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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7

    <247 – 운동회 데뷔>

     

    매스각키 황녀는 오크노디의 암흑마나를 보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암흑마나는 실은 저렇게나 대단한 힘이었구나.

    위험하기는 하지만 잘만 다루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단한 보약이 된다.

    안정성.

    적응도.

    후속관리.

    모든 것이 불안정하지만 만일 자본의 힘으로 이를 보탠다면 어떨까.

    안정성을 올릴 약재를 더하고, 적응도를 올려줄 마법진의 설치를 황실마법사에게 지시하고, 후속관리를 아티펙트 착용으로 지속적으로 해낸다면.

    그때에도 암흑마나는 얻기 힘들고, 다루기 힘들고, 방심하면 목숨이 위태로운 그런 힘인가?

     

    “굉장해♡”

     

    황녀는 돈으로 경지를 사는 실험에 들어갔고,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것도 불순물 많은 원한에 물든 암흑마나의 단점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순수하게 정제된 마나제어술의 극치를 다루는 순도 99%의 암흑마나를 다루는 것으로.

    이는 중대한 사실을 의미했다.

    암흑마나는 그 총량에 따라 많이 지닌 자가 적게 지닌 자의 마나에 감응하여 그 자의 신체를 위협하고 생사여탈권을 움켜쥔다.

    이를 방어할만한 높은 경지의 마나제어술이나 고등급 아티펙트를 지니지 못한다면 한 순간에 목숨조차도 빼앗길 수 있다.

    그런데 순도가 변수가 되었다.

    이제 그녀는 순도 10% 미만의 잔챙이들은 열 배의 마나를 더 지니고 있더라도 그녀의 목숨을 위협하는 대신, 그녀에 의해 목숨이 위협당한다.

    대륙 곳곳에 숨어든 암흑마나의 소유자들이, 인류의 변절자 마인들이 자신의 눈에 보이기만 하면 명령을 거절할 수 없는 하수인이 된다.

     

    “다들 에엣~ 어째서 황녀가 암흑마나를~? 같은 눈으로 쳐다보기나 하고. 킥킥. 정작 이 힘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는 안중에도 없어. 허접♡ 겁쟁이♡”

     

    황녀가 위험한 암흑마나에 심취한 나머지, 끝내 그 힘을 자신의 몸에 받아들였다.

    암흑마나를 오래 다룬 인류의 변절자들이 황녀와 접촉한다면 그녀의 고귀한 몸과 혈통, 생명은 자신들의 것이 된다.

    그런 탐욕이 수많은 학생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광경이 눈에 훤히 보인다.

    반만 아는 생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자신의 약점을 대놓고 만인의 앞에서 공개하는 바보가 어디에 있는가?

    적어도 매스각키 황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역시. 그 정도의 불길한 암흑마나를 다루다니. 제국 2황녀가 욕심에 미쳐 황위계승권을 포기하기라도 한 겁니까? 평생을 수도원에 갇혀 지낼 심산입니까?”

    “아하하! 이 매스각키 황녀가 다크프리스트가 되어서 악신에게 아침기도나 올리고 주말예배나 진행하는 고리타분한 사제가 될 줄 알았어~?”

     

    매스각키 황녀는 기습적으로 날아오는 공을 암흑마나를 덧댄 ‘한 손’으로 받아내었다.

    전력투구로 공을 던졌던 2학년 사천왕, 백색의 성기사 루의 위용이 무색해지는 가벼운 가드.

    루의 시선이 하단으로 향했다.

    매스각키 황녀는 발조차 뒤로 밀려나지 않았다.

    철부지 황녀를 보던 시선에 이해할 수 없는 강함을 향한 공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성기사라는 건 이렇게까지 멍청한 클래스구나~? 킥킥. 굉장한 미모의 제국 2황녀를 약자로 깔보며 몸과 마음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이해하지만? 허접들한테 간단히 몸과 마음을 허락할 리가 없잖아?”

     

    황녀의 마나가 한층 더 타오르며 암흑마나의 어둠이 이중으로 너울거렸다.

    그것은 기교에 의한 변화가 아니었다.

    순수한 마나의 절대량에 의한 변화.

    고작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암흑마나를 모았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치 엄청난 양이었다.

    기간으로 치면 10년 치의 암흑마나.

    평균 암흑마나 보유자의 농도보다 10배 짙은 기운.

    보통의 암흑마나 보유자가 100년을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힘을 이미 얻었다는 뜻이다.

    성기사를 피해서.

    선신의 사제를 피해서.

    모험가길드의 경계의 눈을 피해서.

    온갖 처절한 노력 끝에 얻어야 할 힘을 황녀의 돈과 권력을 이용해서 간단히 손에 넣었다.

    루는 깨달았다.

     

    ‘내가 황녀의 사악한 힘을 폭로한 것이 아니구나. 황녀가 이렇게 되기를 바란 것이었어.’

     

    누군가는 대운동회의 학년대항전이 자신의 힘을 증명할 데뷔무대가 되기도 한다.

    이번 대운동회의 주역이 되기로 작정한 이가 바로 저 매스각키 황녀였다.

     

    “언니! 어째서 그런 불길한 힘에 손을…!”

    “시끄러♡ 같은 황녀라고 쫑알쫑알 좋을 대로 끼어들어도 된다고 허락한 적 없어♡”

    “꺄악!”

     

    3황녀 야요이가 맥없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정의로운 성품의 야요이는 코트 밖에서 마치 루와 비슷한 눈을 하고 있었다.

    용서할 수 없어.

    내가 당신을 막겠어.

    사악한 암흑마나 사용자는 용서하지 않아.

    우스운 일이다.

    누가 누굴 막겠다는 건지.

    전투력은 이쪽이 우위에 있다.

    권력도 이쪽이 우위에 있다.

    암흑마나의 모든 약점이 강점으로 뒤집힌 지금, 그녀는 다른 추종자에게 지배당하거나 공기관의 토벌을 두려워할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그 강대한 힘으로 다른 추종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공기관이 외면하며 설설 길 권력자다.

     

    “2학년 사천왕의 자기소개를 들으면서 딱 하나 부러웠던 게 있어. 뭔지 알아~?”

    “모르겠습니다.”

    “멋진 칭호♡ 공포의 데드캣, 푸른주먹 이오, 백색의 성기사 루, 정통파 귀족영애 만델라. 이젠 나도 제국2황녀 대신 그런 칭호를 가질 거야.”

     

    기대되는 마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다리를 꼬며 헤실거리던 매스각키 황녀가 두 손을 모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리며 말했다.

     

    “다크프린세스 매스각키. 오크노디가 가졌던 힘도, 칭호도, 인기도 전부 낼름하는 거야♡ 힘도 권력도 미모도 전부 상위호환이면 그렇게 불리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열심히 잘난 체를 하던 매스각키 황녀의 몸이 슈슉 소리와 함께 코트 밖으로 전송되었다.

     

    “아앗!? 누구 멋대로 탈락시키는 거야. 선 안에 제대로 있었고 공도 맞지 않았는데!”

     

    교관 한 명이 다가와 그녀에게 말했다.

     

    “경기진행의 방해를 막기 위해 한 사람이 공을 30초 이상 들고 있는 행위는 규정위반입니다.”

    “경기 전에 그런 설명 없었잖아…”

    “물어보지 않은 참가자의 잘못입니다. 규정공부는 스스로 하라. 공개된 규칙이 아닌 남들이 알려주지 않는 규칙에 강점과 약점이 모두 존재한다. 교훈으로 삼으십시오.”

     

    기세등등했던 1학년 사천왕 매스각키의 허무한 탈락이었다.

    분한 나머지 눈물까지 찔끔 흘리던 그녀의 눈에 애써 시선을 피하는 다른 1학년들이 보였다.

     

    “자랑하다가 실격패 한거야?”

    “웃지 마. 황녀님이 알면 엄청 화낼 걸.”

    “하아. 나 웃어버릴 것 같아. 미쳐버리겠어…”

     

    거의 흐느껴 우는 사람처럼 이 악물고 신음을 흘리는 제국진영 학생들.

    매스각키 황녀는 쪽팔림에 빨개진 얼굴로 부들부들 떨다가 홱 어디론가 고개를 돌렸다.

     

    “나, 나만 진 게 아니야! 오크노디도 분명 고전할 거라고~!?”

     

    그런데 현실은 딴판이었다.

    오히려 2학년이 비명을 지르며 피하기 급급하다.

    매스각키 황녀가 보여주려던 운동회 강자데뷔가 오크노디의 손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 *

     

     

    데드캣은 지난 이틀간 몸조리 하나만 필사적으로 전념했다.

    환상스택.

    나인 라이브즈의 여덟 개의 여분의 목숨만 다시 쌓으면 자신의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

    조건이 어려운 기술일수록 강한 공격이 나온다.

    분신의 사망을 본체의 사망처럼 세계의 섭리를 속여서 <동귀어진>을 기본으로 삼는 데드캣의 강력한 반격술을 펼쳐낸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최소 여덟 번을 안전하게.

    일방적인 딜교가 가능한 사기캐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주는 단일보스 딜찍누에 최적화된 캐릭터의 딜셋을 고스란히 갖춘 캐릭터.

    그러나 고인물의 눈에는 이도저도 아닌 애물단지로만 보일 뿐이었다.

     

    “선배~! 이번엔 도망치지 않는 거죠? 무지개볼 받을 수 있는 거 맞죠?”

    “네 차례는 없어. 나만 던지고, 다음에도 나만 던지고, 그 다음에도 나만 던질 거야.”

     

    혼란을 틈타 3개의 공을 회수한 데드캣.

    치사하다느니, 한 번만 봐달라느니.

    애처럼 떼 쓰고 징징거려도 이상하지 않다고 여겼던 오크노디는 뜻밖에도 흐응~? 이라며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네 마음대로는 안 될 텐데.

    그게 뜻대로 될까?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그럼 보여주지.”

     

    그녀의 환상스택은 적의 공격으로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제 목숨을 끊어도 환상스택은 줄어든다.

    상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극강의 효율을 자랑하는 공격이 날아드는 셈!

     

    “내가 공포의 데드캣이라 불리던 이유를…?”

     

    당당하게 선언하며 무너졌던 선배의 위신을 챙기고 압박을 가하려는데 손이 허전하다.

    손에 들린 공이 어느새 통통 굴러서 오크노디의 수중에 쏙 들어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발치도 허전하다.

    발밑에 딱 내려놓았던 공들이 제멋대로 오크노디를 향해 굴러가고 있다.

     

    <매직아이>

     

    대체 무슨 수작을 벌인 건가.

    두 눈 가득 마나를 집중해서 마법적 수작을 간파하려던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왜앵 왜앵

     

    피구공에 찰싹 달라붙어서 몸으로 공을 굴리는 투명모기들의 모습이.

    심지어 그중 한 놈의 몸은 옅은 빨간색이다.

    공을 놓쳤던 손을 내려다보자 공을 쥔 손가락이 팅팅 부어있었다.

    손에서 힘이 빠지고 공을 놓쳐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감각이 마비된 손가락이었다.

    망연자실한 그녀의 앞에서 오크노디가 신이 나서는 공을 집어들었다.

     

    “3단계 무지개볼~~!”

     

    심지어 그녀의 발치에는 데드캣이 정성스럽게 모아둔 공이 두 개나 더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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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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