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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9

       옛말에 그런 말이 있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장삼과 구왕수는 이를 충실히 따르기로 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그들은 알고 있다.

         

       백우진이 자신들에게 친절하게 다가올 때는 분명 무언가 있는 거라고.

         

       무언가 잘못한 일이 걸렸다거나, 웬만한 정도로는 안 끝나는 힘든 일을 시키려 한다거나.

         

       그것을 알면서도, 장삼과 구왕수는 넘어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금양루를 어떻게 참아!’

       ‘차라리 먹고 죽는 게 낫지!’

         

       던져진 미끼의 크기가 커도 너무 컸기에.

         

       금양루.

         

       평범한 사람은 평생 모아도 2층조차 밟기 힘들다는 중원 제일 주루의 가장 꼭대기.

         

       그곳에 오직 자신들만을 위한 잔칫상이 차려져 있는데, 이걸 어찌 참고 넘어간단 말인가!

         

       “솔직히 이 정도면 불구덩이에도 한 번 뛰어들 수 있지 않나?”

       “내기로 보호하면 되니까 가능할지도…?”

         

       깔깔깔!

         

       낄낄낄!

         

       백우진은 두 사람이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도록 멀찍이 떨어져서 녀석들을 훔쳐보았다.

         

       “좋아 죽네, 죽어.”

         

       죽이 잘 맞아도 너무 잘 맞는다.

         

       여인 한 명 없이 둘이서 저렇게 신나게 노는 걸 보면 이젠 위험하게 보일 지경.

         

       끔찍한 상상마저 하게 된다.

         

       ‘저러다 둘이서 눈이라도 맞는 날에는….’

         

       상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사람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 일말의 대비책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법.

         

       백우진은 결심했다.

         

       만에 하나 그런 날이 제 앞에 들이닥친다면 두 사람을 갈라놓기로.

         

       ‘반으로 갈라버릴 테다.’

         

       남남의 사랑….

         

       이해할 수 없으나, 존중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저 두 사람만큼은 안 된다.

         

       왜냐고?

         

       아무튼 안 된다면 안 되는 거다.

         

       “우헤헤헤! 편하게 여행 다녀와서 여독을 금양루에서 풀다니, 이거야말로 축복받은 삶이지!”

       “암, 그렇고말고! 우진이 녀석은 모르겠지? 우리 여정이 얼마나 편했는지, 크크.”

       “…….”

         

       저 정도면 이실직고하려고 일부러 연기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제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예 안 보이는 자리도 아닌데 어쩜 저렇게 눈치들이 없을까.

         

       그러나 화가 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애초부터 예상했다.

         

       만에 하나 수준으로 벌어질 습격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여정은 순탄할 것임을.

         

       물론 백우진의 생각보다 몇 배는 더 꿀을 빨고 온 것 같아서 아니꼽기는 하지만…, 이제부터 그만큼 힘들게 일하게 될 테니 얼마든지 넘어가 줄 수 있다.

         

       때는 무르익었다.

         

       인사불성은 아니고, 그렇다고 제정신도 아닌 아주 적절한 상태.

         

       사실 고독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냐, 없냐를 묻는 거야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도 굳이 그들을 한껏 풀어지게 만든 건 장삼의 성격 때문이었다.

         

       ‘먹은 만큼만 일하는 놈.’

         

       최근에는 그 이상도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원하는 것을 베풀어주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이가 바로 장삼이었다.

         

       “얘들아, 잘 먹고 마셨니?”

         

       신나게 웃고 떠들던 두 사람의 얼굴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좋은 순간은 이제 끝났다는 것을.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그 가운데 비장함마저 엿보였다.

         

       ‘이미 각오했다.’

       ‘얼마든지 와라!’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그들은 이미 장렬하게 산화할 준비를 마쳤기 때문.

         

       “삼아.”

         

       장삼은 침을 꼴깍 삼켰다.

         

       나긋한 음성으로 자신을 부르니 차라리 저승사자가 엄한 표정으로 제 이름을 삼창하는 것이 차라리 덜 무섭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중원에 퍼진 주술의 근원은 모산파지?”

       “…그렇소만.”

         

       무공의 체계가 온전히 잡히기 전에는 주술이 주를 이루었던 시대도 잠깐 있었더랬다.

         

       주술의 성세를 이끈 문파가 바로 모산파.

         

       지금으로 따지면 구파일방 중에서도 으뜸인 소림이나 무당을 능가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던 세력이었다.

         

       그들이 그토록 강성했던 이유는 오직 하나.

         

       중원에 널리 알려진 주술이 전부 모산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

         

       장삼은 이를 자랑하듯 신나게 떠들어댔다.

         

       “지금의 구파일방이 전부 합쳐도 그때의 모산파는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이거요.”

       “그렇구나~ 모산파가 참 대단했구나~”

       “하하! 그뿐인 줄 아시오? 한때 어떤 일화가 있었냐면….”

         

       백우진은 일단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었다.

         

       그러다가 장삼이 숨을 크게 들이쉴 때를 노려 이야기의 맥을 끊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럼 저주술도 모산파에서 나온 건가?”

         

       백우진의 물음에 장삼의 안색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

         

       저주술.

         

       말 그대로 사람을 저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술의 일종이었다.

         

       “크흠…, 부끄럽게도 그렇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장삼.

         

       모산파의 자랑거리를 늘어놓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

         

       이유인즉, 저주술은 많은 선업을 쌓은 모산파의 치부임과 동시에 모산파를 멸문에 이르게 만든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저주술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발견되었소.”

         

       이는 정신 수양은 부족하나, 술법에 대한 재능만은 출중했던 한 수행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신에게 허구한 날 허드렛일만 시켜대는 사형에게 품고 있던 불만이 그가 행한 주술에 녹아들어 발현된 것.

         

       그로 인해 수행자의 사형은 몇 날 며칠을 복통에 시달려 끙끙 앓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시작이었소.”

         

       가볍게는 복통에서 시작하여 무겁게는 죽음, 그것도 아주 처참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저주술은 그 어떤 주술보다 빠르게 발전했다.

         

       저주술의 자양분은 다름 아닌 원한.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크고 작은 원한들이 수도 없이 많았기에, 그 모든 것들이 저주술이 발전하는 데에 필요한 동력원이 되어주었기 때문.

         

       그렇게 발전한 저주술은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 저주술의 기본 동력은 원한.

         

       원한을 품게 된 상대에게 온갖 저주로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바야흐로 찾아온 혼란의 시대.

         

       그로 인해 모산파는 크게 홍역을 앓았다고 한다.

         

       저주술이 너무나도 무분별하게 퍼진 바람에 이를 회수할 도리가 없었던 것.

         

       “그 때문에 모산파의 성세가 크게 위축되었소. 동시에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한 무공이 득세하기 시작했고 말이오.”

         

       어떤 의미에선 주술과 무공의 세대교체에 크게 이바지한 셈.

         

       “아무튼…, 치부이기는 하나, 저주술도 결국 모산파에서 나온 것은 맞소.”

         

       장삼이 중얼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시작만 모산파였고, 그것을 본격적으로 써먹기 시작한 놈들은 엄한 놈들이기는 하지만.”

       “엄한 놈들?”

         

       백우진이 되묻자, 장삼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사라진 놈들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오.”

         

       말하기 싫어하는 듯한 눈치였기에 백우진은 더 깊이 묻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그 저주술 중에 고독을 만드는 것도 있지 않았나?”

       “으음…!”

         

       장삼이 침음성을 흘렸다.

         

       “고독도 저주술 중 하나요. 그것도 고난이도에 속한 술법이지.”

       “그럼 장삼 너도 만들 수 있냐?”

         

       백우진이 가볍게 묻자, 장삼이 펄쩍 뛰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어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오! 난 적법한 모산파의 후계자요! 그런 내게 고독이라니…, 고독이라니!”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떠나서 하나만은 알겠다.

         

       그가 고독을 무척이나 싫어하고, 증오한다는 것을.

         

       “그럼 질문을 바꾸자.”

       “누차 말하지만, 난 고독은 전혀…!”

         

       무슨 말인지 듣기도 전에 설레발을 치는 장삼의 말을 무시한 채 백우진이 말을 이었다.

         

       “고독을 없앨 수는 있냐?”

       “……!”

         

       장삼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 * *

         

         

       야심한 밤.

         

       백우진은 장삼의 목덜미를 붙잡고 금가의 담을 넘어 금철군의 침소에 들어섰다.

         

       이유는 금양루에서 벌어진 논쟁 때문이었다.

         

       장삼은 한사코 외쳤다.

         

       지금 시대에 고독은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선 안 된다고.

         

       그런데 안타깝게도 고독이 존재한다고 말했더니, 끝까지 믿질 않더라.

         

       “봐라, 이 자식아. 여기가 바로 네가 찾던 고독이 있는 곳이다.”

       “흥, 우리 몸에 기생충이 얼마나 많은 줄 알기나 하오? 그중에 하나 잘못 봐놓고서 고독이라고 우기지 마시오.”

       “이 새끼 보게?”

         

       여전히 바락바락 우겨대는 장삼의 목덜미를 우악스럽게 붙잡고 금철군의 앞에 내동댕이치는 백우진.

         

       “네가 직접 확인해봐, 자식아.”

       “흥, 내가 확인하라면 못할 줄 알고? 조장 이번에 잘못 걸렸소. 우리 모산파에는 체내에 고독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술법도 있소.”

       “아이고, 그러셨어요? 제에발 부탁드립니다. 한 번만 써주세요! 예?!”

       “하라면 못할 줄 알고! 거기서 딱 기다리시오, 딱!”

       “뉘예뉘예, 알게쭙뉘당. 근데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뭘 말이오?”

         

       한껏 조롱 섞인 말투로 대답하던 백우진이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낮은 소리로 말했다.

         

       “고독 있으면 넌 일단 존나 맞는 거야.”

       “…그,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붙들어 매시구려!”

         

       그러면서 말은 왜 더듬는데?

         

       장삼은 등을 돌려 금철군의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어디서 보았다고 했소?”

       “머리.”

       “흠.”

         

       그의 손이 금철군의 이마에 올려졌다.

         

       장삼은 그대로 눈을 감은 뒤, 무언가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주술을 위한 특별한 언어인 모양.

         

       그와 동시에 장삼의 주변으로 흐르는 영기가 점점 거세지더니, 손을 타고 금철군의 이마를 통해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기를 잠시.

         

       장삼이 눈을 부릅뜨며 헛바람을 들이켰다.

         

       “허어억…!”

         

       백우진의 말대로였다.

         

       금철군의 머리에는 분명 고독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범상치 않은 녀석이.

         

       “아, 아니, 이게 왜 진짜…?”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읊조리는 장삼의 뒤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뒤에서 섬뜩한 살기를 느낀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백우진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제 주먹의 뼈를 뚜둑거리며.

         

       “이제 맞아야겠지?”

         

       절체절명의 상황.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하던가.

         

       장삼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백우진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아잇, 진짜! 지금 그럴 때가 아니란 말이오!”

       “그럼 무슨 때인데.”

       “고독은 분명 모산파의 저주술에서 비롯되긴 했으나, 이를 발전시킨 놈들은 따로 있었소.”

         

       다급하게 말을 하는 걸 보니 단순히 위기를 무마하기 위한 술수는 아닌 듯했다.

         

       백우진이 진중한 태도로 물었다.

         

       “거기가 어딘데.”

         

       장삼이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힘겹게 말을 꺼냈다.

         

       “혈교.”

       “…….”

         

       아무래도 흉수 사이에 상상 이상으로 골치 아픈 놈이 끼어 있는 것 같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코로나는 사라질 듯하면서 여전히 많이들 걸리네요.

    어제 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병원에 갔더니 코로나 확진이 되셨읍니다…

    다들 너무 밖에 돌아다니지 마시고, 안전한 집에서 귤 까먹으면서 웹소설 보십시오…

    그럼 전 다음 편으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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