이나 해보거라.”

       “한 번만 죽어주세요.”

       

       절 울게 만든 대가로 1등을 양보해주시죠!

       

       방금 전의 그 눈물은 이걸 위한 계략이었다는 듯이 엔리가 울먹이며 목소리를 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동정심 받기 전략이야?]

       

       – 실력으로 이길 수 없으니 마음에 호소한다!

       – 저 악마에게도 마음이 있을까?!

       – 엔리 울 때 당황했잖아. 가능성 있음.

       – 화령 상대 최초 승리 업적 뜨나?

       – 되면 ㄹㅇ 평생의 자랑거리다.

       

       자아. 아라 씨. 어떻게 나오실 건가요!

       

       방금 전에 제가 울 때 당황했던 당신이라면 지금 제 제안을 수락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순순히 목을 내놓으시고 떠나가시죠!

       

       제 골드 달성과 함께 이루어질 찬란한 업적의 제물이 되란 말이에요!

       

       “져달라는 것이냐?”

       “네.”

       

       한 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히 내뱉어진 엔리의 말에 유심히 그 얼굴을 쳐다보던 아라는 일순의 고민도 하지 않고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엔리의 이마에 들이밀었다.

       

       “어… 아라씨?”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욘석아. 어디서 눈물로 승리를 사려 드느냐.”

       

       역시 안 되나?

       

       엔리가 잠시 기다려 보라는 이야기를 내뱉으려는 순간에 아라가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일전의 싸움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던 엔리의 캐릭터는 머리를 노린 권총사격을 견디지 못했고 그렇게 엔리의 화면은 검게 물들었다.

       

       “까비. 화령 씨 진짜 인정사정 없네요.”

       

       – ㅋㅋㅋㅋㅋ

       – 거의 넘어 온 것 같았는데.

       – 화령에게 인간의 마음을 기대하지 말라.

       – 천마행동 오졌따.

       

       – ㅋㄱㅇㄷ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님들 이제 큰거온다.]

       

       – ㅋㄱㅇㄴ?

       – ㅇㄴ?

       

       “큰 거 오나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엔리의 앞에 정산 창이 떠올랐다.

       

       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 엔리의 점수는 5420점.

       

       골드를 코앞에 둔 상황이었다.

       

       방금 게임에서 엔리의 순위는 2등이었으니 기본 점수로 95점이 주어지고 1킬을 한 덕에 23점이 추가되니 118점이 오른다.

       

       그러니 엔리의 현재 점수는 5538점.

       

       골드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랭크가 상승합니다!]

       

       “왔다! 드디어 골드다아아아아”

       

       – 골끼얏호우!

       – 엔리가 골드라니.

       – 엔골딱!

       

       – ㅇㅇ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는 골드가 딱이야!]

       

       “아뇨! 이제는 엔리가 플레야 딱이야로 가죠!”

       

       – ???

       – 에악귀 멈춰!

       – 플레가려면 대체 몇 년이나 걸리는 거야.

       – FPS강점기는 모 야다요!

       

       – 엔리사탕해!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도 우리 스트리머 골드라고 자랑하고 다닐 수 있는 거지?]

       

       “물론이에요! 맘대로 하세요!”

       

       쏟아지는 후원과 축하의 메시지에 방금 전에 울었던 것조차 잊고 웃음을 짓던 엔리는 다음에 온 메시지를 보고 고갤 갸웃거렸다.

       

       [미션 실패 : 화령보다 먼저 골드가기]

       

       “이게 왜 실패에요?”

       

       방금 판으로 난 골드에 도달했고 아라 씨는 아직 골드에 가려면 한 판이 남았을 텐데?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 골드 됐음.]

       

       “진짜요?!”

       

       – 방금 판으로 1200점 넘게 드셔서.

       – 40킬을 넘게 했으니까.

       – 점수 올라가는 거 보고 눈이 동그래지더라.

       

       “…저 그러면 무승부인거에요?”

       

       아라 씨를 상대로 처음으로 이긴 스트리머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무승부라니!

       

       – 화형당하는엔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야! 무승부도 잘 한 거야!]

       

       “그건 그런데요.”

       

       조금 김이 빠지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하아. 언제 한 번 아라 씨 상대로 이긴 다음에 놀려보고 싶다.

       

       재밌을 것 같은데. 무슨 방법이 없으려나.

       

       *

       

       엔리를 울리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저녁.

       

       방송을 끈 본인은 여느 때처럼 화룡무인의 세상에 들렸다.

       

       많은 것을 보는 건 보는 것이고 도술에 대한 수련은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라.

       

       더 높은 경지를 얻고 싶은 입장에서 그를 게을리 할 수는 없지.

       

       겸사겸사 바루나 백주, 은인을 데리고서 음식점에 들리기도 하고 말이다.

       

       화룡무인의 세상에 접속하니 집무실의 풍경이 나를 반겨 주었다.

       

       사실 말이 집무실이지 본인이 이 곳에서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꼭 할 필요가 없는 일은 아래에 있는 부하들이 알아서 처리를 해주니 말이다.

       

       윗사람의 특권이라는 것이지.

       

       이 문파가 유지되는 데에 간절한 사람이 본인이 아니라 저들이기에 이루어지는 현상인게다.

       

       덕분에 문파 관련해서 일이 생길 때마다 시청자들이 본인에게 악덕사장이니 바지니 게으름뱅이니 하는 말을 내뱉고는 한다만 내 알바더냐?

       

       본인의 존재의의는 무공을 가르치는 것.

       

       그리고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무력적 억제력이 되어주는 것.

       

       그 두 개면 충분하지 않은가.

       

       문파원들도 한 명말고는 거의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거늘 왜 저들이 투정을 부리는 것인지.

       

       바루를 찾기 위해 바깥으로 나온 나는 수련장의 한구석에서 정좌를 하고 있는 설아를 볼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 학영충과 대화를 하며 배움을 얻고 있던 그녀다.

       

       잘못된 가르침이라도 무언가 깨달음을 얻을까 싶어 내버려 두었다만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렇지도 않은 듯 하구나.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다가가자 설아가 눈을 떴다.

       

       그리고 내 모습을 발견한 설아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깊게 고개를 숙였다.

       

       “화령님! 안녕하세요!”

       “그래.”

       

       이 녀석은 지난번에 내가 조언을 한 이후로 계속해서 잘못된 길을 헤매는 중이었다.

       

       본인의 안에서 답을 찾아내야 하거늘 바깥에서 답을 갈구하니 무언가가 나올 리가 있나.

       

       본래라면 지금의 헤맴 또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내버려 뒀을 터이다만 이대로 가다가는 다른 이의 세치혀에 넘어가 버릴 듯 싶으니 방향 제시 정도는 해주어야겠구나.

       

       만일 그대가 이것을 노렸다면 순수히 칭찬해주도록 하마.

       

       바보 같은 설아 그대가 의도했을 리는 없다만서도.

       

       “그대에게 할당된 일은 끝마쳤느냐?”

       “네! 물론이에요!”

       “잠은 잤고?”

       “아뇨!”

       

       뭔가 깨달음을 얻을 것 같아서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잠은 죽어서 자겠다고 웃으며 대답하는 설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녀석이 언제 비명횡사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천마신공의 부작용으로 죽는 것도 아니고 과로로 죽게구나.

       

       그는 곤란하다.

       

       그대는 본인의 아래에 있는 인재이지 않은가.

       

       그대가 죽으면 본인이 억울하게 비난을 받아야 할 터.

       

       그는 사양이다.

       

       “설아야.”

       “네!”

       “명령이다. 이 세상에서 나가 침대에 눕거라.”

       “네? 그치만.”

       “본인의 말을 따르지 않을 것이냐?”

       

       그리 물었더니 설아의 눈동자가 떨렸지만 그녀는 내 말을 거부하지 못했다.

       

       그녀는 천마신공을 배우고 싶어하기 이전에 본인에 대한 믿음을 품은 이다.

       

       그 어떤 무게추를 올리더라도 본인의 말보다 드높지는 못하겠지.

       

       “그리고 말이다. 이제 학영충에게 배움을 얻지 말거라. 그는 그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터이니까.”

       “그…런가요?”

       “그래.”

       

       설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화룡무인의 바깥으로 나간 후 곰방대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학영충 그 녀석이 일을 나름 괜찮게 한다 생각하여 내버려 두고 있었다마는.

       

       슬슬 한 번 만나러 가보아야겠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로(시킨 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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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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