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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8

    <248 – 받아보시죠 선배>

     

    무지개볼은 불타는 피구공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는 삼색볼이나 구간반복으로 날아드는 기믹의 매운 맛을 보여주는 육색볼보다도 한층 음험했다.

     

    “상급제어술을 아주 숨 쉬듯이 다루는군.”

    “저게 정녕 1학년의 피구공인가?”

    “엄청난 숙련도의 변환계 마법. 들어간 마나술식의 완성도도 보통이 아니군. 자연마나의 힘을 아주 제대로 얻고 있어.”

     

    모처럼의 큰 이벤트, 구경을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교수들이 무지개볼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당연하지. 누가 가르쳤는데.”

     

    교수들은 다른 의미로 놀랐다.

    한쪽 구석에서 나무덩굴로 만든 그네에 앉아 삐걱삐걱 그네를 타며 구경하는 머리에 꽃 단 미친년… 아니, 평소에는 이런 행사는 전부 스킵하던 위어드 교수의 존재 때문이었다.

    <제국마도학의 기초와 이해>를 맡은 레이브 교수를 비롯한 제국교수들은 불편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지만 변방 교수들은 부담없이 질문을 던졌다.

     

    “1학년에게 마나제어술도 가르치나?”

    “예습이 너무 빠른 건 아닌가?”

    “딱히 가르친 적 없어.”

    “그럼 저게 왜 당신 덕이야? 그냥 재능 빨이지.”

    “저 아이가 쓰는 마법 중에 하나는 내가 가르친 거니까.”

     

    위어드 교수의 발치에서 넝쿨이 쑥쑥 자라났다.

    특이하게도 넝쿨은 위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자랐다.

     

    “중력조작이군.”

    “이런 고등마법을 1학년한테 가르쳐?”

    “기말고사까지는 자연의 생존전략과 관련된 마법을 가르치니까. 위장, 독, 매복 같은.”

     

    세상에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렸다가 급습하는 동물도 있고, 중력마법으로 갑자기 떠오르는 몸에 절벽으로 내동댕이쳐진 먹이를 먹는 몬스터도 있다.

     

    “흐응. 올해 1학년은 탐나는 애들이 많네. 매스각키도 그렇고 오크노디도 그렇고.”

     

    교수들 사이에서 유독 어리고 명량한 목소리가 낭창낭창 울렸다.

    핑크색 트윈테일 헤어스타일을 고집해도 나이값 하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 합법로리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144cm의 아카데미 최단신 교수 핑크베리였다.

     

    “근데 왜 저 아이가 쓰는 마법 근처에 가증스러운 모기가 보이는 걸까?”

     

    핑크베리 교수의 앳된 얼굴에 이를 악문 분노가 보이기 시작했다.

     

     

    * *

     

     

    육색볼이 구간반복을 하더라도 몇 번 몸으로 받아내면 속도가 줄어드는 것에 비해 무지개볼은 중력가속도를 상시 받는 중력마법의 힘으로 완전동력에 가까운 힘을 낼 수 있게 되었다.

    3m 높이에서 떨어지는 공은 가볍게 받을 수 있지만 30m 높이에서 떨어지는 공은 공이 낯선 사람에게는 가까이 가기도 두렵다.

    하물며 300m나 3000m에서의 중력가속도가 실린 공은 말할 겨를도 없다.

    무지개색 총공격에 처음 당하는 순간, 데드캣은 무지개볼의 기믹을 깨달았다.

     

    ‘처음이 그나마 쉽다. 한 번 놓치면 다음에 돌아오는 공을 받아내기는 더욱 어려워.’

     

    중력가속도가 계속해서 더해지며 속도가 붙는 공이 구간반복으로 지근거리에서 튀어나와 몸을 선 밖으로 날려버리려 드니까.

    당연히 무지개볼에는 공을 받아내려는 시도를 무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마법술식이 내재되어있다.

    이것은 순수한 기량싸움이다.

    받아내려는 자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술식을 배치하는 기량과 실전에서 받아내는 자의 기량을 겨루는 싸움.

    그러나 이번에도 오크노디의 공에는 <변환>과 <증폭>이라는 성가신 힘이 일정주기마다 공의 특징을 바꾸어 맞춤형 방어를 불가능하게 했다.

    가히 무지개색 총공격이라는 말에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없을 다채로운 총공격.

     

    ‘받았다.’

     

    데드캣의 기량도 부족하지는 않았다.

    두 개의 목숨스택을 날린 대가로 비교적 빠르게 공을 붙잡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던질 수가 없었다.

     

    “우와~! 벌써 잡으셨구나. 그럼 이번에는 이단 무지개색 총공격~~!”

     

    오크노디의 공격이 연이어지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이 공에는 힘의 작용과 공간을 단절시키는 술식이 정밀하게 새겨져있다.

    당장 오크노디를 향해 공을 던지더라도 다시 중력가속도가 붙어 자신 쪽으로 공이 기울어지고, 단절된 공간을 무한반복하기 시작한다.

    던지면 다시 되돌아오는 부메랑, 혹은 자신에게 좌표가 지정된 유도탄을 꼭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공을 잡는 것으로 끝나지 않도록 아주 지독한 술식을 새겼어.’

     

    데드캣은 무력함을 실감했다.

    적어도 이 피구가 계속되는 한, 코트 안에서 데드캣이 이길 방도는 없었다.

     

    “기권.”

     

    데드캣은 빠르게 판을 접었다.

    아까운 환영스택 날려가면서 오기를 부려봤자 학생들과 교수들 앞에서 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자신의 환영스택도 몇 번이고 남들 앞에서 계속 보여줄 정도로 가벼운 기술이 아니다.

     

    “치사해요!”

     

    오크노디의 왱왱거림은 듣지 않았다.

    다음에는 정말로 코트 밖에서 룰 없는 대결로 저 건방진 콧대를 눌러줄 심산이니까.

    그런데…

    코트 밖으로 나오고 보니 기권하길 잘했다 싶은 광경이 펼쳐졌다.

    자신을 노리던 공들이 허공을 슉슉 슈슉 지나가고 있다.

    단절된 공간을 무한반복으로 지나치며 계속해서 가속을 받아 빨라지는 공들이.

     

    “와. 저거 공은 누가 가져갈까?”

    “속도를 봐. 저건 염동마법으로도 못 꺼내.”

    “아무도 못 가져가겠는데…?”

     

    졸지에 코트 위의 공 3개가 데드캣이 있던 공간에 봉인 당했다.

     

    “우와. 데드캣도 고생이 많았네.”

    “저 1학년 개쩐다.”

    “학년수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친한 척 다가와 말을 거는 학생들.

    고양이의 자존심을 앞세우며 도도하게 무시하려던 데드캣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면면들이 어디서 많이들 본 얼굴이다.

    얘도 상급반. 쟤도 상급반. 하나같이 상급반 학생들.

    벌써부터 코트 밖에 있어서는 안 될 학생들이 너무 많이 보였다.

     

    “뭐에 당했어?”

     

    데드캣의 물음에 2학년 상급반 학생들이 멋쩍어하며 각자의 패배요인을 가리켰다.

     

    “지젤이라는 놈이 치사하게 공 모양 후추가루를 던져서 콱 움켜쥐었더니 확 터지더라고. 코는 톡톡 쏘고 눈은 매워서 앞을 볼 수가 없었어.”

    “도로시 쟤도 순 악질이야. 옆에 있던 록펠이라는 놈은 아웃시켰는데 쟤는 피구공에 가시를 잔뜩 박아놓고 던졌더라고. 너무 아파서 바닥에 떨어뜨렸어.”

    “해적선장모자 쓴 애 있지? 마탄으로 맞사격 하면서 열심히 사격전 벌이는데 옆에 떨어진 공에서 갑자기 전기가 막 뿜어져 나와서 감전당하고 공 맞았어.”

    “아까 누구는 단검 든 애한테 암습 당해서 의료동 실려가지 않았어?”

    “역시 피구는 참 위험해. 총도 그렇고 암습도 그렇고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아.”

     

    1학년 상급반 학생들에게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탈락한 썰을 영웅담처럼 푸는 2학년 상급반 학생들!

     

    “니들 정도면 양반이지.”

    “너는 뭔데?”

     

    2학년 학생 한 명이 우울한 얼굴로 저 높이 수직으로 솟구친 얼음기둥을 가리켰다.

     

    “얼굴도 안 보이는데 피구공인지 아이스볼인지 모를 것이 기둥 위에서 일방적으로 계속 쏟아지더라.”

     

    추정높이 50m.

    직경 5m.

    거대한 얼음기둥은 고개를 저만치 위로 들어도 꼭대기가 보이질 않았다.

    애들 놀이에 전략병기가 나타난 급으로 당혹스러워지는 탑을 방불토록 하는 위용!

     

    “와…”

    “저건 심했다…”

     

    북부대공녀 아이린.

    그녀는 사천왕으로 손꼽힌 학생들을 제외하면 가히 최강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2학년 상급반 학생들을 하나씩 저격하고 있었다.

     

     

    * *

     

     

    아이린은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

    오크노디?

    학년수석이니까 이해할 수 있다.

    이슈타르?

    신생용사의 강함은 몸소 체험했다.

    하지만 다른 둘은 달랐다.

    카시아.

    평소에 뭘 하고 다니는지도 모를 C그룹의 조용하고 열의도 보이지 않는 애다.

    매스각키.

    이쪽은 아카데미를 우습게 여기는 것 아닌가 싶은 말투로 황녀놀이나 하면서 아카데미를 다니던 더욱 속편한 사람이다.

     

    ‘저런 것들이 사천왕으로 손꼽혔다면 내가 저 사람들보다도 못하다는 거야?’

     

    인정할 수 없다.

    감히 자신이 저들보다 못하다고 평가한 자들에게 똑똑히 보여주겠다.

    하나, 둘, 셋.

    2학년 상급반과 일반학생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폭격을 가하듯이 아이스볼을 던졌다.

    어떤 아이스볼은 잡으면 손이 찰싹 달라붙고.

    어떤 아이스볼은 근처에서 펑 터지며 얼음가시를 날리고.

    어떤 아이스볼은 지면과 충돌하며 바닥을 빙판으로 만든다.

    무작위 힘이 실린 아이스볼 연타에 학생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쿵 쿠궁

     

    기둥 밑에서 간간히 폭음이 들리기도 했지만 그녀의 얼음마법에 대한 조예는 얼음기둥의 빠른 수복 및 보강을 이룰 때까지 구조물이 버틸 수 있도록 건축공학의 묘리를 제대로 살렸다.

    덕분에 기둥을 노리는 이들도, 기둥 꼭대기의 자신을 노리는 이들도 헛수고이기는 마찬가지.

    일격에 기둥을 파괴하여 자신을 같은 눈높이까지 끌어내릴 실력이 없는 자들은 누구도 그녀를 위협할 수 없었다.

     

    ‘어차피 상급반은 대부분 1학년 상급반과 맞붙고 있어. 날 상대할 여력이 있는 사람은…’

     

    콰앙!

    급이 다른 충격에 발치가 흔들렸다.

    놀라 돌아간 시선의 끝에 새하얗게 빛나는 선배가 공을 들고 있었다.

    백색의 성기사 루.

    쥐도 새도 모르게 매스각키를 탈락시킨 상대가 이쪽을 노리기 시작했다.

     

    ‘전혀 느끼지 못했어. 그 심상찮은 암흑마나를 감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꺾어버리다니.’

     

    정말 보통 선배가 아니다.

    2학년 사천왕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선배.

    그런데도 저평가를 받았단 말인가?

     

    꽈득.

     

    손에 쥔 아이스볼이 더욱 차가워졌다.

    저런 강자, 용사 이슈타르 이후로는 처음이다.

    무력했던 그날의 패배 이후로 자신은 얼마나 강해졌을까.

     

    “받아보시죠,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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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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