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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7

     폭탄목걸이.

     이름을 붙인다면, 그렇게 부르리라.

     이 폭탄목걸이가 작동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정기적으로 마석에 마나를 채우지 않으면 마법이 발동한다.

     마법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발동하고, 목 가운데에 새겨진 동그란 마석에는 마법이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이 마나는 특수한 용액을 통해 채워지며, 이는 지브롤터 보육원에서 제조된 마력초와 지하 솜누스 말린 가루를 적절히 배합한 물건이다.

     강제로 뜯어내려고 하거나, 누군가가 강제로 잘라내거나 하려면 즉시 터진다.

     상급 마법사 정도 되는 사람이 샘플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두 시간 정도 터지지 않게 마나를 잘 흘려보내면서 해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샘플이 이걸 해제하려는 이들에게 넘어가기 전까지는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나는 이걸 제국 행정관 300명과 따로 고용한 바르셀로나 총독부 직원들, 그리고 죄수들을 관리하는 병사들에게 분명히 전했다.

     하루에 두 번.

     12시간마다 한 번씩 미리미리 마나 용액을 채워넣지 않으면 폭발한다고.

     누군가는 우습게 여기고.

     누군가는 걱정하며.

     누군가는 제발 목걸이를 풀어달라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아침이 된 지금.

     “도련님. 죄수들이….”

     죄수들을 상대로 모종의 조치를 하고 온 카를로스 경이 보고를 하기 위해 집무실에 찾아왔다.

     “어떻게 되었나?”

     “셋이 터졌습니다. 독방에서요.”

     

     죄수 셋이 폭사했다.

     머리가 펑 터졌다거나 그런 잔인한 건 아니고, 그냥 목에 폭발이 일어나 피가 쏟아져 죽는 그런 정도의 폭발.

     “다른 죄수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벗겨달라고?”

     “뭐든지 할테니 일단 살려달라고. 덕분에 배후는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만….”

     카를로스 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희가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금을 훔치려고 창고에 숨어든 모양입니다.”

     “그래? 롤랜드 후작이 자작극을 벌인 게 아니었나? 아쉽군.”

     “뒷공작을 벌이더라도 이렇게 쉽게 벌일 자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만….”

     “그런가. 그럼 됐네.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을까 했더니,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군.”

     “도련님. 그보다….”

     카를로스 경이 끓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네도 내가 잔인하다고 생각하나?”

     “…저는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만, 영지민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죄수인데도?”

     “아무래도 방식이 새로운 방식이다보니….”

     “아, 그쪽.”

     제국인과 왕국인의 시각이 여기에서 차이가 난다.

     “난 또. 잔인하다고 사람들이 공포에 질린 줄 알았잖나.”

     

     카를로스는 영지민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이 잔혹한 방식에 대한 동요는 아니었다.

     그저, 처형이 새로운 방식이었기 때문.

     

     “시민들의 반응은?”

     “금을 훔치려고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죽을만 했다’라는 게 정설입니다. 특히 롤랜드 후작가에서 관리하는 곳을 훔치려고 했으니.”

     “노스트럼에 가까운 가문에서 개발하는 탄광의 금을 훔치려고 했으니, 매국노로 몰려 죽기 딱 좋은 소리지.”

     사형 자체는 문제가 없다.

     사람들이 동요하는 건 방식, 그러니까 폭탄목걸이라는 부분이 걸릴 뿐이다.

     “우리도 금을 훔치면 저렇게 목에 마석이 채워지지 않을까. 다른 죄수들처럼 어딘가에 강제로 끌려가서 노역을 하지 않을까.”

     “아뇨. 그런 쪽이 아닙니다.”

     “아니야?”

     “예.”

     “…왜?”

     새삼, ‘왜’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사람의 목에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마법을 달아두고, 지시를 어기거나 도망치면 자동으로 터지게 두고, 사형이 집행될 때까지 강제로 노역을 시키는데?”

     “어, 음, 말씀하시는 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로버트 경은 지금 잠시 누군가를 데려오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떠난 상황이다.

     그래서 카를로스 경에게 죄수들의 관리를 지시했지만, 아무래도 카를로스 경은 아직 제국감수성이 부족한 것 같다.

     “혹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냐, 뭐 그런 말이네.”

     “혹시 저를 시험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제국인들이라면 불쌍하다거나, 잔인하다거나, 수감자의 인간된 도리와 권리를 말하기도 하거든.”

     “죄수에게도 권리가 있습니까?”

     그렇다.

     이게 노스트럼 평균이다.

     딱히 나쁜 의미에서 하는 말은 아니고, 노스트럼의 인식이 이러하다.

     “경 덕분에 새삼 다시 깨닫게 되어 고맙네.”

     “뭔가 제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집니다만….”

     “자네는 잘못하지 않았어. 잘못한 건 죄를 지은 자를 옹호하고 그들의 편은 들어주면서 뒤로는 제 잇속을 챙기려고 하는 협잡꾼들이지.”

     “……??”

     죄수들이 불쌍하지도 않냐고, 죄수에게도 사람으로서 지낼 수 있는 최소한을 보장하라.

     그런 걸 두고 제국에서는 훗날 인권이라거나, 복지라거나 그런 식으로 용어를 붙여 이야기를 하고는 했는데, 노스트럼과는 아득히 먼 세계의 이야기다.

     ‘내가 생각했던 문제는 아니었네.’

     매국노 그레이와 총독 그레이가 한 행동은 같지만, 처형 방식이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버리고 말았다.

     “카를로스 경. 질문을 하나 새로 하지.”

     “이게 그 로버트 경이 말한 시험이로군요!”

     “아니. 순수하게 자네 의견을 묻는 거니까, 자네는 있는 그대로 자네 생각을 말해주면 돼. 불경한 건 하나도 없으니.”

     “그렇습니까….”

     카를로스 경이 순간 어깨가 축 늘어졌다.

     “…내가 생각했던 반응이 그대로 나온다면,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도록 하지.”

     “앗, 그러면 미리 적어보십시오! 제가 그대로 맞춰보겠습니다!”

     “반대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렇게 하겠네.”

     나는 종이를 꺼낸 다음, 카를로스 경이 보이지 않게 빠르게 글자를 적어냈다.

     “내가 생각한 자네 의견이네. 그리고 질문이 뭐냐면.”

     “뭐냐면….”

     “사형을 집행함에 있어, 마법의 힘이 아니라 ‘머스킷’으로 쏴죽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

     카를로스 경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그, 저기, 도련님?”

     “넓은 광장에 기둥을 세워두고 기둥에 묶은 다음, 제국에서 들여온 머스킷을 들고 장전하여 심장을 쏘는 걸세. 탄환의 살상력에 따라서 미간이나 심장, 둘 중 하나가 되겠지.”

     “……그것은 흡사, 제국군에 의해 포로로 잡힌 것 같군요.”

     카를로스 경이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일 제가 그렇게 죽는다면, 저는 그렇게 죽기 전에 제 혀라도 잘라서 먼저 자결할 것입니다.”

     “왜?”

     “그야 당연히, 머스킷에 죽는 거 아닙니까. 그건….”

     “이래서?”

     나는 내가 적어둔 종이를 들었다.

     “예! 죽더라도 차라리 명예롭게 형장의 이슬이 되거나 단두대에 목이 잘린다면 모를까, 매직미사일 싸개 따위에 살해당한다니! 그보다 더 큰 굴욕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고맙군.”

     종이에는 ‘제국과 관련된 것에 살해당했다는 것 자체가 굴욕이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카를로스 경의 말은 아니다.

     한 때 매국노 그레이에게 사로잡혔던 혁명군 간부가 남긴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쏴죽였다.

     그들이 가장 굴욕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으로.

     

     “죽을 때 죽더라도, 노스트럼답게 죽겠다. 인가.”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비록 지금 제국과 평화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만, 만일 제국과의 전쟁이 일어나서 제국과 전면전을 펼치게 된다면….”

     카를로스 경은 자신의 목을 손으로 긋는 시늉을 했다.

     “스스로 자결하고 말죠.”

     “잘 알고 있네.”

     혁명군 인사들이 죄다 그렇게 죽었으니까.

     “그렇다면 마석목걸이는 어떠한가?”

     “만든 사람은 도련님이라서 좀 그렇지만, 노스트럼의 마법기술로 만들어진 마도구 아닙니까.”

     연금술로 제작된 건 아니다.

     노스트럼의 전통, ‘마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새로운 방식이기는 하지만 노스트럼의 마법으로 빚어진 물건에 의해 죽었으니, 도련님께서 사랑은 제국을 향하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 노스트럼이 남아있다고.”

     “이걸로?”

     “적어도 죽는 순간에는 노스트럼답게 죽여주셨으니.”

     제국의 방식이 아닌, 노스트럼의 방식.

     “……그래, 내가 이상한 거지. 음.”

     미래, 제국의 역사학자들이 노스트럼을 두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외눈박이 마을에서 두 눈을 가진 사람이 들어가면 그 두눈박이가 이상한 거라고.

     “문제가 없다면 계속 진행하게.”

     “예.”

     카를로스 경은 이렇게 말했지만, 나중에 몰래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교차검증해봐야겠다.

     카를로스 경의 앞이라고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뒤로는 또 다른 말을 할 수 있으니.

     ‘원래 생생한 여론은 높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법이니까.’

     * * *

     늦은 밤, 바르셀로나 총독령 외성의 거리. 술집.

     “에잇, 젠장. 빌어먹을 매국노 때문에 어째 하루 조용한 날이 없어.”

     “그러게나 말일세.”

     아침부터 저녁까지 금을 캐내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술집에 들어온 광부들이 나무잔 가득 맥주를 따라 잔을 튕겼다.

     “어이, 술 가져와!”

     “소시지도 잘 구워서 가져오고!”

     

     광부들은 찬장 너머에 있는 부엌에 들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술집의 주인은 잠시 부엌에 흰 모자를 쓰고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는 청년을 힐끗 바라봤으나, 곧 헛기침을 하며 거칠게 나무잔을 내놓았다.

     “거, 오늘은 말 조심 하쇼.”

     “뭐야, 주인장. 사형당한 도둑들 중에 가족이나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러면 뭐? 아, 매국노 이야기 때문에?”

     광부들은 키득거리며 한 번 더 잔을 부딪쳤다.

     “이보게, 주인장. 우리가 뭐 저기 성에 사시는 높으신 분을 이야기했나? 아니지! 우리는 노스트럼을 팔아먹은 쓰레기를 이야기하는 거잖나?”

     “그래, 그래! 어디 감히 무서워서 무슨 말을 하려고!”

     “어디에서든 귀가 열려있을 수 있지 않겠소?”

     “아, 이 양반. 뭐 제국 경비대한테 돈 먹었나? 매국노 욕하는 사람 밀고하라고?”

     “그런 건 아니지만-”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부엌에서 직접 청년 요리사가 정갈하게 담은 음식을 가져와 직접 남자들의 앞에 내어놓았다.

     “오! 신입인가? 이 근방에서는 못 보던 얼굴인데?”

     “세이레네 남부에서 올라왔습니다. 금 캐면 돈 엄청 벌 수 있다고 해서요. 내일 아침에 캐러 갑니다.”

     “크흐, 자네도 그렇게 온 건가? 견실한 청년이군! 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한다니. 우리는 롤랜드 동부에서 왔다네!”

     “롤랜드 동부요?”

     “그래. 롤랜드가 좀 많이 동서로 넓어야지.”

     광부의 이야기에 요리사 청년이 흥미를 보이기 시작하자,광부들은 소시지를 안주삼아 씹어먹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에 뒤진 놈들, 죄다 롤랜드 서부에서 온 놈들이야. 얌전히 금만 캐면 되는 걸, 그걸 눈 뒤집혀서 금을 훔치려고 한 거지. 쯧쯧.”

     “그들이 매국노입니까?”

     “음? 아, 아니. 이 친구, 아직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는 모양이구만?”

     “혹시 총도….”

     청년이 말꼬리를 흘리며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

     “…총독부에 있는 대ㅡ단하신 분들을 매국노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겠죠? 하하하.”

     “그렇지! 소문이 절대 사실이 아닐테니 말이야.”

     “소문이요?”

     “그래. 이번에 금을 훔치려고 한 놈들 말이야. 사실은 제국의 상회에 몰래 뒷돈을 받아서 생산량을 빼돌리려고 한 거였다고 하더라고.”

     “세상에, 금을 말입니까?”

     “그렇지! 노스트럼에서 캔 금이 제국으로 넘어간다니! 그게 매국이 아니고 뭐겠나!”

     광부들이 거친 목소리로 잔을 부딪쳤다.

     “금은 노스트럼의 것이야! 조상님들이 우리를 위해 땅에 남겨주신 것이라고! 캐도 우리가 캐고, 써도 우리가 써야지! 암, 그렇고 말고!”

     “황금은, 노스트럼의 것이라.”

     청년은 가볍게 미소를 짓고, 술집 주인은 목이 타는듯 술병을 들고 거칠게 들이켰다.

     “어휴, 젠장. 나는 이제 모르겠다.”

     술집 주인은 제발 좀 알아들으라는 식으로 구시렁거렸지만, 청년은 그저 웃기만 하며 직접 맥주잔을 채워 건넸다.

     “오오, 자네, 장난 아닌데?”

     “원하시는 거품 맞춰드리겠습니다. 어떻게, 거품 90% 채워드릴까요?”

     “으하하! 완전 사기를 치려고 드는군! 그건 나중에 제국에서 온 샌님들 상대로 그러라고!”

     끼이익.

     왁자지껄 떠들썩하던 술집의 분위기가 새로운 손님의 방문에 잠시 가라앉았다.

     “여깁니다, 남작님.”

     “…….”

     

     남작. 귀족.

     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초췌한, 제대로 정돈도 하지 못한 외투.

     그리고 얼굴 곳곳에 피어오른 죽음의 흔적.

     산 송장이 방문한 것처럼, 백발의 노인과 집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저 사람은….”

     “아니, 저거.”

     제국을 욕하던 광부가 남작을 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렘부르 군터 남작 아닌가?”

     초췌하고 낡은 옷을 입은 노인, 발자크 렘부르 군터 자작은 곧 죽어갈 것 같은 모습으로 술집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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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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