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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6

   텔레포트를 당했다 싶더니 대뜸 떨어진 금역 거인의 숲.

   거대한 수풀 사이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크라슈는 한숨을 내쉬었다.

     

   텔레포트를 당한 일이 익시온의 함정임은 눈치챘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왜 거인의 숲에 떨어졌는지가 의문이었다.

     

   [ 내가 중간에 가로챘다. ]

     

   그리고 그 이유는 크림슨가든이 설명해 주었다.

     

   크라슈가 거인의 숲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크림슨가든의 개입 덕분이었다.

     

   [ 원래대로였다면 그대로 익시온의 본거지에 떨어질 뻔한 걸 텔레포트 궤도를 수정한 거다. ]

   “잘도 그런 걸 했네. 그거 삐끗했으면 내 몸이 분해 되는 거 아니야?”

   [ 익시온에게 끌려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거랑 다른 거 없겠지. ]

     

   그 말대로 그대로 익시온에게 끌려갔다면 크라슈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다.

     

   [ 애초에 황녀를 구하는 것보다 혼자 나갔으면 됐지 않느냐. ]

     

   크라슈가 엑셀을 발동시키고 혼자 뛰어나갔다면 빠져나갈 수도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시즐리를 잡느라 꽤 시간을 썼던 것이다.

     

   “시즐리가 거기서 익시온에게 끌려가도 끝장이었어.”

     

   하지만 크라슈라고 해서 무턱대고 그런 일을 저지른 건 아니었다.

   만약 시즐리가 끌려갔다면 제국 전체가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더불어 익시온은 시즐리를 걸고, 어떻게든 거래를 유도하려 했겠지.

     

   “그리고 나라면 조금이라도 빠져나올 가능성은 있었어.”

     

   크라슈에게는 세계 침식자에게 가장 큰 약점인 아우라가 있다.

   더불어 익시온에 속한 세계 침식자들은 지옥 선녀를 제외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시즐리가 납치당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상황인 것이다.

     

   [ 쯧, 말이나 못 하면. ]

   “그래도 중간에 궤도 수정을 해줬으니 된 거잖냐.”

   [ 저쪽도 내가 개입한 걸 눈치챘을 거다. 지금쯤이면 공간 이동 좌표를 차근히 밟고 올라와 며칠 내에 이곳인 것도 알게 되겠지. ]

   “쉴 틈은 없다. 이거네.”

     

   크라슈는 비를 피하는 것은 이쯤 하기로 했다.

   익시온이 오기 전에 거인의 숲을 빠져나가야 한다.

     

   크라슈는 곧장 숲을 달리기 시작했다.

   수풀과 초목이 잔뜩 우거진 데다가 비까지 오는 숲은 거인의 숲이라는 말답게 하나 같이 모든 것이 커다랬다.

     

   “그보다 넌 어떻게 보고 있는 거냐?”

     

   크라슈는 익시온이 쫓을 수 없도록 바이오렌의 목걸이를 끼고 있다.

     

   결계를 다루는 바이오드가 직접 만들어 준 목걸이인 만큼 엿볼 수가 없었을 텐데.

   크림슨가든은 까마귀가 없음에도 크라슈의 상황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 네 주머니 안에 에벨아스크의 쥐가 있잖느냐. ]

     

   그때 마침 크라슈의 주머니 속에 있던 시체 쥐가 꿈틀거렸다.

     

   “찍찍!”

     

   자신이 여기 있다고 알려온 것이다.

     

   눈을 같이 공유하고 있었나.

   에벨아스크 또한 크림슨가든과 같이 상황을 보고 있는 거겠지.

     

   [ 너 쫓아가겠다고 난리 피운 거 겨우 말렸다. ]

     

   그랬었나.

   하긴, 에벨아스크의 성격상 그럴 만도 했다.

     

   “됐어.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니까.”

     

   크라슈는 그리 말하며 걸음을 옮기다가 점차 귀에 무언가가 들리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그 소리의 정체를 얼마 안 가 깨달았다.

     

   ‘물소리.’

     

   소리의 정체는 분명 물이 흐르는 소리였다.

   문제는 그 소리가 커도 너무 커서 귀를 틀어막아야 할 지경이었다.

     

   소리를 들은 순간 크라슈는 불안감을 느끼고 달리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의 눈에 한 광경이 비추었다.

     

   그것은 거대한 폭포수와 강이었다.

     

   거인의 숲이라는 이명답게 압도적인 폭포수와 강.

   그리고 그러한 강은 원래의 크기보다도 훨씬 더 커다랗게 불어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하늘에서 내리고 있는 빗물이 너무 거세어 거인의 숲에 홍수가 난 것이었다.

     

   ‘거인의 숲은 바깥과 사계절이 정 반대니까.’

     

   바깥은 한창 겨울인 상황이나 거인의 숲은 여름이었다.

   그러니 우기가 겹쳐 이런 홍수가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홍수는 끝끝내 거인의 숲 바깥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거인의 숲 바깥에 내보내진 홍수는 거센 제국의 겨울에 의해 점차 얼어붙으며 세계 제일의 산맥이라 불리는 프레이야의 만년설이 된다.

     

   그것이 거인의 숲의 환경 구조였다.

     

   프레이야의 아이, 아르숄더 프레이야가 거인화를 다루는 것도 이러한 거인의 숲의 영향이었다.

   거인의 숲은 프레이야의 산맥 중 하나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하필 거인의 숲이 우기일 때 이곳에 떨어진 거냐.”

     

   홍수는 지금도 급속도로 그 크기를 불리고 있었다.

   얼마 안 가 크라슈가 있는 곳까지도 덮쳐 올 것이 분명했다.

     

   크라슈는 서둘러 걸음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거인의 숲 정도 되는 홍수에 휘말린다면 크라슈로서도 답이 없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래서는.’

     

   거인의 숲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진다.

   곧 있으면 주변이 홍수로 가득 차 버릴 테니까.

     

   홍수가 조금 잠잠해진다면 모를까, 거센 물살을 피할 방법은 크라슈에게는 없었다.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다.

     

   “옘병.”

     

   콰광!

     

   그때, 위쪽 산맥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라슈가 고개를 들어 올리자 거기에는 존재하면 안 되는 거대한 것이 하나 비쳤다.

   하늘에 머리가 가려 보이지 않고, 하반신이 간신히 보이는 무언가.

     

   그 거대한 다리가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콰광!

     

   곧이어 놈의 걸음에 의해 산의 일부가 무너지며 홍수가 가속화되었다.

   덕분에 홍수에 휘말릴 처지가 된 크라슈는 엑셀까지 발동시키며 달려야 했다.

     

   ‘거인.’

     

   놈의 정체는 다름 아닌 금역 거인의 숲의 주인.

     

   거인이었다.

     

   이 거대한 거인의 숲조차 담아내기 힘든 거대함을 지닌 존재.

   거인의 토벌 난이도는 측정조차 되지 못하는 규격 외의 존재였다.

     

   지금 수준으로서는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괴물.

     

   단지, 모든 것이 크다는 것 말고는 다른 세계 침식보다 위험성 자체는 적은 거인의 숲이나.

   저 거인의 존재 하나가 거인의 숲을 금역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어떤 이가 온다 한들 거인을 토벌할 수 있는 이는 없었으니까.

   그러한 존재를 잠시 엿본 크라슈는 홍수의 구간을 간신히 피해 빠져나왔다.

     

   홍수의 영역에서 빠져나오자 겨우 한숨 돌린 크라슈는 나무를 타고 올랐다.

   아래에서 달려 나가기에는 시야가 제약됐기 때문이었다.

     

   “크림슨가든, 익시온이 이곳에 도달할 시간은?”

   [ 일주일 정도면 도착할 게다. ]

     

   일주일.

     

   홍수가 터진 거인의 숲을 빠져나가기에는 너무 모자란 시간이었다.

     

   [ 더불어 마왕 쪽도 움직이고 있다. ]

     

   그러는 순간 크림슨가든의 다음 말을 듣고, 크라슈는 왜 그녀가 침착한지 이해했다.

     

   천하십강(天下十強)

   마왕(魔王)

     

   제국 제일의 마법사인 그가 크라슈를 찾기 위해 직접 움직이고 있다.

   황실에서 직접 그에게 크라슈의 수색을 맡긴 것이었다.

     

   크라슈로서는 그나마 다행인 이야기였다.

     

   문제는 마왕 쪽도 크라슈의 위치를 바로 알아내지 못하는 만큼 더듬어 와야 한다는 점이다.

     

   [ 네 위치 정보는 넌지시 알릴 속셈이지만. 마왕은 내가 다가가기에는 조금 까다롭다. 하물며 금역이니 공간 좌표를 짜는 것도 더 힘들고. ]

   “그렇겠지. 마왕은 극도의 세계 침식자 혐오주의자니까.”

     

   마왕은 예전부터 세계 침식자 혐오주의자로 이름을 떨친 인물 중 하나였다.

     

   크라슈도 그의 과거를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나.

   그의 과거 중 일부분이 세계 침식자로 인해 큰일이었다는 것은 넌지시 들은 적 있었다.

     

   ‘자신이 속해 있는 황가가 사실 세계 침식자의 후예들이라는 것도 모른 채 말이지.’

     

   에파니아 황가가 백룡왕의 후예라는 사실이 비밀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

     

   문제는 이 탓에 크림슨가든도 정보를 전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천황님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건?”

   [ 아리오스 가문이 쥬논 가와 사이가 안 좋은 건 이미 알고 있을 텐데. ]

   “쯧.”

     

   제국 제일의 쥬논 검가와 제국 제일의 아리오스 마도 가문.

   그것도 제국이라는 한 국가 내에서 각각 최고에 도달한 두 가문인 만큼 사이가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었다.

     

   [ 하물며 황제에게는 도달할 방법도 없지. ]

     

   아직은 안정기에 취해야 하는 시리우스 황제다.

   몸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대외적인 모습을 바깥에 많이 비출 수는 없을 터.

     

   ‘천황과 달리 마왕은 황제와 깊은 관계를 형성한 건 아니니까.’

     

   마왕이 천하십강에 오르던 당시는 황제가 백색증이 발병하던 시기다.

   천하십강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만큼 황가의 충실도가 비교적 낮았다.

     

   실제로 마왕은 황제보다는 1황자를 더 우선적으로 따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마왕의 아들인 마학과 차석, 바크람 아리오스가 시그린과 제국으로서 동맹을 맺을지언정 그녀의 밑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영향이 컸다.

     

   그러니 시리우스도 황가의 위세를 위해서 섣불리 마왕에게 덜 회복된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었다.

     

   “망할 제국 같으니.”

     

   하여튼, 짜증 날 정도로 가문들끼리 서로서로 자신들의 이점과 권위를 위해 부딪치고 있는 제국이었다.

     

   [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4황녀가 움직였으니까. ]

   “시즐리가?”

   [ 그래, 이 단시간에 마왕을 먼저 움직이게 한 것도 그녀다. 네가 제국에 잠시 머물게 된 이유도 납득 가도록 한순간에 짜내어 설명을 마치더군. 머리 하나는 기똥찬 아이다. ]

     

   누가 제국 최고의 두뇌 아니랄까 봐.

   상황 판단 하나는 뛰어나다.

     

   [ 나도 우선 4황녀에게 접촉할 생각이니 그리 알거라. 네 위치도 그쪽에 알려 두마. ]

   “부탁할게.”

     

   크라슈는 부탁을 마치고, 나무의 꼭대기 위에 우뚝 섰다.

   그러자 저 멀리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울창한 숲과 그 아래로 흐르고 있는 불어난 강물이 보였다.

     

   홍수가 끝나거나 혹은 무려, 금역에서도 자유롭게 텔레포트가 되는 수준의 마법사가 데리러 오기 전까지는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크라슈는 자기 몸 내부에 잠들어 있는 백룡왕의 알을 느꼈다.

   지금도 여전히 백룡의 기운을 내뿜으며 크라슈의 몸을 숙주로 만들려 하고 있었으나 이그니스 덕에 어림도 없었다.

     

   혹시나 마왕이 늦는다면 익시온과 직접 맞부딪쳐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크라슈라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이유도 없었다.

     

   ‘일주일.’

     

   그 안에 백룡왕의 알을 깨부수고 그 힘을 차지한다.

   비 내리는 거인의 숲, 크라슈의 푸른 눈이 선명히 빛났다.

     

   완전한 타임 어택 싸움.

     

   어디 한번 누가 가장 빠른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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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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