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47

       

        

        

       “서킨스!”

        

       “하하, 미래의 억만장자가 여기 있구만-끄엑, 커흑, 육탄 돌격이라니, 이 아가씨야…!”

        

        

        

        두두두두-쾅.

        

        DARPA의 복도를 지나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차가운 겨울바람과 함께 또 다른 과거의 인연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훤칠한 갈색 머리카락의 남성 한 명이 정장을 빼입고는 바깥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에드윈 서킨스. 10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 대거의 일원 중 한 명이자, 동시에 현재 국방부 장관 산하 비서실장. 그런 그와의 첫 만남은 육탄 돌격 또는 몸통 박치기에 가까운 격한 인사로 시작되었다.

        

        정장 아래에서 느껴지는 얇고도 독특한 감각. 어쩐지 그닥 추워보이는 기색이 없다 했더니 정장 안에 다기능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나보다.

        

        아무튼,

        

        

        

       “비서실장 아니랄까봐 평소에도 든든하게 입고 다니시네요.”

        

       “…후, 그런 너는 만나자마자 단순 육탄 돌격만으로 방탄조끼 너머에 물리 피해를 주었고. 속이 다 울렁거린다.”

        

       “하하, 가벼운 재회인사죠.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비서실장 일이 다 똑같지. 귀찮고, 힘들고.”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 큰 그가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가 대거 팀 막내라는 이유로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쓰다듬던 옛날 버릇은 어디 안 가는 모양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났으니 그냥저냥 봐주기로 했다.

        

        바깥 바람은 추웠지만, 이제는 상당히 망설임없이 이카루스 기어의 온도 조절 기능을 작동시켰다. 미국에서의 수많은 만남을 통해 그동안 내색하지 않고 있던 PTSD 역시도 완화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편하게 겨울을 나다닐 수 있었다.

        

        물론 도대체 어디서 봤는지는 몰라도, 이 양반이 한 마디 덧붙였다.

        

        

        

       “개인 방송 채널에서 봤을 때는 조금만 추워도 질색을 하더니, 온도 조절 기능을 켰나?”

        

       “이젠 켜도 큰 걱정은 없어서 그렇긴 한데…아니, 그보다 제 방송까지 봤어요!?”

        

       “안 봤을 거라고 생각하는 막내의 안일함이 더 대단한데. 참고로 체스터가 가장 네 방송에 돈 많이 썼다. 입원하니 심심한 모양이지.”

        

       “커흑.”

        

        

        

        물론 그는 대거 팀 일원 전원이 최소 수십 번씩은 봤을 거라며 여지없이 추가타를 날려대었고, 나는 당연히 환장할 노릇이었다. 정신이 다 혼미해질 지경이다, 정말. 그러면 내가 옛날에 무기 만드는 게임에서 이상하게 생긴 무기 들고 낄낄거리는 것도 봤단 소리 아냐?

        

        이래서 방송은 하면 안 된다니까. 아주 사소한 흑역사까지 전 세계로 퍼져나가니까 마음 놓고 지인들을 만날 수가 있어야지.

        

        

        아무튼, 점심도 못 먹은 채 밖으로 나오니 상당히 배가 고팠다.

        

        그리고 내 앞의 양반은 내가 본 그 누구보다도 눈치가 빠른 사람 중 하나였다.

        

        

        

       “점심이라도 먹지. 앞으로의 일정은 따로 없는 것 같은데, 맞나?”

        

       “원래 펜타곤에 들린다는 이야기가 있긴 했는데, 글쎄요. 어찌저찌 하다가 사라져버린 모양이네요. 한창 바쁜 시기니 다들 분주하겠죠.”

        

       “그래. 꼴랑 2개월 후면 아이오와 코커스가 있으니, 다들 앞으로의 풍랑에 대비할 준비를 해야 하거든.”

        

       “서킨스는요?”

        

       “아직 직위뿐이긴 하지만 싱크탱크 임원이니, 네가 자본금을 납입한 후 본격적으로 법인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은 없겠지. 꼭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본가로 돌아가면 되고.”

        

        

        

        끼익.

        

        그 와중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차량 한 대가 DARPA 앞의 도로에 조심스럽게 멈춰선다. 한 눈에 보아도 무언가 심상찮은 차량이었다. 짙게 썬팅이 되어 있어 내부가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

        

        구둣발을 끌고 자연스럽게 그쪽 방향으로 걸어간 서킨스가 문을 열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평범한 승용차인 줄 알았더니 내부 문 두께가 심상찮은 걸 보아 이 또한 상당한 개조가 된 차량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본인 차량인가 하고 물어볼 뻔했지만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비공식 공무 차량 중 하나다. 쓸데없는 이야기도 새나갈 걱정이 없으니 타. 마침 예약된 곳이 한 군데 있으니. 이런 날이 올 것 같아서 미리 뒷좌석 등받이에 꼬리 수납용 구멍도 뚫어놨지.”

        

       “하이구.”

        

        

        

        그래도 편하게 차량에 탑승.

        

        타자마자 훈훈한 공기가 감돈다. 등받이에 등을 밀착할 수 있도록 뚫어놓은 꼬리 구멍은 물론 편했다.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가운데, 운전대가 자동으로 회전하며 워싱턴 D.C의 도로를 조심스럽게 달려나간다.

        

        내가 인천공항을 가기 위해 탑승했던 버스도 그렇고, 이 시대에는 무인 운전이 상당히 보편화된 모습이었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린다. 할 짓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몰래 차량 네트워크에 액세스하는 과정이었다.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한다기보단 그냥 차량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간단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워싱턴 D.C, 콘래드 호텔이라. 하루 자고 갈지 뉴욕으로 복귀할 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차량을 해킹했구만. 최신 방어 프로토콜로 보강된 차량인데 말이지…여하간 보다시피, 목적지는 콘래드 호텔이다.”

        

        

        

        갑자기 무슨 호텔인가 싶었더니, 그가 설명을 이어갔다.

        

        

        

       “여긴 여러 이유로 음식점이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주변은 수많은 관공서와 미국의 중추적 기관들이 많지. 그러니 대외귀빈을 맞는 곳은 자연스럽게 근방의 고급 호텔이 되고, 소위 말하는 이름난 셰프들은 파견의 형태로 호텔에 들러서 귀빈들을 위한 식사를 대접하는 형식이거든.”

        

       “요컨대 근방의 적당한 음식점보다 그런 호텔에서 짧은 기간 동안 근무하는 고명한 요리사들이 많다는 거군요. 저희는 그런 이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로 가는 거고요.”

        

       “이해가 빠르니 편하구만.”

        

        

        

        어깨를 툭툭 친 그가 입을 열었다.

        

        

        

       “요즘 상어랑 북극곰, 선임관이랑 자주 다닌다면서?”

        

       “아주 난리도 아니죠.”

        

       “떠들썩하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전역지원서 내지 말 걸 그랬나….”

        

       “별 걸 다 그리워하시네요.”

        

       “세상엔 군인이 적성에 맞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 그놈의 돈이 뭐라고.”

        

        

        

        짤막하게 웃는다.

        

        그 순간 머리에 이리저리 스쳐지는 과거의 기억에, 이번에는 내가 먼저 덧붙였다.

        

        

        

       “그 말 들으니 갑자기 생각나는데, 옛날에 눈 마주칠 때마다 저더러 군인 체질은 아니라고 한 이유는 뭐예요? 맨날 미션 끝나면 알려준다면서 죽어라 입 안 열더니.”

        

       “하하, 그랬지. 참….”

        

        

        

        그러더니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진심으로 몰라서 묻는 소리는 아니겠지?”

        

       “…부분대장이 직접 말해주는 게 듣고 싶었죠, 사실.”

        

       “어련하겠어.”

        

        

        

        그러더니 그가 버튼 하나를 누른다.

        

        그 순간 마치 차량이 아닌 공중에 떠있는 듯한 광경으로 바뀐다. 눈이 닿는 모든 부분이 홀로그램이 되어 바깥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추운 겨울에도 활발하게 살아숨쉬는 미국의 심장이, 얼어붙은 포토맥 강이, 멀쩡한 루즈벨트 섬이 보이고 있었다.

        

        그것을 힐끔 둘러보던 그가 슬그머니 입을 연다.

        

        

        

       “시체와 화약 냄새만 나는 수도가 사람의 정신에 좋을 리가 있나.”

        

       “….”

        

       “그런 면에서 보자면, 네 표정이 지금만큼 좋은 적은 없었지.”

        

        

        

        역시나.

        

        터져나온 웃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에게 덧붙였다.

        

        

        

       “하여간 부담스럽게 말하시는 건 여전하네요, 에드윈 버터킨스 부분대장님. 어디서 느끼한 냄새 나는데, 내려서 택시타고 나중에 가도 되죠?”

        

       “망할, 또 그 별명이야! 내 말투가 그렇게 이상한가?”

        

       “글쎄요. 나중에 한 번 다른 분들한테 물어보시는 게?”

        

       “당사자가 말을 해줘야지, 당사자가!”

        

        

        

        하하.

        

        아무래도 워싱턴 D.C에 머무는 동안은 그리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란 일이 있었네요.”

        

       “하여간, 그 등신….”

        

        

        

        연신 낄낄대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수도 아니랄까봐 워싱턴 D.C의 야경은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에 결코 꿇리지 않는 굉장한 모습이었다 – 갑작스럽게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어냐 하니, 이제는 슬슬 익숙해지고 있는 대거 팀 핵심 멤버들이 워싱턴까지 운전해온 뒤 이곳까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유야 참으로 단순했다.

        

        

        

       “기껏 3주나 휴가를 냈는데, 우리 막내가 자꾸 사방팔방 돌아다니네? 이러면 안 되지!”

        

       “으악, 아파요. 아파. 그보다 깨물지 마요, 로렌티나 씨 이빨이 얼마나 날카로운 지 알아요?”

        

       “아유, 엄살은.”

        

       “그걸로 옛날에 전선 케이블도 벗겼잖아요.”

        

       “푸웁-!”

        

        

        

        왜 듣고 있던 로건이 뿜는 건가 했더니, 생각해보니 나랑 로렌티나만 있었을 때의 이야기구나. 어째 하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를 해버린 게 아닌가 싶었던 그때 두 발현자의 시선이 교차한다.

        

        건수 단단히 잡았다는 표정의 로건이었다.

        

        

        

       “이야, 역시 DEVGRU 아니랄까봐 해저 작전도 잘하시네. 해저 케이블 물어뜯는 분이 여기 있을 줄은 몰랐어.”

        

       “유진-!”

        

       “어허, 왜 우리 엄한 막내 건드리실까.”

        

        

        

        포옥.

        

        갑자기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묵직하고도 어메이징하며 형용 불가능한 폭신폭신말캉말캉한 감촉. 이 시점에서 이게 무엇인지를 억지로라도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다. 로렌티나한테 잔뜩 깨물리기 전에 로건이 구해준 것이었다.

        

        그 와중 이미 이러한 광경에 적응된 지 오래인 우리 선임관은 떨떠름해하는 바텐더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여간 무시할 때 잘 무시하는 사람이었다.

        

        여하간, 주제는 다른 방향으로 넘어간다.

        

        

        

       “아무튼, 우리 막내가 여기서 제일 부자 되겠어. 우리도 그런 퇴직금 하나씩 안 챙겨주나?”

        

       “걱정 마요. 대거 팀은 그래도 각기 퍼센트 단위로 챙겨줄 예정이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만.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커질 것 같은데?”

        

       “음, 글쎄요.”

        

        

        

        잠깐 고민하다가, 이카루스 기어가 간단하게 계산한 결과를 내놓는다.

        

        

        

       “견실하게 운영만 하면, 나중에는 애플만큼 커질 수도?”

        

       “세상에.”

        

       “그, 유진. 아까 내가 깨문 건 미안하고….”

        

       “아하하, 뭘 또 사과까지 하시려고.”

        

        

        

        아무튼 그렇게 서로 5분 정도 떠들었을까, 주제는 슬그머니 다시 서킨스 쪽으로 넘어간다.

        

        

        

       “막상 자리 만들어준 녀석이 안 보이네.”

        

       “휴가도 얻었겠다, 잠시 고향에 들린다네요. 점심 식사만 하고 훌쩍 떠나가서 몰랐는데…뭐, 아마 이 사실을 알면 하루 정도 남아있을 걸 하고 후회하지 않을까요?”

        

       “그 녀석 성격이라면 당연히 그렇겠지.”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몇 번의 손동작. 방음 기능이 작동을 시작했다. 바텐더 역시 해당 사인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자리를 피했고, 그와 동시에 우리 네 명이 앉은 자리는 그 아무도 발을 들이지 못하는 곳이 되었다.

        

        무언가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라는 이름의 추억을 깔짝깔짝 회상하고 싶을 때나 하는 것이었지 – 물론 그 이야기들마저도 외부로 함부로 새어나가면 곤란하기 때문에 일일이 이렇게 신경을 써줘야만 했다.

        

        시작은 상당히 사소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거기 계속 남아있었으면 뭐하고 지냈을까요?”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가 발발한 지 5년 정도 됐으니, 아마 3년 정도 더 지난 후에는 다시 나라 구색까지는 갖추지 않았을까 싶군.”

        

       “그 지랄같은 곳에서 3년 더라, 하. 생각해보니 상당히 끔찍할 것 같은데.”

        

       “끔찍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요. 막내도 사라졌으니 상정했던 것보다도 좀 더 끔찍했을 확률은 더 높을 거고.”

        

       “에이. 지금은 여기 있잖아요?”

        

       “그게 얼마나 천만다행인지 당사자는 모르지.”

        

        

        

        그런가?

        

        아무튼 로렌티나가 먼저 화제를 제시했기에, 나 역시도 머리를 조금이나마 굴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궁금한 이야기긴 했다. 설령 내가 그곳에 남아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더라면 그곳에서 계속해서 한 나라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 않았으려나.

        

        그러던 와중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 하나.

        

        

        

       ‘…저쪽 세계는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의 사람들에게 세계선 동기화라는 이름으로 무척이나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과연 그것 뿐일까?

        

        언젠가 이카루스에서 보내온 여러 의미심장한 메시지들과 시작하자마자 내게 물어보았던 이카루스의 약자 문제, 인커젼 미션을 돌고 난 뒤 이어지는 ‘두 번째’ 세계선 동기화 추산치 관련 안내까지.

        

        그렇게 세계선이 전부 동기화가 끝난다면, 과연 영향을 받는 곳은 여기 뿐일까? 되려 반대로 – 저쪽 세계가 지금 이곳의 여러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만약 실제로 그렇다면, 어떻게?

        

        

        

       “…유진, 무슨 일이라도?”

        

       “아뇨. 그건 아니고….”

        

        

        

        생각을 마친다.

        

        막연하던 이카루스 방문에 대한 안건이 조금씩 풀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내일 본사 가서 궁금한 거 많이 물어보고 올게요.”

        

       “그래. 도대체 무슨 수작을 썼길래 우리 과거를 열심히 팔아먹고 다니는지 한 번 물어보고 와라. 특별히 허리꺾기까진 봐줄 테니까.”

        

       “하이구.”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진실을 마주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남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리고 제 실기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끼야아ㅏㅏㅏ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