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49

       마침 잘 되기는 했구나.

       

       안 그래도 부탁을 하려는 것이 있었으니.

       

       물론 그 전에 저 자의 품 안에서 바루부터 구해야 하겠지만.

       

       “적당히 하거라. 그러다 괴로움에 우리 바루의 털이 빠지면 어찌할 생각이더냐.”

       

       알겠느냐? 바루의 보들보들한 털은 화룡무인이라는 세상의 존재가치나 다름이 없다.

       

       아껴주어야 하는 존귀한 물품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그 물품에 손상이 가면 어찌할 생각이냐.

       

       이러는 본인도 바루를 많이 괴롭히기는 했다만 그래도 바루가 앓는 소리를 낼 때까지 그러지는 않았다.

       

       …않았을 것이다.

       

       “신령이란 어차피 산만 괜찮으면 멀쩡한 존재 아닌가.”

       “흐음. 그도 그런가?”

       “이거고 저거고 빨리 구해주기나 해다오!”

       

       논리적으로 설득을 하려다 설득을 당해버렸지만 바루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래. 일단은 그대를 구해 주어야지.

       

       반쯤 강제로 백화령의 손아귀를 풀었더니 즉시 그 품에서 빠져나온 바루가 쪼르르 내게로 달려와 내 어깨 위에 올라탔다.

       

       귀를 바짝 세운 채로 백화령을 바라보는 것이 괴롭힘이 싫긴 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싫었으면 진즉에 도망치지 그랬느냐.”

       “도망치려 했다! 저 괴한이 더럽게 강한 것을 어쩌란 것이야!”

       “괴한이라니. 본인은 손님이다.”

       “손님을 자칭하겠단 작자가 그리 무뢰배 같은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

       

       지금의 백화령도 천하제일인을 두고 객담을 나눌 때에 반드시 들어갈 인물이니 아무리 바루가 뛰어난 도술사라 할지언정 저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겠지.

       

       나중에 시간이 날 때에 바루에게 도주를 위한 무공이라도 가르쳐놓을까.

       

       기초적인 몇 가지를 알고 그를 도술과 섞을 수 있다면 오래 도망다니는 건 가능하겠지.

       

       결국 붙잡히기는 할테지만.

       

       “그래서 백화령아. 왜 온 것이냐. 또 음식을 얻어먹으려 온 게냐?”

       “본좌를 거지 취급 하는 게야?”

       

       거지 취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그대는 거지가 맞지 않나.

       

       만날 이 곳에 들릴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내놓으라며 난리를 치던 것이 누구인데.

       

       내가 슬쩍 미간을 찌푸렸더니 백화령은 내가 묻지도 않은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요즘에는 한설우 그 자가 맛집의 리스트를 가지고 있어서 그 녀석 하나 겁박하기만 하면 알아서 괜찮은 곳을 찾아다닐 수 있다고.

       

       그러니 나에게 손을 벌릴 이유가 없다고.

       

       “알겠느냐! 본좌는 더 이상 음식가지고 그대에게 기댈 이유가 없다!”

       “그럼 왜 온 것이냐.”

       

       단순히 바루를 괴롭히러 온 것이라면 내 꺼지라는 말밖에 돌려줄 것이 없다만.

       

       그녀는 자신의 품 안에서 곰방대를 꺼내어서 담뱃잎을 집어넣으며 목소리를 냈다.

       

       “요 근래에 혈교 놈들이 과히 날뛰기 시작을 하는 구나. 제 주제를 모르고 날뛰어. 거슬리는 것은 저들이 음슴하다는 것이다. 저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를 불태워야 하는 수준이니 과히 곤란하다.”

       

       그 벌레같은 놈들 때문에 괜히 일거리가 늘어나고 있음은 물론이요 신교의 백성들에게도 피해가 가고 있다며.

       

       귀찮은 것을 하루 빨리 눈앞에서 지워버려야 성이 차겠다는 백화령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확실히 혈교가 빠르게 세를 늘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래 본인이 살던 세상에서라면 그들은 아직 음지에서 슬금슬금 활동을 할 시기다.

       

       천마신교의 입장에서는 눈에 들일 가치고 없는 벌레 같은 것들인 상태였지.

       

       본인은 저들이 존재하는 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허나 지금은 다르구나.

       

       벌레들이 융성하고 있어.

       

       과거 본인이 혈교를 상대하던 그 시절처럼.

       

       “그래서 물으러 온 것이다. 다른 세상이라 한들 그대는 모든 것을 겪고서 돌아온 사람이지 않나. 저들의 본거지는 어디인가.”

       “그를 알려달라 부탁하러 온 것인가?”

       “그래.”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신기하다는 감정이 앞섰다.

       

       지금 백화령은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을 위하여 고개를 숙였다.

       

       천마신교를 위해서 말이다.

       

       본인이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이다.

       

       이전에도 말을 한 것이지만 본인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 천마신교의 바지가 된 것이다.

       

       애정?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영문도 모른 채 그 세상에 떨어져 교리를 강요받아야 했던 본인에게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지 않은가.

       

       본인이 무림에 대한 복수를 결심한 것은 어디까지나 어머님과 신교의 아해들 그리고 빙궁의 아해의 복수를 위함이었지.

       

       신교의 이름을 들먹인 것은 어디까지나 명분에 불과했다.

       

       간단히 말을 해서 신교는 본인의 도구일 따름이었다.

       

       반대의 입장에서도 그러했을 터이고.

       

       그러니 내가 신교를 위해 고개를 숙일 일은 존재할 수 없었다.

       

       쓰다 버릴 도구를 위해 고개 숙일 사람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허나 백화령은 달랐다.

       

       그 곳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천마신교를 단순한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보니 그녀와 내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인간이라는 게 다시 한 번 체감이 되는 구나.

       

       뭐어. 그래도 비슷한 사람이기는 하니 백화령 이 녀석이 조금 고생을 했다고 바로 나를 찾아온 것은 아닐 것이다.

       

       나름대로 고생을 하다가 영 답이 안 나오니 다른 데에 손을 내민 것이겠지.

       

       천마신공의 사용자가 어디 바로 남에게 도움을 청하겠는가.

       

       망설임 끝에 이 곳에 온 것일 터이니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구나.

       

       “백화령. 생각해보아라. 본인이 그를 알고 있다면 진즉에 박살을 내놓지 않았겠나?”

       

       본인이 혈교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 내버려 두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느니라.

       

       저들의 지부가 어디에 있는 지는 대략 다 기억을 하고 있다.

       

       허나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른다.

       

       바로 지금 혈교주의 진짜 육신이 어디에 있는 지에 대한 것을 말이다.

       

       혈교라는 집단은 혈교주라는 한 사람의 힘에 의해 유지되는 곳이다.

       

       그 놈을 중심으로 해서 가지가 자라난 집단이란 거다.

       

       그러니만큼 혈교주를 지우지 못하면 모든 가지를 쳐낸다 하더라도 새로이 가지가 자라나게 되지.

       

       혈교를 토벌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닐 적에 본인은 그를 몸으로 체감했다.

       

       혈교주를 없애지 않는 한 혈교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과거 혈교주가 사용하던 은신처야 기억하고 있다만 그 곳에 정말로 숨어있는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습격을 했다 실패하면 어찌 되겠는가.

       

       그 빌어먹을 것이 더더욱 꼭꼭 숨으려 들지 않겠나.

       

       그 순간부터 본인이 지닌 지식은 무용지물이 될 터이고 혈교주를 찾기 위해 과거와 같은 수고를 들여야 하겠지.

       

       그런 것은 사양이다.

       

       “그런가. 아쉬운 일이군. 그렇다면 민가여. 혹여 혈교를 솎아내는 방법은 없느냐?”

       “없진 않으나 그대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대들은 사술의 냄새를 맡을 수는 있겠지만 혈교에 얽힌 자를 구분하지는 못할 테니까.

       

       음지에 숨어 세를 불리는 데에 필사적인 녀석들이다.

       

       저들이 가장 신경 쓰는 일은 자신의 자취를 감추는 일.

       

       이전의 화산처럼 아예 그 곳을 집어삼켜버린다면 저들도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 이전에는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지.

       

       바루나 본인처럼 혈교의 기운을 볼 수 있다면 그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나 그대들은 아니잖나.

       

       그러니만큼 가장 편한 방법은 그냥 마을 채로 모두 불태워버리는 것이다만 그게 안 되니까 내게 물음을 던지는 것일 터.

       

       흐음. 마침 잘 되었다고 해야 하나.

       

       안 그래도 백화령에게 부탁을 할 것이 있는데 저 쪽에서 먼저 거래의 조건을 내밀어 주었으니까.

       

       “백화령아.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내 친히 신교 주변에 존재하는 혈교들을 찾아내주마.”

       

       신교에 가까이 가야 한단 사실은 불쾌하나 어차피 저들의 신앙은 백화령을 향한 것.

       

       본인이 거리낄 이유는 크지 않지.

       

       본인에 대한 관심이 생길지언정 자신들의 신을 대체하려 들지는 않을 테니까.

       

       “호오. 무어냐. 말해보거라.”

       “고독이 열리는 때가 언제인가?”

       

       고독.

       

       천마신교에 존재하는 의식.

       

       신교에 속해 있는 여러 무인들을 한 공간 안에 가두어 넣고 서로를 죽이게 만드는 것.

       

       수많은 이들의 희생 아래에 하나의 재능을 찾아내는 비효율적인 방식.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죽게 된다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행위이지만 이 의식의 지원자는 수도 없이 많다.

       

       강자존의 세상에서 고독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자신의 강함을 증빙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고독의 생존자는 천마신교의 내부에서 존중을 받게 되지.

       

       고위의 직에 올라갈 가능성도 높아지고 더 높은 경지의 무공을 습득할 수도 있다.

       

       천마신교의 교리에 관심을 가진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 볼 만한 도박인 것이다.

       

       살아남으면 강함과 지위를 얻을 수 있고,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내 생명으로 다른 이들에게 강함을 선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예나 지금이나 정신 나간 비효율의 극치라고 생각을 한다만 거기에 관심을 가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고독? 얼마 남지 않았지.”

       “그 곳에 외부인을 참관시키고 싶다만.”

       

       그 곳에 참가하는 이들은 천마신교이 깊이 빠진 무리들이다만 그와 동시에 천마신공을 일정 수준 이상 익힌 이들이기도 하지.

       

       고독이라는 것은 천마신교내에서도 신성히 여겨지는 의식이니만큼 어중이떠중이들은 참가할 수도 없거든.

       

       거기에 참여한 이들은 하나 같이 저마다의 심지를 지닌 이들이다.

       

       그렇지 못한 녀석들은 고독에 참여하기도 전에 천마신공의 내기에 잡아 먹혀 죽었을 테니까.

       

       아무리 설아 그 녀석이 우둔하다 하여도 광기의 한 가운데를 마주한다면 느끼는 바가 있겠지.

       

       본래라면 저 혼자 깨우침을 얻을 때까지 내버려 뒀을 터이나 다른 이의 유혹에 넘어가는 꼴을 보고 있자니 생각이 바뀌었다.

       

       이른바 충격요법이라는 게다.

       

       그를 보고서 무언가 깨닫는 바가 있다며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이런 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그런다면 뭐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

       

       만일 거기에 환희를 느낀다면… 음. 그건 좀 생각을 해보아야겠지.

       

       “곤란한 부탁이구나. 고독이라는 것이 천마신교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알지 않나.”

       “알지. 허나 동시에 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제안한 것이다.”

       

       이 놈아.

       

       본인이 신교에 대한 의무감은 없다시피하지만 그 안에 돌아가는 것은 대충 알고 있느니라.

       

       고독이라는 의식이 신성하다 이야기하지만 위 쪽에서 어찌 생각을 하는 지도.

       

       필요에 따라서 사람 하나 둘 참관시키는 것 정도는 분명 가능할 터인데?

       

       “…하. 그래. 네놈을 어찌 속이겠는가.”

       “시간이 필요한가?”

       “그래. 조금 기다려보거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교를 구경하러 갑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