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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8

       “저희 곧 라스트오더여서요. 혹시 요리 추가하시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음……그러게요. 지니님 뭐 더 드실 건가요.”

        

       “……아니, 난 괜찮, 괜찮아.”

        

       “……안주 별로 안 드시네. 저는……술 마시면 항상 라면이 먹고 싶어지는데. 여기, 라면은 없는 것 같네요.”

        

       “저희 국물 있는 면 요리로는 나가사키 짬뽕 준비되어있습니다.”

        

       “아, 음. 뭔가, 뭔가 달라서요. 음……이거, 사케만 한 병 추가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

       .

       .

        

        

        

       술자리가 무르익었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시간.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빈 병이 또다시 치워지고, 냉기를 머금은 술병이 테이블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진작에 술자리를 마무리했을 터였다. 술을 그렇게까지 즐겨 마시지 않는 건 둘째치고, 시간도 11시를 넘기고 있었으니. 눈앞의 예나가 걱정되어서라도 이제 들어가보자고 했을 텐데.

        

       진희는 빙글빙글 도는 듯한 정신을 애써 다잡으며, 맞은편에 앉아 병을 열고 있는 여자를 잠시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예나는 새 병이 도착할 때마다 미묘하게 귀를 쫑긋거리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귀만 움찔-하고. 캔 따는 소리를 들은 고양이마냥.

        

       그게 계속 보고 싶어서, 자꾸만 추가되는 술병을 제지하지 못했다.

        

       다만, 그게 조금은 죄책감이 들어서.

        

       “……괜찮아?”

        

       또다시, 무의미한 질문을 던지게 되더랬다.

        

       어딘가 힘겨워보이는 저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진작에 집에 보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탓이었다. 딱히 그녀가 술을 먹인 것도 아님에도.

        

       “여기, 요리만 지금 끝이고……늦게까지 할 거예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번처럼 쫓겨날 일 없어요. 이번엔 아예, 영업시간 기준으로 골랐으니까.”

        

       물론, 정작 당사자는 아무 생각 없어 보였지만.

        

       “짠.”

        

       비어버린 잔을 채워준 예나가 손을 뻗어왔다. 자그마한 잔이 들린, 새하얀 손.

       

       오늘따라, 손목부터 덮고 있는 살색 팔토시가 유독 시선을 끌었다.

        

       물어봐도 될까.

        

       “……짠.”

        

       잔을 마주 부딪히면서도, 눈은 팔토시에 고정된 채였다. 먼저 이야기하지 않으면 물어보지 않는 편이 좋겠지. 저렇게까지 고집스럽게 팔토시를 차는 건, 무언가 숨기고 싶은 게 있다는 의미일 테고- 보통, 저 부위에 숨기고 싶은 건 정해져있으니.

        

       그럼에도- 혹시,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은 아닐지 걱정돼서.

        

       발그스레하게 물든 얼굴로 잔을 비우는 예나를 바라보며, 진희는 자꾸만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질문들을 애써 다시 삼켰다.

        

       함부로 건드리면 도망칠 것만 같았기에.

        

       그렇게, 침묵 속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알 수 없었다. 투명한, 현실감 없는 저 외모에는 시간 감각을 잊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듯했으니.

        

       “……저, 잠깐 편의점 다녀올 건데. 뭐 좀 사다드릴까요. 아이스크림이라든가.”

        

       잔을 만지작거리던 예나가 불쑥 말을 꺼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너무 빤히 쳐다봤나? 설마 불편해서- 아니, 아니겠지?’

        

       “응? 아, 같이, 같이 가자! 나도 바깥 공기 좀 쐬고 싶어. 자리 잠깐 비워도 괜찮겠지 뭐.”

        

       그리 말하며, 진희는 미약한 불안감을 마음에 품은 채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싫었으면 편의점이 아니라 집에 가겠다고 했겠지, 라고 생각하며.

        

       이렇게나 노심초사하는 이유가 뭔지. 스스로도 의문이었으나- 알코올에 절여진 진희의 뇌는, 자꾸만 이상한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틀린 것이 분명한-

        

       “네.”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생각들을 숨기고,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한 덕분일까. 예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너무나 부드러운 움직임.

        

       무심코 멍하니 쳐다보게 될 것만 같은 기분에, 진희는 서둘러 앞장서 문으로 향했다.

        

       .

       .

       .

        

       “이건 왜 맛있을까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

        

       편의점에서 돌아오는 길. 드문드문 박힌 가로등의 불빛이 내리쬐는 길거리에서, 민트와 초콜릿이 섞인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예나가 던진 첫 마디였다. 살며시 이맛살을 찌푸리며, 무언가 불만족스럽다는 듯이.

        

       ‘……많이 취했나?’

        

       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려운 취객의 넋두리다. 안 취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는 듯도 했지만- 술을 마시면, 무언가 리미터가 해제되는 느낌이었으니. 도무지 취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말의 빈도는 폭증하곤 했다.

        

       “……취향에 맞으면 좋은 거지! 원래 초콜릿이 좀 텁텁해서, 상쾌한 민트랑 잘 어울린대.”

        

       그럼에도, 어찌어찌 장단을 맞추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이제 어디에서도 ‘이예나 장인’으로 자칭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고로.

        

       “지니님도 좋아하시나요.”

        

       “응! 종종 먹어.”

        

       “……말씀하시지. 사드릴 걸 그랬네요. 맨날 받는 것만 많아서, 보답이 궁한데.”

        

       덤덤한 목소리로 읊조리듯이 아쉬움을 표하는 이유도,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진희가 본 예나는, 매사에 부채감을 유독 강하게 느끼는 사람이었으니. 진희 자신에 대해서도. 아리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러고보니, 그……코스프레? 그건 정말 시키게?”

        

       “글쎄요. 생각이 바뀌려 하고 있기는 해요. 스컬카나리아몬이 되어버려서 조금 무서워. 기껏 시켜놓고 맘껏 놀리지도 못하면, 주객전도잖아요. 그래도……아쉽긴 한데. 일단 시키긴 해야겠다, 싶어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될지 모르니.”

        

       “……시훈 오빠가 코스프레 한 게 그렇게 보고 싶었구나. 몰랐네.”

        

       페이스를 맞춘답시고 들이부은 술 때문일까. 진희 스스로도 약간은 놀랄 정도로 가시돋힌 말이었다. 그러나 내뱉음과 동시에 동시에 후회를 시작했음에도, 정작 울렁거리는 가슴은 쉬이 진정되지 않더랬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 문을 연 술집들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따위만 들려오는 사이.

        

       어느덧, 둘은 다시 술집 앞에 도착했다. 걸을 때야 그나마 낫지만, 들어가고 나서도 이렇게 어색한 분위기가 유지되면…….

        

       ‘……어른스럽지 못하게. 사과……해야 되겠지.’

        

       그리 생각하면서도, 어째서인지 미안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탓에 잠시 머뭇거리던 찰나.

        

       “저, 연애 상담 잘해요.”

        

       뜬금없는 어필이 돌아왔다.

        

       조금은 조심스러운 눈초리. 저게 그 뻔뻔하던, 그 무슨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청자참여’ 중이라고 주장하며 큐나 돌리라고 하던, 그 아따먹이라고 그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런 그녀가 눈치보는 고양이마냥 눈동자를 조금씩 돌리며, 답을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에-

        

       문득, 진희는 전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러면, 상담 좀 해줘! 안 그래도 요즘, 좋아하는……건지, 조금 헷갈리는 사람이 있거든.”

        

       “네. 제가, 음. 남자 심리도 잘 아는 편이에요. 정말로. 믿고 맡겨주세요.”

        

       “남친 사귀어 본 적도 없다면서.”

        

       “……사연이 있어요. 아무튼……올라갈까요.”

       

       무언가 성대하게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는 했지만. 입밖으로 내지도 않은 오해를 굳이 바로잡기 시작하는 것도, 바로잡기 위해 해야 할 말들도 모두 꺼려졌기에.

       

       진희는 결연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예나의 뒤를 따라가며-  지금, 앞장선 그녀에게 자신의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 * * *

        

       [작성자: 아크(👑)]

       [제목: 오늘 방송은 짧을 예정입니다 😢]

       [안녕하세요 아친이들!!

        

       정말 죄송하지만 ㅠㅠㅠㅠ 제가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오늘은 짧뱅 예정이에요 😭

        

       내일 격돌 대회 응원도 가야해서, 조금 쉬어 두려 합니다!! 대신 대회 가면 잠시라도 야방 키도록 할게요.

        

       오늘은 1부로만 짧게 뵙겠습니다.

        

       오늘 1부는 소통&먹방이에요! 다들 식사 챙겨서 와주세요 🥰]

       –     안 돼 !!!!

       –     1부만 하는 건 좋으니 1부로 나오나 가자 아크야

       –     또 뭘 했길래 컨디션 망했냐

       –     이런 씨발 내 저녁 야스가!!!

       –     몸 안 좋을 때 나오나는 무리긴 해

       –     대신 코스프레나 한번 더 하자 이번엔 대대대검기사 코스프레 해줘

       –     ㄴ 찬성합니다

       –     ㄴ 뭐무무무머멋

       –     몸조리 잘하자 아크야 아프지 말고!

       –     아프면 휴방하자 쉴 땐 쉬어야지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목: 대회에서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격돌 대회 공식방송 다들 보셨나요. 옵저빙이 대단하더라고요. 이런 화면을 두고 아마추어 방송인의 1인칭 화면을 보는 건 손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대회,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일단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턴 오프라인이니, 더 열심히 해볼게요.

       

       아, 그리고 오카리나 새로 구매했습니다.

        

       (사진)

        

       예쁘지 않나요. 여러분이 방송을 봐주신 덕분에 살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     아니 미친년아

       –     감사하면 방송을 좀 키십쇼 씨1발거 진짜

       –     안 키는데 어떻게 보는데

       –     제발 누가 얘한테 공지가 뭔지 좀 알려주라고 

       –     대회 후기나 좀 풀어!!!!!!!!!!

       –     ㄴ 진작 떨어진 새끼들도 리딸 방송에 리뷰 방송에 ㅈㄴ 씹뜯맛즐 중인데 4강 올라간 년은 방송도 안 킴 씨1발ㅋㅋㅋㅋㅋ

       –     ㄴㄴ 기대를 하니까 실망을 하는 거다

       –     그래……행복하면 됐다 텐련아

       –     방송 진지하게 하겠다고 한지 일주일 되지 않았냐? 씨발 진짜 꿀밤 존나 마렵네

       –     ㄴ 이게 진지한 방송인 거 같아서 더 무서움

       –     ㄴ 그래서 우리가 뭐 할 수 있는데?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음…….센세처럼 대검기사에 도적에 전천후로 다 잘하고 와꾸 1티어인 여스 대체제를 아무리 찾아봐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SnowOne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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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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