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48

    ‘좋아, 계산은 완벽하다.’

     

    루크는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마법식은 모두 준비되었다.

     

    이제 정말로 문을 목전에 둔 상황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루크는 그 한걸음 앞에서 난데없는 복병을 맞았다.

     

    일단, 루크 숲의 순찰 병력이 그 ‘지원’탓에 평소에 비해 너무나 많았다.

     

    아무리 검산을 완벽하게 마쳐봤자, 해당 지점에 갈 수 없다면 전혀 쓸모가 없다.

    그렇다보니 루크는 반드시 숲의 중심지로 들어가야만 하는데, 그 쪽은 자신 혼자서 산책을 할 수 없는 곳이다.

     

    1등급 위험지역.

     

    따라서, 누군가의 눈에 띄게 된다면 곧바로 돌려보내지고 말터.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루크 숲에서 숲지기들과 함께 생활하며 경계의 사각지대 쯤은 이미 진작에 전부 파악해 두었던 루크였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지원이 많아서야 순찰루트가 바뀌어서 그 정보도 못 써먹을 지경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루크를 곤란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루크, 혹시 여기 있니?”

    “…….”

     

    바로 저 샌슨이라는 숲지기 때문이다.

     

    며칠 전, 리엔느 숲에서 지원으로 들어온 그는 과거 리엔느 숲에서 있었던 사태에서 자신을 구했던 모양이라, 어쩐지 자신에게 조금 집착하는 느낌이 있었다.

    어찌나 집착하느냐 하면…….

     

    “루크가 또 숲에서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숙소에서 루크가 대답이 없어요!”

    “네? 그 애가 숲으로 나오는 걸 보지는 못했는데요…….”

     

    조금만 숨어있어도, 저런 반응이 나와서 온 숲지기들에게 자신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루크는 한숨을 푹 내쉬며, 숨어있던 짐들 사이에서 걸어나오며 말했다.

     

    “나 여기 있네.”

     

    그렇게 루크가 모습을 보이자, 그제서야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아, 거기 있었구나. 왜 그런데에 있었어? 혹시 숨바꼭질이라도 하고 있었던거니?”

    하고 말하는 것이다.

    “뭐……, 그렇지.”

     

    ‘바로 그대에게서 숨고 있었던 것이지만.’

     

    “놀랐잖아. 오늘도 숲에서 길을 잃은 건지 걱정했다고.”

    “하하…….”

    “혹시 또 숲에 들어가고 싶어진다면, 꼭 다른 숲지기들과 동행하는 것이 중요해. 알겠지?”

    “알고 있다.”

     

    루크는 숲에서 길을 잃은 적은 사실 단 한번도 없었다.

    단지, 공간좌표를 찾아다니다 우연히 마주친 이들에게 ‘길을 찾고 있었다’라는 핑계를 몇 번 정도 대었을 뿐.

    그랬더니 이제는 자신을 숲에서 자주 길을 잃는 아이라고 인식하게 된 모양이다.

    게다가, 루크 숲 숲지기들에게 자신에 대해 어떤 일화를 듣게 되었는지, 자신에게 갑작스럽고 지나치게 친절해진 상태.

     

    솔직히 말해서, 이건 귀찮다.

     

    이래서야 숲의 향기를 맡으며 그루터기에 앉아 첼로를 켤 때에도 눈치가 보여서 기분이 묘하다.

     

    ‘그 옛날의 예르나가 생각나는 숲지기로군…….’

     

    뭐, 솔직히 말해 그의 생각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직접 ‘목숨을 구한’ 아이가 아닌가.

    조금 더 신경이 쓰이기야 하겠지.

     

    물론 그가 생각하는 것 처럼 목숨을 구해졌다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어차피 자신은 마나가 있는 곳에 있다면 죽지는 않았을 테니 그들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 사실을 모른다면 그리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었다고 본다.

     

    루크는 샌슨이 다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다프네에게 슬쩍 묻는다.

     

    “저기, 다프네. 샌슨의 근무가 언제까지지?”

    “하하하, 역시 조금 귀찮니?”

     

    한치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루크.

    그 모습에 다프네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하, 그래도 이번주까지니까 조금만 참아. 저 아저씨도 나쁜 뜻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 동안 숲 산책은 다른 숲지기들이랑 같이 하고.”

    “……이번 주까지라고?”

     

    루크는 기겁했다.

    일주일이라면 너무 길다!

    왜냐하면…….

     

    ‘매직파인더 체험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일이면 매직파인더의 체험기간이 끝난다.

     

    그렇게되면 계획이 틀어지고 만다.

    그닥 복잡하지 않은 다른 마법이라면야 암산만으로도 너무나 간단하게 답이 나오지만, 공간을 여는 것은 그런 것 따위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순간계산을 요구한다.

    루크의 뛰어난 암산능력을 동원하더라도, 실시간으로 변하는 자연상태의 값에 맞출 수 있는지는 미지수.

     

    그렇기에 컴퓨터를 이용한 보조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헌데, 일주일을 기다리라니?

    그렇게 되면 현장에서 매직파인더를 쓸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암산으로는 미처 잡지 못한 오차로 무슨 불상사가 벌어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공간을 여는 것은 어려운 동시에, 위험한 일이기도 하니까.

     

    그것도, 차원 너머에서 시가르마타가 도사리고 있는 지금 같은 때에는 더더욱 말이다.

     

    혹시나 공간의 깔끔한 절단에 실패해서 차원을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된다면, 그야말로 대참사다.

    기껏 차원의 파도의 영향으로 현신하지 못하고 있는 시가르마타가 그 어긋남을 타고 빠르게 현신해버린다면…….

    그야말로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리는 꼴이 되고 말 터.

     

    ‘어쩔 수 없어. 이 방법 밖에는…….’

     

    루크의 눈빛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

     

    다음 날.

     

    “안녕, 루크!”

    “아, 그래. 안녕하신가.”

     

    화단을 가꾸던 루크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 오는 다프네.

    그에 루크 역시 밝게 인사를 건네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

    “그래.”

     

    오늘따라 루크의 기분이 좋아보인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렇게까지 밝게 웃지는 않았는데.

     

    역시, 새로 산 물뿌리개 때문에 기분이 좋은 걸까?

     

    “음, 역시 그 물뿌리개는 마음에 들어? 물은 잘 뿌려지고?”

    “그렇다.”

    “역시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네!”

    “고맙군.”

     

    루크가 저렇게 좋아하니, 참으로 보람스러운 일이다.

     

    ‘물뿌리개를 선물해주길 잘 했네.’

     

    그렇게 조금 떨어진 곳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루크를 바라보고 있는 샌슨을 발견했다.

    다프네는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정말 예쁜 화단이죠? 샌슨씨?”

    “네, 정말 그렇네요. 저건 다 누가 키운 거랍니까?”

    “보시다시피, 루크가 직접 키운 꽃들이에요.”

    “네? 정말입니까?”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는 샌슨에게, 다프네는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이에요. 저희는 가끔씩 손을 빌려주는 정도죠.”

    “그런가요?”

    “그런데 또, 자기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화를 낸다니까요.”

    “그렇군요. 루크는 꽃을 굉장히 좋아하는가 봅니다.”

    “네. 그렇죠.”

     

    다프네는 다시 루크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저 애가 처음 숲 산책을 나가서 꽃을 땄을 때가 생각나서 감개가 무량하다.

    그 때, 루크는 마낼로의 꽃말과 그 꽃에 얽힌 이야기까지 줄줄이 읊어낼 정도로 꽃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지.

    예르나에게 사과할 일이 있다며 꽃을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것 처럼 정성스레 감싸쥐고서 아장아장 걷던 그 루크가, 벌써 이렇게 크다니.

     

    처음 루크를 숲에서 발견했을 때엔 거의 앙상한 몸에 이곳저곳 멍까지 들어있어서 너무나 안쓰러운 모습이었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말할 수 없이 건강하고 성숙해진 루크다.

     

    “세월이 참 빠르네.”

     

    이제는 아카데미에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친구들도 있고.

     

    그러다 문득, 다프네는 루크에게서 평소와는 다른 부분을 발견했다.

    루크가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았다는 목걸이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 깜빡했나?’

    항상 틈만 나면 소중하게 만지작거리던 목걸인데. 이상한 일이다.

     

    ————–

     

    숙소에서 다프네가 화단을 가꾸는 루크의 모습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고 있는 순간.

     

    로브를 눌러쓴 작은 인영이 루크 숲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가고 있었다.

    꽤나 수상한 모습.

     

    바스락, 바스락.

     

    누군가 다가오는 풀소리가 들리자, 황급히 몸을 숨기는 그.

    다가온 것은 숲지기였다.

     

    슬쩍, 그것을 확인한 그는 다시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가 점차 멀어짐에 따라, 그가 나무 뒤에 숨겼던 몸을 빼내며 한숨을 쉬었다.

     

    “순찰이 잦군……. 역시 지원 때문에 인력이 많아서 그런 것인가.”

     

    하지만 그 인물에게서 들려온 것은 수상한 거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굉장히 앳된 소녀의 목소리였다.

     

    소녀는 자신의 목에 손을 가져가, 목걸이를 보았다.

     

    아름답게 빛나는 짙푸른 월영석 목걸이에 비친 인물상은 다름아닌, 루크였다.

     

     

    “케이트는 아직 들키지 않았겠지?”

     

    ——–

     

    몇 분 전,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자꾸만 자신을 찾는 샌슨 때문에 자리를 벗어나기 어려워진 루크는 한가지 꾀를 냈다.

    대역.

    잠시 대신 시선을 끌어줄 미끼를 세우는 것이다.

     

    그럼 대체 누굴 대역으로 세우느냐 하고 묻는다면 바로…….

     

     

    루크가 과거 예르나에게 선물로 받은 거대 인형, ‘케이트’였다.

     

     

    루크는 화단에 고양이 인형을 세웠다.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인형에 평소 루크가 입는 옷을 입혀 둔 상태라는 것.

    반면, 루크는 그 고양이 인형이 입고 있던 마법사 의상을 입은 상태였다.

     

    옷을 따로 챙겨오면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 루크는 이번에 인형과 아예 옷을 바꿔 입는 방법을 택했다.

    다행히 인형이 굉장히 커서, 과거 다이튼이 기념품점에서 사준 그 옷을 입혀 가져왔을 때도 그리 부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이제, 거의 다 되었군.”

     

    루크는 이후 자신이 모아두었던 꼬리털을 꺼내 케이트의 머리 위에 뿌린다.

    그렇게하니, 마치 우스꽝스러운 허수아비처럼 보였다.

    눈이 달려있다면 그 누구도 이런 장난에 속을 이유는 없으리라.

     

    하지만, 마법이 첨가되면 다르다.

     

    “알레프, 할루스.”

     

    인식을 바꾸어 환상을 보여주는 술식, 그것을 통하자 그 누구도 속지 않을 것 같던 허수아비는 그야말로 루크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한 모습이 되었다.

     

    뭐, 이대로 두기만 해도 시간 벌이 정도는 되겠지만, 그걸론 부족할 수 있다.

     

    루크는 마법사모자 위에 꽂아두었던 깃털을 뽑아쥐었다.

    그것은 사실 그냥 장식용 깃털이 아니고, 루크가 미리 황금매의 깃펜을 꽂아 둔 것이었다.

     

    깃펜으로 미리 작성해온 인격 활성화 마법식을 뒷목에 휘갈기는 루크.

     

    마법식의 마지막 한 줄을 써내리자, 그제서야 루크의 모습을 한 ‘케이트’가 눈을 뜬다.

     

    ‘좋아, 눈 색도 틀리지 않았군.’

     

    루크는 그런 케이트에게 물뿌리개를 쥐어주며 물었다.

     

    “네가 누구지?”

    “나는 케이트.”

    “무엇을 해야 하지?”

    “루크님의 대역.”

     

    그 말에 루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정도면 자아는 적당히 만들어진 것 같다.

    그럼, 성능을 알아볼 차례.

     

    루크가 손가락을 튕기자, 케이트의 인형처럼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던 담담한 무표정에 조금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루크, 지금 너는 무엇을 하고 있지?”

     

    그러자, 가볍게 미소지으며 돌아오는 대답.

     

    “화단을 가꾸는 중이라네.”

     

    입력한 대로의 대답이다.

     

    “밥 먹으러 갈 건데, 먹겠나?”

    “지금은 사양하지.”

    “화단 가꾸기는 언제까지 할 거지?”

    “잘 모른다.”

     

    좋다,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것도 문제는 없다.

    비록 복잡한 단어를 만들 정도까지 인격을 만들기엔 시간이 없어서 날림으로 작성한 터라 단답형으로 밖에 못 하지만.

     

    뭐, 이 정도만 해도 일단은 충분하겠지.

    루크는 컴퓨터를 팔에 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좋아, 그럼 내가 없는 동안 잘 부탁하네.”

    “그래, 잘 다녀오게나!”

    “흐응…….”

    헌데, 자신의 모습을 한 인형에게 배웅을 받으니 어딘가 묘한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가슴이 좀 간질간질 하고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지는 것이…….

    ‘흠, 내가 남들에게는 이렇게 보였던 것인가?’

     

    루크는 곧, 남들에게 흘리는 웃음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기외모의 객관화를 이렇게 하는 루크…

    그나저나 요즘 루크가 완전 도둑냥이네요 ㅋㅋ

    PS. 다시보니 루크의 꼬리를 빼먹어서 수정했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