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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7

    루크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이 만든 아티팩트, 열쇠/검/그림자를 바라보며 웃었다.

     

    따로따로 떨어진 별개의 공간의 파편을 하나로 뭉친다.

    그것은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조각들을 한데 모아서 다시 하나의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발상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

     

    허나, 루크는 그것을 기어코 성공해냈다.

     

    연구소에서 빌린 컴퓨터로 계산한 수식과, 아카데미에서 쓰는 한줌의 마나 더스트 만으로.

     

    크기는 검지손가락 정도로 작으나, 이 정도 크기만으로도 공간을 여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열쇠의 상태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루크는 곧 월영석에 그 파편을 문질러 수납시켰다.

     

    공간의 파편이란 월영석을 이용해서 만든, 일종의 형체를 지닌 그림자.

    따라서, 이렇게 월영석 내부에 자신이 만들어낸 열쇠를 수납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혹자는 어째서 돌려주기로 마음먹은 월영석 목걸이를 아직도 루크가 가지고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으리라.

     

    그 이유라면 사실 루크는 그것을 돌려주려고 했으나, 시루드가 선물을 돌려받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선물로 이미 줘버린 물건을 도로 받는 것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던가?

    뭐, 어쨌든 우정의 증표로 잘 간직해 달라던 시루드의 부탁을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으니 월영석은 감사히 받기로 하였다.

     

    대신 다음에 있을 그 아이의 생일에는 더 좋은 선물을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하지만 루크는 그보다 먼저, 지금 당장은 아공간을 여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아공간에 나의 물건들이 그대로 있다면 압도적인 자원 뿐만 아니라 예르나의 화상을 치료할 재료와 장비도 손쉽게 구할 수 있을 테지…….’

     

    그 뿐 아니라, 드디어 이 시대에 눈을 뜨고나서 처음으로 마주할 자신의 흔적이 아닌가.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다.

     

     

    허나, 열쇠가 있다고 해서 아무 문이나 열 수는 없는 법.

     

     

    고기를 자르려면 일단 고기를 준비해야 하는 것 처럼, 결국 공간을 자르기 위해서도 공간이 필요한 법이다.

     

    허나, 공간의 좌표값을 서클을 통해 직접 지정할 수가 있던 과거의 루크에겐 어디에서 공간을 잘라내든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그렇지가 않다.

    공간을 열기 위해서는 정확한 해당 좌표값을 직접 찾아야가야만 한다.

     

    설령 그것이 땅속이나 하늘이나 바다 한가운데에 있든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그것은 땅속이나 하늘이나 바다 한가운데가 아닌 루크 숲의 안이었다.

    그건 그 숲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에서 따왔기 때문일까?

    정말이지 공교로운 우연의 일치다.

     

     

    —–

     

    디컨은 오늘도 어두운 표정의 동료에게 다가가며 어깨를 두드렸다.

     

    “샌슨, 오늘은 좀 어때?”

    “…….”

    “이 친구야, 인상을 펴. 언제까지 그 때 일로 힘들어 할 셈이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잖아.”

    “…….”

    “한달이나 쉬었는데, 아직도 마음 정리가 다 되지 않은 거야?”

     

    거듭된 위로를 건네도 여전히 묵묵부답인 샌슨.

    디컨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원래 이런 친구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확실히, 그 때의 기억은 꽤나 힘들었으리라.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았던 그 사건, 리엔느 숲의 참사현장을 직접 보고 겪었다면 말이다.

     

    샌슨의 머릿속에서는 그 때의 일이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그 아이의 작은 입에서 뿜어져 나온 피로 범벅이 된 얼굴과 붉게 염색되다시피 한 흰색 상의, 그리고 손 끝으로 느껴지던 너무나 미약한 심장박동까지 아주 명확하다.

     

    꽤 오랫동안 숲지기를 했지만, 어린아이가 그토록 심각한 부상을 입고 죽어가는 장면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그 뒤에 응급구조사가 외치는 말까지도.

     

    이미 내출혈이 심한데다 심장까지 멈춰서, 병원까지 가더라도 살지 못할 것 같다던 그 말…….

    스치듯이, 그러나 귓가에 똑똑히 다가왔던 그 말을 들은 뒤로는 항상 그 말만이 귓가에 아른거렸다.

     

    샌슨은 이를 악문다.

     

    진작에 리엔느 숲에 그런 악당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그 아이가 그렇게 다칠 이유도, 죽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상태로 루크 숲 지원, 정말 괜찮겠어? 그 쪽은 리엔느 숲에 없는 위험요소도 많을 텐데.”

     

    그 말에, 드디어 샌슨이 입을 열었다.

     

    “오히려 그게 나아. 일이 바쁜 게.”

     

    지금처럼 한가해 봤자, 기억만 계속 곱씹게 될 뿐이니까.

     

    ———–

     

    그렇게 루크 숲에 도착한 루크는, 곧바로 숲지기들의 환대를 받았다.

    그중에서도 소르비는 루크를 더욱 반갑게 맞이하며 말했다.

     

    “루크! 저번주에 생일이었다면서!”

    “아, 맞아. 그랬네만.”

    “자, 이거! 선물이야!”

     

    헌데 소르비가 건네는 선물이라, 루크는 조금 걱정스러웠다.

    그녀가 건넨 선물은 하나같이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았으니 말이다.

    과거 휴대폰을 선물로 주었을 때는 치욕스러운 말을 하게 시키질 않나(이제는 언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지만), 옷을 선물해준답시고 하늘하늘한 프릴 원피스를 입히고는 마구 사진을 찍는다던가…….

     

    하여튼 그녀의 선물은 언제나 어딘가 나사빠진 부분이 있었다.

     

    이번이라고 다를까.

     

    ‘이건 상자가 꽤 크군.’

     

    혹시 이걸 열면 안에서 뭔가 튀어나온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아니면 이번에도 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신을 골탕먹이기 위한 떡밥일지도 모른다.

     

    루크는 어떤 선물의 내용에도 당황하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먹고 선물상자를 벌컥 연다.

    그리고 루크는 이내 선물의 내용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그냥 물뿌리개와 모종삽이로군.”

    “어라? 반응이 좀 이상한데? 맘에 들지 않아?”

     

    의외로 정상적인 선물에 놀랐을 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 쓰던 물뿌리개는 기존에 꽤 오랫동안 사용했던 모양이라 낡고 오래되어 물이 골고루 뿌려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으니 말이다.

    모종삽 역시 기본적으로 숲지기인 어른의 크기에 맞춰져 있어서 쥐기에 불편했고.

     

    그러니 이 선물은 꽤나 센스가 있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니, 굉장히 마음에 들어. 정말로 고맙구나.”

    “그치? 키르케랑 다프네 언니랑 다 같이 골랐어! 어때? 정말 귀엽지 않아?”

     

    루크는 초록색 코끼리 모양의 물뿌리개와, 노란색 고양이 모양의 모종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굳이 이런 장식이 들어가야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장식이 있어서 나쁜 점만 없다면야.

     

    “뭐어……. 그런 것 같기도 하군. 다프네에게도 고맙네. 내 잘 쓰도록 하지.”

    “응.”

     

    그렇게 다프네에게도 인사를 건넨 루크는 문득 숲에 못 보던 얼굴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헌데, 못 보던 얼굴들이 몹시 많구나. 보아하니 신입은 아닌 것 같고……. 지원인가?”

    “오, 바로 아는구나? 꽤 대단한 눈썰미인데?”

     

    키르케는 그런 루크가 놀랍다는 듯이 입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실은, 요즘 일이 별로 없는 리엔느 숲에서 지원을 좀 받았거든. 지금은 아직 바쁠 때가 아니지만, 나중에 손발을 맞추려면 미리 훈련하고 준비해야 하니까.”

    “아하. 그런 거였군.”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던 때였다.

     

     

    “대체 왜 숲에 꼬마가 있는 거죠?”

     

    조금 화가 난 듯한 목소리의 남성이 루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위험하기로 소문이 난 루크 숲에 어린아이가 있다는 것이 불만인 모양.

     

    그러자 곧 다프네가 빠르고 침착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아, 샌슨씨. 얘는 우리 대장님이 보호하고 있는 애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심장에 서클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마나를 받아들여야 하거든요.”

    “서클이 있다는 게 이 위험한 루크 숲에 아이를 놔둘 수 있는 이유로 충분합니까?”

    “음…….”

     

    다프네는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뭐,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사실 그렇긴 하지만…….

    “루크는 대부분 예르나 대장의 숙소나 사무실에서 생활하고 있어서 위험할 일은 거의 없어요. 게다가, 언제나 숲지기들이 루크의 행방을 알 수 있게 조치하고 있고요. 물론 웨이브나 특수한 상황이 예측될 때는 루크도 숲에 들이지 않죠.”

     

    하지만 다프네의 설명에도 샌슨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숲은 위험하지 않습니까. 어떤 변수가 있을 줄 알고요?”

    “그렇기는 하지만…….”

     

    사실, 이 숲에서 가장 큰 변수라고 한다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예르나였다.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녀만 있다면 어떻게든 된다는 것이 루크 숲 숲지기들의 보편적인 마음가짐이었고, 때문에 그런 예르나가 직접 보호하는 루크의 안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야 그럴게, 그 거대한 몬스터, 사이클롭스와 순수한 1대1이 가능한 숲지기다.

    실제로 한번은 그 상황에서 승리를 거두기까지 했었다.

     

    예르나는 에이레스의 숲지기들 사이에서도 단연코 한 손 안에 꼽을 수 있을 것이 분명하고, 만약 과거에 태어났다면 반드시 영웅으로 이름을 날렸을 인물이 아닌가.

    그런데다, 예르나는 아직도 전성기가 한참이나 남은 젊은 엘프다.

    당시 사이클롭스를 퇴치했던 그 기량에서 올라갔으면 더 올라갔지, 결코 내려가지는 않았으리라.

     

    ‘게다가……. 루크의 근처로 웬만한 몬스터가 다가오는 일도 없고 말이지.’

     

    저래보여도 루크는 사실 키메라 실험체라 일반적인 아이와는 그 구성성분부터 다르지 않은가?

    다프네도 과거 루크가 동화 속에나 나올 법 한 존재인 ‘용’으로 변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아마도 육감이 발달한 몬스터들은 그 본질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피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사실은 비밀이라 이 사람에겐 말할 수 없지만.

     

     

    그 때, 루크가 끼어들며 말했다.

     

    “뭐, 너무 그러지 말게나. 그녀의 말에도 다 근거가 있으니 말이야. 이 시기의 루크 숲은 그대의 생각만큼 위험하지도 않고.”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오기엔 상당히 낡아 보이는 듯 한 어투에 샌슨은 조금 당황했으나, 이내 빠르게 표정을 다시 험악하게 굳히고는 말했다.

     

    “꼬마야, 어른들 말하는데 끼어들지 마라.”

     

    하지만 아이는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씨익 웃으며 말을 건넨다.

     

    “그대는 리엔느 숲에서 왔다고 들었네만, 맞나?”

    “맞다.”

     

    그렇다면 루크 숲의 생태에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

    루크는 그가 납득할 수 있는 긴 설득을 하기에 앞서,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했다.

     

    “일단, 감사를 전하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건네는 루크의 말에 샌슨은 결국 굳혔던 표정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대와 같은 숲지기 덕분에, 예르나와 내가 그곳에서 구조될 수 있었으니 말일세.”

     

    구조?

    순간 샌슨의 머릿속에서 한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잠깐만, 가만 보니, 너……. 그때 그……?”

    “오, 혹시 그곳에서 날 보았나?”

     

    루크의 얼굴을 자세히 살핀 샌슨은 그제서야 탄성을 내뱉었다.

     

    “그, 그래! 너였어! 네가 그때 그 아이였어!”

     

    당시 루크는 그 얼굴이 피로 가려질 정도였기에, 처음 보자마자 곧바로 구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샌슨의 눈앞에 있는 이 아이는, 틀림없이 그때 그 아이와 똑같았다!

     

    “그, 그때 죽은 게 아니었던 건가?”

    “내가? 흐음, 글쎄. 착각이 아닌가? 심장은 꽤 오래 멈춰있었다고 듣기는 했네만.”

     

    루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야, 시가르마타와의 거래는 그만큼 큰 일이었으니까.

    한두시간정도 숨이 멎는 것은 굉장히 싸게 먹힌 편이다.

     

    “이럴수가……. 나는 여태껏 네가 죽은 줄 알고……!”

     

    샌슨은 다리에 힘이 풀린 것 처럼 무릎을 꿇고는 루크의 손을 붙잡은 채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아이가 죽었다는 것을 차마 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아 생사도 묻지 않고 지내왔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정말 우연히도, 이런 기회가 자신을 찾아오다니!

     

    “신이시여, 정말 감사합니다……!”

     

    신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지금은 명확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기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이 기쁨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는 구원받았다.

     

    마치 길고 깊은 어둠 속에서 마침내 빛을 발견한 사람처럼.

     

     

     

     

    “어…….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신실함을 지녔군, 그대는.”

     

    루크는 그저 갑자기 감정을 터트리며 우는 그를 달랠 방법을 찾을 수 없어 당황할 뿐이었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으아, 침대에서 너무 오래 쉬었더니 머리가 굳었는지 이거 쓰는데 3번이나 갈아엎었습니다.
    역시 글쓰기는 쉬면 안되는 것 같네요. -0-;
    사실 과거 회상으로 한턴 벌고 그대로 다음에 본편까지 연참할 생각이었는데….ㅎ;

    같은 숲지기지만, 사실 숲지기들의 성격은 근무하는 숲마다 달라요!
    딱 이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주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루크 숲의 숲지기들은 군인같은 느낌이 강하고, 각종 마나시설이 들어선 다른 숲은 경찰이나 구조대에 더 가깝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샌슨의 심정은 화재현장에서 아이를 구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지닌 소방관의 감정을 떠올리시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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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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