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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8

       여러 문파의 시체를 뜯어먹어본 학영충은 즉시 내가 하려는 말의 뜻을 이해했다.

       

       그는 본인의 내기에 짓눌린 상황 속에서도 눈을 크게 뜨더니 웃음을 지었다.

       

       이래서 하나에 미쳐버린 녀석은 관리하기가 귀찮은 것이다.

       

       그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자신이 바라는 게 그 앞에 있으면 그걸 건드리고 마니까.

       

       이제 가만히 있어도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얻었으니 이 이상 헛짓거리를 하진 않겠지.

       

       본인의 내기를 거두자 주변에서 하나 둘 거친 호흡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혼절한 이가 얼마 되지 않는 걸 보면 잡배들치고는 수준이 높구나.

       

       “무어. 그것은 그것이고. 학영충아. 본인의 뜻을 벗어나 개짓거리를 하려 한 죄과를 치루어야 하지 않겠느냐?”

       

       지금 그대가 저지른 일은 배신이나 반역으로 치부될만한 일이니 그대에게 응당 벌이 따라야 할 터.

       

       걱정하지 말거라.

       

       길지는 않을 터이니.

       

       내일 아침부터 또 다시 화산의 이들을 가르쳐야 할 그대이니만큼 벌이 길어서는 안 되지. 암.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학영충의 앞으로 가서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 녀석의 구조가 어찌 되어있는지는 진즉에 파악이 끝난 상태다.

       

       그러니 괴롭힘을 가할 때에도 복잡한 고민을 할 필요 없이 최적의 방법을 짜낼 수 있지.

       

       손목의 혈을 통해 천마신공의 내기를 불어 놓는다.

       

       그리 많은 양은 필요치 않다.

       

       어차피 학영충은 대개의 혈도가 막혀 있어 무인으로서 반푼이가 되어버린 상태이니.

       

       자신의 내기로 저항하고자 마음먹을 수도 없을 테니까.

       

       이 자의 혈도를 타고서 안에 파고는 천마신공의 내기는 새로운 먹잇감을 찾았단 사실에 기뻐 날뛴다.

       

       제어를 잃어버리면 사용자조차도 집어삼키려 하는 것이 이 흉포한 녀석들이다.

       

       다른 이의 육신이라면 어찌 생각할지 너무도 분명하지 않은가?

       

       혈도를 찢으려 들 테고,

       

       뼈를 가루 내려 할 것이고,

       

       근육을 물어뜯으려 하겠지.

       

       육신이 뒤집히는 고통일 것이다.

       

       과거 비슷한 방식으로 고문을 참 많이 해보았다마는 이 방법에 멀쩡히 버티는 자는 그리 많지가 않더구나.

       

       곰방대를 입에 문 채 고통에 몸부림치는 학영충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과하게 했다가 폐인이 되어버리면 곤란하니 적당히 조절을 해야지.

       

       흐음. 슬슬인가.

       

       그 몸 안에서 날뛰는 내기를 거두자 학영충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어허.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욘석아.”

       

       그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배신의 대가가 한 번으로 끝날 리 없지 않나.

       

       물론 아무런 걱정할 필요 없다.

       

       그 어떤 후유증도 없을 터이니.

       

       단지 지금 좀 죽고 싶을 만큼 아플 뿐이다.

       

       본인이 이러한 일을 어디 한 두 번 해본 것도 아니니 말끔하게 조절을 해주마.

       

       “자아. 다시 시작해 보자꾸나.”

       

       *

       

       학영충에게 가벼히 벌을 준 후에도 본인은 화산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이 생겨서 말이다.

       

       혈교의 놈들은 바퀴벌레와 같다.

       

       음지에 숨어들어 서서히 자신의 세를 불려나가지.

       

       그러다 자기 구획이 되었다 싶으면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 대대적으로 일을 벌인다.

       

       저 놈들이 성향이 이러하다보니 대응을 할 때에도 바퀴벌레에 대응하듯이 나서야 하지.

       

       숨어있는 놈들을 찾아 뿌리부터 박멸을 해야 하는 것이다.

       

       화산 인근에 있는 한 마을에 도착한 나는 그 한 가운데에 내리 앉아 느긋이 안을 둘러보았다.

       

       이미 달이 세상을 비추는 시간이 된지라 마을은 고요했다.

       

       허나 이 안에서 맴도는 여러 가지 기운들은 결코 고요하지 않았으니.

       

       본인의 귓가에는 바퀴벌레들이 저들의 다리를 움직이는 소리가 자꾸만 메아리쳤다.

       

       저들이 모습을 드러내게 하려면 우선 불을 질러야겠구나.

       

       이전에 녹림을 상대할 때처럼 도깨비불을 만들어내어 이곳저곳에 흩뿌렸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안에서 사람들이 튀어 나왔다.

       

       “넌 뭐야!”

       

       빠르게 둥지를 처리하자꾸나.

       

       처리해야 할 것이 한 둘이 아니니 말이다.

       

       기왕 움직이기로 결심을 한 김에 주변에서 귀찮게 구는 것들을 모두 지우고 가야지.

       

       *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은 누가 정한 규율입니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혈교의 사람 중 하나가 마을의 사람들을 상대로 설교하는 것을 보고 있던 화룡무인 유저 민호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단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살피다 목을 주물렀다.

       

       진짜 사이비가 무섭다니까.

       

       영생이니 구원이니 하는 헛소리를 떠들고 있는데 누구 하나 의심하지 않는 것 좀 봐.

       

       저기 저 사람은 아예 눈물까지 흘리고 있네.

       

       보통의 농민이라면 이미 잠에 들었어야 할 시간에 저리 열광할 정도로 저 설교가 감동적인 건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기초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현대에도 사이비를 믿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글자조차 읽을 줄 모르는 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또 어떻겠는가.

       

       뭣보다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은 진짜로 기적 비스무리한 걸 일으킬 수 있으니까 말이야.

       

       현실에서도 시체를 일으켜 세워서 걸어 다니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찬양을 받았을 걸.

       

       아. 그 전에 FBI같은데 잡혀가서 실험체가 되려나.

       

       “하아함.”

       

       아. 이거 언제 끝나는 거야.

       

       호위를 맡고 있으면 나중에 보상을 준다고 해서 오긴 했지만 너무 긴 거 아냐?

       

       괜히 혈교에 먼저 들어와 있던 유저들이 이 일을 피했던 게 아니구나.

       

       일의 난이도에 비해서 보상이 괜찮은데 피하길래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더럽게 지루한 일이었네.

       

       다음에는 나도 다른 사람한테 짬 때려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하품을 내쉬던 민호는 다른 사람에게서 날아든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얼굴을 쓸어 내렸다.

       

       – 비상! 화령 떴다!

       – ㄹㅇ?

       – 지금 화산 주변에 구획 싹 다 뭉개고 다니는 중임.

       – 와 씨발 좆됐네.

       – 그 년은 왜 우릴 가만 안 내버려두냐.

       – 더럽게 쎄서 복수도 못하고.

       – 근데 우리가 먼저 잘못한 게 많긴 해.

       – ㄹㅇㅋㅋ

       – 데스패널티 먹기 싫으면 적당히 튀어.

       

       민호도 화룡무인을 오랫동안 해 온 사람이니 만큼 화령에 대해서 모르지 않는다.

       

       요즘 VR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볼 법한 이름이니 모를 수가 없다고 해야 할까.

       

       어느 게임을 하더라도 사람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재앙에 가까운 취급을 받고 있는 그녀가 이 인근의 혈교를 토벌하고 있다고?

       

       좆됐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냐.

       

       호위의 입장으로 여기에 오긴 했지만 화령을 상대로 싸움을 벌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혼자서 무림과 싸울 수 있는 그 괴물을 상대로 유저 나부랭이가 어떻게 버텨.

       

       “저기.”

       

       자기보다 오래 혈교에서 일해 온 사람에게 질문을 하려던 민호는 이미 그 사람이 자취를 감춘 것을 보고 경악했다.

       

       뭐야. 이 사람 그새 어디 갔어.

       

       당혹스러운 마음에 로그를 올려본 그는 자신의 사수가 이미 로그아웃을 한 걸 확인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와. 어차피 퀘스트 클리어 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데스패널티 안 먹게 튀겠다는 거야?!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그럴 거면 나도 데려갔어야지!

       

       지 혼자 위험하다고 도망치는 게 어딨어!

       

       너무하잖아!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나도 빨리 도망치자.

       

       다급하게 로그아웃 버튼을 누른 민호는.

       

       [전투에 진입해 로그아웃 할 경우 패널티를 입게 됩니다.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자신의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전투요?

       

       제가요?

       

       언제 전투에 들어갔다고 그러시는 거죠?

       

       무슨 버그라도 난 거 아닐까하며 현실을 부정하던 민호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고함소리를 듣고는 체념을 해버렸다.

       

       “꺄아아악!”

       “불이야! 불!”

       “씨발! 저 년은 도대체 뭐야?!”

       “무기 들고 나와!”

       

       하이고. 강림하셨구나.

       

       어차피 로그아웃을 하나 화령의 손에 죽나 패널티는 비슷하다.

       

       그럴 바에는 그냥 화령님 얼굴이라도 보고 뒤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어디 보자.

       

       화령님 지금 방송하는 중은 아니시지?

       

       그럼 방송 타서 욕먹을 일도 없으니 연예인 보는 심정으로 구경이나 하러 가자.

       

       혼란에 빠져 무작정 도망을 치고 있는 인파를 지나쳐 바깥으로 나간 민호가 보게 된 풍경은 일종의 지옥도였다.

       

       마을의 집은 모두 불타고 있었으며,

       

       앞서 화령을 상대하기 위해 나섰던 이들은 모두 바닥에 드러누워 움찔거리는 일밖에 하질 못했다.

       

       지금도 여러 이들이 화령을 둘러싸고 있으나 그 중에 누구도 발을 움직이지 못한다.

       

       먼저 나서는 순간 화령의 손에 박살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정작 그 한 가운데에 선 화령은 다른 이들의 공포어린 시선 속에서도 무표정했다.

       

       화면으로 보던 것보다 실물로 보니까 더 굉장하네.

       

       기품이 달라. 기품이.

       

       커뮤니티에서 화령은 실제로 봐야 한다고 난리치던 이유가 뭔가 싶었는데 이유가 있구나.

       

       와아. 어떻게 저런 분위기를 낼 수가 있지?

       

       검은 색의 연기 사이로 화령이 피우는 곰방대의 흰색 연기가 스며든 후 화령이 입을 열었다.

       

       “안 덤빌게냐? 그럼 본인이 움직이도록 하마.”

       

       그녀가 가볍게 손을 내저은 순간 마을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있던 팔의 손목이 모두 날아가버렸다.

       

       날카로운 칼에 베인 것처럼 깔끔한 절단면.

       

       피가 튀기고 얼마 있지 않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마을 안을 가득 채운다.

       

       뭐지?

       

       뭐였지?

       

       방금 전에 화령이 대체 뭘 한 거야?

       

       저것도 무공인가?

       

       눈앞에서 펼쳐진 현상을 이해하지 못해 민호가 그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던 때에 화령이 시선이 그에게로 닿았다.

       

       “그대는 유저구나.”

       

       그게 민호가 들은 마지막 단어였다.

       

       화령이 손을 내젓는 모습을 본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화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다시는 화산 근처에서 하는 일은 안 할 거야.”

       

       *

       

       참 벌레들이 많기도 많구나.

       

       바루와 함께 도술을 배우는 데에 집중하느라 약을 치지 않았더니 저들의 세상인 줄 알고 난리를 피웠어.

       

       기이한 일이야.

       

       본래 내가 알던 무림에서 혈교가 퍼지는 속도는 이토록 빠르지 않았었는데.

       

       이것도 그 안에 현대의 사람들이 들어가며 영향을 끼친 것일까?

       

       학영충이 알려준 곳 이외에도 혈교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들이 여럿 있었던지라 본인은 어젯 밤을 새워가며 화산 인근의 마을들을 돌아다녔다.

       

       그 끝에 박멸을 거의 끝마쳤더니 어느새 아침이 되어 있더구나.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더라면 미리 바루에게 이야기를 하고 올 걸 그랬어.

       

       바루가 잠에 들기 전에 인사나 하고 갈까.

       

       다시금 화산으로 돌아온 나는 언제 온 것인지 모를 백화령과 체념한 듯 그 품에 안겨있는 바루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왔느냐? 너무 늦었구나. 기다리다 잠에 들 뻔 했다.”

       “민가야! 나 좀 살려다오! 이 놈이 날 괴롭힌다!”

       “괴롭히다니! 바루야. 말을 험하게 하는 구나. 본인은 그저 놀아달라했을 뿐이거늘.”

       “그 놀이가 강제라면 그건 괴롭힘이다! 이 악당아!”

       “악당이라니! 상처 받았다. 그러니 그대의 털에 치유를 받아야겠구나.”

       “갸아아아악!”

       

       바루의 털에 얼굴을 파묻는 백화령과 비명을 지르는 바루의 모습을 번갈아 보고 있자니 절로 곰방대에 손이 갔다.

       

       저 놈은 또 왜 이 곳에 온 것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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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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