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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7

     

    엘릭서는 한 마디로, 개사기템이었다.

     

    단어가 좀 쌈마이한데, 농담이 아니라 정확한 표현이다.

     

    나는 며칠 만에 물가에 내놓은 개구리 마냥 펄쩍펄쩍 뛰어다닐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회복한 정도가 아니라 조금만 운동해도 체력이 쫙쫙 붙게 됐는데, 타냐가 보고는 체질이 바뀌었다고 평가해줬다.

     

    기운이 흘러넘치니 이것저것 하고 싶어져서 내의원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바쁘게 지내게 됐다.

     

    내가 일을 좋아하는 체질이었나? 그럴 리가 없는데.

     

    물론 아무리 부지런하다 한들 병원에서 퇴근은 정시에 한다.

     

    이유는 당연하지만,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었다.

     

     

    “라스, 버블티 만들어줘.”

     

    사이 좋게 엘릭서를 나눠 마시고 1주일.

    아셀라는 어느덧 옛날 내가 모시던 황녀님 시절 성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점심에도 드셨잖아요. 그러다 살쪄요?”

     

    “엘릭서 덕분에 안 쪄. 실험해 봤어.”

     

    “진짜요? 사기네.”

     

    “빨리. 만들어 주면 있다가 상 줄게.”

     

    어지간히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그녀다. 특히 버블티는 매일같이 만들어달라고 재촉했기에 점심시간에도 병원을 나와 저택까지 뛰어가야만 했다.

     

    흠… 장소만 달라졌지 어째 평생 주치의로 모셔야 할 것 같은 불안함이 드는데.

     

    “그거, 상이 맞기는 하지요?”

     

    “그럼.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니.”

     

    아셀라가 빨대 끝을 까득 물어뜯으며 요염한 미소를 보냈다.

     

    요즘 들어서는 밖에서도 자주 이렇게 노골적으로 애정표현을 보내온다.

     

    뭐, 귀여우니까 속아주기로 했다.

     

     

     

    같은 방을 쓰고 있기에 저녁 시간이 되면 늘 아셀라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황실에서는 생각도 못 했던 여러 가지 일을 하나씩 해보는 중이다.

     

    함께 책을 읽는다든지, 뒷마당에 나가 공을 던지며 논다든지.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 없는 극장에 들어가 연극을 보고 온다든지.

     

    꽤 즐겁다.

     

    “거기 웃통 벗고 엎드려 봐.”

     

    오늘은 인도어 활동인 모양이었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있으니 목덜미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액체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깜짝이야. 설마 슬라임은 아니죠?”

     

    “로션이야. 동방에서 하는 기 마사지라는 거래. 루시가 옛날에 알려줬어.”

     

    “오, 알죠. 그런데 갑자기 왜요?”

     

    “상 준다고 했잖아. 전에 루시가 해줬을 때 기분 좋았거든.”

     

    그리 말하고는 아셀라가 치덕치덕 로션을 바른 내 등을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사실 악력이 별로 센 편은 아니라서 별로 시원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어때?”

     

    “좋네요.”

     

    “반응이 미적지근한데.”

     

    등 위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아셀라가 내 위에 올라탄 것이었다.

     

    “영광으로 알려무나. 제국의 황녀가 직접 상을 내려 주는 호사를 또 경험해 볼 신하가 어디 있겠니.”

     

    “흠… 그야 그런데요.”

     

    내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저랑 결혼하면 국적이 바뀌니까 전 황녀로 격하되지 않아요?”

     

    우뚝.

     

    아셀라의 손길이 멈추었다.

     

    “…그래서, 황녀가 아닌 내 마사지는 못 받겠다 이 말이니?”

     

    “아뇨 뭐. 그래도 후국 중역의 귀부인이시니 충분히 높으신 분이죠. 영광입니다요.”

     

    “하여간 정말.”

     

    아셀라는 내가 얄미웠는지 목덜미를 꼬집었다.

     

    그리고는 내 등에 자기 몸을 붙이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렇게 나랑 결혼하고 싶어?”

     

    “황녀님은 어떤데요?”

     

    “몰라, 너부터 말해.”

     

    그리 말하며 아셀라가 입술로 내 귓불을 앙 물었다. 그녀의 날숨소리가 머릿속을 직접 때려왔다.

     

    “황녀님께서 모르시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아, 혹시 아내보다는 혼약자라는 신분을 더 좋아하신다든가. 왜, 결혼할 가능성이 있는 자신에게 도취된 상태?”

     

    찰싹, 내 등을 때리는 아셀라.

     

    중독되면 안 되는데. 아셀라는 놀리는 맛이 찰지다.

     

    “꺅.”

     

    내가 빙글 돌아 그녀를 배 위에 올려놓으니 아셀라가 예상하지 못했는지 가볍게 놀랐다.

     

    “어쩌고 싶으세요? 할까요? 결혼.”

     

    능글거리며 물어보니 아셀라가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고개를 슬쩍 돌리고는 귀를 새빨갛게 물들인다.

     

    “그게…”

     

    “왜요? 막상 때가 되니 역시 후회되시는 점이 있다든가.”

     

    “아냐! 후회할 리가 없잖아. 그게 아니라…”

     

    아셀라가 머뭇거리며 내 품속으로 꼬물거리며 파고 들어왔다. 편안한 장소를 찾고 싶어서 나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그… 결혼을 하면.”

     

    “예.”

     

    “…네가 내게 실망하면 어떡해.”

     

    “제가 이제와 왜 그러겠어요. 답지 않게 걱정이 많으시네.”

     

    아셀라가 뾰루퉁하게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허세는 안 부려. 근거 없이 가지는 자신감은 자만이잖아. 그랬다가 실패하면 명예를 지킬 수 없으니까. 한 번 떨어진 명예는 물과 같아서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어.”

     

    “그런 것 치고는 항상 자신감 넘치셨잖아요.”

     

    “지금까지는 자신감에 전부 근거가 있었으니까 그렇지.”

     

    아하.

    하긴 정치든 경제든 민생이든 마법이든 승계권을 놓고 하는 대결이든 뭔들 못하시는 게 없으시니까.

     

    “하지만 결혼은 미지의 영역이니 자신이 없으시다는 말씀이시군요.”

     

    “결혼생활은 자신 있어. 네가 자는 동안 후국을 관리한 걸 보면 알잖니. 내 내조는 완벽해.”

     

    “그럼 뭐가 그렇게 걱정이실까요. 누구보다 더없이 완벽한 황녀님께서.”

     

    “그…”

     

    아셀라가 입을 쩝쩝 다시며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뗐다.

     

    “…밤일이… 안 해봤으니까…”

     

    “푸핫.”

     

    나는 그만 웃음이 터져서 아셀라의 뺨을 양손으로 잡아버렸다.

     

    “하지 마아. 사람이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아니, 웃기잖아요. 뭐 그런 걱정을 하고 계신담.”

     

    “네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구나. 귀족가의 친자검사 정합 비율을 봤니? 불륜이 나는 가문의 숫자 통계는? 애당초 왜 가주가 십 년을 못 참고 첩을 들이겠어. 중요한 얘기라니까?”

     

    “예예, 황녀님 말씀이 다 맞아요.”

     

    “나는 그런 건 아예 문외한이란 말이야. 라스 너는 능숙할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그래 보여요?”

     

    “…아냐?”

     

    “저도 황녀님과 만나기 10분 전까지 몇백 번을 마왕군이랑 치열하게 싸웠거든요.”

     

    “…그도 그렇네.”

     

    아셀라는 내 대답에 납득했는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그녀가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그러면 라스, 내가 서툴러도 정이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겠니? 아니, 애초에 사람 마음을 약속받는 것도 우습긴 하구나.”

     

    아셀라가 심호흡을 하고는 눈매를 날카롭게 고쳤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내가 잘하지 못할 분야가 있을 리가 없지. 두고 보렴. 남은 평생을 내게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줄 테니.”

     

    그리 말하며 아셀라가 손가락으로 내 턱을 쓸어넘겼다.

     

    굳이 황실 말투까지 써가며 위엄 있어 보이고 싶었던 모양인데, 솔직히 지금은 애교 부리는 걸로 보이기만 한다.

     

    “그래요, 기대할게요.”

     

    “반응이 열 받아.”

     

    아셀라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틱틱, 내 쇄골 근처를 두드렸다.

     

    “얘, 라스. 어떻게 이런 주제를 꺼냈는데도 너는 로맨틱한 무드도 안 잡는 거야.”

     

    “제가 로맨스하고 거리가 멀긴 하죠.”

     

    “그럼 공부를 해야지. 언제까지 나 몰라라 하려고.”

     

    “맞는 말씀이시긴 한데요.”

     

    아셀라… 라.

     

    솔직히 말해서 약간 걸리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내 담당 환자였고, 나는 담당 주치의였다.

     

    직업상 이성적인 눈으로 보면 안 되는 게 당연하기도 했고, 미래의 악연도 있었고.

     

    망설이고 있으니 아셀라가 조금 실망한 눈치를 보였다.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부족해?”

     

    “그럴 리가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처음, 그러니까 제 입장에서 처음 봤을 때 황녀님은 지금 모습이셨는데요.”

     

    “응.”

     

    “첫눈에 안 반하려고 허벅지를 꼬집어야 했어요.”

     

    내 대답에 아셀라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꼬리가 들썩거렸다.

     

    그것도 잠시, 눈매를 굳히고는 상체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붙여온다.

     

    “그럼 어떻게 동침하면서 내게 손도 안 댈 수가 있니? 이제 몸도 팔팔해졌잖아.”

     

    “어쩐지 윤리적으로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하, 어이가 없네. 라스, 아직도 내가 열네 살로 보여?”

     

    “…조금은요?”

     

    “10년이 지났는데! 성인식도 한참 전에 했거든, 넌 몰랐겠지만. 봐!”

     

    아셀라가 억울하다는 듯 내게 난폭하게 입을 맞춰왔다. 순식간에 아셀라의 맛이 입안을 침범해왔다.

     

    …확실히 조금은 달랐다. 사랑 고백을 할 때 같은 풋풋한 느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잘 차려진 식사가 되어서 잡아먹히는 기분이랄까. 그러고 보면 아셀라에게 꿈이라고 거짓말 하고 키스당했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나한테는 얼마 전이지만 아셀라에게는 한참 된 일이구나.’

     

    그녀와 내가 세 살 차이고, 내가 잠들어있던 시간도 3년이니 이제는 동갑으로 볼 수도 있…나?

     

    아셀라는 한참 내 입 안을 탐미하고는, 간신히 떨어진 후 가쁜 숨을 내쉬며 입가의 침을 슥 닦았다.

     

    “어때, 이제 내가 뭐로 보이니?”

     

    “…세상 무엇보다 가지고 싶은 매력적인 여성이십니다.”

     

    “진작 그렇게 대답했어야지.”

     

    나는 상체를 일으켜 지긋이 아셀라를 바라보았다. 막상 그렇게 나가니 그녀가 살짝 긴장하며 몸을 뒤로 뺐다.

     

    눈을 바쁘게 깜빡이다가 내 가슴을 살짝 손바닥으로 건드려보는 아셀라. 그리고는 깜짝 놀라서 손을 뗀다.

     

    진짜 웃기네.

     

    나는 천천히 아셀라를 껴안으며 목덜미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녀의 몸이 가볍게 진동했다.

     

    고개를 들어 귓불을 살짝 입술로 깨문 순간.

     

    “히잇?!”

     

    아셀라가 펄쩍 뛰어오를 기세로 깜짝 놀라며 몸을 세차게 떨었다.

     

    “하아, 하아.”

     

    그녀가 몸을 떨어트리고는 가쁜 호흡을 내쉬었다.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몸을 배배 꼬았다.

     

    “라스.”

     

    “예, 황녀님.”

     

    “내일 결혼해.”

     

    “하객은 어쩌고요. 후국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헤이케는 당장 부를 수도…”

     

    “리콜로 앉히면 되지.”

     

    “국제적 문제가 됩니다. 1주… 2주만 더 참으세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아셀라를 껴안고 침대로 풀썩 쓰러졌다.

     

    “…우으.”

     

    아셀라는 잠들기 전까지 내 품 안에서 몸을 비비적대며 훌쩍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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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The Doctor Cured The Villainess And Ran Away

주치의는 악녀를 고치고 도망쳤다
Score 3.6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coming the physician of the villainess who brought about the world’s destruction, I tried to escape to survive, but the reactions were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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