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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8

       *** ***

         

       밤늦게까지 사라의 회복을 축하하는 축제가 벌어졌지만, 다음 낼 새벽은 평상시와 같았다.

         

       포달랍궁의 수행자들은 기본적으로 불교에 귀의한 승려들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불제자로서 지킬 수 있는 것들은 지키려 노력하는 편.

         

       술을 마시지 않았으니 밤늦게까지 놀았다 한들 다음날 지장이 없었다.

         

       나는 아침부터 궁주전을 찾았다.

         

       이 먼 서장까지 찾아온 이유. 포달랍궁 고수들을 움직여 운남과 사천의 긴장상태를 만들기 위한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사라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푹 잠들었네.”

         

       사라를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함박웃음을 짓는 라노징부. 뭐 한동안 사라는 잠꾸러기가 되겠지 아무리 잘 설계된 구령역천양밀염극단의 효능을 받았을지라도 급속도의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니까.

         

       그리고 뭐 구음지체를 둘러 싼 환경을 모두 제하더라도 한창 자랄 나이에는 잠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로 사라는 회복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 아침부터 찾아온 이유는 역시 보상 때문이겠지.”

         

       “알고 계셨습니까.”

         

       “자네들에게는 참으로 많은 것을 받았네. 그러니 이제 받은 것을 돌려줄 시간이 아니겠나.”

         

       라노징부는 웃음을 지우고 한 명의 아버지가 아닌 궁주의 얼굴로 변했다. 그렇게 변한 라노징부의 얼굴을 보며 나 역시 각오를 다졌다.

         

       사라의 구음절맥을 치료하며 포달랍궁에 큰 빚을 지운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뿐이다.

       

       내가 포달랍궁에 원하는 것은 사천정파와 운남사파의 충돌 속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누름돌 역할이지만…포달랍궁에서는 꼭 내 부탁을 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포달랍궁은 내 부탁을 거절하고도 다른 방법으로 나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문파였으니까.

         

       그러니 이제부터는 또 다른 승부점이었다.

         

       “저에게 힘을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 ***

         

       사라는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자니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우움…”

         

       “후후, 일어났니?”

         

       “엄마~”

         

       사라는 차이랑의 품에 폭 안겨 어제의 일을 생각했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열흘 가까이 지나 있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높이, 아니 몸 자체가 바뀌어 있었다.

         

       ‘어제, 재미있었지…’

         

       호천안과 일행들의 혼신의 마술공연을 떠올린 사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어제의 마술공연은 특별했지만 그 특별한 공연을 본 어젯밤을 더욱더 특별하게 만든 요소는 밤늦게까지 원없이 웃고 떠들고 달렸어도 지치지 않는 육체였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앗!”

         

       사라가 펄쩍 뛰어올랐다. 차이랑이 의아한 눈으로 사라를 바라보았다.

         

       “오늘부터 흑묘 언니한테 무공을 배우기로 했는데!”

         

       “이런.”

         

       차이랑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흑묘에게 무공을 배우기로 했다니. 차이랑의 얼굴에 오늘부터 사라에게 무공을 가르쳐주겠다면서 이런 저런 계획을 신나게 늘어놓던 라노징부의 말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으음, 사라야…”

         

       “다녀올게요!”

         

       “잠…!”

         

       차이랑이 붙잡을 새도 없이 후다닥 뛰어나가버린 사라. 차이랑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라노징부가 좀 섭섭해 할 테지만 자업자득이었다. 그러게 혼자 머릿속으로만 계획을 짜지 말고 사라와 약속을 잡았어야지.

         

       “언니이~”

         

       사라는 홀로 수련하고 있던 흑묘에게 달려가 푹 안겼다. 음 역시. 배도 푹신하고 따뜻했지만 역시 가슴이 제일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사라는 얼굴을 마구 부볐다.

         

       흑묘는 곤란하다는 듯이 사라를 떼 내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흑묘 소저께 무공을 배우러 왔습니까?”

         

       “안녕하세요, 언니들!”

         

       “그래.”

         

       흑묘와 함께 몸을 풀고 있던 당도연, 여일예, 당소열에게 인사하는 사라. 한동안 흑묘와 철석 달라붙어 있었던 사라는 이미 호천안 일행들과도 충분히 친해진 상태였다.

         

       점창파 제자답게 아이를 좋아하는 여일예는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올렸다가 멈칫했다. 열흘 사이에 수 년은 성장한 사라는 소녀의 내음이 물씬 풍기고 있었으니 아이를 다루는 것처럼 머리를 쓰다듬어도 될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라는 그런 여일예의 고민을 이해했는지 머리를 스윽 내밀었다.

         

       “후후, 고맙습니다. 사라는 사라로군요.”

         

       “헤헤.”

         

       사라가 여일예의 쓰다듬음을 받으며 방긋 웃었다.

         

       “자, 그럼. 수련을 시작해볼까?”

         

       “네!”

         

       흑묘는 무공이라기보다는 체조에 가까운 태극권부터 사라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흑묘의 시범이 끝나고 흑묘와 사라가 함께 태극권을 펼치기 시작할 때 즈음 호천안 역시 연무장에 나타났다.

         

       당소열은 곰방대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물었다.

         

       “일은 잘 풀렸느냐.”

         

       “상의해 보겠다고 합니다.”

         

       “그렇군.”

         

       당소열은 호천안의 덤덤한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장의 대표 문파인 포달랍궁을 움직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구음절맥이라는 불치병을 치료했다고는 하나 호천안이 원하는 대로 거대세력들의 억제제가 되는 일은 포달랍궁 역시 쉬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천하에서 손꼽히는 문파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판이다. 전망이나 역할과 상관없이 이런 판에 발을 딛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당소열은 일의 성사 여부를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자야?”

         

       “예?”

         

       “대장장이 수업은 관둘 생각이냐?”

         

       포달랍궁이 위험도에 비해 진 빚이 적다고 생각한다면 어차피 호천안이 그 저울추가 평형을 이룰 때까지 무언가를 계속 포달랍궁에 떠넘길 테니까.

         

       당소열에게 호천안이란 까도 까도 또 나오는 양파 같은 녀석이었다.

         

       ‘이런 녀석을 걱정하는게 정말 시간낭비지.’

         

       “음…아직 검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기는 한데…”

         

       “매일 배우라 강요하지는 않겠다. 다만 시간이 날 때 들리면 수업 정도는 해 주도록 하지.”

         

       “하하, 감사합니다.”

         

       “손재주도 뛰어난 편이고 암기술도 익히고 있으니 비도나 비침 정도는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는 단련하는 걸 추천한다. 네 녀석의 목표가 높은 것은 알고 있으나 또 네 녀석 하는 짓을 보아하니 목숨이 위태로울 일이 한두 번이 아닐 것 같은데, 구명절초로 암기술을 제대로 익히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차라리 뭘 전해 줄까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다.

         

       “음…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호천안 역시 당소열의 제안이 나쁘지 않다 판단해 하나의 선택지로 머릿속에 저장했다. 당장은 역시 검기를 숙달되게 배우는 것이 우선이지.

         

       “오늘도 잘 부탁하겠소.”

         

       “후후. 저야말로요.”

         

       이제는 거의 호천안 검술 스승이 되어버린 여일예와 호천안이 마주하고 검을 뽑았다. 아직 검기 사용이 미숙한지라 천천히 올라오는 호천안의 검기. 그런 호천안의 검기가 올라오자 여일예 역시 검기를 피워 올리며 거리를 좁히던 찰나.

         

       “이럴 수가!”

         

       누군가의 비통한 외침에 호천안과 여일예의 동작이 멈추었다.

         

       “…아버지?”

         

       사라의 말이 모두의 외침을 대변했다. 세상 무너진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라노징부. 라노징부는 사라와 흑묘를 번갈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따, 딸아이의 첫 무공 수련이…!”

         

       잠시 수련장에는 침묵이 맴돌았다.

         

       “어음, 음. 궁주님? 이제 겨우 태극권을 배웠을 뿐이니까요? 아직 진짜 무공이라고 할 수 있는 무공…”

         

       “딸아이와의 추억이…!”

       “….”

         

       “아버지.”

         

       사라가 라노징부를 불렀다.

         

       “아이, 참. 혼자서 그렇게 정하시면 어떻게 해요. 이미 흑묘 언니랑 무공 수련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 그런…”

         

       “저도 이제 방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일정이라는 게 있다고요? 아버지한테만 시간을 내어 드리기 곤란해요.”

         

       라노징부의 눈이 격하게 떨렸다. 언제고 방문하기만 해도 기뻐하며 자신을 맞이해주던 딸아이가…!

         

       변했다!

         

       “오늘은 흑묘 언니에게 무공을 배우기로 했으니까 아버지한테는 내일 배울게요.”

         

       “하, 하지만 사라야…너는 포달랍궁의 사람이니 포달랍궁의 무공을…”

         

       “그래. 사라야. 포달랍궁의 무공으로 기초를 닦는 게 좋지.”

         

       흑묘가 은근슬쩍 라노징부의 편을 들었고 라노징부는 흑묘의 발언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는 지금의 상황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팔짱을 꼈다. 잠시 흑묘와 라노징부를 번갈아 바라보던 사라는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 참, 이래봐야 언니만 곤란해 질 뿐이니까. 오늘은 특별히 아버지랑 수련해 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사라야!”

         

       “아버지, 다음번부터는 꼭 약속을 잡으시는거에요?”

         

       “암, 암! 물론이지!”

         

       “그리고 오늘은 내공심법을 배우고 싶어요!”

         

       “음? 사라야 일단은 기본적인 신체단련법이나 기초무공부터…”

         

       “언니! 언니랑 수련할래!”

         

       “하자! 하자꾸나! 내공심법!”

         

       연신 자기 요구사항을 말하는 사라와 그런 사라에게 쩔쩔 매는 라노징부. 라노징부의 개인 수련장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당소열이 연기를 내 뿜으며 한 마디 했다.

         

       “미래가 훤히 보이는군.”

         

       *** ***

       

       라노징부와 함께 오전 수련을 마치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난 사라는 호천안 일행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숙소를 향해 달렸다.

         

       “언니!”

         

       연무를 하던 흑묘는 달려드는 사라를 가볍게 안아 주었다.

         

       “쌀튀김 먹을래?”

         

       “네!”

         

       사라는 흑묘의 품 안에서 방실방실 웃으며 흑묘가 주는 쌀튀김을 받아먹었다.

         

       사라는 흑묘가 좋았다. 물론 사라는 기본적으로 호천안 일행은 다 좋아했다. 그러나 역시 호감도에는 차이가 있었으니…

         

       “후.”

         

       사라의 눈이 담배 연기를 내뿜는 당소열에게 향했다. 사라의 시선을 본 당소열은 슬쩍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손가락을 비볐다.

         

       구음절맥을 극복하기 전 흑묘와 함께 포달랍궁을 누비고 돌아다니던 시절. 잠시 흑묘와 떨어져 당소열 앞에 남겨진 적이 있었다.

         

       그때 얼마나 볼따구를 만지작거리던지! 아프다고 항의해도 귀여운 것이라는 말만 중얼거릴 뿐 흑묘가 올 때까지 붙잡혀 있었던 기억이 떠오른 사라는 고개를 팩 돌렸다.

         

       ‘흥!’

         

       그 뒤로 사라의 시선은 옥수수와 당도연에게 향했다. 두 사람 역시 좋은 사람이었다. 사라와 마주치면 마술을 보여 주고 싶어했던 두 사람의 마음씨는 사라에게도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었으니까.

         

       그 다음으로 시선이 가는 것은 역시 여일예였다.

         

       ‘멋진 언니.’

         

       겉으로 보이기에도 멋들어진 무인 그 자체이고 어쩐지 어른스러운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끌린다.

         

       마지막으로 사라의 눈이 호천안에게로 향했다. 뭐라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본능적인 친밀감이 마구 샘솟는 흑묘만큼은 아니었지만..그래도 가족이라 할 수 있는 포달랍궁 사람들 외에는 가장 각별한 사람이었다.

         

       신비한 마술을 끝없이 펼쳐내고 자신의 병마저 고쳐준 사람.

         

       어찌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라는 흑묘가 입에 넣어주는 쌀튀김을 씹으며 호천안과 여일예의 연무를 지켜보았다. 사라는 호천안이 참 좋았지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호천안이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무공도 갈고 닦고, 대장장이 기술도 배우고, 이런 저런 일도 획책하고, 궁주와 만나 상의도 하고…

         

       호천안의 공연은 많이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놀아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라.

         

       ‘음…’

         

       사라는 갑자기 불만이 생겼다. 생각해보니 흑묘의 손을 잡고 호천안 일행들을 찾아다니며 함께 놀았지만 마술 공연을 빼고 호천안과 놀았던 적은 없었다.

         

       “왜 그러니?”

         

       갑자기 볼을 부풀리는 사라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흑묘. 그런 흑묘를 보며 사라는 상상의 나래를 전개했다.

         

       좌 흑묘 우 호천안과 함께 놀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사라는 눈을 반짝거렸다.

         

       “언니, 언니.”

         

       “음?”

         

       “우리 호천안 마술사님이랑 놀아요!”

         

       흑묘는 별처럼 반짝거리는 사라의 눈빛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흑묘에게 있어 아직 아이란 이해하기가 힘든 존재였다. 갑자기 왜 이런 결론이 나오는 걸까?

         

       “후후, 연무가 끝나면 같이 졸라볼까?”

         

       “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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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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