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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8

       그녀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숙소로 돌아오고 나서였다.

         

       사람들 앞에서는 얼굴을 드러내기 싫었던 그녀였지만, 씻기 위해서는 가면을 벗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벽에 못 박힌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이할 정도로 단단한 결합은 물리적인 현상이라기보다 마법적인 현상에 가까워 보였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몸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가면이라니?

       마치 할로윈 괴담에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거울에 비친 우는 여자의 무시무시한 모습은 그녀의 공포심을 더욱 부채질했다.

         

       가면을 벗기 위해 한참을 용을 쓰던 그녀는 곧 얼굴에 느껴지는 감각을 어디선가 맛본 적이 있다는 걸 기억해냈다.

         

       페르소나. 원더랜드에서 입고 다녔던 그것은 진짜 옷이라기보다는 몸의 연장선 같은 느낌을 줬었다.

       가면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그때와 비슷했다.

         

       그녀는 얼굴을 덮고 있는 그것을 어루만졌다.

       어째서 페르소나가 현실에 나타난 것일까.

       그것도 자신에게만?

       아무리 애를 써도 벗어지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마치 가면이 얼굴과 일체화된 것 같았다.

         

       그녀는 이틀 동안 가면을 벗기 위해 갖가지 시도를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가면의 입 부분에 구멍이 나 있었기에 음식을 먹는 것은 가능했다는 것이다.

       다만, 얼굴을 씻지 못해 간지러운 게 문제였다.

         

       이러다 평생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든 그녀는 마침내 어제 원더스타인 단장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아무리 그분이라도 이런 일은 모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그분은 자신의 증상을 듣자마자 재빨리 자신을 안심시켰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내일 우리 별장으로 와 주겠어요? 아, 엘라 양이 외출 나간다고 하니까 같이 놀다가 들어오면 되겠네요.”

         

       그렇게 엘라를 따라 거리로 나온 그녀였으나, 그냥 바로 원더스타인을 찾아가는 게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흘이나 얼굴을 씻지 못해서 상당히 찝찝했다.

         

       혹시나 단장님 앞에서 덜컥 이것을 벗었을 때, 너무 지저분해 보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가기 전에 향수를 좀 더 뿌릴까?

         

       그때,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이 그녀 앞에 불쑥 다가왔다.

         

       “레이나 언니……손잡아줘요…….”

         

       그것은 루엘로였다. 그녀는 한쪽은 엘라와 손을 맞잡고는 레이나에게는 반대쪽 손을 내밀고 있었다. 잠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던 레이나는 곧 가볍게 웃으며 그녀가 내민 손을 받아들였다.

         

       단장님이 놀다 오라고 했으면,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분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그들은 본격적으로 할로윈 축제에 뛰어들었다.

       우몬과 트라이머리는 축제 베테랑(?)답게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척척 안내했다.

         

       체험장에 들어간 그들은 다 함께 커다란 호박을 파내 등을 만들었다. 호박은 어지간한 사람보다도 컸다. 예테린푸르크 연금술 길드 소속의 원예사들이 축제를 위해 특별히 키운 것이었다.

         

       “저번 주에 왔을 때, 가스통 영감님이 자기가 키운 것보다 크다고 분해하더라. 작물 재배는 지역의 기후, 환경, 습성을 꿰고 있는 토착 연금술사를 이기기 힘들다나?”

         

       그들은 주최 측에서 제공해주는 끌, 망치, 삽 등을 이용해 호박을 파냈다. 우몬과 루엘로가 힘 조절에 실패해 군데군데 부숴 먹었지만, 레이나가 그런 곳마다 원래 의도했던 것처럼 그럴듯한 조각을 덧붙였다.

         

       덕분에 전체적으로 우스우면서도 세부적으로는 고풍스러운 멋의 호박 등이 완성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광장을 둘러싼 열을 따라 배치되었다.

         

       “위치도 기억하기 좋은데? 딱 학교 옆이잖아?”

       “내일 아빠 데려와서 보여줘야겠어요!”

         

       옷 여기저기 호박즙을 잔뜩 묻힌 그들은 다음에 집시들의 주술시장을 들렀다. 2주 전보다 파는 물건들의 종류가 더 많아졌다. 그들은 시장을 돌아다니며 으스스한 장식품들을 구경했다.

         

       “어, 언니! 저것 좀 보세요! 으아아…….”

         

       기괴한 것을 볼 때마다 루엘로가 눈을 가리고 벌벌 떠는 것을 구경하는 데 재미 붙인 일행들은 누가 더 무서운 것을 그녀 앞에 들이미는지로 경쟁이 붙었다. 그리고 그 놀이는 목 잘린 닭이 파닥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을 본 루엘로가 혼절하면서 끝이 났다.

         

       결국 그녀가 깨어났을 때, 일행들은 모두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녀는 괜찮다고 하긴 했으나, 안색이 핼쑥하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도스빌이 업고 다녀야 했다.

         

       “죄송해요…….”

       “쳇, 그럼 걷든가.”

         

       도스빌은 그녀가 사과하거나 감사의 말을 할 때마다 투덜거리기는 했으나, 그 이상 불평을 늘어놓지는 않았다.

         

       길들이기 곡예사들의 거리에도 재미난 것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괴물 단원들에게 친숙한 것도 있었다.

         

       머리 둘 달린 돼지, 사람 얼굴을 단 개, 다리 길이가 극단적으로 짧은 망아지 따위가 울타리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우몬과 트라이머리는 그것들을 보며 신기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해했다.

         

       길을 걷던 그들은 아는 얼굴을 만나기도 했다.

         

       “수십 마리의 뱀을 피리 한 자루로 조종하는 여자!”

       “뱀 조련사 수아브!”

         

       싸구려 정장을 입은 두 남자가 터번을 두른 여자 뱀 조련사가 재주를 부리는 곳 앞에 서서 간단한 만담을 끼워 넣으며 공연의 호응을 유도했다.

         

       “저 사람들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어요?”

       “그러게.”

       “어딘가 익숙한데.”

         

       첫 만남 이후로 알렌과 조를 본 적 없었던 우몬과 트라이머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라가 옆에서 귀띔하자 그제야 간신히 기억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런 사람들도 있었지.”

       “어찌어찌 잘 다니고 있는 모양이네.”

         

       그들은 이어서 고양이들의 합동 곡예와 쥐들의 장애물 경주도 구경했다.

       도스빌 남작은 경주에 얼마 안 되는 월급을 모두 걸었다가 참패했다.

         

       “그러니까 3번에 걸으라고 했잖아.”

         

       엘라의 핀잔에 그는 우승 왕관을 쓰고 우쭐대고 있는 3번 쥐를 보며 눈물을 삼켰다.

         

       점심은 길거리 음식들을 여기저기서 사 와 야외 테이블에서 둘러앉아 먹었다. 서로 욕하고 시비 걸다가 어느새 몇 마디 트게 된 도스빌과 트라이머리 형제는 서로 마주 앉아 맥주를 마셨다.

         

       “크, 밖에 나와 먹으니까 술맛도 좋다.”

       “안에서는 마시고 싶어도 흥이 안 날달까? 아니, 애초에 서커스단에 술 마시는 남자가 없어.”

       “단장님은 안 마시지. 스벤은 못 마시지. 밴딕은 말이 없지. 요벨은 그냥 없지.”

         

       셋이서 늘 함께한 트라이머리는 괴물 단원 중 유일하게 외향적인 활동을 즐겼다. 그것은 사회성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한 번씩은 외톨이가 되어본 경험이 있는 다른 단원들과 달리 그들은 늘 함께였고 외로움 같은 건 느껴본 적이 없었다.

         

       “너희는 셋이서 마시면 되잖냐.”

         

       도스빌의 말에 트라이머리는 동시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같이 있어도 몸은 하나에 팔은 둘이야.”

       “대작을 못 하면 그게 무슨 재미야.”

       “훗, 하긴. 양손에 잔을 들고 부딪치는 것도 웃기지. 어차피 한 명은 못 마실 테고.”

         

       몇 달간 고생하면서 귀족적인 허세가 많이 사라진 도스빌은 예전이었다면 싸구려라고 깔봤을 맥주를 잘도 마셨다. 그렇게 네 사람은 순식간에 맥주를 스무 잔 넘게 비웠다.

         

       “돈은 얼마든지 쓰라고 했지만, 저 인간들 술값에만 쓰는 건 아까운걸.”

         

       엘라가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모두 마치고 배를 꺼트리고 쉬고 있을 때까지 술을 퍼마시고 있는 그들을 보며 혀를 찼다.

         

       “그럼 어떻게 하게?”

         

       레이나의 물음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일을 시켜야지.”

         

       그녀가 일행들을 데리고 간 곳은 거대한 기계장치가 즐비한 곳이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궤도 열차와 빙빙 돌아가는 그네, 진자 운동을 하면서 높이 솟았다가 내려오는 배 같은 것이 있었다.

         

       “우와아! 이게 다 뭐야!”

       “뭐야, 이런 건 또 언제 생겼대?”

       “저, 처, 처음 봐요!”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레이나 역시 놀랐는지 멍하니 그것들을 바라봤다.

         

       도스빌 남작만이 저것들이 뭔지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 수도에서 최신 유행하는 놀이기구들이군. 유학 갔을 때 본 적 있지. 그게 지방에도 있는 줄은 몰랐는데.”

       “맞아. 맞아. 우린 며칠을 돌아다녔는데 이런 거 못 봤어.”

       “어제 신문에 나왔어. 오늘 오후부터 시작한다고 하더라고.”

         

       근처를 둘러보니 소식을 들은 사람들 또는 새로 생긴 울타리를 보고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더 몰려들기 전에 서둘러 기구를 타보기로 했다.

       첫 탑승물은 앞뒤로 흔들리는 해적선이었다.

         

       그러나 도스빌과 우몬은 직원에게 탑승을 제지당했다.

         

       “3명당 1명입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손님 3명당 1명이 노동력을 제공해야 합니다.”

         

       직원이 가리킨 곳에는 커다란 물레를 붙잡고 몇 명의 남자들이 어깨를 풀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 기구는 기관 동력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람이 손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었다.

       거기 있는 남자들은 대부분 기구에 탄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아니, 증기기관의 시대에 이 무슨!”

       “잠깐만요! 그럼 트라이머리 형들이 돌려야죠! 저 10살이에요! 아동노동 반대!”

         

       그러나 삼 형제는 낄낄대며 기구 옆에 붙은 주의 팻말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키 185cm 이상 탑승 금지>

         

       “우핫핫, 우몬아, 우리가 탄다. 네가 끌어라.”

       “에베베, 힘센 동생 덕에 호강하는구나!”

       “이랴, 달려라! 우몬! 이랴! 이랴!”

         

       술에 취해 흥이 난 삼 형제는 막내를 향해 허리를 흔들며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려댔다.

       우몬이 씩씩거리며 분통을 터트리려 했으나, 직원의 제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레로 내려가야 했다.

         

       “야, 덩치야, 안쪽에 서라.”

         

       순식간에 물레의 구조를 파악한 도스빌이 우몬을 향해 몰래 속삭였다.

         

       “밖에 서면 더 힘을 많이 써야 해.”

       “그래요?”

       “그래. 노잡이하고 같은 원리야. 원의 바깥에 선 사람이 더 고생하는 거지.”

       “우와!”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을 동경하는 우몬의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더 오기 전에 재빨리 안쪽에 들어갔다. 얼마 안 있어 배는 만선이 되었고, 물레의 6개의 살에 각각 3명의 사람이 붙어 18명이 신호에 맞춰 힘껏 그것을 돌렸다.

         

       “으갸갹!”

       “끄으응!”

         

       끼기긱.

       물레가 돌아감에 따라 배가 쇠 끌리는 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갔다. 안에 탄 아이들은 잔뜩 흥분해서 서로 수군거렸다.

         

       루엘로는 엉덩이가 바닥에서 뜨는 것을 느끼며 손잡이를 꽉 붙들었다.

         

       “언니! 제 손목 놓으면 안 돼요! 알았죠?”

       “너무 걱정하지 마. 안전장치 다 착용했잖아.”

       “그래도요! 절대 놓으면 안 돼요!”

       “알았어, 알았어.”

         

       그리고 배가 최고점에 도달한 순간.

       배를 끌어 올리던 쇠사슬의 크랭크가 풀렸고, 엘라와 레이나는 약속한 것처럼 루엘로의 손목을 붙든 손을 위로 휙 치켜들었다.

         

       “꺄아악! 언니들!”

       “만세!”

       “아하하! 자, 가자! 카리브 해로!”

       “으흐흑!”

       “우하핫, 이거 끝내주는데!”

         

       즐거움과 두려움에 찬 비명이 뒤섞여 들렸다.

         

       그렇게 10여 번을 앞뒤로 솟구쳤던 배는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걸로 끝인가 싶어 안도감과 아쉬움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데, 해적선은 다시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크랭크에 고정되었다.

       안에 탄 아이들의 얼굴에 희비가 교차했다.

         

       물레에서 잠시 손을 떼고 쉬고 있던 남자들은 다시 힘을 써서 배를 끌어 올렸다.

         

       “해병이 된 기분이군!”

         

       도스빌이 큰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렇게 해적선 탑승은 3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완료되었다.

         

       근처 건물 꼭대기에 앉아 있는 한 마리의 매는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그는 그들이 마차에서 내릴 때부터 그들을 계속 따라다녔다.

         

       그는 해적선에서 내린 어린 여자애가 눈물범벅으로 완전히 삐쳐서는 언니들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과 커다란 덩치의 막내가 아까 얄밉게 군 형들을 번쩍 들어 올려 빙빙 돌리는 모습을 보고 짧게 웃었다.

         

       이윽고 그는 그들이 다음 놀이기구를 향해 가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날개를 펼치고 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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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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