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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9

       “나의 통조림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움직일 수가 없어 한동안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정말 힘들게 구한 통조림인데.

       구한 당일에 먹었으면 이보단 맛있지 않았을까?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고 있었다.

       

       “겨울아,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슬퍼서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먹었을 텐데···”

       

       “통조림 맛없어진 게 그 정도야? 이젠 통조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잖아.”

       

       한여름의 말이 맞았다.

       이젠 내게 통조림은 그렇게까지 귀한 음식이 아니었다.

       살짝 무리하면 살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슬퍼해 하는 건 미련하게 배를 곯았던 과거가 떠오른 탓이었다.

       과거의 자신이 바보 같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배고파 죽을 거 같을 때에도 안 먹고 버텼거든요. 정말 최후의 순간에 먹으려고 했는데···”

       

       “그, 그래? 배고파 죽을 거 같은 게 최후 아닌가···?”

       

       “아뇨··· 그것보다 더 힘든 때가 있어요···”

       

       “아, 응.”

       

       한여름이 누워있는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무런 무리 없이 번쩍 들어 올리고는, 꼭 껴안으며 등을 문질러주었다.

       

       이러고 있으니 위로가 된다.

       나도 모르게 푸념을 하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구했을 때 바로 먹을 걸 그랬어요···”

       

       수인족의 미각은 민감해서 맛있는 걸 더 맛있게, 맛없는 걸 더 맛없게 느꼈다.

       인간일적엔 미각이 이리 민감하지 않았는데.

       통조림의 맛 변질도 적었을 테고.

       아쉬운 마음에 한숨이 푹푹 새어나왔다.

       

       “겨울아, 지나간 일에 너무 미련 갖지 말자. 언니가 집에 통조림 많이 사둘게.”

       

       “네에···”

       

       그래, 뭐.

       맛이 없을 뿐 못먹을 정도는 아니니까.

       차근차근 하나씩 해치우면 되겠지.

       

       나는 한여름의 품에서 내려와 냄비를 집어들었다.

       아이들이 냄비속 음식을 먹지 못하고 킁킁 냄새만 맡고 있었다.

       

       “얘들아, 이건 내가 다 먹을게.”

       

       “먹을거냐?!”

       

       “응. 버리면 아깝잖아.”

       

       숟가락을 들고 다시 요리를 떠 먹으려 했을 때였다.

       한여름이 다가와 내 손목을 붙잡았다.

       

       “겨울아, 이거랑 통조림이랑 다 버리자.”

       

       “이거 전부 다요···? 이거 먹을 수는 있는 건데···”

       

       “응. 근데 언니는 겨울이랑 같이 맛있는 거 먹고 싶거든. 혼자 먹으면 아무리 맛있는 거라도 맛 없더라고.”

       

       “아···”

       

       같이 먹는 즐거움인가.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네.

       나는 망설이다가 냄비를 모닥불 위에 올려두었다.

       

       “아깝지만 통조림은 이만 보내줄까?”

       

       “네. 보내줄게요.”

       

       “헤헤, 잘 가 통조림아~”

       

       한여름이 내 손을 붙잡고 통조림을 향해 흔들었다.

       통조림을 향해 작별 인사를 하는 기분이었다.

       

       “잘 가 통조림아···”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한여름의 말을 따라 했다.

       아쉬움이 남긴 했으나, 나름 후련한 기분이었다.

       

       집에가서 가족들이랑 같이 밥이나 먹기로 했다.

       

       

       **

       

       

       다음 날 아침.

       밖으로 나와 채소를 수확했다.

       나를 돕겠다며 나온 새벽이가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새벽아, 나 괜찮으니까 졸리면 더 자.”

       

       “으음···”

       

       “진짜 괜찮은데.”

       

       꾸벅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졸음을 참고있다.

       일단 새벽이부터 재울까 하고 마음먹는 그때.

       뒤쪽에서 레비나스가 무언가를 들고 달려왔다.

       

       “왕아, 이거봐라!”

       

       레비나스의 손에 들린 것은 오이였다.

       당근의 라이벌이라며 지금까지 키우지 않았던 채소였다.

       

       “······!”

       

       꾸벅 졸던 새벽이가 오이를 보더니 폴짝 뛰어올랐다.

       놀란 고양이처럼 높이도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런 새벽이의 모습에 나 또한 놀라고 말았다.

       새벽이와 함께 폴짝 뛰어오르고 말았다.

       내 반응속도가 빨라서 거의 같이 뛰어오른 느낌이었다.

       

       “······?”

       

       오이를 쥔 레비나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 갑자기 우리가 뛰어오른 건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눈을 깜빡거리며 우리를 살피던 레비나스가 한발 늦게 폴짝 뛰어올랐다.

       방금 전의 우리처럼 높이 뛰어올랐다.

       

       “뛰는 놀이 하냐?! 레비나스 뛰는 거 잘한다!”

       

       폴짝폴짝.

       레비나스가 우리 주변을 뛰어다녔다.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거라 착각한 것 같았다.

       

       “놀이는 아니고, 놀라서 그랬어.”

       

       “레비나스가 놀랬켰냐···?!”

       

       레비나스가 미안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런 레비나스에게 새벽이가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나는 오이보고 놀랐어.”

       

       “오이?!”

       

       “응. 오이 너무 무섭다.”

       

       새벽이가 무표정한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만 귀와 꼬리는 아직도 쭈뼛 솟아오른 상태였다.

       고양이가 오이를 무서워 한다고 들었는데, 새벽이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았다.

       

       “왕이들 약점이 오이냐!”

       

       “나는 아닌···”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레비나스가 오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오독오독 빠르게 오이를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오이 하나를 다 먹는데 일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레비나스가 무서운 오이 없앴다!”

       

       오이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레비나스였는데.

       우리를 위해서 다 먹어 치운 건가.

       새벽이와 내 꼬리가 동시에 살랑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늘만큼은 오이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고마워. 오이 정말 무서웠는데.”

       

       “히히, 나중에 레비나스 무서운 거 나오면 그땐 왕이가 도와주기다?!”

       

       “응. 근데 왜 갑자기 오이야?”

       

       “레비나스가 큰맘 먹고 키울까 했는데, 그냥 안 키우기로 했다!”

       

       싫어하는 오이를 우리를 위해 키우려고 했는데, 우리가 무서워하니 그냥 안 키우겠다는 건가.

       항상 느끼는 거지만 레비나스는 정말로 착한 아이였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올 정도였다.

       

       나는 히히 웃으며 근처 상추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다가 나타나는 작은 물체에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거미···?”

       

       “거미?!”

       

       “거미.”

       

       우리 셋은 약속이라도 한듯 뒤로 물러섰다.

       레비나스랑 새벽이의 귀가 파들파들 떨렸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와, 왕아, 레비나스는 거미 무섭다.”

       

       “으, 응··· 근데 나도 무섭다···?”

       

       “왕이도 거미 무섭냐?!”

       

       “그게, 원래 안 무서워 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거미가 무섭지?

       거미랑 손이 닿을 뻔 했다는 걸 떠올리자, 바들바들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왕아, 거미가 상추에 올라가있다. 어떡하냐···?”

       

       “이, 이걸로 떼볼까···?”

       

       근처에 있는 강아지풀을 하나 뜯어냈다.

       레비나스와 새벽이도 나를 따라 강아지풀을 뜯어냈다.

       

       “저리 가.”

       

       “쉭쉭.”

       

       우리는 팔만 쭉 뻗어 거미를 향해 강아지풀을 휘둘렀다.

       톡톡, 자신을 건드리는 강아지풀에 화가 났는지 거미가 앞다리를 들어올렸다.

       

       “냑!”

       

       “······!”

       

       우리 셋은 동시에 폴짝 뛰어올랐다.

       뒤로 물러서 콩닥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셋 다 거미를 무서워하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왕아, 어떡하냐···?”

       

       “글쎄···?”

       

       거미니까 여기까지 쫓아오지는 않겠지?

       다른 사람을 불러서 도와달라고 할까?

       고민하는 우리에게 거미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헉!”

       

       우리 바로 앞까지 달려온 거미가 앞발을 들며 위협했다.

       우리가 강아지 풀을 휘두른 존재라는 걸 아는듯한 느낌이었다.

       

       “미안해···”

       

       내 주먹만 한 거미가 저러니 너무 무섭다.

       저것보다 작은 거미는 괜찮았던 거 같은데.

       나는 아이들과 함께 떨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때, 소피아가 지팡이를 짚으며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뭣들 하고 있더냐?”

       

       “소, 소피아··· 저기···”

       

       “저건···”

       

       소피아가 우리의 시선을 따라 거미를 바라보았다.

       소피아라면 거미 정도는 손쉽게 치워주겠지?

       

       희망이 샘솟는 순간이었다.

       소피아의 몸이 굳어버렸다.

       

       “소피아···?”

       

       “크흠···”

       

       “상어야 거미가 레비나스 먹으려 한다!”

       

       “···참으로 위협적인 거미로구나.”

       

       소피아가 우리 곁에 바짝 붙었다.

       진동하는 상어 꼬리를 통해 소피아가 겁에 질려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어떡하죠?”

       

       “기다려 보거라. 본녀에게 방법이 있다.”

       

       소피아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더니, 바닥 부분을 뱅글 돌렸다.

       뚜껑처럼 열린 지팡이 안에 피리처럼 보이는 물건이 있었다.

       

       “피리?”

       

       피이이-!

       소피아가 피리를 불었다.

       상당한 초음파였는데, 수인족의 귀에는 너무나도 잘 들렸다.

       귀가 찌릿할 정도였다.

       

       “우우···!”

       

       레비나스가 귀를 꾹 눌러 막았다.

       내 귀도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서인지 축 가라앉았다.

       

       아니, 근데 이게 구조 요청을 해야 할 정도인가?

       그 정도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고민하던 나를 향해 누군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엔시아라는 걸 기척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겨울님!”

       

       방금 찢어질듯한 소리가 엔시아를 부르는 거였구나.

       반가운 마음에 꼬리가 흔들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기 거미가 있어요···”

       

       “거미 말입니까···?”

       

       거미를 확인한 엔시아가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엔시아도 거미 무서워해요···?”

       

       “···면목없습니다.”

       

       “그, 그렇군요.”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 같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자 우리가 겁에 질렸다는 걸 알아챘는지, 거미가 한 걸음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능이 상당히 높아 보이는 거미였다.

       

       “엔시아, 수인족은 원래 거미를 두려워하나요?”

       

       “종에 따라 다릅니다. 이럴 때 아르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구나.

       아르고는 도마뱀 수인이니까.

       도마뱀의 주식인 곤충 따위를 무서워하진 않겠지.

       

       이럴 때 아르고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오늘은 길드에 없는 건가?

       

       어쩔 수 없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 야성을 내보내야 할 때였다.

       

       “크, 크앙···”

       

       나는 손톱을 내보이며 거미를 위협했다.

       하악하는 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물론 귀와 꼬리는 축 가라앉아 있었다.

       솔직히 많이 무서웠다.

       

       거미가 너무 큰 탓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거미가 뭔 줄 아시나요?!
    바로 우리 집에 들어온 거미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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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둒새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PrayMeier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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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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