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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9

    <249 – 뭐야 돌려줘요 내 공>

     

    예로부터 전쟁에서 고지를 점한 자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

    공에 맞고 공이 땅에 떨어지거나 다른 사람 수중에 들어가기 전에 회수하지 못하면 아웃, 이라는 규칙을 지닌 피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981기. 역대 최고에 견줄만한 기수라던 그 명성만큼이나 대단한 후배들이 많군.”

     

    학년사천왕.

    가장 뛰어난 4인에 속하지도 못한 자가 이 정도다.

    매스각키 황녀의 부재가 티도 나지 않는 강함!

     

    “하지만 우리 980기도 녹록치 않다는 걸 보여주지!”

     

    백색의 성기사 루.

    악한 존재에게 대적할 시에 수많은 전투보정을 받는 그에게 북부대공녀 아이린처럼 선한 존재는 순수한 기량싸움으로 겨뤄야 한다.

    자신의 강점은 빼앗기고 상대의 강점은 특화된 싸움.

    유불리를 따지자면 당연히 불리하다.

    상성이 맞지 않다.

    지형도 맞지 않다.

    간격의 제한도 맞지 않다.

    마법사와 검사.

    선을 넘으면 안 되는 코트.

    그렇지만 피구공의 특이함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마나전도율이 높은 블루메탈볼.

    형상자동복원이 되는 화이트메탈볼.

    엄청난 무게를 지닌 그레이메탈볼.

    하나같이 쟁쟁한 특성을 지닌 피구공 중 그의 수중에 들어온 공은 그레이메탈볼.

    어설프게 단련한 기사학부 지망생 따위는 들어올리기도 벅찬 공의 무게에 제대로 된 속도를 내려면 평범한 기사학부생의 근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정의집행>

    [선신의 세 신격이 당신의 요구를 평가합니다.]

    [이 싸움은 악의 하수인과의 접전이 아닙니다.]

    [이 싸움은 선한 미래를 향한 한 걸음이 아닙니다.]

    [이 싸움은 의지의 준칙이 보편의 원리에 위배되지 않는 선험적인 싸움입니다.]

    [선신 임마누엘이 힘을 허락합니다.]

     

    선험.

    경험에 앞서 선천적으로 가능한 인식 능력.

    배우지 않아도 옳음을 알 수 있는 인지.

    그 감각이 힘으로 이어지는 순간.

    백색의 성기사 루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공이 던지기 전부터 기둥의 상당부분을 파괴할 수 있음을.

     

    콰아앙!

     

    기둥의 반 이상이 뜯겨져나가는 파괴력에 아랑곳 않고 다시금 백색으로 빛나는 강맹한 한기를 내뿜으며 수복되는 얼음기둥.

    이 싸움에 의미가 있다면 선두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대공녀의 의지와 물러서지 않으려는 성기사의 의지의 충돌이었다.

    모든 자원이 열악한 북부에서 너무 이른 나이부터 전장을 종군하였던 대공녀의 의지는 세 명의 선신을 모시는 루의 의지보다 부족하지 않았다.

    반대로 세 명의 신이 눈여겨볼 정도로 신앙과 마음이 굳건한 루의 의지는 대공녀의 의지를 압도할 수 없었다.

    수복되는 기둥과 동시에 저 멀리 기둥의 꼭대기에서부터 쏟아지는 폭발적인 공세.

    수많은 2학년들을 탈락으로 내몰았던 멀티 아이스볼의 파상공세가 루의 성스러운 보호막 표면을 얼려 시야를 빼앗고, 지면을 침식하며 안전성을 빼앗았다.

     

    쩌저적!

     

    급기야 아이스볼에 새겨진 술식이 지면에 터짐과 동시에 발현되며 보호막 내부의 발치에서 얼음가시가 솟구치기까지!

    종군마법사라는 지위가 그저 어린 대공녀의 재롱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올린 것이 아님을 아이린은 똑똑히 보여주었다.

     

    “좋군. 그 힘이 북부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많은 이교도와 마인을 소탕하는데 보탬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래도 오늘은 아니다.”

     

    백색의 성기사 루, 그 또한 북부대공녀에 못지않은 명성을 쌓으며 아카데미에 입학한 자.

    그 이름을 아는 2학년들은 루의 기세가 한층 더 세차게 타오르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조직소탕자의 명성은 저 힘에서 비롯된 건가?”

    “루의 저 힘을 알아?”

    “남부 신성도시국가연맹의 어느 성이 암흑마나를 이용한 마약에 점령당했을 때, 전대용사의 동료가 찾아낸 끄나풀을 따라가 조직을 섬멸한 성기사가 한 명 있었어. 18살에 그만한 업적을 달성한 녀석이 바로 저 백색의 성기사 루야.”

     

    암흑마나의 파괴적인 성질로 변이된 마약을 팔아 인간을 몬스터로 전락시키던 마약조직.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어둠을 멸망시킨 날, 가진 건 신실함뿐이요 얻을 건 세상의 모든 정의라며 고독한 선험의 길을 걷던 소년은 명예를 얻었다.

    백색의 성기사라는 칭호에는 구원받은 도시 주민들의 수만큼이나 커다란 감사와 기대의 의미가 담겼다.

     

    “후배여. 네게 지켜야 할 북부의 주민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걸 알면서도 꿋꿋이 버텨가며 제 앞에서 쓰러지지 않을 작정인가요?”

    “버텨? 틀렸다. 나는 언제나 나아가고 있다. 인류가 마땅히 나아가야 할 한 걸음 뒤의 미래를 향해서.”

     

    확신은 절대적인 자기긍정으로 이어진다.

    많은 이들은 스스로에게 확신을 얻지 못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무력의 부족함으로.

    종족적인 한계 때문에.

    수많은 변명을 외면하며 비현실적인 강함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신앙의 힘에 의지한다.

    루는 달랐다.

    자신이 가는 길과 신앙이 가리키는 길이 일치함을 깨달았기에 신앙의 길을 걸어왔을 뿐이다.

     

    “설령 신께서 인정하지 않더라도 나 자신만큼은 스스로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부덕한 일에 단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는다.”

    “그러니 확신할 수 있다. 이 싸움 또한 미래를 향한 한 걸음임을. 나의 길에 잘못됨은 없음을!”

     

    날아드는 아이스볼이 루의 막대한 성력에 휘감겨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빛의 구체에 갇혔다.

    개중 몇몇은 허공에서 터지며 눈꽃처럼 눈부신 빛의 입자를 사방으로 반사했지만 나머지는 아이린의 힘을 가둔 거대한 구속구가 되었다.

     

    “내려와라. 이곳은 네가 내려다보아도 좋은 자리가 아니다!”

     

    허공을 격하는 루의 일검과 함께 일제히 내질러지는 빛의 구속구.

    기둥을 난타하며 끝내 파괴시킨 구속구의 너머, 해방된 기운이 사선으로 이어지며 파괴된 기둥 상부가 흘러내릴 경로를 정했다.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백색의 성기사.

    이 대결이 시작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과 강함이 느껴지는 그 칭호의 주인이었다.

     

    ‘급이 다르네. 사천왕이라 불릴 이유를 알겠어.’

     

    아이린은 실감했다.

    저 선배는 정말로 강하다.

    자신의 손으로 탈락시킨 상급반 학생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욱 강하다 싶을 정도.

    하지만 그는 모른다.

    북부대공녀의 이름에 실린 기대의 무게를.

     

    “이름의 무거움을 논하고자 한다면 북부대공녀의 이름 또한 가볍지 않아요.”

     

    애초에 비교당하는 것조차도 우습다.

    아이린은 조소를 지으며 추락하는 얼음기둥의 첨단에 올라선 채로 더욱 기운을 끌어모았다.

     

    “!?”

     

    성기사를 상대로 근접전에 돌입하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공중으로 도약하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마법적 기교를 발휘하여 버티지도 않는다.

     

    “백 명.”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선에서 제 걸음이 한 걸음 밀려날 때마다 죽어나가는 북부인의 숫자였죠.”

     

    백인대는 북부대공령의 기본편제.

    전선이 한 번 출렁거릴 때마다 백인대 하나가 뭉개져 사라진다.

    그녀가 나아가면 백 명이 살았고, 그녀가 물러서면 백 명이 죽었다.

    그런 중압감을 모든 전장에서 언제나 항상 느꼈다.

    때로는 물러섰고, 걷잡을 수 없이 패퇴했던 경험조차 존재하였다.

    자신의 부족함에 수천 명의 병사들이 죽었던 대패의 순간을 떠올리는 것은 가히 공포에 가깝다.

    마음이 꺾이며 짓눌리는 순간.

    그런 절망조차 그녀는 딛고 일어섰다.

    신앙의 힘 따위가 들어설 자리가 아니다.

    남은 자들의 목소리.

    살아남고자 하는 자들의 외침.

    그녀가 책임질 목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 좋다면 얼마든지 내딛도록 해보세요. 이 일격을 이겨낸 다음에!”

     

    계열 – 빙결마법

    발동 – 아이스플라워

    전문화 – 아이스스피어, 중첩, 일점응축, 대폭발

    페널티 – 동결

     

    앞으로 일주일간 신체의 일정부분이 얼어붙은 채로 마나에 의한 해동이 끝날 때까지 운신조차 버겁게 될 페널티마저 감수하며 끌어내린 극한의 일격.

    거대한 얼음기둥이 압축되고 또 압축되며 끝으로 향할 무렵에는 아이스볼 하나에 모조리 흡수된다.

    감히 터뜨려서는 안 될, 사람 하나는 가볍게 죽이고도 남을 기운에 잔뜩 긴장하며 당장이라도 코트 안으로 달려들 준비를 하는 교관들.

     

    ‘확신의 순간이다.’

     

    루는 깨달았다.

    저것을 벨 수 있다면 자신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성장의 순간이야.’

     

    아이린은 깨달았다.

    루의 일격을 얼릴 수 있다면 자신의 혹한은 감히 그 누구도 그녀의 너머로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고.

     

    접전.

    격돌.

    깨달음이 교차하는 그 순간.

     

    슈슉

     

    돌진경로 사이에 멍청하니 서있던 오크노디가 머리 위로 느낌표를 띄우는 표정을 지었다.

     

    ‘도망치지 않고 뭘 하는 거야!’

    ‘같이 베일 작정인가?’

     

    당황한 아이린과 루.

    그런 두 사람의 간격 한복판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오크노디가 찰나지간에 아이린의 앞으로 에잇 하고 손을 뻗었다.

     

    텁!

     

    “!?”

     

    공을 낚아챈 오크노디.

    그녀가 말했다.

     

    “잠깐만 빌릴게요!”

     

    빌리다니, 내 일격을?

    본인이 아니면 감히 안정화시킬 수 없을 거대한 힘이 담긴 절명기 <아이스플라워>를?

    그만 둬.

    터진다고.

    손 안에서부터 일어난 폭발로 전신이 마구 뻗어나오는 얼음가시에 집어삼켜진단 말이야.

    그런 아이린의 충격에 휩싸인 시선이 무색하게도 오크노디는 냅다 공을 던졌다.

    공 세 개가 무한히 가속하며 같은 구간을 지나치고 있는 무한반복구간을 향해.

     

    “저거만 꺼내면 돌려드릴게요!”

     

    아니, 그걸 공 꺼내는데 쓴다고…?

    그럼 그동안 나는?

    억울함 가득한 아이린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루는 날아오는 아이린을 검 대신 검집으로 강타했다.

     

    “응앗!”

     

    복부를 부여잡고 신음하던 아이린이 털썩 쓰러졌다.

    코트 밖으로 전송된 그녀에게는 고통보다도 더한 억울함만이 가득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매우 나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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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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