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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그건…?”

       

       

       우두머리의 시선은 내 손에 들린 왕관에게 틀어박힌다.

       

       눈부신 은색의 왕관.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나는 만들어진 왕관을 손가락이 걸고 빙글빙글 돌리다가 위로 던졌다가 다시 손에 잡는다.

       

       그런 왕관과 우두머리의 눈동자가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니 뭔가 웃기는구만.

       

       

       “이것이 갖고 싶으냐?”

       

       “네…!”

       

       

       우두머리는 왕관을 보고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욕망에 솔직한 모습. 언어를 익히고 원시적인 사회를 구성하더라도 그 욕심은 여전히 짐승에 가깝게 솔직하구나.

       

       뭐, 애초에 줄려고 만든 거니 딱히 상관 없지만.

       

       순수한 은…. 아니, 지금 자세히 살펴보면 마력에 의해 변해버린 상태로구만. 아무튼, 고작해야 석기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인간에게, 금속으로 만들어진 이 왕관은 이해할 수 없는 오파츠에 가까운 물건일테니까. 욕심을 내는 것이 당연하겠지.

       

       그렇기에 더욱 가치가 있을 터.

       

       

       “좋아. 이 왕관을 너에게 주마.”

       

       “정말입니까?”

       

       “하지만, 조건이 있지.”

       

       

       나는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서 말했다.

       

       

       “앞으로 인간들을 잘 이끌어다오. 그것이 조건이다.”

       

       

       아직은 인간의 숫자가 많지 않아서 내가 끼어들어 간섭할 수 있었지만, 인간이 더 많이 늘어나 버린다면 모든 인간을 신경 쓸 순 없으니까.

       

       나를 대신해 인간들을 돌볼 우두머리에게 부탁을 해놓는다면 알아서 잘 하지 않겠는가.

       

       드래곤로드에게 모든 드래곤의 일을 떠넘긴 것처럼 말이야.

       

       

       “겨우 그것이 조건입니까?”

       

       “겨우 그것이라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비늘을 물려받은 드래곤들도 내 말을 죽어라 안듣는데, 인간이라고 다를까.

       

       자아가 강한 생물이란 말을 잘 듣지 않곤 해서 골치가 아프단 말이지. 음.

       

       아, 그렇지. 다른 인간들을 통치하는데 도움이 되는 마법을 이 왕관에 걸어주도록 할까.

       

       너무 큰 마법은 말고. 적당히…. 소소한 효과 정도면 큰 문제도 없을테니까…. 매력 증가 같은 느낌으로 되려나?

       

       매력 증가라고 해도 너무 극적인 효과는 아니고, 그냥 이 왕관을 끈 사람을 좀 더 긍정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보게 된다는 느낌 정도면 적당하겠지.

       

       거기에 요절하지 말라고 질병 면역과 독 면역 같은 느낌도 추가하고…. 하는 김에 생명력 증가도 추가할까? 제대로 작동하면 수명이 조금 더 연장되는 효과가 나올텐데….

       

       내 손에서 뻗어나온 마력이 왕관으로 스며들어 마법을 부여해간다. 타인의 정신을 매혹시키는 약한 매료의 마법. 독과 질병을 완전히 배제시키는 마법….

       

       아, 선천적인 질병은 어쩔 수 없네 이거. 기본 상태를 기록해둔 후 질병이나 독이 발견되면 기본 상태로 되돌리는 매커니즘이라. 선천적인 질병은 그 질병을 가지고 있는게 기본 상태라서 어찌 손을 쓸 수가 없다.

       

       오히려 그 질병을 치료하면 다시 기본 상태로 되돌아가 다시 질병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구만.

       

       뭐, 설마 그런 경우가 있을까? 있을리 없겠지. 아무렴.

       

       거기에 생명력을 약간 증가시키는 마법까지. 마력에 의해 변한 은이라 그런지 마법을 잘 먹는 느낌인걸. 음.

       

       나는 마법을 부여한 왕관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부여한 마법에 의해 희미한 빛을 뿜고 있는 왕관은 딱 봐도 귀중한 물건처럼 보이고 있었다.

       

       음. 꽤나 좋은 느낌.

       

       솔직히 사기 아이템으로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가벼운 느낌으로 만드는 물건이니까.

       

       이 왕관을 머리에 쓰는 것만으로 약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효과 같은 느낌으로. 그리 대단한 효과는 아닐테니 괜찮겠지!

       

       어디, 사용한 마법을 정리해보자면….

       

       

       사이즈 자동 조절.

       

       매력 증가(소).

       

       독 면역.

       

       질병 면역.

       

       생명력 증가(소).

       

       

       이런 느낌인가.

       

       음…. 매력이나 생명력 증가를 약간만 해도 괜찮으려나? 좀 더 걸어줘도 되려나?

       

       아니, 이정도면 충분할테지. 아직 마법도 뭣도 없는걸. 이런 시대니까 이런 마법으로도 충분할거야. 아무렴.

       

       거기에 마무리로 자동 수복 마법도 추가하자. 정확하게는 파손될 경우 지정한 시점으로 되돌아 가는 시간 관련의 마법이지만.

       

       머리에 쓰는 것만으로 다른 이들의 호감을 얻고, 질병이나 독에 면역이 되며, 생명력도 늘어나는 왕관. 거기에 파손되면 자동적으로 복구되기까지.

       

       소소한 마법들을 치덕치덕 발라서 소소한 왕관이지만,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 이 시대라면 이정도로도 충분하리라.

       

       

       “받거라.”

       

       

       나는 마력으로 왕관을 띄워 우두머리의 앞에 보내주었다.

       

       

       “이 왕관은 내가 너에게 주는 약속의 증거일지니. 네가 인간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는 약속을 지킨다면, 이 왕관은 너에게 축복을 내려줄 것이다.”

       

       

       희미한 빛을 뿜어내는 왕관. 인간의 우두머리는 그 왕관을 멍하니 바라보며 머리에 쓰고 있던 나뭇가지의 관을 벗어던졌다.

       

       

       “만약 인간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않는다면, 그 왕관은 너의 머리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러니 주의하고 또 주의하거라.”

       

       

       왕관은 그의 머리에 정확하게 내려앉았다.

       

       마치 원래 있어야 할 자리인 것처럼.

       

       

       “오오…. 오오오…!!”

       

       

       우두머리의 머리에 내려앉은 왕관은 서서히 빛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머리 뒤에서 후광이 비춰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불멸의 관.

       

       제국의 황제의 상징 중 하나이자, 인류가 가진 세가지 신기 중 하나.

       

       제작 연대는 불명. 인류의 탄생 직후에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으나, 순수 미스릴로 만들어진 탓에 마력 연대 측정이 불가능하여 확인할 수 없다.

       

       애초에 연대 측정 허가가 떨어진 적도 없는 제국의 보물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독이나 질병에게서 착용자의 생명을 지켜주고 착용자의 매력을 향상 시켜주는 원시 마법이 걸려있는데, 마법을 강화시켜주는 순수 미스릴로 이루어져 있기에 그 효과는 극대화 되어있다.

       

       하지만 걸려있는 마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상징성.

       

       아주 먼 옛날부터 인간의 왕들이 가진 권력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으며, 그로 인해 이 왕관을 손에 넣는 자가 인간의 왕이 된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

       

       강한 정신력을 가지지 않으면 저항하지 못하는 매료와 독과 질병에 대한 완전한 면역. 거기에 수명을 증가시켜주는 마법까지 걸려있는 이 관을 탐내는 이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 몇개의 왕국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일이 있을 정도로 그 상징성은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한때 역사에서 사라진 시기가 있긴 했지만, 제국의 시조께서 온갖 역경을 이겨낸 끝에 다시 찾아낸 끝에 제국 황제의 상징이자 제국의 국보가 되었다.

       

       일설에 따르면 이 왕관을 머리에 쓰게 되면 왕관이 한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하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왕관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며, 완전히 잘못된 답을 말할 경우에는 왕관이 머리를 조여서 착용자를 고통스럽게 한다고 전해진다.

       

        – 전설의 방어구 대백과.

       

       

       – – – – – – – – – – – – – – – – – – – –

       

       

       대충 만든 왕관도 전달했으니, 본론으로 돌아가자.

       

       아직 실이 없어서 대충 가죽을 두르고 있는 인간들이 불쌍하니까.

       

       나는 가락바퀴와 실. 그리고 뼈로 만든 바늘을 내밀었다.

       

       

       “이건 선물이란다.”

       

       “이건…?”

       

       “동물의 털이나 식물의 섬유를 엮어서 이런 실로 만드는 도구지. 언제까지고 동물 가죽을 두르고 살 순 없지 않느냐.”

       

       

       뭐, 그렇게 말하는 나 역시 아직도 새하얀 슬라임의 가죽을 두르고 있지만 말이야.

       

       음…. 언제 한번 옷을 제대로 만들어 봐야 할텐데. 재봉에 대한 지식은 없으니 곤란하단 말이지.

       

       저쪽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으려나? 재료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

       

       뭐,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게 좋겠지.

       

       

       “어떻게 사용하는 것입니까?”

       

       “이거 말이냐?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란다.”

       

       

       나는 움집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떼어낸 후 적당히 손질한 후 무게추 역할을 할 가락물레를 끼운다.

       

       여기에 뒤쪽을 갈고리 모양으로 깎아서 동물의 솜털을 잘 엮어낸 후 가락물레가 끼워진 막대를 빙빙 돌려서 실을 엮어낸다.

       

       물론 원시적인 형태이기에 효율이 엄청 좋은건 아니지만, 석기시대 수준인 지금의 인간들에게는 이정도만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되겠지.

       

       

       “이렇게 엮으면 이런 실로 만들어낼 수 있지. 이 실과 바늘을 사용해서 가죽을 꿰어낼 수 있고, 낚시대와 낚시바늘을 써서 물고기를 낚을 수도 있으며, 실을 가로세로로 엮는 것으로 천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게다.”

       

       

       나는 손에 쥐어진 실을 마력으로 띄워올린 후, 공중에서 이리저리 엮어서 천을 만들어낸다.

       

       실과 실이 엮여서 천이 되어가는 모습. 선이 켜켜이 쌓여 면으로 변하는 모습을 인간의 우두머리는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뭐, 처음부터 이렇게 하는걸 바라는건 아니다. 지금은 그저 이것으로 만든 실을 여러가지로 사용해보는데에 집중하거라. 천을 만드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니.”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실이라는 개념이 없는 이들에게 천을 짜라고 하는건 기어가지도 못하는 갓난 아기에게 달려가라고 하는 것과 다름 없으니.

       

       일단은…. 이러한 것이 있다. 라고 알려주는 정도로 충분하리라.

       

       거기에 이 가락바퀴는 적당히 돌을 깎아 만들거나, 흙을 불에 구워…. 아, 그러고보면 아직 토기도 없었던가?

       

       불이 있고 도구를 쓸 수 있으니 토기도 금방 나타날거라 생각했는데. 흐음….

       

       뭐, 그정도는 알아서 만들겠지. 설마 내가 하나 하나 전부 다 알려줘야 하겠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한편 예약….

    하긴 했지만, 몸 상태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내일의 연재는 불투명하군요.

    기존에 쓰던 무협도 어떻게든 써야하는데…. 이쪽의 조회수가 너무 잘나와서… 손을 뗄 수 없어…

    몸 상태만 좀 더 멀쩡했으면 어떻게든 썼을지도 모르겠지만…. 끄응…. 왜 이런 타이밍에 몸이 아파서…

    그러고보면 공모전이 시작되었군요.

    이 글을 신작 챌린지에 내지 않았다면…. 공모전에 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멍청한 탓에 신작 챌린지 편수를 착각해서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렸네요.

    플러스 신청을 안했더라면 공모전에서 냈을텐데. 어흒 마이깟…

    이번 공모전은 포기한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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