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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7

       마차에서 내린 엘라는 원더랜드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한 거리에 요란한 가면을 쓴 사람들이 가득했다. 자신들이 2주 가까이 폐관 수련(?)을 하는 동안 어느새 예테린푸르크는 할로윈 색깔로 완연히 물들어 있었다.

         

       온갖 괴물과 요정들로 북적거리는 거리를 보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여긴 좀 덜 시끄럽네.”

         

       사실과 동떨어져 있는 그녀의 설명에 옆에 있던 레이나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지난 사흘간 편히 쉬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러 기자들이 숙소 앞에 대거 몰려왔기 때문이다.

         

       “한마디 좀 해주시죠!”

       “왜 안 나오는 거죠? 공장에 들어갈 때는 사진 잘만 찍지 않았습니까?”

       “사기꾼들은 어서 해명해라!”

         

       그들로서는 이렇게 소문이 빨리 퍼질 수 있겠나 싶었지만, 사실 소문은 2주 전부터 퍼지고 있었다. 즉,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갑자기 형성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게 진짜일까 가짜일까 논란 속에서 누적된 것이 한 번에 터져 나온 것이었다.

         

       신문에서는 그들을 ‘프랭크 10’이라고 부르며 조롱했다.

       프랭크는 코미디의 한 장르로 가짜 상황을 만들어 연기자를 속이는 것을 뜻했다. 마술사나 곡예사를 무대에 올려놓고 마술 장치나 곡예 도구에 장난을 쳐서, 재주부리는 데 실패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즐기는 것이 보통의 형태였다.

         

       가짜 대본을 진짜라고 믿고 연기한 그들에게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별명이었다.

         

       프랭크 10에 속한 사람들이 평범한 단원들이었다면, 개인의 일탈로 둘러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장들까지 죄다 엮인 바람에 그런 변명도 불가능했다. 해당 서커스단 전체가 업계의 놀림감이 되었다.

         

       기자들은 별장으로 들어가는 길목마다 삼삼오오 진을 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스벤이 자신이 나서서 그들을 ‘설득해서’ 내쫓아보겠다고 했다. 그의 인스피라인 ‘광대의 허언’은 단원 외 대상에게 약한 최면을 거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이 그를 제지했다. 스벤의 능력은 효과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최면이 얼마나 유지될지도 모르고, 또 풀리고 나서의 일도 문제였다. 정신을 차린 기자들이 보복성 기사를 써댈 수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악명은 충분했다.

         

       <과자 공장 구석에서 일어난 협잡. 다섯 단장, 사실 대본이 가짜인 거 알고 있었다?>

       <수상쩍은 선발 기준, 후원자 측의 로비로 인한 것인가>

       <더 큰 주목을 받고 싶어서 그랬어요. 무명이었던 엘라, 스타병에 걸렸나?>

         

       하지도 않은 말이 한 것처럼 실려 있었고, 사실도 아닌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돌아다녔다.

       때로는 공작이, 때로는 후원자가 그 대상이 되었지만, 주된 비난의 초점은 무대에 관여한 10명으로 맞춰졌다.

         

       앞서 말했듯이 밖에서는 환상의 13번의 진위 논란으로 여론이 험악하게 변해가는데 그들은 묵묵부답으로 연기에만 전념했던 탓이 컸다.

         

       공작 본인은 약속했던 대로 최대한 자신의 탓을 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 정도 위치가 되는 사람이면 그를 둘러싼 힘이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이는 법이었다.

         

       공작의 세가 강한 이 지역 언론들은 늙고 병든 눈먼 공작이 대본을 어떻게 알아보겠냐, 전부 옆에서 알랑방귀를 뀐 광대 놈들 탓이라는 식의 논리를 펴나갔다.

         

       특히, 공작의 별장에서 머무르고 있는 지몬이 주요 타겟이 되었다. 기사에는 공작 옆에서 굽실대고 있는 그의 사진이 꼭 실렸다. 이 도시에 와서 영업을 위해 여기저기 눈도장을 찍으러 다닌 덕에 자료는 차고 넘쳤다.

         

        단장 중 대표로 매를 맞고 있는 게 그라면, 다섯 곡예사 중에서는 엘라가 언론들의 주요 먹잇감이 되었다.

       다섯 곡예사 중 필두로 여겨지는 것이 그녀와 레이나였는데, 경력이 탄탄하고 과묵하며 평소 인터뷰에도 소극적이라 다소 ‘재미없다’라는 평가를 받은 레이나와 달리, 엘라는 배경도 별 볼 일 없고 인터뷰를 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섰던 터라 기자들이 물어뜯기 좋았기 때문이다.

         

       언론은 무명이었던 그녀가 입학시험에서 이름을 날린 것을 계기로 유명세에 안달 난 것처럼 묘사했다.

       서커스 잡지에 실렸던 인터뷰도 문제였다. 거기서 그녀는 크리스티앙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무 작품 구절이나 요구하는 대로 즉석에서 연기하는 퍼포먼스까지 했었다.

         

       그런 것이 지금은 역으로 그녀를 공격하는 재료로 쓰였다.

         

       살벌한 인터넷 방송업계에서 몇 년이나 살았던 원더스타인이었다.

       이 시대의 언론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원색적이고 지저분한 조롱과 비난을 받았었다. 그의 실력을 폄훼하는 건 기본이고, 그의 장애를 비웃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그렇게 도를 넘은 욕설을 하는 사람 중에는 고소하고 보면 같은 장애인이 나오기도 했다. 대부분 그보다 나은 처지의 몸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처럼 비참하거나 우울하지 않고, 까불거리고 활기찬 그의 캐릭터를 아니꼽게 봤다.

         

       상처도 많이 받았고 정신적 장애까지 겪었었다.

       그런 그이기에 엘라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악의적인 언론의 공격에도 단원들 앞에서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그녀.

       그 뒤편에 얼마나 많은 상처가 있을지…….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외출을 권했다.

         

       “엘라 양, 내일은 단원들과 같이 밖에서 놀다 오는 게 어때요?”

       “뭐? 지금 이 판국에? 거기다 모레는 시험 설명회가 있잖아…….”

         

       엘라가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놀 시간이 내일밖에 없잖아요. 어차피 체력 훈련은 이제 쉬어야 할 타이밍이고.”

         

       그의 말에 그녀는 곤란한 듯 창밖을 슬쩍 바라봤다.

         

       “그, 그렇지만 괜히 밖에 나갔다가 또 어떤 트집을 잡힐지…….”

       “변장하면 모를 거예요. 여기서 나가는 것은 아르노 단장님이 도와준다고 하더군요.”

         

       엘라는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었다. 그것은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무서워하다니.

         

       지금까지 그녀가 모든 일에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부끄러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주변에서 무슨 소리를 들어도 자신만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자신이 ‘틀렸다’라고 생각하게 되자, 자신감의 갑옷이 깨져버렸다. 그리고 세상의 날 선 말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속마음을 짐작한 듯 잘 움직이지도 않는 팔을 들어 그녀를 토닥여 주었다.

         

       “힘들죠?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게 어떤 건지 저는 잘 압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 갇혀 있으면 더 위축되고 더 고통스러워질 뿐이에요. 엘라 양, 제가 버리라고 한 신문들도 밤에 몰래 주워서 읽고 있죠?”

       “그, 그건……그래도 확인은 해야지…….”

         

       원더스타인은 그 마음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말고 내일 한 번 밖으로 나가 보세요. 일에 대한 건 싹 잊고 놀다 오세요.”

         

       그의 포옹을 받은 엘라의 얼굴이 새빨갛게 익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항상 적극적으로 다가간 것은 그녀였다. 그는 언제나 수동적으로 그녀를 받아주기만 했고, 너무 다가가면 한발 물러서기까지 했다.

       심지어 두 달 전에는 그녀의 고백을 단칼에 거절하지도 않았던가.

         

       그런데 그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서 다가와 위로해주다니.

       그녀는 용기가 솟는 걸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다음 날, 밖으로 나온 엘라는 그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느꼈다.

         

       “끝내주는데?”

         

       그녀는 거리를 둘러봤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경쾌한 음악들이 그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축제 특유의 활기찬 기운이 며칠 내내 먹구름이 끼어 있던 그녀의 머릿속을 활짝 개게 했다.

         

       기억이 다 돌아오면 확실해질 일이지만, 그녀는 지금 확신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자신을 생각해주는 그가 절대로 나쁜 사람일 리 없었다.

         

       그 믿음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더 커졌다. 오해와 편견이 얼마나 사람을 구석으로 몰아세울 수 있는지 말이다.

         

       “요, 엘라! 잘 빠져나왔군!”

       “죽을 것 같던 면상도 펴졌는데?”

       “오늘 한 번 신나게 놀다가 들어가자고!”

         

       오늘 그들을 안내하기로 한 것은 바로 트라이머리 형제와 우몬이었다.

         

       괴물 단원들은 그들이 공작에게 가 있던 10일 동안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축제를 즐겼다. 그래서인지 오늘 나가자고 했을 때, 다들 피곤해하는 눈치였다. 따라나서는 사람은 트라이머리 세 사람과 우몬밖에 없었다.

         

       “이쪽으로 가면 제국 서부에서 온 소형 서커스단들이 열고 있는 길거리 곡예 도전 마당이 나와요. 처음 보는 재주가 많아서 특이해요. 그리고 이쪽은 집시들의 인형극 공연…….”

         

       엘라는 수상할 정도로 축제 프로그램을 꿰고 있는 우몬을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봤다.

         

       “우리 없는 동안 훈련 제대로 한 거 맞아? 너무 잘 아는데?”

         

       그녀의 말에 트라이머리가 억울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봐, 내 말이 맞지? 부단장 100% 이렇게 나온다고 했잖아.”

       “시킨 건 다했다니까!”

       “그래그래. 짬짬이 놀러 나온 거야!”

       “맞아요! 엘라 누나는 훈련 강박증이에요! 레이나 누나가 다시 와 줬으면…….”

       “뭐?”

         

       엘라가 우몬에게 눈을 흘겼고, 트라이머리 삼형제를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옆에 있던 레이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지만, 아무도 그녀가 웃는 걸 보지 못했다.

       그녀가 쓰고 있는 가면 때문이었다.

         

       “그 가면은 언제 벗을래? 네 얼굴 까먹겠다.”

         

       레이나는 엘라의 말에 ‘우는 여자’의 가면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조금 고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빠가 선물해준 거야.”

       “갑자기 왜 친한 척?”

         

       지몬과 그녀의 사이를 알고 있던 엘라는 레이나의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면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말을 돌렸다.

         

       “그런데 네 할로윈 복장은 설마 원더랜드에서 봤던 그 아저씨 거야?”

       “아, 이거? 헤헷, 한 번 따라 해 봤지!”

         

       엘라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봤다. 그녀는 원더랜드에서 돌아와서 원래 재단사에게 맞췄던 할로윈 복장 대신 새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별장에 있는 재료로 대충 만든 터라 별로 볼품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허수아비 같은 맛이 났다.

         

       “자, 타시죠, 엘피 양!”

         

       엘라가 그의 목소리까지 흉내 내며 그의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소리 내어 웃는 편이 아니던 레이나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기까지 했다.

         

       ‘확실히 밖에 나오니 낫네.’

         

       레이나는 원더스타인의 제안을 수락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녀에겐 남들과 다른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아버지’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얼마 후, 루엘로와 만나기로 했던 지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병아리 옷을 입은 어린 여자애와 거위 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엘라는 도스빌 남작을 보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루엘로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게 되니 떨떠름했다. 그녀가 머뭇거리는 사이, 우몬이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손바닥을 쳤다.

         

       “그때, 토마토 던진 아저씨!”

         

       그의 말에 도스빌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원더스타인 서커스 단원이군. 그런데 아저씨라니. 이봐, 괴물 형씨, 나 20대요.”

       “헷, 그럼 아저씨 맞네요. 그리고 형씨라뇨. 저는 10살이에요.”

       “……뭣?”

         

       그때, 트라이머리도 뒤늦게 그를 알아보고 끼어들었다.

         

       “그때 불량배들 끌고 와서 깽판 치던 놈 아냐?”

       “맞아. 그전에 우리 단장에게 누명도 씌우려 했고.”

       “이 자식, 여기는 웬일이야?”

       “이 괴물 놈들이……. 내가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이 꼬마 악마가…….”

         

       남자들끼리 언성을 높이며 서로 삿대질하는 동안 레이나와 엘라는 루리와 인사를 나눴다.

       고작 며칠 안 봤지만, 서로 얼굴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

       동병상련의 마음이 생겨서 그럴지도 몰랐다.

         

       “레이나 언니 얼굴 보고 싶은데…….”

       “지금은 좀 그래. 나중에 보여줄게.”

         

       루엘로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레이나는 원더랜드에서 돌아오고 나서 한 번도 이 가면을 벗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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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rKae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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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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