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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9

       강화복을 만들어낸 장인이 직접 벨부르까지 와주었지만, 결국 내 장비를 완벽하게 고치지는 못했다.

        

       브라우닝에겐 실력도 있었고, 벨부르에는 재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총기가 망가졌다면 비슷한 물건을 새로 구하거나, 운이 좋다면 같은 총기의 부품을 수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브라우닝은 기차를 타면서 온갖 부품과 장비를 바리바리 싸 들고 왔다.

        

       그중에는 당연히 그가 만들어낸 강화복의 부품도 있었지만, 그 부품들만으로 때우기에는 강화복의 겉 부분이 지나치게 망가져 있었다.

        

       브라우닝이 설계하던 중 ‘소모품’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거의 다 고쳤다. 강화복 슬롯에 맞는 마력석이라던가, 너무 작아서 쉽게 망가질 법한 톱니바퀴들은 거의 다 갈았다.

        

       하지만, 겉부분의 황동판을 전부 갈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땜질로 붙여야 하는 곳은 둘째치고, 쉽게 갈기 위해서 탈부착할 수 있게 되어있던 곳조차 비틀려버린 곳이 많아 억지로 끼우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장갑판은 소모품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장갑판을 붙잡고 있을 강화복의 뼈대는 소모품이 아니다.

        

       예비부품이 있더라도 뼈대를 갈기 위해서는 아예 분해 및 재조립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장갑판이다 보니, 적당한 땜질로는 무리가 있습니다. 고작 몇 시간 만에 대충 했다가는 전투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장갑판이 다 떨어져 버릴 겁니다.”

        

       한 번이라도 버틸 수 있도록, 이라는 말은 무의미했다. 적의 공격을 맞기도 전에 내가 격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장갑판이 떨어져 버리면 곤란하다.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한 장갑판이니 상당히 무거운 물건이었고, 그 물건이 떨어지며 발이라도 찧어버리면 문제였으니까.

        

       “방법이 없겠습니까?”

        

       “음…….”

        

       내 질문에 브라우닝은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다가,

        

       “그렇다면, 아예 반대로 장갑판을 모두 벗겨버리면 어떻겠습니까?”

        

       이전의 설계방식과는 정반대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

        

       푸쉬식.

        

       내가 가슴 부분에 적당히 달린 버튼을 세게 때리자, 마치 증기 기관차가 증기를 내뿜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아니, 내뿜는 ‘것 같은’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증기가 마구 내뿜어지고 있었다.

        

       브라우닝이 급하게 변경한 설계는 그랬다.

        

       등 부분에 달린 증기기관에 물을 한계치까지 채우고, 단순 마력석이 아니라 고농축 마르마로스를 연료부에 대신 박아서 강화복이 버틸 수 있는 한계치까지 기관을 미친 듯이 돌린다.

        

       그 과정에서 ‘터지지는 않도록’ 지나치게 팽창한 증기가 바깥으로 빠져나오기 쉽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설계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인가 물어봤을 때, 브라우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한 것이냐고 물어봤을 때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상황이 급했으니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심정으로 나는 브라우닝에게 그 개조를 허락했다.

        

       그리고, 그 개조의 효과를 확실하게 보고 있었다.

        

       “큭……!”

        

       강화복에는 ‘인공지능’ 따위는 없다. 당연한 일이다. 컴퓨터의 크기가 건물만 한 세계관인데, 그런 물건을 이런 작은 강화복 안에 넣을 수는 없다.

        

       강화복 자체는 내부의 증기와 유압장치, 그리고 온갖 맞물린 부품들이 내 힘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과열된 강화복은 내 힘을 ‘보조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절을 조금만 움직여도 증기기관이 미친 듯이 돌아가는 강화복은 그 힘을 한계까지 증폭시켰다. 이전에 내가 강화복을 격하게 움직였을 때는 강화복에서 끼릭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지금은 내 관절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그렇다고 부러진 건 아니지만—

        

       뭐, 좋아.

        

       다시 한번 말하자면, 없는 것보다야 낫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마치 도움닫기 하는 선수처럼 한 걸음씩 뛸 때마다 시야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어쩌면 발목 쪽에서 격하게 분사되는 증기가 내 몸을 띄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을 정도로, 나는 너무나도 쉽게 위쪽으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황제와 다섯 걸음 정도의 거리를 남겨두었을 때—

        

       “읏!”

        

       나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그대로 몸을 비틀었다. 루테티아 지하에서 2층으로 뛰어올랐을 때처럼 시야가 한순간에 반전되었다. 위쪽으로 펄쩍 뛰어올라 몸을 한 바퀴 돌린 것은 그때와 같았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계단을 밟고 뛰어올랐던 그때보다 더 높게 날아올랐다.

        

       반전된 시야 안에, 내 발아래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증기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이 보였다. 그리고 쉬익, 하는 불길한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카가각, 하고 내가 조금 전까지 서 있던 곳에 기다란 자국을 남기며 검기가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어이쿠.”

        

       전혀 긴장감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난 쪽을 향해 대충 총을 겨누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펑, 하고 폭음이 들렸다. 총이 쏘아지는 소리보다도 총탄이 폭발하는 소리가 더 컸다. 총알의 궤적을 따라 넓게 퍼지던 증기구름의 한가운데 구멍이 생기고, 동시에 그 끝부분에서 붉은 화염이 이는 것이 보였다.

        

       쉬익—

        

       하지만 상대에게 제대로 명중하지는 못한 듯, 그 총알의 궤적을 따라 이번에는 기다란 빛의 무리가 올라왔다. 뚫려있던 둥근 기둥을 다시 반으로 가르듯이.

        

       다시 한번 억지로 몸을 비틀었다. 피슉 하는 소리와 함께 발목 부분에서 다시 증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내부에선 마르마로스로 펄펄 끓은 물일 텐데, 발목으로 쏟아지듯 나오는 증기구름은 이상하게 차가웠다.

        

       바닥에 착지하며 옆으로 한 바퀴 굴렀다. 직후에 총기 볼트를 뒤로 한 번 당겨서 탄피를 빼내고—

        

       이번에는 다시 반대로 한 번.

        

       “음.”

        

       내가 두 번째 검격까지 피해내자, 증기구름 너머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보다 실력이 늘었나? 이번에도 시간을 되돌리는 것 같지는 않은데.”

        

       저벅저벅 소리를 내며 내 쪽으로 걸어오는 인물은, 뭐, 누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즐겁다는 듯 웃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는 내가 아는 한 루카스와 황제뿐이니까.

        

       타오르듯 붉은 머리카락을 보면 황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부족한걸. ‘반칙’ 없이 싸우기에는 10년은 먼 것 같기도 하고.”

        

       “…….”

        

       그 도발에 굳이 대답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대로 루카스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동시에 루카스가 검을 휘둘렀다. 마치 총알이라도 쳐내겠다는 듯—

        

       “아.”

        

       하지만 여유로웠던 루카스의 표정이 한순간 무너졌다.

        

       내 총은 안쪽에 탄창이 있었지만, 동시에 그 탄창과 약실 사이를 분리하는 부품도 들어있었다.

        

       즉, 필요하다면 단발식 소총마냥 한 발을 쏘고 다음 한 발을 따로 장전에 쏠 수 있다는 소리다.

        

       일반적으로는 쓸모없는 장치겠지만, 여러 종류의 마르마로스 탄을 들고 다니는 내게는 유용한 장치였다.

        

       얼굴을 찡그린 채 얼어붙은 검을 휘두르는 루카스를 주시하며 나는 다시 탄창 차단장치를 풀고 차탄을 장전했다.

        

       10년은 이르다, 라.

        

       그럴지도 모른다. 내 재능으로는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루카스같이 전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이를 이길 만큼 성장하지 못할 거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류의 기술이 발전해온 것이 아니겠는가.

        

       전장을 지배하는 기사들이 제대로 된 조준도 없이 흩뿌려진 탄환 한 발에 쓰러지고, 머리 위에 쏟아지는 포탄에 사지가 찢겨 죽는 세상이다.

        

       설령 날아오는 총알을 쳐낼 수 있을 괴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총알에 몸이 꿰뚫리면 사망하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보여도 한평생 동안 총을 쏘는 훈련을 쉬지 않았다. 실전에서도 질리도록 쏴봤고, 그 총알에 맞아 죽은 사람도 열 손가락으로 다 세지 못할 만큼.

        

       너무 무시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는데.

        

       탕, 탕, 탕.

        

       볼트를 최대한 빠르게 당기며 속사.

        

       ‘검’을 휘두르는 이에게 있어서 검의 무게 변화는 다소 위험한 것이다. 검은 ‘휘두르는’ 무기니까. 총도 너무 무겁거나 가벼우면, 혹은 무게 밸런스가 좋지 않으면 사용하기 불편해지지만, ‘검’에 비할 바는 아니다.

        

       루카스는 뛰어난 검사다. 검에 다소 무거운 얼음덩어리가 붙었다고 극복하지 못할 만큼 실력이 못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날아가는 총알을 쳐내지는 못하리라.

        

       총알을 쳐내는 것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기예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이 세계에서 ‘그런 설정’이기에 가능한 행동. 설령 이런 세상이라도 총알을 쳐내는 행동 자체가 인간 능력의 한계에 도달한 행위였다.

        

       그렇다면 그 한계치에 도달한 인간에게 추가로 페널티를 붙이면, 당연히 그런 행위가 매우 어려워진다.

        

       “……!”

        

       쨍그랑, 하고, 검에 달린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산산이 조각났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얼음 조각 탓에 시야가 가린 것인지, 아니면 총알의 에너지를 충분히 흘려내지 못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순간 루카스의 몸이 비틀거렸다.

        

       연달아 따라온 두 발의 총알이 루카스의 몸을 맞추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급히 몸을 피하느라, 루카스는 나에게 연격을 날릴 틈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루카스를 침착하게 바라볼 시간이 나에게는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 화는 최대한 빠르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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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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