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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6

     현재, 바르셀로나 총독부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 영지 개발.

     

     목재는 기존 삼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충원하고 있고, 석재는 광맥에서 나오는 걸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광에서 캐낸 석재는 그다지 건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이 섞여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집이든 식량창고든 제국식 병원이든 지어놓으면 사고가 생기기 마련이리라.

     어쩌면 이 집의 벽에 금덩어리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집에 사는 인간은 바로 곡괭이를 가져와 벽을 파낼 것이다.

     마치 나무 사이에 자리를 잡은 흰개미처럼 갉아먹듯이 벽을 파낼 것이며, 결국에는 건물이 처음 지어질 때보다 훨씬 약해진 상태로 금방 무너질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석재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

     탄광이 아닌 장소.

     아무것도 드러난 것이 없는 장소.

     행여나 ‘여기에도 금이 넘쳐날 것이다!’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막상 죽어라 파보면 그냥 높게 쌓아올린 지층 그 자체인 장소.

     “지브롤터 협곡을 개발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모르는 건가, 그레이 지브롤터.”

     “압니다.”

     협곡을 깎아서 거기에 있는 석재를 쓰겠다는 제안서를 올리자마자 바로 책임자가 찾아왔다.

     “윈체스터 대공 각하. 자원은 써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협곡을 무너뜨리자고?”

     윈체스터 대공.

     협곡이라는 지형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남자.

     “제국과의 전쟁을 함에 있어 천혜의 요새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테니 좀 써도 되지 않겠습니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레이 지브롤터치고는 너무나도 낙관적인 기대로구나.”

     “후후후….”

     지브롤터가 지금까지 500년 동안 협곡을 지킨 배경은 당연히 지브롤터의 자체적인 강함도 있었지만, 수백 미터가 넘는 돌울타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지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골드 드래곤이 노스트럼을 위해 만들어놓은 것 같은 천혜의 성벽.

     제국 방향에서는 마스터 급이 아니면 터널을 파거나 땅굴조차 팔 수 없는 마법이 걸려있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지형이 아니라는 증거.

     “노스트럼은 500년 동안 협곡을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죠.”

     “이제는 있다는 것이냐?”

     “돈이 되지 않습니까.”

     나는 흑단나무로 만든 상자에 금박으로 된 무늬가 씌워진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여기, 100탈러 짜리 평화의 상징이 있습니다.”

     “그냥 돌조각 아니더냐. 그리고 내가 보고로 들은 가격보다 몇 배는 뛰었는데?”

     “지브롤터 협곡의 일부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건 좀 더 특별한 돌이기도 하고요.”

     “특별해? 뭐가?”

     “모양이 예쁩니다.”

     “…….”

     파는 것은 단순한 돌이 아니다.

     “언젠가 이 거대한 지층이 무너지고 왕국과 제국이 좁은 협곡 뿐만 아니라, 다른 길로도 오다닐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파는 겁니다.”

     “너는….”

     “윈체스터 대공께서 개인 별장 지하실에 각 영지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3병씩 연도별로 수집하시는 것처럼, 이것 또한 하나의 수집 요소로서 판매될 수 있습니다.”

     “와인은 마실 수라도 있고, 물려줄 수라도 있지.”

     “어차피 대공 각하, 돌아가시기 전에 와인 수백 병 다 비우고 돌아가실 것도 아니잖습니까.”

     “…….”

     윈체스터 대공은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 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제일 큰 문제가 있습니다.”

     “뭐냐.”

     “바르셀로나 땅에 별장을 짓고 건축물을 지어서 새로운 주거환경을 만들어야하는데, 벽돌이 너무나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

     “대공 각하.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500년 전 지브롤터 협곡의 3관문이 만들어졌을 당시, 그 많은 석재는 다 어디에서 가져왔을까요?”

     “…잠깐.”

     윈체스터 대공이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번뜩였다.

     “마법의 힘이 있다고는 하지만, 관문의 벽은 지금까지 풍화되어 일부가 깎인 흔적은 있어도 무너지지는 않았지. 그 재료는….”

     “설마 대륙 반대편에서 여기까지 마차로 끌고와서 제작했겠습니까? 50m짜리 관문 세 개를 지을 정도로 많은 양의 석재를?”

     나는 지브롤터 협곡에서 가져온 100탈러짜리 기념 돌멩이를 집어들었다.

     “한 번, 연구해볼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연구라….”

     “지금까지 그 누구도 개발하지 않은 자원인 만큼, 어쩌면 엄청난 발견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혹은 기존에 있던 기술에 접목시켜, 우리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물건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알고서 하는 것이냐?”

     “그럴 리가요.”

     나는 두 손을 들었다.

     “아스타시아를 걸고 맹세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었다면 8년 전부터 파기 시작했겠죠.”

     “안에 바르셀로나 영지는 쳐다도 보지 않을 금광이 숨겨져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그랬으면 좋겠군요. 금광에서 매일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데, 사고를 일으키는 자들이 지브롤터 협곡으로 간다면 말입니다.”

     “네 아버지가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대공 각하와 제 아버지를 상대로 누가 감히 사고를 칠 생각을 하겠습니까?”

     “음….”

     윈체스터 대공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고를 치는 이들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판사의 역할을 하는 영주가 소드마스터라면 범죄를 일으키려고 하는 이들도 일단 한 번은 생각하고 참기 마련.

     “그레이 총독. 바르셀로나에서 이번 달에 집행한 사형은 지금까지 몇 건이었지?”

     “총 18건이었습니다. 전부 금을 훔치려고 했던 이들이거나, 금광 내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등이었죠.”

     “암살이나 테러는?”

     “적어도 금으로 인해 사형된 이들보다는 숫자가 적습니다. 놀랍게도.”

     다행히 이제는 바르셀로나도 그런 경향이 줄어들고 있다.

     암살과 테러로 인해 내게 직접 처형되는 이가 줄어들었고,이제는 그 수가 금광 개발로 인한 사형수보다 더 적어졌다는 게 그 증거다.

     “좋네. 지브롤터 협곡의 개발 계획은 내 쪽에서 다뤄보도록 하지.”

     “예?”

     “한창 열차가 오다니는 협곡 근처를 개발하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협곡이 무너지는 바람에 아웃렛을 비롯한 관문 전체가 무너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 정도로 대규모로 개발을 하고, 협곡이 무너질 정도로 파낼 생각까지는 아니었습니다만….”

     “할 거면 확실하게 해야지.”

     윈체스터 대공이 응접실 티테이블 위에 올려진 직육면체 모양의 파운드 케이크를 두 개 집어들었다.

     “이게 지층이라고 치고, 가운데가 협곡이라면, 나는 여기에서 개발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네.”

     윈체스터 대공은 포크를 이용하여 파운드 케이크의 끝을 아래에서 살짝 파냈다.

     “세이레네입니까, 아니면 세빌리야 입니까?”

     “세이레네는 안 돼. 거기에는 쓰레기가 있으니.”

     “인간 쓰레기 말씀이십니까?”

     “한둘이 아니지.”

     “그렇다면, 세빌리야 영지로군요.”

     “그래.”

     대공이 포크에 묻은 빵가루를 털어내며, 오러를 일으키며 씩 웃었다.

     “흑장미 기사단의 실전 훈련 및 마수 퇴치를 위한 요새 구축 훈련. 적당하지 않은가?”

     “…국경에 병력을 대규모로 배치했다가는 전쟁 날 수도 있습니다?”

     “국경이라니? 말은 바로 해야지.”

     윈체스터 대공은 키득거리며 파운드 케이크에 포크를 푹 찔러넣었다.

     “우리는 평화의 시대에 발을 맞춰, 오염지대에 있는 마수들을 퇴치하여 그곳을 인간의 땅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야. 그렇지?”

     “그 과정에서 강력한 마수에 대비하기 위한 성벽을 쌓기 위해, 인근에서 가장 단단한 석재를 가져다 쓰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러다가 그 석재를 열차에다가 싣고 어디 다른 곳에서 쓰는 건 그냥 부차적인 문제고.”

     “노스트럼에서 주로 활용하겠지만, 이러다 제국에 더 많이 팔리게 되겠습니다. 열차로 이송하면 제국으로 보낼 수도 있을테니.”

     “이 매국노 녀석. 벌써 제국 챙기는 것이냐?”

     “지층이 협곡으로 갈라지는 덕분에 위아래로 따로 두 개가 있는데, 꼭 위에서만 석재를 파낼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정말이지….”

     윈체스터 대공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국 쪽의 땅으로는 마법이 걸려있는 게 천만 다행이지.” 

     “그러니 더 파볼 가치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도대체 그 협곡에는 무엇이 있길래, ‘제국 방향에서만’ 건드릴 수 없었는지.”

     마법과 기적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대공. 예산을 편성하시되, 너무 큰 예산을 편성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냐?”

     “제국을 동원하죠.”

     “…….”

     “도둑에게 직접 울타리를 철거하라는 느낌이기는 하지만,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울타리를 제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며칠 뒤.

     

     왕궁에서는 본격적인 ‘지브롤터 협곡 개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 * *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합스베르크 폰 테르시안이 내게 가르쳐준 정치적 협잡술 중 하나다.

     “로버트 경. 지브롤터 협곡을 그냥 개발하려고 했다면 노스트럼 전체가 펄쩍 뛰었을 거야. 그렇지 않나?”

     “아무리 이웃과 이제는 싸우지 않는다고 해도 대문을 철거하게 생겼는데,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신경을 덜 쓰게 되겠지. 당장 눈 앞에 금덩어리가 넘쳐나고 있는데.”

     나는 로버트 경과 함께 총독부 인근 광산으로 나와, 채광된 금덩어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무게가 거의 100kg은 될 것 같군.”

     그냥 금덩어리는 아닌, ‘압수품’으로서.

     “이야, 굉장한 금덩어리를 훔치려고 했어.”

     “이게 전부 금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금이랑 섞여있는 것 같은데.”

     100kg 전부 금은 아니다.

     그래도 겉면에 보이는 금만 하더라도 엄청난 양인데, 내부를 까보면 어떻겠는가.

     “수율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깨부수고 잘라내고 그러면 알아낼 수 있겠지. 그나저나, 이번이 역대급 아닌가?”

     “바르셀로나, 아니 바르셀 후작령 전체를 찾아봐도 이 정도로 큰 금덩어리가 발견된 적은 없을 겁니다.”

     “절반…아니, 30% 정도만 금이라고 해도 소름이 돋을 지경이군.”

     나는 금덩어리 위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러면 물어보도록 하지. 그대들은 이걸 어디로 가져갈 생각이었나?”

     

     대답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내가 질문한 이들은 지금 전부 무릎을 꿇고 손이 뒤로 향하여 밧줄이 묶인 채, 목에는 지브롤터 기사단의 검이 드리워져 있었으니까.

     “말하지 않으면 그대로 죽을텐데?”

     “…….”

     “말하지 않는 입을 그냥 둘 필요는 없지. 아니면 이 금덩어리가 나온 곳의 금광 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롤랜드 후작에게 물어봐야 하나?”

     간단한 사건 개요.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는 금덩어리가 나왔다.

     직접 깨봐야 알겠지만, 겉을 긁어서 사금만 모아도 엄청난 돈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얌전히 넘어갈 수는 없어. 절도만으로도 죽어 마땅한데….”

     그런 금덩어리를 보관한 창고가 습격당했다.

     “너희는 금을 챙기겠다고 사람까지 죽였잖나. 그것도 노스트럼의 동포를.”

     “큿…!”

     창고를 지키던 병사들이 죽었고, 책임자였던 기사도 한 명 죽었다.

     롤랜드 후작가에서 파견된 이들만 다 죽었지만.

     “그대들이 답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 금덩어리 도난에 대해서 롤랜드 후작과 상의를 할 수밖에 없어.”

     

     당연히, 상의를 해봐야 한다.

     “의혹을 걷어내기 위해서. 어떤 이들은 롤랜드 후작의 자작극이 아닐까 이야기를 하더군.”

     “우, 우리는…!”

     “아니면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 국왕 전하께서 황금을 훔치라고 보낸 도둑들인가? 내가 황금으로 된 배를 만들지 못하게 황금 자체를 훔치려고 하는?”

     “…….”

     대답이 없다.

     “괜찮아. 너희들의 실체가 어떻든, 앞으로 할 일은 하나로 정해져있거든.”

     나는 도둑들의 앞에 목줄을 하나 내밀었다.

     “죄수가 너무 많아져서 시체 치우기 곤란해졌거든? 이걸 차고 곡괭이를 들어줘야겠다. 새로운 광부는 언제나 환영이지.”

     

     목줄에는 가운데, 마석이 하나 박혀있다.

     “이거, 전체가 마석이지. 별 건 아니고, 두 가지 마법이 걸려있을 뿐이야. 위치추적 마법. 가운데 마석에 위치를 파악하는 마법이 걸려있다면, 나머지 목줄 전체는 위치를 ‘벗어나는’ 순간에 발동하는 마법이지.”

     눈치 빠른 몇몇이 바로 자신의 앞에 놓인 목줄을 바라보며 사색이 되었다.

     “도망치면 너희들의 목에 걸린 마석이 폭발할 거다.”

     “포, 폭발…?”

     “그래. 벗거나 자를 수는 없을 거다. 자르려고 하는 순간….”

     나는 마석으로 만들어진 목줄을 검지에 걸고 빙글빙글 돌렸다.

     “콰ㅡ앙.”

     위치감응 폭발마석.

     지정된 영역을 벗어나는 즉시, 목걸이에 새겨진 하급 폭발 마법이 발동된다.

     “나를 상대로 테러를 하던 자들이 쓰던 폭발마석을 개량해서 한 번 응용해봤는데, 어때?”

     매국노 그레이가 혁명군을 사로잡았을 때, 그들을 관리하던 도구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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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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