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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8

       

       

       

       

       

       248화. 성지 재개발 운동 ( 2 )

       

       

       

       

       

       짜리몽땅한 오푸스 팔락이 주점 앞에 마련된 단상으로 올라섰다. 한 손에는 그가 애용하는 망치를 굳게 쥔 채였다.

       

       이글거리는 눈빛의 오푸스 팔락이 턱수염을 사방으로 흩날리며 외쳤다.

       

       “여러분! 위대하신 분이 누구입니까! 그리운 이름입니다! 우리의 가슴입니다!”

       “맞습니다!”

       

       외친다.

       그의 진심을 담아.

       

       “너무나 슬프게도…! 위대하신 분께서 성지를 살피지 않으신지 너무나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분께서는! 또 다른 땅을 다스리느라 성지를 살피지 못하셨습니다!”

       “그, 그런…”

       “성지 말고 위대하신 분의 땅이 또 있었어…?”

       

       위대하신 분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 있는 땅이, 성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에 모두가 흔들린다.

       

       “하지만 여러분! 어쩌면, 이것은 또 하나의 시련일지도 모릅니다!”

       

       불타는 땅에서 피어나던 창조의 권능이 아른거린다.

       본래 성지에서 꽃피던 그분의 손길이, 오푸스 팔락이 알지 못했던 땅에 닿고 있었다.

       

       “여러분! 그저 기다리며 기도만 하는 것이 정녕 옳은 것입니까!”

       

       그분의 눈길이 불타는 땅에 향하고 있는 탓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 정녕 그분께서 원하시는 바입니까!”

       

       위대하신 분의 눈길을 다시 사로잡을 것이다.

       

       “아닙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이들입니까! 무엇을 만들고,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이들입니까!!”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발휘해서, 그분의 눈길을 다시 이 땅으로 향하게 할 것이다.

       

       그깟, 불과 용암이 흐르는 땅보다.

       이 드넓고 광활한 초원을 더욱 경이롭게 해 보일 것이다.

       

       드워프와 엘프, 밤의 일족이 힘을 합친다면. 그들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다면.

       

       ‘할 수 있고말고…!’

       

       척!

       

       오푸스 팔락이 망치를 힘차게 들어 올렸다.

       어느새 주점 앞에는 뜨거운 공기가 넘실거리며 파도쳤고, 형형한 눈에는 의욕과 투기가 가득했다.

       

       “갑시다, 여러분! 연장을 챙기고! 저 초원으로 갑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최선을 이루어 봅시다!!”

       “우와아아아!”

       “정말 위대하십니다 형님!!”

       

       그의 손가락 끝이 향하는 곳은, 아무런 건물도 없는 드넓은 초원이었다.

       

       뚝딱뚝딱ㅡ!

       우당탕, 쿵! 쾅!

       

       그렇게 텅 빈 초원의 넓은 곳에서, 드워프와 엘프, 밤의 일족이 한데 힘을 합친.

       그들의 혼신의 힘을 불어넣은 무언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

       

       

       

       

       

       성도, 키비타스.

       

       초록색 피부가 돋보이는 오크 하나가 한스의 손에 잡혀 질질 끌려 오는 것이 보인다.

       오크가 있는 힘껏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는 모양새였는데, 한스는 너무나도 쉽게 오크를 끌고 왔다.

       

       – “우어억…! 시, 싫★다…! 대장, 싫$다아ㅡ! 나한테 이상한 거 시킨다!! 고기! 고기 사준^다고 했는데!! 배신했다!!”

       – “자, 자. 얼른 가자. 이것만 확인하고 나◆면 내가 진짜 고*기 사줄게, 응?”

       – “으어어#어억!! 대장ㅡ!!”

       

       산만 한 크기의 오크가 발버둥 치는데, 무슨 강아지처럼 질질 끌고 오는 한스.

       저 모습을 보니 한스가 얼마나 말도 안 되게 강해졌는지 새삼 실감이 간다.

       

       도대체 내가 무슨 괴물을 만든 거지? 인간이 오크를 힘으로 질질 끌고 오는 이게 맞냐?

       

       파아앗ㅡ!

       

       한스가 오크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어서 커다란 문에 올렸다.

       커다란 문은 돌연 눈부시게 빛을 내뿜으며 하나의 문양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쾌한 팡파레 소리.

       

       빰빠바밤ㅡ!

       

       《다섯 종족을 찾아내기 : 현재 진행도 ( 4/5 ) 》

       

       화면 한구석에 깜빡이는 퀘스트창의 숫자가 올라간다. 한스가 끌고 온 오크는 다섯 종족 중 네 번째 종족이었다.

       

       이로써 지금까지 찾아낸 종족은 모두 넷.

       수인, 엘프, 밤의 일족, 오크.

       

       이제 딱 하나 남았다.

       어떻게 찾을지 생각하면 좀 막막하긴 했지만, 또 언젠가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여전히 가려서 보이지 않는 퀘스트의 보상.

       

       《■》

       

       새까만 네모처럼 보이기도 했고, 검열된 문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도대체 이 퀘스트의 가려진 보상은 뭘 말하는 것일지… 

       

       괜히 검지 손가락으로 툭, 툭- 두들겨 봤지만, 그런다고 안 보이던 것이 보일 리는 없다.

       

       잠시 그렇게 시간을 죽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려버렸다.

       

       .

       .

       .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당장 마지막 종족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단서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지금까지 넷이나 찾은 게 이상할 지경이지.

       

       

       대신 할 수 있는 일이나 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터.

       결국 돌고 돌아 탄탈로스로 향한다.

       

       – “끄가가가가가각!!!”

       

       “어우. 비명 너무 달아. 이가 썩어 버릴 것 같아!”

       

       요즘 한창 재미를 붙인 탄탈로스 타이쿤. 이게 아주 시간 잡아먹는 도둑이나 다름없다. 

       이것저것 추가하고 수정하다 보면 시간이 막 삭제가 된다니까?

       

       덕분에 요즘 ‘세계 탐험 모드’도 자주 못 들리고, 신전에는 더더욱 신경을 못 쓰고 있다.

       

       ‘생각난 김에 한 번 들려야겠다.’

       

       슬슬 드워프랑 엘프들이 만든 무기 회수할 때가 됐지.

       

       밖에서 탱자탱자 놀다가 수금할 때만 어슬렁거리며 들어가는 꼴이, 어째 밖에서 싸돌아댕기는 못난 가장이 된 기분이기도 한데.

       

       잠시 화면이 까맣게 변하며 로딩하다가, 이내 커다란 신전을 중심으로 넓은 초원이 비쳐 보였다.

       

       “…음?”

       

       눈을 찌푸렸다. 내가 지금 잘 못 보고 있나?

       

       ‘…뭐지…?’

       

       눈을 비비고 다시 화면을 본다.

       

       익숙한 신전이 보인다.

       

       그 밑으로는 작은 황금 나무가 보였고, 밤의 일족이 지내는 건물과 드워프의 대장간도 보인다. 그 사이사이로 알박기된 작업장이며, 커다란 주점도 그대로다.

       

       …그런데 왜 아무도 없지?

       

       신전은 물론이고 온 사방이 텅 비어서 오가는 녀석이 하나도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포칼립스가 여기를 덮치기라도 했나? 내가 안 와서 이런 일이?

       

       – “오, 오오ㅡ! 위대하신 분이●시여!!”

       

       저 멀리 구석에서 짜리몽땅한 녀석 하나가 발을 놀리며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익숙한 이름 ‘일꾼 1호’.

       내가 처음으로 만든 드워프 일꾼이다.

       

       “뭐야? 왜 저기서 오는 거야?”

       

       일꾼 1호가 뛰어온 방향으로 화면을 쭉 확대했다.

       저 멀리 초원의 끝부분쯤에 엘프와 밤의 일족, 이베르까지 모여있는 게 보였다.

       

       단체로 야유회나 소풍이라도 간 것일까. 세 종족이 한자리에 저렇게 모여 있는 건 보기 귀한 장면인데.

       

       “……저건 또 뭔…”

       

       모여있는 녀석들의 곁에, 희미한 실루엣의 무언가 보였다.

       

       거리가 멀리 있는 탓에 그림자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뭔가… 뭔가가 있다.

       

       슥, 스슥-

       

       녀석들이 모여있는 장소로 곧장 이동했다. 열심히 나를 향해 뛰어오던 일꾼 1호가 다시 방향을 돌려 부랴부랴 뜀박질했지만, 지금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그것의 첫인상은 명확했다.

       

       거대하고, 웅장하고, 화려하다.

       마치 대지를 밟고 일어선 거인의 그것처럼, 굳건하게 자리했다.

       

       요새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성이라고 불러야 할까.

       

       거대한 성은 얼핏 보면 드워프의 대장간과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온갖 형형 색색의 보석과 장식이 빛나며 위엄과 품위를 갖춘 모습이었다.

       

       “…허…”

       

       세 종족은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넓은 광장에 서 있었다. 방사형으로 퍼져나간 거미줄의 모습으로 구성된 작은 도시다.

       

       내가 만든 적 없는 것들이다.

       

       “이게 뭔…… 아니, 진짜 이게 무슨…”

       

       사람이 생각치도 못한 상황에 닥치면 말도 안 나온다고 하던데,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랬다.

       

       이 요새… 아니, 성인가? 도대체 이건 뭐지?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거야? 혼자 땅에서 자라난 건가? 얘들은 왜 여기에 다 모여있는 거야?

       

       한참이나 입을 뻐끔거리며 거대한 성을 바라보다가, 홀린 듯이 손가락을 움직여 거대한 성을 터치했다.

       

       ㅡ하려고 했다.

       

       딸깍ㅡ.

       

       내가 ‘색안경’이라고 이름 붙인 머릿속 스위치가 멋대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하나의 무성 영화가 머릿속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건…?’

       

       끝없는 초원이 보인다. 그곳에 모인 드워프와 엘프, 밤의 일족도 보인다. 저마다의 손에 연장과 도구를 들고, 구슬땀을 흘리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저 성을 만드는 장면인가?’

       

       드워프가 주괴를 두들기고 녹여서 성벽을 만든다. 불이 꺼지지 않는 그들의 대장간에서 망치 소리가 심장처럼 맥박치고, 드워프의 손을 거친 벽돌과 성벽, 건물이 빠르게 자라난다.

       

       엘프는 나무와 꽃을 가꾸어 정원을 만들고, 궁전을 아름답게 꾸민다. 엘프의 손이 스치는 곳에는 숲이 자라나고, 식물이 번성했다. 작은 도시에 생명이 피어났다.

       

       밤의 일족은 보석을 깎았다. 세밀하고 병적일 정도로 얇게 깎아낸 보석은 그 건너편이 보일 지경이었고, 작은 보석 파편 수백 수천 개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미친, 이거 스테인드 글라스야?’

       

       달빛과 햇빛에 반사된 스테인드 글라스가 오묘한 오색을 반사한다.

       

       금속으로 빚어내고, 식물로 숨결을 불어 넣었고, 보석으로 심장을 새겼다.

       

       그리하여 완성된 작고, 웅장한 도시.

       

       “이, 뭔… 와ㅡ 씨, 이건 진짜…”

       

       입이 닫힐 생각을 않는다.

       

       이걸, 이 도시를.

       세 종족이 혼자서 만들었다고? 아무런 도움도 없이?

       

       – “삐익!”

       

       이베르가 위풍당당하게 두 발로 일어나서 가슴을 쭉 편다. 콧김을 흠! 하고 내뿜는 모습이 자신도 고생했다는 걸 어필하는 모습이다.

       

       “어… 으음…”

       

       ‘색안경’으로 보이는 장면 속에도 이베르가 있기는 했다.

       

       다만..

       

       – “삑! 삐이이익! 삑, 삐익ㅡ 삑!”

       

       다른 애들이 일하는 옆에서 열심히 춤추고 노래 부르고 있을 뿐. 

       

       그런데 이베르가 춤을 추면 애들 작업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이베르가 꼬리를 흔들었다 싶으면 거의 2, 3배의 속도로 손이 움직인다.

       

       ‘…군악병이 중요한 이유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루 종일 춤추고 노래 부르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긴 해.

       이렇게 보니까 이베르도 열심히 했구나?

       

       – 쓰담쓰담.

       

       작지만 웅장한 도시.

       

       금속과 나무, 보석이 어우러진 작은 보석함과도 같은 도시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한참이나 이베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 “삐익!”

       

       이베르가 제법 만족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핸드폰…!! 현대인의 사실상 모든 정보가 담긴 단말이죠…!! 잠깐이긴 하지만 무사히 찾아서 다행입니다…!! 과연 성지 재개발 운동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저도 무척 긴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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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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