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47

       

       

       

       

       

       247화. 성지 재개발 운동 ( 1 )

       

       

       

       

       

       위대하신 분께서 굽어살피시는 땅, 성지.

       

       드넓은 그 땅에서는 지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여러 종족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었다.

       

       종일 불 앞에서 금속을 두들기는 드워프, 황금 나무를 가꾸며 살아가는 엘프, 그림자속에서 나오지 않는 밤의 일족.

       그리고 신화시대의 지배자, 서리비룡 이베르까지.

       

       제각기 한 개성 하는 종족들이다. 

       모두가 저마다 성지에서 맡은 역할이 있었으며, 그것을 삶의 보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그렇다.

       성지에 모인 종족은 저마다의 장기를 뽐내며 신에게 봉사하는 것을 기쁨으로 여겼다.

       

       “…..이봐… 그쪽 귀 긴 친구들은 요즘 좀 어떤가?”

       “…저희 쪽 상황도 그렇게 좋지 않네요. 거기, 그러니까 성함이… 바, 토이 씨?”

       “바, 바바바토리! 입니다… 저, 저희도 요즘은… 조금 맨날… 쉬는 중이네요… 헤, 헤헤…”

       “삐이이익… 삑, 삐이이ㅡ”

       

       드물게 심각한 표정으로 모여서 쑥덕거리는 세 종족의 대표와 용 한 마리.

       

       드워프의 맏형, 오푸스 팔락.

       엘프의 대장로, 알랜시아.

       지나가다 끌려온 밤의 일족, 바토리.

       서리비룡, 이베르.

       

       바토리는 일족의 대표라고 부르기에는 끗발이 좀 딸렸지만, 일족의 수장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어 대신 끌려 나왔다.

       

       그들의 표정은 아주아주 심각했다.

       마주한 문제가 굉장히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로 심각했냐면, 언제나 활화산 같은 열기를 뿜어내던 드워프의 대장간이 얼음처럼 식어 있을 정도였다.

       

       자나 깨나 거대한 불 앞에서 금속 두들기는 것을 삶의 이유로 삼는 드워프의 대장간이 식어있다니.

       이는 드워프의 심장이 멈춘 것이나 다름없었다.

       

       밤의 일족이나 엘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 저희들은 요즘… 헤, 헤헤. 맨날 쉬면서 제, 제제제법 괜찮게 지내는ㅡ”

       “뭐라고?”

       “히끕… 아, 아닙니다…”

       

       오푸스 팔락이 해맑은 바토리를 잠시 째려보다 침음을 흘렸다.

       

       “…후우ㅡ 자네들도 알겠지만 말이야… 요즘, 아무래도… 끙.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도 불경하구만.”

       

       최초로 탄생한 드워프인 만큼, 신에 대한 충성과 신앙이 남다른 오푸르 팔락은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괴롭다는 표정이었다.

       

       “……끄응. 아무래도 말이지… 요즘, 위대하신 분께서…… 성지를 살피시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줄지 않았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

       

       위대하신 분께서 성지에 오시지 않는다.

       그것도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처음에는 그저 공사다망하신 분이어서 그렇구나ㅡ 하였다.

       그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을 때도 기다렸다. 

       

       기다렸다.

       기다렸다….

       계속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고 흐르고, 또 흘렀다.

       시간은 불어오는 바람처럼 쏜살같이 흘렀지만, 위대하신 분께서는 성지에 오지 않았다.

       

       아니, 아주 가끔 오시기는 했다.

       

       하지만 아주 잠깐, 터무니 없이 짧은 시간 동안 성지를 살피다가 금새 가시기 일쑤였다.

       

       “오실 때마다 평소처럼 행동하려 애쓰기는 했는데…”

       

       그들은 연기에 소질이 없었다. 애당초 거대한 진리를 품으신 위대한 분 앞에서 감히 무엇을 숨길 수 있겠냐마는.

       

       아무튼.

       그렇게 마지막으로 오셨을 때로부터 긴 시간이 흘렀다.

       

       드워프는 망치질을 멈췄고, 엘프들은 나무 위에서 잠만 잤으며, 밤의 일족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베르마저 온천욕을 멈출 정도였으니, 사안이 굉장히 중대했다.

       

       “……저희의 노력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걸까요…”

       “…그, 그그그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 저희 모두! 여, 열심히 최선을 다했잖아요!”

       “나는… 나는 모르겠구만… 이건 위대하신 분께서 의도하신 시련인 걸까?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시려는?”

       “삐ㅡ이익…”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걸까.

       

       세 종족의 대표와 용 한 마리가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봐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노력이 부족했나?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영혼을 쏟아부을 기세로 정성을 들였다.

       누군가 무례했나? 그럴 리가. 드워프들은 위대하신 분께서 정한 술 세 컵의 금주 법칙을 아직도 지키고 있었다.

       

       “도대체… 도대체 우리의 뭐가 문제일꼬…”

       

       쿵- 쿵-

       

       답답해진 오푸스 팔락이 탁자에 머리를 부딪혔다.

       

       도무지 모르겠다.

       무언가, 무언가 희미한 단서라도 보이면 덜 답답할 텐데…!

       

       즈팟ㅡ!

       

       간절한 소망이 위대하신 분에게 닿은 것일까? 넷이 모여있던 주점의 허공에서 돌연 섬광이 파팟-하고 일어났다.

       

       “오, 오오ㅡ!! 위대하신 분… 은 아니군…”

       

       위대하신 분의 흔적인 줄 알고 쏜살같이 달려간 오푸스 팔락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분께서 하신 일이 아니다. 

       

       비슷하긴 했지만, 느껴지는 존재감이 다르다.

       

       “오푸스 팔락 씨… 여기, 이것 좀 보세요.”

       

       대장로 알랜시아가 오푸스 팔락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허공에 피어오른 섬광은 커다란 원형을 그리며 빛나고 있었는데, 그 너머로 하나의 풍경을 비추고 있었다.

       

       “이, 이이건…”

       “…뭐하는 곳이지?”

       

       불타는 땅. 흐르는 용암. 걸어 다니는 바위와 비명을 지르는 까만색 무언가.

       

       그 모든 것들의 위에서 오롯하게 빛나는 거대한 별들의 군체. 

       

       오푸스 팔락이 대번에 외쳤다.

       

       “위, 위대하신 분!! 위대하신 분께서 저기에 계셨어ㅡ! 제가,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이익! 머, 멈춰요! 이건 그쪽으로 통하는 문이 아니라고요!”

       “히이이익…!”

       

       넘어가겠다 난동 부리는 오푸스 팔락을 가까스로 말리고 있자니, 섬광 너머로 보이는 위대하신 분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쿠웅ㅡ!

       – “……ㅡ!!”

       – 화르르륵!

       

       그분의 권능이 스칠 때마다 땅이 갈라지고, 공간이 늘어나며, 용암이 솟구친다.

       

       가장 첫 번째 피조물이기 때문에, 오푸스 팔락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건 창조의 권능이다.

       비록 형태가 조금 다르지만, 저 모든 행위는 성지에서 건물이 올라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위대하신 분께서는 그동안 다른 땅을 보살피고 계셨던 것이다.

       

       “아, 아아…”

       

       오푸스 팔락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이 감정을 뭐라 정의해야 할까.

       

       박탈감? 질투? 상실?

       

       그간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던 외동이었는데, 돌연 나타난 동생에게 부모님의 사랑을 모조리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다.

       

       허공에 떠오른 섬광 너머로 향하겠다는 듯, 오푸스 팔락의 손이 힘 없이 떨리며 섬광을 향하다가.

       

       츠팟!

       

       섬광이 스르르 사그라들며 그 너머의 풍경도 무너졌다.

       떨리던 손이 툭 떨어진다.

       

       “……”

       

       고개를 푹 숙인 오푸스 팔락.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 때문에 그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어쩐지 무거운 분위기에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렇게 동상처럼 우두커니 서 있던 오푸스 팔락이 돌연 눈을 빛내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따라오게. 내가, 모두에게 말할 것이 있다네.”

       “말할… 것이라뇨?”

       

       갑자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알랜시아와 바토리는 영문을 알 수 없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오푸스 팔락은 성큼성큼 주점 밖으로 나가더니, 이내 손나팔을 만들어 크게 외쳤다.

       

       “성지의 모든 이들이여ㅡ!! 드워프의 맏형, 나 오푸스 팔락이 그대들에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주점 앞으로 와주시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더욱 넓게 울려 퍼진다.

       낮잠 자던 엘프가 부스스 일어나고,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밤의 일족이 꿈틀거렸다.

       

       드워프들은 벌써 하나둘 튀어나와 주점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결심한 오푸스 팔락의 눈은 형형한 각오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저희를 지켜봐 주십시오!’

       

       

       

       *****

       

       

       

       “휴, 후으ㅡ 으그그극…”

       

       케넬름은 온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을 닦으며 후들거리는 팔을 툭툭 두들겼다. 팔이 천근만근이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무리한 까닭이다.

       

       ‘탄탈로스를 성지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건… 조금 많이 힘드네…’

       

       탄탈로스는 위대하신 분께서 직접 만든, 오롯한 그분의 차원.

       

       케넬름 혼자서 탄탈로스의 모습을 엿보거나, 그 차원의 고유한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성지에 비하면 많이 힘들긴 했지만, 영혼의 바다가 도와줬기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유한 차원을 엿볼 수 있는 통로를 성지와 연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하나의 벽에 작은 구멍을 파서 혼자 엿보는 것과, 두 개의 벽에 동시에 구멍을 내고 그 사이에 터널을 만들고 유지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는데…’

       

       허공에 둥둥 뜬 거울에서 성지의 풍경이 비춰 보였다.

       

       주점 앞에 모인 이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며 무언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오푸스 팔락의 모습.

       

       케넬름의 눈에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차올랐다.

       

       위대하신 분께서 탄탈로스에 한창 집중하시며 성지를 소홀히 하셔도, 케넬름은 꾸준하게 성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찌 그들의 기분을 모를까.

       초조하고, 불안하고, 행여나 버림받은 것은 아닐까… 망망대해에 홀로 떠다니는 기분이겠지.

       

       그럼에도 케넬름은 성지에 개입하는 것을 꺼렸다.

       

       ‘위대하신 분을… 믿고 따르기로 했으니까…’

       

       이미 한 차례 크게 반성하였다.

       채찍으로 스스로의 등을 수 차례 후려치지 않았나.

       

       케넬름은 가급적이면 본인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고, 위대하신 분의 행보를 옆에서 돕는 것이 본인의 할 일이라고 믿었다. 그것이 믿고 따르는 자의 미덕이라 여겼으니까.

       

       그런 까닭에, 위대하신 분께서 성지에 오랫동안 오지 않으셔도 그저 지켜보았다. 그분께서 뜻하시는 게 있으리라 믿으면서.

       

       ‘그렇지만 이젠 성지의 아이들이 너무 불안해하고 있어…’

       

       그렇기에 탄탈로스의 모습을 보여줬다. 케넬름 본인의 다짐을 어기는 행위였지만… 이번만은 어쩔 수 없었다면 스스로 되뇌었다.

       

       – “여러분! 위대하신 분이 누구입니까! 그리운 이름입니다. 우리들의 가슴입니다!”

       – “우오오오!”

       

       거울 속 오푸스 팔락이 열성적으로 외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한 손에는 그가 애용하는 망치를 들고 있는 채였다.

       

       ‘으음. 괜찮… 겠지?’

       

       케넬름은 쑤셔보는 팔과 다리를 툭툭- 두들기며,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비인간의 인간적인 모습…!! 심장이 뛰지 않고, 피가 차가운 것이기에 가장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법…!! 저는 그러한 것들의 이야기가 참 좋습니다…!! 몬가 가슴이 뛴다고 할까요…!!
    참, 말씀해주신 부분은 확인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