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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7

   백룡왕의 알.

     

   에파니아 황가에 내려오는 알을 몸에 품게 된 크라슈는 조용히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현재 거인의 숲.

   그러한 거인의 숲에 자리 잡은 거대한 나무의 작은 구멍 안이었다.

     

   투두두둑- 두두두둑-

     

   우기인 만큼 밖에서는 빗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땅에 떨어진 비들은 곧 강물과 합류해 더욱 커다란 홍수를 만들어냈고, 어느새인가 숲속 전체가 홍수로 불어나고 있었다.

     

   그 시점.

   크라슈의 눈이 천천히 뜨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크라슈는 입에서 흘러나오는 한기를 느꼈다.

     

   무척이나 차디찬 한기.

   그것은 크라슈가 지닌 월음지체보다도 더한 한기를 만들어내었다.

     

   “스읍.”

     

   흘러나온 한기를 입 안에 머금으며 크라슈가 숨을 들이켰다.

   몸 전체에 퍼져 있는 한기는 지독한 추위를 불러왔다.

     

   이 한기의 정체는 무엇인가.

   한기의 정체는 다름 아닌 백룡왕의 알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크라슈가 지금 하는 일은 다름 아닌 백룡왕의 알을 일깨우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증거로 지금 크라슈의 몸 내부는 전부 백석증의 증상과 똑같이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단지, 몸 내부에서 여전히 타오르고 있는 이그니스 덕분에 간신히 유지되고 있을 뿐이었다.

     

   [ 죽고 싶으면 말을 하지 그러냐? ]

     

   그러자 보다 못한 크림슨가든의 핀잔이 들려왔다.

   아쉽게도 이쪽은 죽을 생각이 없었다.

     

   그저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또 하나 밟아가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절대로 죽을 마음 없다.”

   [ 그게 죽을 마음이 아니면 뭐더냐? 백룡왕의 알을 깨울 생각을 하는 놈은 너밖에 없을 게다. ]

     

   백룡왕.

   크림슨가든과 같이 용왕족인 세계 침식자이자 에파니아 황가의 선조.

     

   그는 여러 방식으로 영생에 집착하는 용왕족의 특성 탓에 자기 후손에게 자기 뿌리를 남겨둔 정신 나간 세계 침식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정신 나간 놈이라도 확실한 건 있다.

   용왕족이라는 이름이 붙는 놈답게 백룡왕은 한때 세계 정상에서 군림했다는 것이다.

     

   [ 자칫해서 몸이라도 뺏기면 어쩔 작정이냐? ]

   “그럴 생각 없으니까 밑 준비를 하는 거잖냐.”

     

   크라슈는 그렇게 말하는 사이 그의 몸에서 서리가 우수수 떨어졌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한기가 주변의 습기마저 얼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이였다면 자신의 한기를 견디지 못하고 정신이 끊어졌겠으나.

   크라슈는 이런 부분에서만큼은 최고의 정신력과 근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열상과 동상은 의외로 유사한 점들이 많다.

   저주와 이그니스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크라슈는 악착같이 한기를 견디고 있었다.

     

   [ 미친놈. ]

   “찍찍.”

     

   보다 못한 크림슨가든이 한 소리 하자 에벨아스크의 시체 쥐도 동의를 해왔다.

   지금 크라슈의 방식은 누가 봐도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 백룡왕은 그렇게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나라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놈이 아니거늘. ]

   “무시한, 적, 없다.”

     

   전신에서 솟구친 한기 탓에 순간 아찔한 정신을 느낀 크라슈가 간신히 말을 이었다.

     

   쩌적-

     

   동시에 그의 한기 탓에 나무 내부는 완전히 얼음 바다가 되어 있었다.

   그러한 광경 속에서 크라슈는 다시금 스르륵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세계 침식의 힘을 이끌어 백룡왕의 알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본래 백룡왕의 알에서 흘러나오는 기세를 삼키는 세계 침식이었으나.

   이제는 역으로 백룡왕의 알에 먹이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공급된 먹이에 알은 미쳐 날뛰며 사방에 백룡왕의 기류를 내뿜었다.

   그때마다 크라슈의 내부는 점점 더 새 하얀색으로 물들어 갔다.

     

   그 감각은 정말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장기가 급속 냉각으로 얼어붙는 감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몸의 체온도 아슬할 정도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시켜 이그니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금방이라도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것 같았다.

     

   ‘상급 저주인 한설아귀가 우스운 정도구만.’

     

   한동안 사용했던 한설아귀는 비교조차 되지 못할 정도의 한기.

     

   정신이 끊어질 듯한 아찔한 한기 속에서 겨우겨우 견디기를 몇 시간.

     

   투둑-

     

   어느새인가 머리카락조차 새 하얀 백발로 물들어 간 크라슈의 귀에 무언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바깥이 아닌 자신의 안쪽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소리를 따라 의식을 옮겨 보자 거기에는 백룡왕의 알이 비추었다.

     

   새하얗기만 하던 백룡왕의 알의 머리 위.

   끝 지점이 살짝 금이 가 있었다.

     

   크라슈는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즉시 갈라진 틈으로 세계 침식을 더더욱 밀어 넣기 시작했다.

     

   쩌적!

     

   그러자 갈라진 알에서 더한 한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윽!”

     

   통증에 터져 나온 침과 피가 얼음 조각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핏물이 뒤섞인 얼음은 바닥에 닿자 바닥마저 얼어 붙였다.

     

   크라슈가 자기 양 무릎을 터질 듯이 쥐었다.

     

   이러한 한기 속에서도 흘러나오는 땀방울이 얼음 조각이 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크라슈는 세계 침식을 밀어 넣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직이다.’

     

   이 정도 균열로는 안 된다.

     

   더, 훨씬 더 크게.

   백룡왕이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더더욱 거세게 밀어 넣어야만 한다.

     

   크라슈의 푸른 두 눈이 부릅떠졌다.

     

   동시에 그가 다룬 세계 침식이 더욱 거칠게 알 안으로 밀어 넣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기를 내뿜던 알도 당황했는지 잠시 주춤거렸다.

     

   그러면서도 녀석은 꾸역꾸역 크라슈의 세계 침식을 집어삼켰다.

     

   쩌적!

     

   그리고 조금 더 균열이 강해졌다.

     

   크라슈는 날아갈 것 같은 정신의 동아줄을 자기 몸에 칭칭 감았다.

   어떻게든 끊어지지 않고자 자신을 동아줄과 단단히 연결한 크라슈는 계속해서 세계 침식을 밀어 넣기를 반복했다.

     

   쩌적-

     

   그에 따라 알의 균열은 계속해서 강해졌다.

     

   쩌적-

     

   이제는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쩌적-

     

   어느새인가 크라슈는 오직 알이 깨지는 소리만을 듣고 있었다.

   

    쩌적-

     

   자신의 주위로 모든 시간이 멈춰 버린 채 움직이지 않는 듯한 감각 속.

   크라슈는 혼미한 정신 속에서 알이 눈앞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거의 전체에 균열이 간 알.

   그 알은 크라슈보다도 훨씬 거대했다.

     

   알과 마주한 크라슈는 제 손에 맺힌 세계 침식의 힘을 마주했다.

     

   그러한 세계 침식의 힘을 주먹 쥐어 쥔 크라슈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알을 향해 내질렀다.

     

   콰득!

     

   알을 부수고 박혀 들어간 주먹이 선명하게 내부에 닿았다.

   그 순간 알 너머의 광경이 언뜻 비쳤다.

     

   거기에는 새하얀 비늘이 있었다.

   도마뱀에 가까운 비늘은 무척이나 날카로웠고, 크라슈의 주먹은 조금 닿은 것만으로 핏물이 뚝뚝 흘렀다.

     

   그러한 피 냄새를 맡은 것일까.

     

   꿈틀-

     

   내부의 비늘이 한 번에 우수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은 마치, 불어온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쿠웅-

     

   알 내부에서 커다란 울림이 느껴졌다.

     

   크라슈의 몸이 잠깐 공중에 들릴 만큼 거대한 울림 앞.

   크라슈의 시선이 천천히 위로 올려졌다.

     

   그러자 곧 거기에 보인 것은 눈동자였다.

   인간의 것이 아닌 눈 중간에 줄이 하나 새겨진 눈동자.

     

   졸림을 가득 머금은 그 눈동자는 잠시동안 크라슈를 직시하더니 곧 그 입을 열었다.

     

   [ 넌 누구냐. ]

   

   

   

   

     

   그의 물음에는 경고와 의문이 담겨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알을 일깨울 수 있는 건 오직 그의 후손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슈는 누가 보아도 백룡왕의 후손과는 전혀 연관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에파니아 황족 중 어느 사람도 깨우지 못한 자신을 일깨웠으니.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한 이야기였다.

     

   “너 같이 늦잠 자는 녀석들 깨워주는 기상 알람 종이다.”

     

   크라슈의 말을 들은 백룡왕은 침묵과 함께 눈동자를 잠시 굴렸다.

   그러고는 곧 무언가를 파악하기라도 했는지 기막힌 웃음소리를 흘렸다.

     

   [ 네놈, 내 알을 훔쳤군. ]

     

   누가 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공간인데 무얼 읽은 걸까.

   그는 코웃음 소리와 함께 천천히 알에서 웅크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거기에 보인 것은 거대하고 새하얀 용의 머리였다.

   알의 껍데기를 뚫고 나온 그 머리는 고작해야 눈 하나가 크라슈보다도 거대했다.

     

   [ 우습군. 우스워. 고작해야 인간이 내 힘을 탐내어 이런 짓을 벌이다니. 겁이 없어도 너무 없어. ]

     

   그는 마치, 오랜만에 마주한 유흥 거리를 평가하듯 즐겁게 웃었다.

     

   [ 인간,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인 게지? ]

     

   백룡왕이 고개를 낮춰 크라슈와 시선을 마주했다.

   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가져야 이런 생각을 하냐는 질문이었다.

     

   [ 내 단잠을 방해한 대가를 어떻게 치르려고 말이다. ]

     

   그때였다.

   크라슈는 자신의 발아래가 어느새 얼어붙었음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그의 다리가 본래의 형태가 아니라 얼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얼어붙어 버린 다리는 당연히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더불어 백룡왕의 몸에서 한기가 쏟아나오기 시작했다.

   백룡왕의 기류였다.

     

   주변을 잠식한 한기는 순식간에 크라슈를 얼어 붙여 나갔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크라슈는 묵묵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은 심상 속 세계다.’

     

   현실이 아닌 심상 속 세계.

   그렇기에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백룡왕이 저토록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는 것이었다.

     

   백룡왕은 영생이라는 시간 전에도 수없이 긴 시간을 살아온 고대의 존재다.

   그런 놈이 다루는 심상의 세계 앞에서는 아무리 크라슈라고 해도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그래, 차라리 잘됐구나. ]

     

   얼어붙어 가는 크라슈를 보며 백룡왕은 즐거운 듯이 웃었다.

     

   [ 내 후손들이 빛을 보는 것도 너무 오래 걸려 지루하던 참이었는데. 이참에 슬슬 깨어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그리고 곧 그는 크라슈의 몸을 빼앗기로 결정을 내린 듯싶었다.

   크라슈의 몸은 어느새인가 머리를 제외하면 전부 얼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백룡왕이 크라슈의 심상과 정신을 완전히 지워 나가고 있던 것이다.

     

   [ 내 몸은 내가 앞으로 잘 다뤄 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

     

   그리 말한 크라슈의 몸이 어느새 눈 하나만 남기고 얼음으로 바뀌기 직전.

     

   화륵-

     

   크라슈의 몸 내부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그 불길은 크라슈의 몸 전체로 순식간에 뻗어 나갔고, 이윽고, 그의 육체 전체에 퍼진 순간.

     

   쨍그랑!

     

   얼어붙었던 그의 몸이 깨져 나가며 크라슈가 박살이 나버렸다.

     

   [ 허? ]

     

   그 광경을 본 백룡왕이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설마하니 자기 정신을 스스로 깨트려 버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기 때문이었다.

     

   백룡왕이 황당해하는 얼굴로 깨져 버린 얼음 조각을 보고 있다가 그는 곧 시선을 하나 깨달았다.

   이 시선이 대체 무엇인가 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이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곧 비친 것은 무척이나 새빨간 눈동자였다.

     

   [ 뭣. ]

     

   그 눈동자를 마주한 그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인 순간.

   백룡왕은 얼마 안 가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자신이 방금 전 깨고 나왔던 알.

   그 알이 얼음 조각이 되며 녹아 없어지는 광경을 말이다.

     

   그것을 보고 당황한 백룡왕은 이윽고, 이 검은 공간 전체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깨달았다.

     

   [ 내, 알? ]

     

   검은 공간은 알이었다.

   백룡왕은 여전히 자신의 알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알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 수작질을! ]

     

   크라슈에게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백룡왕이 즉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이대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크라슈의 눈을 찢어발겨 버릴 작정이었다.

     

   그러나 날아오른 놈은 곧 뚫린 천장에서 무언가 쏟아 들어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 어억!? ]

     

   알 안으로 들어 온 것은 새까만 검은 물이었다.

   그 검은 물은 순식간에 백룡왕을 휘감음과 동시에 놈을 바닥까지 밀어 넣었다.

     

   그러면서 알 내부를 빠른 속도로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 이, 이놈이! 무슨 짓을 하는 거냐! ]

     

   검은 물의 힘이 세계 침식인 걸 깨달은 백룡왕이 날개를 퍼덕였다.

   그가 검은 물에서 빠져나가고자 발버둥 쳤으나 검은 물 내부로 점차 몸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다.

   이 상황은 도저히 설명이 안 되었다.

     

   본래라면 크라슈의 심상 세계를 한입에 삼켜 버리고, 몸의 주인이 돼야 했을 터인데.

   이래서는 무려 백룡왕이 고작해야 저딴 어린 애에게 심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으니까.

     

   그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던 순간 자신을 내려다보던 붉은 눈이 멀어졌다.

     

   “네가 들어온 심상 세계는 내 심상 세계가 아니야.”

     

   그리고 곧 크라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뭣?! ]

     

   그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곳은 대체 누구의 심상이란 말인가.

     

   “사계.”

     

   그리고 크라슈의 입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최상위 저주였다.

   세계 침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의지를 가진 최상위 저주.

     

   사계.

     

   이곳은 최상위 저주 사계의 심상 세계였다.

     

   저주에게 심상이란 무의미하다.

   저주 자체가 이미 심상을 가장 깊게 구현화 존재이니까.

     

   그러한 사계의 심상 세계 속에서는 백룡왕이라 한들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았다.

     

   [ 이놈이 감히, 감히 이 나 백룡왕을 농락해! ]

     

   백룡왕의 소리침에도 크라슈는 그의 목소리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대신, 백룡왕은 자기 몸이 사계가 밀어 넣은 검은 물에 녹아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사계는 어느 것이든 삼키고 소화 시켜 제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똑같이 모방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단, 육체를 유지 시키기 위해 주인의 생명과는 전혀 무관한 존재로 탈바꿈시켜 말이다.

     

   그것은 백룡왕의 알 또한 마찬가지였다.

   크라슈의 몸을 차지하려던 백룡왕은 알과 함께 역으로 사계에게 잡아먹힌 것이었다.

     

   [ 죽일 테다! 네놈은 반드시 내가 죽일 테다! ]

     

   백룡왕의 절규 섞인 저주가 울려 퍼진 순간.

     

   퐁-

     

   놈의 머리마저 결국 사계에게 완전히 잡아 먹혀 사라졌다.

     

   이윽고, 크라슈는 자기 몸 내부를 꽉 채우던 백룡왕의 기류가 사그라들어짐을 느꼈다.

     

   아우라와 세계 침식의 힘을 사계가 삼켰을 때처럼.

   백룡왕의 힘조차 사계가 전부 삼켜 버린 것이었다.

     

   천천히 눈을 뜬 크라슈가 자기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거기에서 쏟아나온 것은 새하얀 백룡의 기류였다.

     

   꽈악-

     

   이윽고, 주먹을 쥔 크라슈의 눈동자가 선명히 빛났다.

   기어코 백룡왕의 힘마저 삼켜 버린 것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크라슈가 자신의 성과에 큰 성취감을 누린 순간.

   바깥에서 거센 소음 하나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크라슈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새까맣고 끔찍한 기운.

   기운의 느낌을 받자마자 깨달았다.

     

   ‘익시온이 빨랐군.’

     

   마왕보다 익시온이 먼저 거인의 숲에 도달했다.

     

   그러나 녀석들은 모를 거다.

   마왕을 제하고도 누가 가장 빨랐는지 말이다.

     

   “어디.”

     

   크라슈는 입에서 흘러나온 한기를 삼키며 미소를 그렸다.

     

   새로 얻은 힘 좀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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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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