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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8

   거인의 숲.

     

   그곳에 두 명의 인물이 도착했다.

     

   한 명은 비늘이 돋아난 도마뱀이 두 발로 선 듯한 모습의 붉은 리저드맨 사내.

   지팡이를 손에 쥔 그는 게슴츠레 뜬 눈으로 주위를 보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무척이나 소심해 보이는 소녀였다.

   벚꽃 빛의 머리색을 지닌 그녀의 몸에서는 진한 플로리아 족 특유의 꽃향기가 흘러나왔다.

     

   거기에 특이하게도 그녀는 뒤에 커다란 손잡이 부분까지 날이 이어진 검을 들고 있었다.

     

   “으이잉, 왜 저희가 와야 해요.”

     

   소녀가 앓는 소리를 하자 리저드맨 사내는 지팡이를 바닥에 툭 두드렸다.

     

   “죄다 일로 불려 갔잖나. 빈손이 우리밖에 없는 게지.”

     

   익시온은 현재 상당히 바쁜 상황이었다.

   일의 준비를 위해서라도 당장 배치된 인원을 빼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배치된 인원은 총 셋.

     

   곱추의 사내, 묵성(嘿星).

   소녀, 복마의(伏魔義).

     

   마지막으로 쫑긋한 주홍빛의 귀를 가진 여성이 나타났다.

   몸 주위에 잔뜩 무기를 이고 진 그녀는 한쪽 눈에 안대 사이로 주변을 짜증스레 둘러보았다.

     

   “비가 왜 이따위로 와? 우리 애들이 물기 먹잖아.”

     

   여성의 정체는 호족, 슈아 델피아.

   무장공주라 불리는 세계 침식자였다.

     

   과거, 크라슈와 마성궁에서 면식이 있었던 그녀는 물이 질색인 듯 비에서 거리를 뒀다.

     

   “니들 여기 그 발하임 직계 놈이 있다는 거 정말 맞아?”

     

   그러면서 바로 옆에 있던 묵성과 복마의를 향해 짜증을 한껏 담아 물었다.

   그녀의 시선에 복마의는 힉하는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을 움츠러트렸고, 묵성은 눈을 살짝 일그러트렸다.

     

   “신입, 네가 따라오고 싶다는 것을 기껏 데려와 준 거다. 예의를 지켜라.”

   “하, 썅, 예의는 개뿔이. 니들이 들어 와달라고 사정사정하는 거 들어와 준 건데. 뭔 예의를 지켜?”

     

   묵성과 무장공주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한 것 같았다.

     

   묵성은 예의가 없는 인물을 싫어했고, 무장공주는 딱딱하고 고지식한 인물을 싫어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시선이 맞부딪치는 사이.

   복마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인지 이상하게 춥지 않나요?”

     

   주변에서 한기를 느낀 복마의가 자기 몸을 팔로 비볐다.

   그 모습을 보던 무장공주는 당연한 소리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

     

   “바깥이 겨울인데. 추운 게 당연한 거 아니냐?”

   “당연하지 않다. 무장공주. 거인의 숲은 바깥과는 정반대의 사계절을 지니고 있으니까. 지금은 여름이다.”

     

   아무리 우기로 비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들 여름은 여름.

   습기 찬 끈덕지근한 여름이 느껴져야 할 터이다.

     

   그러나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모를 한기였다.

     

   “저, 저는 추위에는 약한데에.”

   “그렇다면 움직이면 해결되겠지.”

     

   손을 비비는 복마의에게 묵성이 눈짓했다.

   그러자 그녀도 그 뜻을 알아듣고는 나무 하나에 붙어섰다.

     

   “그, 그러네요. 빨리 찾고 돌아 가면 될 일이니까!”

     

   크라슈를 찾고 빠르게 귀환한다.

   거기에 초점을 맞춘 복마의가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그녀는 압도적인 크기를 지닌 거인의 숲에 자기 의사를 전하기 시작했다.

     

   플로리아 족인 그녀는 숲과 의사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복마의의 어깨가 대뜸 움찔거렸다.

     

   복마의에게서 이상 반응을 눈치챈 복마의와 무장공주가 그쪽을 본 순간.

   눈이 떠진 복마의가 천천히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그게 바로 저기 있는데요?”

     

   질퍽-

     

   그녀의 외침과 함께 들려 온 것은 진흙이 짓밟히는 소리였다.

     

   곧이어 무장공주와 묵성도 그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거기에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소년은 비로 인해 푹 젖은 머리카락과 함께 서 있었다.

   거기에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왜인지 모를 한기는 섬찟함을 느끼게 했다.

     

   “크라슈 발하임!”

     

   소년의 정체를 제일 먼저 눈치챈 무장공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

   마성궁에서 한 번 그의 수작질에 된통 당한 적 있는 그녀의 눈에는 분노가 들끓었다.

     

   반면에 묵성은 이상함을 느꼈다.

   소년을 본 이들이 평하기를 소년은 불꽃 같은 사내라 하였다.

     

   그러나 지금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차디찬 한기.

   그것도 마음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 듯이 섬찟한 한기였다.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하지만 묵성의 의아함과 달리 무장공주는 한껏 분노로 달아올랐다.

     

   그에게 당했던 일을 곱씹을 때마다 우뢰성을 놓친 기억에 시달렸다.

   자신의 아이인 우뢰성이 자기를 데려와달라고 엉엉 우는 모습이 떠올라 밤잠을 설쳤다.

     

   그런 오늘 드디어 설욕을 풀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예전과 달리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십삼 마장 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무장공주가 직접 숫자를 붙인 열세 개의 마장.

   그중 일곱 번째 마장, 척살참도(斥殺慘刀).

     

   톱날처럼 이가 선 검을 뽑은 즉시 무장공주가 척살참도를 휘둘렀다.

     

   카가가가가각!

     

   그 순간 끝없이 늘어난 척살참도가 크라슈를 향해 날아들었다.

     

   날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거인의 숲의 나무조차 갈라 버리며 날아든 척살참도는 그 즉시 크라슈를 죽여 버릴 것 같았다.

     

   “무장공주!”

     

   그 광경을 본 묵성이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게 자신들은 크라슈를 죽이러 온 것이 아니라 생포하러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척살참도가 크라슈의 코앞까지 날아든 순간.

     

   카앙!

     

   척살참도가 허공에서 무언가와 부딪쳤다.

     

   분명 텅 빈 허공이었다.

   그런데 척살참도가 그런 허공에서 막힌 거다.

     

   “잔재주를!”

     

   크라슈를 본 시점에서 이미 열이 잔뜩 뻗친 무장공주는 척살참도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휘둘러 나간 척살참도는 계속해서 크라슈를 몰아쳤다.

     

   그때마다 척살참도는 번번이 크라슈의 앞 허공에서 막혔다.

   무장공주의 눈이 더더욱 분노로 일그러졌다.

     

   “이게!”

     

   소리를 내지른 무장공주가 척살참도를 휘두르는 것을 멈췄다.

     

   챙그랑! 챙!

     

   대신 그녀는 자기 몸에 채워져 있던 무기들을 일제히 공중으로 내던졌다.

     

   쿠웅!

     

   그녀가 바닥을 발로 내려찍은 순간.

   그녀의 품에는 어느샌가 검은 단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검은색 꽃이 피어난 듯한 단검.

   십삼 마장 중 하나 지옥 꽃이었다.

     

   그녀는 지옥 꽃을 꺼낸 즉시 자신의 가슴팍에 지옥 꽃을 박아 넣었다.

     

   투둑!

     

   그 순간 무장공주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리에서 검은색의 뿔이 돋아남과 동시에 새까만 꼬리가 돋아났다.

     

   어느새 호족보다는 용족과 비슷해진 그녀는 그대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무기를 하나 쥐었다.

     

   그녀의 손아귀에 쥐어진 도끼가 크라슈를 향해 던져졌다.

     

   그러나 무기는 거기서 끊이지 않았다.

   그녀의 다음 무기, 다음 무기를 계속해서 던졌다.

     

   던져진 무기들은 크라슈의 앞에서 모두 튕겨 나갔다.

     

   하지만 무장공주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녀가 도약과 함께 크라슈의 앞에 도달했다.

     

   그러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고 있는 무기를 들어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앙! 챙! 카앙!

     

   무기에서는 제각기 다른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장공주가 지닌 무기들은 전부 특별한 특성을 지니고 만들어진 무기다.

     

   그러한 무기들의 특성을 전부 꿰고 있는 무장공주는 무기로 된 공간만을 만들었다.

     

   무기 공간.

   무장공주는 미친 듯이 크라슈를 몰아쳤다.

     

   빗물이 무기 공간에서 튕겨 날 정도로 무장공주는 무기의 산을 쌓았다.

     

   그 앞.

   크라슈는 붉은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로 가만히 무장공주를 보고 있었다.

     

   무장공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썅, 그딴 눈으로 보지 마!”

     

   열이 뻗친 무장공주가 소리친 순간.

     

   “무장공주!”

     

   묵성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느새인가 크라슈의 우뢰성이 번개같이 뽑히며 그녀의 목을 향해 덮쳐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웅!

     

   어느새인가 무장공주의 앞에는 복마의가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손에 쥔 검을 즉시 올려 치며 크라슈의 검의 궤도를 틀었다.

     

   카앙!

     

   울려 퍼진 소리와 함께 아까 전 소극적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복마의가 차가운 눈으로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크라슈의 검은 거기서 끊이지 않았다.

   검에서 쏟아나온 한기가 주위를 전부 집어삼키려 들었기 때문이다.

     

   “기익!”

     

   무장공주가 바닥을 박차며 뒤로 크게 물러섰다.

   복마의도 물러서며 바닥을 끌며 물러섰다.

     

   ‘세계 침식이 섞인 한기?’

     

   그리고 그 광경을 본 묵성은 굵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건.’

     

   묵성은 이 힘에 관한 기억이 있었다.

     

   에파니아 황가의 직계들이 다루던 백룡의 힘.

   분명 그 힘과 유사했다.

     

   ‘방금 그의 몸 주위에 휘몰아친 기류도.’

     

   백룡의 기세가 분명했다.

     

   ‘하나, 기세라는 건 기껏해야 주변을 밀어내는 정도가 전부일 텐데?’

     

   아무리 그래도 기세 정도로 무장공주의 공세를 전부 막아내는 건 불가능할 텐데.

     

   “이상한 재주를 부리는군.”

     

   묵성이 지팡이를 바닥에 쿠웅 찍었다.

     

   그러자 묵성의 몸에서도 기류가 몰아치며 크라슈를 향해 뻗어왔다.

     

   카가가가강!

     

   크라슈에게서 피어오른 기세가 묵성에 맞부딪친 순간 그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크라슈가 지닌 건 백룡의 기세가 맞았다.

   더불어 그가 백룡의 기세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눈치챘다.

     

   ‘마치, 검처럼 다루고 있다.’

     

   크라슈는 백룡의 기세를 한 자루의 검처럼 예리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것도 무장공주의 공세를 전부 쳐낼 정도로 말이다.

     

   그 사실이 묵성에게는 경악스러웠다.

     

   차라리 검을 다룬다면 모를까, 오직 정신으로만 다룰 수 있는 기세를 저렇게까지 다루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후우.”

     

   크라슈의 입에서 새하얀 숨이 흘러나왔다.

     

   묵성이 경악한 것처럼 크라슈도 꽤나 정신력을 소비하고 있었다.

     

   백룡의 기세에 제 육감을 더해 백룡의 기세를 이용한 둔검을 펼친 것이다.

     

   [ 또라이냐? 세계 침식자를 상대로 그런 걸 시험하고 있다니. ]

     

   크림슨가든의 호통이 크라슈의 귀를 웽웽 울렸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었기에 시험해 봐야 했다.

   저쪽은 절대로 이쪽을 죽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행동으로 인해 득도 있었다.

     

   세 명의 세계 침식자는 크라슈를 섣부르게 건드리지 못하게 되었다.

     

   ‘정신력을 소모할 가치는 충분했어.’

     

   상대가 지닌 힘의 출처를 모를수록 섣부른 움직임은 못 하게 된다.

     

   특히, 강자와 강자의 싸움이라면 더더욱.

     

   크라슈는 자신의 수를 던진 것이다.

     

   쏴아아아아-

     

   쏟아지는 빗물 속.

     

   세 명의 눈이 경계심을 담아서 크라슈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신으로 혼자서 세 명의 세계 침식자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계속 숨어 있는 것만을 택했다면 나오지 못했을 상황.

     

   ‘전투에서 가장 무서운 건 상대를 향한 상상력이다.’

     

   광도제에 이어 연마와의 전투.

   거기에 크림슨가든과 에벨아스크라는 뒷배까지.

     

   크라슈는 익시온 내부에서 깊숙이 위험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런 이미지가 있는 지금.

   크라슈가 예전보다도 더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세 명은 섣부른 움직임을 택할 수가 없었다.

     

   기선 제압.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묵성 제르바, 복마의 하빌레라즈, 무장공주 슈아 델피아.’

     

   크라슈가 전부 아는 놈들이었다.

     

   왜냐하면 회귀 전, 죽은 세계 침식자의 뒤처리 담당은 이쪽 몫이었으니까.

     

   ‘이 시점에 놈들이 얼마나 영향을 받아 그때와 차이 날지 몰라도.’

     

   전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세계 침식자들의 전투 방식은 자신이 살던 세계에서 밴 습관이 고스란히 배어 있으니까.

     

   ‘흑마녀, 야수왕, 검존. 이 수준만 아니면 된다.’

     

   놈들이었다면 크라슈는 발견 즉시 최고속으로 도주했을 테지만.

   이 세 명은 그놈들이 아니다.

     

   그렇다면 승리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

     

   “오지 않는다면.”

     

   크라슈의 발언에 세 사람이 동시에 반응했다.

   그의 몸에서 천살성과 백룡의 기세가 동시에 뒤섞인 살기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내가 간다.”

     

   독기 품은 까마귀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행은 무사히 잘갔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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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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