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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8

       “입원이라뇨……?”

        

       나는 경악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연기 같은 것을 배운 적은 없어서, 이게 티가 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사실 ‘상대가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않으면, 그러니까 TV나 극장에서 드라마, 영화를 보는 상황이거나, 상대가 너무 의심스러워서 ‘쟤는 분명 거짓말을 하는 거야’라고 미리 생각하고 있지 않은 이상은, 의외로 상대의 연기는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세상에는 사람이 아주 많고, 그 모든 사람이 각자 말투나 표정이 모두 달랐으니까.

        

       당장 하늘이처럼 표정이 엄청나게 다양한 경우도 있고, 양혜인처럼 표정이 거의 무표정으로 고정된 경우도 있었으니까.

        

       “강제 입원이라니, 말도 안 돼요! 저는 이렇게 정상인 걸요! 의사 선생님도 꾸준히 진료 보시면서 확인하셨잖아요!”

        

       “아, 하지만, 환자분…….”

        

       내가 내 연기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서 내 연기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의사’, 그러니까 변장한 젊은 형사는 확실하게 그럴싸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냥 실제로 당황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기에 내가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지할 수 있기만 하면 되니까.

        

       “아, 저, 환자분, 하지만 환자분의 친족 두 명이 이미 동의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사라 님의 징후도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못해서, 저희도 예사라 님의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윽!”

        

       말하는 도중에 내가 멱살을 잡자, 그 사람은 실감 나게 내 쪽으로 몸을 살짝 숙였다. 생각보다 쉽게 딸려와서 놀랐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 사람이 일부러 몸을 숙여준 모양이다. 하긴, 체격 차가 이렇게 나는데 내가 당긴다고 딸려올 만한 사람은 아니긴 하다.

        

       “보, 보안팀……! 보안팀 좀 불러주세요!”

        

       의외로 이 사람은 연기하는 꿈이 있었던 건 아닐까? 솔직히 연기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선 연기라는 게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보면 겉보기에 대놓고 티가 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간호사 중 한 명의 얇은 목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은 우리가 연기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병원의 높으신 분들, 그러니까 원장이나 일부 경영진은 이미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었지만, 대부분의 의료진은 이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의료인들은 내 얼굴을 알고 있다. 내가 일부러 이렇게 후미진 곳의 병원을 선택한 이유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싫어서’인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러니, 지금은 ‘새로 온 지 얼마 안 된 의사’인 이 사람은 정말로 위험한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곤란한 상황처럼은 보일 것이다.

        

       간호사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르르 발소리가 들렸다. 남색 양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 몇 명, 그리고 젊은 여성 두 명 정도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한쪽 귀에 이어폰 비슷한 것을 끼고 있는 것을 보면 보안팀인 모양이다.

        

       ……그리고 저 사람들도 전부 경찰이기도 했다.

        

       아니, 전부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뭐, 보안팀이나 청소부 같은 자리에 몇 사람 정도 더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하니 적어도 한 명은 섞여 있을 것이다.

        

       “저기, 환자분, 이러시면—”

        

       아무래도 내가 십 대 여자애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입을 연 것은 여자 쪽이었다. 양혜인과 나이 차가 거의 나지 않아 보이는 그 여자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하면서 손을 뻗었지만—

        

       “…….”

        

       옆으로 슬쩍 움직여서 나와 그 여자의 사이를 막은 양혜인을 보고 손을 흠칫 멈췄다.

        

       ……응?

        

       어, 이런 이야기는 아까 미리 계획을 짤 때는 전혀 말이 나온 적이 없는데?

        

       순간 당황해서 ‘의사’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렸다. 나의 행동을 보고 조금 당황한 그도 시선을 돌렸다가 흠칫 놀랐다.

        

       내 쪽에서는 양혜인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아서 양혜인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이 의사로 위장한 형사 쪽에서도 잘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직업적인 감인지, 양혜인의 뒷모습을 보고 뭔가 느낀 모양이었다.

        

       “…….”

        

       심지어 그런 양혜인을 옆에서 본 하늘이나 소희, 수아도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뭐지?

        

       조금 불안해서 종종걸음으로 양혜인 근처로 갔다. 이미 이곳의 시선은 전부 양혜인에게 모여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큰 신경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심지어 나름대로 정신병원 보안팀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보안팀도 새파랗게 질렸다.

        

       아, 이렇게 보니까 누가 형사이고 누가 보안팀인지 알 것 같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긴 했지만,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난 쪽은 분명 보안 팀일 거고, 그래도 물러나지는 않고 긴장한 표정으로 한쪽 손을 살짝 뻗은 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쪽은 경찰에서 심어둔 사람일 것이다.

        

       “보호자 분? 잠깐 진정하시고……”

        

       그런 소리를 하며 앞으로 다가오길래, 대체 양혜인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보기 위해 슬쩍 앞으로 나와 얼굴을 봤다가 기겁했다.

        

       내가 아까 양혜인은 거의 항상 무표정이라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그 말은 물려야 할 것 같다.

        

       양혜인은 평소와 같은 무표정이기는 했다. 입을 꽉 다물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 앞을 보는 자세.

        

       하지만, 눈이 무섭다. 뭐랄까, 감정이 담긴 사람의 눈이라기보다는 흑요석을 깎아낸 것 같았다. 사람의 감정을 완전히 지워낸, 그저 사람 비슷하게 만들어두기 위해서 장식용으로 끼워두기만 한 것 같은 눈.

        

       물론 평소에도 양혜인이 감정을 잘 드러내는 편은 아니었고, 평소에도 눈동자가 조금은 무기질적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어디서 누구 하나 찌를 것 같은 눈’이었다.

        

       내가 양혜인의 시선으로 들어갔기 때문일까. 양혜인의 한쪽 팔이 스윽 움직여서 나를 밀어냈다.

        

       아니, 밀어내는 게 아니라 자기 등 뒤로 숨기는 거였다. 고개나 시선은 절대 돌리지 않고, 아마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자기 앞의 보안팀을 보면서 팔을 움직여 나를 자기 뒤로 숨긴다. 그리고 슬쩍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보안팀, 그리고 의료진들 뿐만이 아니라 지나가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조차 이쪽을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조차도 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정말 동물적인 본능으로 뭔가 느낀 모양이었다.

        

       ……양혜인이 그렇게까지 강한 사람이었나?

        

       망치로 차 창문을 깨고 나를 구하기는 했지만…… 아니, 싸우는 것을 따로 배웠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만약, 멋대로 아가씨 몸에 손을 대는 분이 계신다면.”

        

       그렇게 침묵이 내려앉은 곳에서, 양혜인이 입을 열었다.

        

       “절대로 좌시하고만 있지는 않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건지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뭐랄까, 그 아래 깔린 선택지가 결코 평화로운 종류의 선택지는 아닐 것 같았다.

        

       “어…….”

        

       연기지?

        

       연기 맞지?

        

       이거 연기 맞겠지?

        

       와, 와아…… 양혜인 씨가 연기도 좀 잘하네. 이대로 배우로 전직해도 될지도?

        

       “…….”

        

       하지만 여전히 양혜인은 보안팀을 노려보고 있었고, 이젠 보안팀 제일 앞에 있는 경찰로 추정되는 여자는 아직도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저, 그, 양혜인 씨.”

        

       나는 양혜인의 등 뒤에서, 에이프런이 없는 메이드 복을 살짝 당기면서 속삭였다. 너무 조용해서 누가 들을까 좀 불안하긴 했지만, 양혜인에게만 들릴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작게.

        

       “……그 정도까지는 안 하셔도 돼요.”

        

       “아닙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결코 속삭이는 대답이 아니었다. 양혜인답게도 평소와 똑같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지만, 자세히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내 귀에 확실하게 들어올 정도의 크기였다. 아마 주변 사람들도 똑똑히 들었을 것이다.

        

       “입원의 경우, 법을 어길 수는 없으니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만…….”

        

       양혜인은 주변이 조용한 틈을 타서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만약, 그 입원 과정에서 아가씨께 손을 대시는 분이 계신다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만약 그런 분이 계신다면 그분은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병원에서 나한테 손을 댈 것 같지는 않은데요.

        

       보통 저렇게 ‘손을 댄다’는 표현을 쓸 때는 보통 ‘어떤 사람한테 해코지한다’는 뜻인 경우가 많은데, 어째서인지 양혜인이 하는 저 말은 문자 그대로 ‘물리적으로 손을 대면’이라는 뜻일 것 같다. 아무런 근거도 없고 양혜인도 그렇게 딱 잘라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감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럼.”

        

       양혜인은 그렇게 말하고 불쑥 뒤로 돌았다.

        

       “아……!”

        

       손가락 끝으로 살짝 잡고 있던 옷자락이 옆으로 휙 돌면서 나도 앞으로 조금 딸려갔다.

        

       양혜인 쪽으로 비틀거리는 내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부드럽게 올라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뒤로 돌아선 양혜인이었다.

        

       아까까지의 무시무시한 표정을 언제 지었냐는 듯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던 양혜인은,

        

       “그럼 아가씨, 부디 건강히 다녀오십시오.”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무서워…….

        

       그러게. 진짜 무섭네.

        

       심지어 저 웃음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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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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