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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6

    <246 – 학년사천왕>

     

    만일 자신이 학년대항전에서 상급반 학생이라면 온 몸으로 팔다리를 붙잡고 선 밖으로 끌고 나가려는 자폭맨들을 조심해야 한다.

    근력이 약하면 정말 속수무책으로 끌려 들어가고, 마법저항력이 부족하면 마법에 등을 맞고 데굴데굴 구르다가 나가떨어진다.

    생산학부 학생들이라고 우습게 여겼다가 미끌미끌한 로션에 넘어져 선 밖으로 나갈 수도 있고 행정학부의 어느 나라 왕자니 공주니 하는 선배들의 협박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이겨내려면?

    모든 스펙이 기본치 이상 갖추어져야 한다.

     

    몇 명이 매달리고 마법을 쏘고 포션을 뿌리고 권위로 거뜬히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다음은?

    취향에 따라 나뉜다.

    역으로 덤벼들던 학생들을 집어던지던지.

    마법을 튕겨 주변 2학년생들을 쓰러뜨리던지.

    발로 지면을 쾅 부숴서 로션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던지.

    허튼 소리 하는 왕자님 공주님을 붙잡아다가 탈락 안 시키면 몇 포인트 줄 거냐고 협박하던지!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거다.

     

    -우리 공놀이합시다, 선배님. 표적은 선배야.

    -표적이 싫어요? 그럼 선배가 공 해.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되시나본데. 표적도 공도 싫으면 기권하시라고.

     

    오크노디가 아닌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조아해병>이라 불리던 2m 30cm 시절의 전략!

     

    ‘2m 30cm 시절의 전략도 그립긴 하지만 모름지기 전략은 현 상황의 모든 조건을 반영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계획이어야 하는 법!’

     

    1m 33cm의 응애에게는 응애에게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갑자기 응애가 미쳐서 사람을 집어던지고 마법을 막 튕겨내고 광전사마냥 땅을 갈아엎고 선배를 협박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당혹스럽겠는가!

    그러니 응애는 응애에게 맞는 전략을 선택하자.

     

    “싫어요! 만지지 마세요! 저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욧!!”

     

    이번 전략의 이름은 응애 방범벨.

    소리를 질러서 광역디버프를 거는 것이다.

    나 건들면 성범죄자야!

     

    “헉! 오, 오해다! 우린 아직 안 건드렸… 아니 시발 말이 왜 이렇게 이상하게 들려? 그런 뜻이 아니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진짜 억울해. 저런 응애한테 건드릴 곳이 어디가 있다고! 장래가 기대되는 응애이기는 하지만… 아니, 솔직히 니들도 그렇게 생각했잖아! 왜 나만 쓰레기로 쳐다보는데!”

     

    보다 못한 2학년 여선배가 혀를 쯧 차며 나섰다.

     

    “남자들은 물러서있어. 아무리 시합이라도 여자애는 남자들이 건드는 건 아니지. 진짜 전쟁도 아니고 겨우 대운동회 주간이벤트인데. 정말로 엄한 생각을 품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부당하다! 네가 오크노디와 같은 성별이라고 너만 오크노디를 만지는 건 용납할 수 없어!”

    “?”

     

    2학년 선배들이 남학생 한 명을 붙잡았다.

     

    “저 새끼였구나.”

    “저놈이 오크노디를 진짜 만졌나봐.”

    “이상한 곳 만진 거 아니야?”

    “저거 끌어내!”

    “응애한테 할 짓이 있고 안할 짓이 있지,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이 쓰레기야!”

     

    헉.

    나도 좀 놀랐다.

    2학년 사이에 진짜 성범죄자가 있었다.

    사람이 많으니 과연 존재해서는 안 될 욕망을 지닌 어른도 있나보다.

    사태가 진정되자 수습에 나섰던 2학년 여선배가 먼저 사과를 했다.

     

    “딱히 저런 머저리와 같은 취급 당하고 싶지는 않지만 같은 2학년이 저지른 짓이니 대신 사과할게. 즐거운 학교행사에서 나쁜 기억을 줘서 미안해.”

     

    그러니까 이거, 각이라는 말이지?

     

    “선배들 미워!”

    “아앗, 아니 나쁜 선배는 이미 우리가 탈락시켰고 여기 있는 선배들은 무관하다니깐.”

    “훌쩍!”

    “우, 울지 마! 그런 눈으로 울려고 하지 말라고! 누군가, 애를 돌본 적 있는 사람 없어!?”

    “여동생 잘 달래는 2학년 빨리 나와!!”

     

    선배들이 다급히 시선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물었다.

     

    “너 잘 돌보니?”

    “우리 집 고릴라년을? 내가?”

    “미안.”

    “너는 어떤데? 여동생 있잖아.”

    “책상 위에 돈 두면 다 사라지고 식탁 위에 간식 두면 다 사라지고 옷은 툭하면 다 사라져서 찾아보니 지 옷장에 내 옷을 다 집어넣은 도둑년을? 내가?”

    “미안.”

     

    여동생이 울려고 할 때 잘 달래는 오빠라니,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잖아!

     

    “다들 진정하십시오. 제가 밑으로 여동생이 셋이 있으니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그 희귀한 <여동생 잘 달래는 오빠>를 자청하는 이가 난세를 종결시킬 영웅마냥 인파를 가르며 넓은 1점칸을 반으로 가르며 나타났다.

    마치 홍해를 반으로 가르는 모세의 기적처럼 인파의 바도를 가르며 다가오는 한 남자.

    그에게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상냥한 기운에 눈을 마주친 나는 눈물이 마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 사람, 오빠력이 너무 높아!’

     

    자연스럽게 벌어진 팔에 쏙 안겨서 등을 두들김 당하고 오구오구 우리 오크노디 많이 놀래쪄?를 당하고 싶어지는 이 기분!

    안 돼.

    싫어.

    가까오지 마.

    동급생조차도 글러먹은 응석부림 응애로 만드는 2학년의 복병, 네임드NPC <응애타락의 아스트레이>가 내게 다가오게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벌써 눈을 마주쳐버려서 오빠를 실망시키는 버릇없는 못된 아이가 되고 싶지는…

     

    “꾸엑!”

    “뭘 멍하니 서있는 거야? 재밌어서보여서 보고 있었더니 넋이 나가서는.”

    “즈앙! 정말 고마워. 방금은 꼼짝 못하고 당하는 줄 알았어!”

    “이상한 놀이를 하네. 네 실력에 저런 허접한 남자한테 당할 리가 없잖아?”

     

    상태이상 응애타락에서 벗어나자 정신이 확 든다.

    자의적 응애랑 타의적 응애는 엄연히 다르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응애가 되는 기분은 딱히 싫지는 않고 오히려 좋았지만 그래서 더 무서웠어!

     

    “남은 선배들은 어떡할래?”

    “공손하고 예의바르게 부탁을 하면 나가주지 않을까?”

    “어떻게?”

    “선배님들. 제가 공을 잡기 전에 나가주시면 안 될까요? 저, 지금은 이렇게 착한 응애지만 공을 잡으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어요… 제가 선배들을 해치지 않게 도와주세요…”

     

    선배들은 하하호호 웃으며 선 밖으로 걸어나갔다.

     

    “애기가 참 말을 귀엽게하네.”

    “1학년들은 이런 애가 뭐가 무섭다고 그리 정색들을 하는지 몰라.”

    “동생한테도 따끔하게 말해야겠어. 강하면서 선배를 존중하는 마음씨까지 지닌 장난기 있는 착한아이를 멀리하다니, 눈은 옹이구멍이라서 달고 있냐고.”

     

    진담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선배들!

    차라리 다행이다.

    자기들이 정말 공에 맞고 나갈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잖아?

     

    “에휴. 우리야 너 탈락시키려고 여기 들어왔었지만 그런 일이 있었으니 더 싸우기도 그렇고, 그냥 나가기야 할 건데… 대신에 오래 살아야한다?”

    “당연하죠!”

    “자, 이거 먹고 열심히 해.”

     

    2학년 여선배가 사탕 하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주고 나가는 것으로 모든 선배들이 자진해서 가장 넓은 영역의 1점 칸을 모두 비워주셨다.

    멀리서 빙판내리막길을 만들어서 같은 칸 선배들을 장외로 탈락시키는 아이린이나 바닥을 뜨겁게 달군 철판으로 바꾸어 선배들을 쫓아내는 레프 철판숯불갈비에 비하면 참 온화하고 평화적인 해결이다.

    고인물은 역시 머리를 써야지!

     

    “그 사탕 먹게?”

    “응? 줬으니까 먹어야지.”

    “저 선배, 엄청 기대하는 눈으로 줬는데. 분명 안에다가 뭐 탔을 걸?”

     

    그런 거 아무 소용없는데.

     

    “뭔가를 탄 사탕은 지금까지도 많이 먹었는걸!”

     

    내성훈련작은 착실하게 단련되어 있다.

    리프의 사탕으로 단련된 내 위장을 얕보지 마!

     

     

    * *

     

     

    이번 학년대항전 피구의 제한시간은 1시간.

    초반 10분 사이에 각 칸들마다 다른 학년을 배제하거나 대치하거나 한바탕 싸움을 벌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평화가 찾아왔다.

    매스각키 황녀는 자신이 선 칸과 맞은편의 칸에 남은 1학년 면면들을 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허접♡ 무능해♡ 용사보다 우리 애들 못 지켰어♡”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황녀님. 저희 제국 3대 공신가문의 자제들이 있지 않습니까. 명가의 저력을 2학년들에게도 똑똑히 보여주는… 꿹!”

     

    질투심 많고 오만한 호너 후라이드치킨이나 과하게 기운이 넘치는 레프 철판숯불갈비와 달리, 계산적이고 냉정한 체다 포테이토피자.

    그 냉정한 성품 탓에 매스각키 황녀가 미덥잖은 3인방 중에서는 그나마 낫다고 평가하던 체다가 볼품없는 비명과 함께 선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슈슉

     

    코트 너머에서 쓰러진 채 소환되어서 대기 중이던 치료사에게 후송되는 체다.

    그를 일격에 탈락시킨 공의 주인이 바닥을 굴러오는 공을 주워들고는 차갑게 눈을 좁혀 뜨며 말했다.

     

    “후배님들은 견문이 부족하여 제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나보군요. 감히 제 앞에서 딴청을 할 여유가 다 있고 말입니다.”

    “난폭해♡ 선배는 1학년을 상대로 얼마나 진심이 될 생각~? 보기 추하다고는 생각 안 해~~?”

    “안 합니다. 1학년 상급반의 사천왕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매스각키 황녀가 상대라면 더더욱.”

     

    1학년 상급반 사천왕?

    우리한테 그런 것도 있었냐며 멀뚱멀뚱 눈을 깜빡이는 매스각키 황녀.

    웃기는 말투에 그렇지 못한 실력을 지닌 황녀의 솔직한 모습에 남자는 갑옷을 절그럭거리며 공을 쥔 몸에 다시금 힘을 실었다.

     

    “학년수석 오크노디. 신생용사 이슈타르. 제국2황녀 매스각키. 불길한 카시아. 당신들은 저희 2학년 사천왕이 그렇듯이 학년 내에서 최강의 4인에 손꼽혔습니다. 우리들 2학년 사천왕의 최우선 표적이라는 뜻이죠.”

    “화, 황녀님. 위험합니다!”

     

    공을 던졌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새하얀 궤적이 호너 후라이드치킨을 선 밖으로 처박은 뒤였다.

    30m는 족히 넘게 날아간 호너가 역소환된 궤적을 고스란히 되돌아간 공이 다시금 갑옷을 입은 남학생의 수중에 들어왔다.

     

    “…나 그렇게 강하지 않은데♡”

    “시치미 떼어봤자 소용없습니다. 저 백색의성기사 루. 3명의 선신을 동시에 믿는 모든 악덕을 부정하는 신앙의 힘이 제게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금 전력투구 자세를 취하는 그의 등 뒤로 새하얀 기운이 샘솟았다.

     

    “당신이 실은 학년수석 오크노디만큼 나쁜아이라는 사실을. 그 불길한 힘을 다른 이들의 눈은 속일 수 있더라도 신앙의 눈은 속일 수 없습니다.”

     

    매스각키 황녀가 순진무구한 소녀의 웃음 대신, 잔혹한 악녀의 비웃음을 지었다.

     

    “놀랐어♡ 선배들은 아는 것이 많네♡”

    “기권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계속 해보시겠습니까.”

    “기권~? 내 사전에 그런 건 없어♡”

     

    매스각키 황녀의 몸 위로 새카만 기운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학기 초, 오크노디가 보여주었던 <암흑마나>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기운이었다.

     

    “새로 얻은 이 힘, 모처럼 실전에서 테스트 할 기회인 걸♡”

     

    오크노디의 학년생활이 부른 변화.

    암흑마나에 심취한 황녀가 본색을 드러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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