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47

       “정말 괜찮겠어?”

        

       하늘이가 물었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은, 경기도의 한 읍내였다.

        

       사실 ‘읍내’라고 말하기도 조금 뭣한 것이, 실질적으로 읍내라고 부를만한 곳, 그러니까 마트와 시장이 있고 식당,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이나 옷 가게, 신발가게 등이 있는 곳은 여기서부터 걸어서 20분은 족히 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도로는 포장되어있었지만, 봄과 여름 내내 자란 잡초들이 인도 쪽을 완전히 점거하고 있어서 사실 얼핏 봐서는 사람이 다니라고 만들어둔 길이 아닌 것 같아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떨어진 건물에 있는 정신병원인데도 건물 자체는 꽤 말끔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나는 괜찮아. 어쩔 수 없잖아?”

        

       “하지만 그래도…….”

        

       나의 대답에, 하늘이는 여전히 망설이듯 대답했다. 그런 하늘이에게 나는 보란 듯이 한숨을 푹 쉬어 보이고 그녀 앞으로 척 다가갔다.

        

       그리고 그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나, 못 믿어?”

        

       “……으.”

        

       하늘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요즘 들어 하늘이는 나에게 엄청나게 약해진 것 같다. 지난번에 얼굴을 확 잡은 채로 몇 마디 했던 것이 아직도 꽤 유효한 모양이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것 보다는 다소 소비적인 것이 대하기 좋기는 했지만, 왠지 이것도 언젠가 터질 폭탄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무섭긴 했다.

        

       “맞아. 사라가 저렇게 확신하잖아. 친구인 우리도 믿어줘야지.”

        

       그때 하늘이랑 똑같이 의심하는 소리를 냈던 소희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뭐, 사실 그때는 자기도 하늘이랑 똑같이 얼굴 잡혀서 좀 카리스마 있는 소리를 듣고 싶었을 뿐이겠지만.

        

       “나는 사라 믿어.”

        

       수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는 절대로 혼자 두지 않을 테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양혜인이 하늘이에게 말했다. ……이건 이거대로 좀 무서운 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양혜인 정도면 확실하게 믿는다. 솔직히, 나를 지킨다는 의미가 좀 도가 지나쳐서 자기 목숨을 등한시할까 봐 좀 무서울 정도이기는 했지만.

        

       “그럼, 들어가 볼까.”

        

       각자 한마디씩 하고 나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를 따라와 준 나의 가장 가까운 아군들을 한 번 둘러본 뒤, 몸을 돌려서 힘차게 정신병원으로 들어갔다.

        

       *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무려 정신과 의사를 매수해서 누군가를 입원시키는 경우는 상상하기가 힘들다. 아무리 말이 많은 정신과라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에 걸쳐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체계적인 이론이 있는 학과다. 아무 사람, 특히 별다른 이상도 없는 사람을 콕 집어서 강제 입원시키는 일은 없다……라는 것이 당연히 상식적인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사례를 찾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정신병원에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월급을 받고, 자기가 싫어하는 가족을 정신병원에 넣어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꽤 많으니까.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면, 사람을 불법으로 강제 입원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범죄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이건……”

        

       나와 마주한 ‘의사’는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시선이 여기저기로 많이 움직였다. 마치 병실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다는 양.

        

       사실, 병실에는 의사와 나 혼자만 있었다. 하늘이, 수아, 소희는 물론이고, 양혜인도 밖에 있었다.

        

       혼자 누군가와 독대하다가 납치되어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 예사라 양?”

        

       “네.”

        

       “우리 외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굳이 진단명을 읊고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의사’가 엄청나게 어색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참고로 그 사람의 책상 위에 있는 종이에는 처방 같은 것이 쓰여 있는 것이 아니라 대본 같은 것이 쓰여 있었다.

        

       “형사님.”

        

       “네.”

        

       “혹시 평소에 연기 같은 거 잘하시나요?”

        

       “음…….”

        

       미간을 찌푸리고 잠깐 고민하던 그 젊은 형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잠복이라면 종종 합니다.”

        

       “지금 이것도 잠복이고요.”

        

       “그렇죠.”

        

       사실 이 ‘의사’는 의사 옷만 입은 형사다. 지난번에 저택에 찾아왔던 두 경찰 중 젊은 쪽.

        

       물론 진짜 의료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그건 불법이니까. 이 사람은 나중에 중요한 역할이 있어서 이 병원에 위장해서 잠입했을 뿐이다. 내 주치의라는 명목으로.

        

       “차라리 진짜 의사한테 협조를 구하는 편이 어떨까요?”

        

       “큰일이 터졌을 때 의사분이 저를 온전하게 지켜주실 수 있을지 걱정이라서요.”

        

       진짜 정신병원의 한 곳에서 내가 이렇게 진료 흉내를 낼 수 있는 것은, 당연히 돈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진료실을 빼지는 않았다. 병원의 빈방 중 하나를 대충 진료실 비슷하게 꾸몄을 뿐이지.

        

       “그리고 진짜 의사라고 해서 연기를 잘할 거라는 보장은 없고요.”

        

       “아니, 그러니까, 의사를 연기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니까요.”

        

       흰 가운을 입고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한지, 그 형사는 연신 자세를 바꿔 앉았다. 진짜로 옷이 불편하다기보다는 심리적으로 불편한 모양이었다. 의사도 아닌데 의사 옷을 입고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건가?

        

       “남들이 보지 않아도 굳이 진료행위를 흉내 내려고 하는 건…… 만약 우리가 연기를 엄청나게 잘하면 안 그래도 되겠죠. 일상과 연기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그냥 평범하게 대할 때와 연기를 할 때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셔도 돼요.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으음…….”

        

       형사는 손가락으로 미간을 살살 문지르며 생각에 빠졌다가 말했다.

        

       “아뇨, 그건 안 되겠네요.”

        

       “그렇죠?”

        

       내 말에,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과연 이런 것으로 미끼를 물겠습니까?”

        

       “아마도, 확실하게 물 거라고 생각해요. 목적은 오로지 저뿐이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최나경은 나를 여기 가둬두고 돈을 빼다가 쓰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어떻게 해서건 나에게 접근해서 나를— 사라를 독차지하려고 하겠지. 그런 성격이니까.

        

       그걸 위해서 최나경이 어떤 방법을 쓸지는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준비하다. 미리 판을 벌여놓고 여기까지 최나경이 직접 오도록 만들기 위해서.

        

       “돈으로 병원 사람들을 구워삶으려고 할 거라고요?”

        

       형사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죠. 사실 저도 이미 그렇게 했잖아요. 돈을 왕창 넘겨서 미리 방을 빌려놓고, 입원한 척 할 때 쓸 병실까지 하나 새로 꾸며두기까지 했고.”

        

       상대가 돈으로 넘어갈 것 같다면, 그 전에 훨씬 더 많은 돈을 발라두면 될 일이다. 이건 딱히 뇌물도 아니다. 그냥 병원 일부를 대여하면서 대여비를 냈을 뿐이지.

        

       “……생각대로 잘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도 생각대로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

        

       며칠 동안 정신병원에 다니는데도 반응이 없어서, 역시 너무 크게 판을 벌여서 들킨 건가 싶었다. 그래도 돈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만 알고, 잠입 중인 형사나 경찰에 대해서도 최대한 입단속을 시킨다고 시켰는데도 결국 위쪽으로 이야기가 퍼졌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최나경이 아직도 잡히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히 그 위쪽에 끄나풀이 있는 것 같기도 했고.

        

       하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정신병 하나를 제대로 진찰하는 데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기도 한다니까. 원래는 일주일에 몇 번, 한 달에 몇 번 정도만 가는 정신병원을 매일같이 들르고 있으니 관찰 기간이 좀 줄어들 수 있다고는 하더라도, 상대가 신중하게 생각한다면 방학 안에 일을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예사라 환자님.”

        

       그렇게 거의 이 주일이 다 되어가던 어느 날, 나와 마주한 형사— 아니, ‘의사 선생님’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을 보고, 나는 직감했다.

        

       “크흠.”

        

       그는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다소 민망하다는 듯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예사라 님의 상담 내용을 보니,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우리는 여기 앉아서 그냥 시간만 보내다 가는 일이 허다했으므로 진짜로 그런 진단이 나올 수가 없다. 애초에 사라를 겉으로 끌어내지도 않았으니까.

        

       “그런가요?”

        

       “예, 그렇습니다, 어, 그러니까…….”

        

       ‘의사’는 자기 앞에 있는 종이 뭉치를 몇 페이지 정도 넘겨보았다.

        

       물론 거기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따로 준비한 대사 같은 것은 없었으니까.

        

       “……입원 절차 말씀하시는 거죠?”

        

       “네, 입원 절차를 밟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호자 두 명의 동의를 받았나요?”

        

       나는 조금 놀라서 물어봤다. 아니, 미끼를 물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보호자를 하나 더 찾아올 줄은 몰랐으니까.

        

       “사실 그게 조금 애매하기는 하죠.”

        

       ‘의사’연기를 하던 그는 다시 형사로 돌아와서 말했다.

        

       “예사라 양의 생물학적인 외가 쪽 조부의 동의였으니까요. 일단 직계로 남아있는 친척이니 법적인 효력은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법적인 효력이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 거죠?”

        

       “뭐, 그렇죠.”

        

       의사 가운을 입은 형사가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어서, 나도 마주 웃어주었다.

        

       아주 사기꾼 났네.

        

       그런 우리 둘을 보고 사라도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harr님, 후원 감사합니다!

    소설을 쓰면서 제일 힘이 날때는 역시 독자 여러분의 응원을 받을때입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저의 소설이 그만큼 마음에 들어야 후원을 해주시는 것이니까요. 원래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을 더 주신다는 것은, 그만큼 저의 소설이 마음에 드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 쓰는 것을 즐겁게 느낄 수 있는 모든 이유는, 저의 소설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언제나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최근에 일이 정신 없을 정도로 많아서 좀 힘이 들었었는데, 이렇게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댓글과 응원을 보면 힘이 납니다. 오늘도 하루를 버틸수 있게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의 소설을 끝까지 읽으실만큼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후원 감사드립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느낀 즐거움을, 독자님들도 이 글을 읽으며 느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