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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F등급의 최종 등급 평가를 단 한마디로 표현하면 바로….

         

       “F등급 유지하겠습니다. 다음.”

         

       “수고하셨습니다. 등급은 F로 유지하겠습니다. 다음.”

         

       …사형대였다.

         

       한시우를 비롯한 심사진들은 그 어떤 코멘트도 곁들이지 않은 채 참가자들에게 F등급 유지를 선고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차갑던지 공장의 기계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물론 심사진들이 참가자들에게 억지로 F등급을 부여한 것은 아니었다.

         

       “We are dreaming! 우린 항상 꿈을…, 아앗…!”

         

       F등급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무대 도중 크고 작은 실수들을 연발했으니까.

         

       가사를 못 외운 참가자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안무였다.

         

       내공이 부족한 연습생들에게 일주일은 안무를 모두 숙지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F등급을 유지하겠습니다. 다음.”

         

       “…….”

         

       이번 참가자도 중간에 안무에서 실수를 한 탓에 노래가 꼬이고 말았다.

         

       이에 또다시 F등급이 탄생하고 분위기는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렇다고 모든 연습생들이 F등급을 유지한 것은 아니었다.

         

       “…이상입니다.”

         

       “…….”

         

       처음으로 춤과 노래에서 모두 실수하지 않은 참가자가 등장하고 심사진들은 그냥 평가를 내리는 대신 자기들끼리 상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여민지 연습생은 E등급으로 승격하셨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살벌한 분위기 속 처음으로 승격자가 탄생했다.

         

       솔직히 말하면 음정도 떨리고 춤도 디테일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실수없이 무대를 마친 점을 높게 산 듯싶었다.

         

       그 이후 얼어 붙었던 분위기는 조금 살아나서….

         

       “E등급으로 승격하셨습니다.”

         

       “E등급으로 승격입니다.”

         

       꽤나 많은 F등급 참가자들이 승급을 하게 되었다.

         

       이런 희망적인 분위기는 C, D, E 등급 참가자들의 심사에까지 이어졌다.

         

       F등급 참가자들의 무대 때문에 눈을 버려서 그런가 확실히 C, D, E 등급 참가자들의 무대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 보였던 것이다.

         

       이에 심사진들도 크게 흡족해하며 참가자들에게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그 모습을 제작진들이 순조롭다는 듯한 웃음과 함께 카메라에 담았다.

         

       나는 그 순간 제작진들이 편집 방향을 어떻게 잡은 지 알 수 있었다.

         

       낮은 등급 참가자들의 성장 서사 위주의 스토리.

         

       첫 번째 등급 평가에서는 일부러 평가를 박하게 하여 다수의 낮은 등급 참가자들을 양성한 후 최종 등급 평가에서 후한 평가를 주어 저들의 성장한 모습이 두드러지게 하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F등급 참가자들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불을 더 활활 타오르게 하려면 장작이 필요한 법.

         

       F등급 참가자들의 쓰임새는 다른 등급 참가자들의 실력을 돋보이는 것뿐 다른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무섭네.’

         

       방송의 차가움을 몸소 느끼는 가운데 또 한 명의 무대가 끝나고 세트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원래 D등급이었던 박유정 연습생은 B등급으로 2단 승격하겠습니다.”

         

       “와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초의 2단 승격. 그 놀라운 주인공은 박유정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2단 승격자가 등장하자 참가자들은 모두 놀라워하며 수군댔다.

         

       “…아니, 2단 승격도 할 수 있는 거였어?”

         

       “근데 확실히 잘하긴 했어.”

         

       “와, 그래도 2단 승격은….”

         

       나도 크게 놀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유정이 진짜 데뷔하나?’

         

       이런 생각이 들만도 한 게 지금껏 등급만 내리고 말았던 심사진들이 하나 둘 마이크를 들며 유정이에게 칭찬을 하고 있었다.

         

       “저번 평가에서는 실수 때문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무대는 그런 게 없었어요.”

         

       “저번보다 실력이 향상한 게 보이네요.”

         

       “지금까지 중 가장 좋았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무대였습니다.”

         

       지이잉-.

         

       그리고 그런 모습을 제작진들이 신나게 카메라에 담았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성장 서사.

         

       박유정은 그 와중에 2단 승격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내며 가장 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후에 방송에서 그녀가 꽤나 많은 분량을 가져갈 것이 벌써 눈에 훤히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것으로 C등급 참가자들의 최종 등급 평가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렇게 박유정이라는 2단 승격자를 발굴하는 것을 가장 큰 임팩트를 가진 C, D, E 등급 최종등급평가가 끝이 났다.

         

       그리고….

         

       “지금부터 B등급 참가자들의 최종 등급 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사실상 본 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 B등급 참가자들의 차례가 시작됐다.

         

       근소한 차이로 A등급에 오지 못한 자들.

         

       원래 B등급에서 첫째 날 A등급으로 승격했던 이혜정의 말에 따르면 B등급 참가자들이 모두 이를 갈고 있단다.

         

       이에 나는 의자를 끌어 당기며 긴장된 눈으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나오는 참가자들은 실질적으로 내 자리를 위협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천하의 유 설도 진중한 눈으로 무대를 보았다.

         

       그리고 그 긴장된 시선 속에서 나온 B등급의 선봉장은 바로….

         

       “B등급 최종 등급 평가 첫 번째로 SAV 서유진 참가자 나와주세요.”

         

       …SAV 서유진이었다.

         

       “…….”

         

       지난 일주일간 나와 유 설만 마주치면 째려보며 으르렁대던 그녀였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겨를이 없었는지 긴장된 태도와 함께 그녀가 등장했다.

         

       “자, 그러면 준비됐으면 시작해주세요.”

         

       “…네.”

         

       서유진이 조심스럽게 도입부 동작 자세를 취했다.

         

       그녀를 보면서 나는 서유진의 과거 무대가 어땠는지 떠올려 보았다.

         

       춤과 노래.

         

       전체적으로 준수하여 전형적인 육각형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육각형이라는 뜻은 엄밀히 말하면 큰 특색이 없다는 것도 뜻한다.

         

       서유진은 나보다 가창력이 높지만 춤 스탯은 나보다 월등하게 낮다.

         

       또 서유진은 이혜정보다 춤 스탯은 높지만 가창력 스탯은 월등하게 낮다.

         

       굳이 따지자면 서유진은 유 설의 하위호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그녀가 이번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긴장된 분위기와 함께 무대가 시작하고….

         

         

       -우린 항상 꿈을 꿔.

         

         

       그녀가 첫 벌스를 부르고 첫 동작을 띄자마자 나는 무언가 전과 다른 점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We are dreaming!

         

       -네가 우리를 본 순간.

         

         

       처음 등급 평가에서 서유진이 한시우에게 들었던 뼈 아픈 비판이 있었다.

         

       ‘본인의 무대가 너무 겉멋이 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세요?’

         

       바로 겉멋이 들었다는 것.

         

       확실히 그때 서유진의 무대는 경험이 적은 내가 봐도 과하게 힘이 들어간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깔끔하다.’

         

       나아아에 들어오기 전 내게 춤을 가르쳐줬던 지우 쌤이 줄기차게 내게 했던 말이 있다.

         

       바로 깔끔하다는 것.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그런데 지금 서유진의 무대를 보니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어.’

         

       팔과 다리가 자유롭게 휘날린다.

         

       그럼에도 필요한 순간에는 돌변하여 파워풀해진다.

         

       완벽한 완급조절.

         

       거기에 더해….

         

         

       -우리는 눈을 떠!

         

         

       귀를 즐겁게 하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

         

       저번에는 목소리에 힘을 가득 주어 매혹적인 척을 하는 게 거슬리는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그녀 본연의 목소리로 듣는 이를 편안하게 만든다.

         

       편안…, 그래.

         

       지금 서유진의 무대는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리고 이것을 심사진들도 느꼈는지 그들은 흐뭇한 미소로 서유진의 무대를 지켜보았다.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그렇게 서유진의 무대가 별 문제없이 끝나고….

         

       스윽-.

         

       먼저 마이크를 든 존재가 있었다.

         

       “서유진 연습생.”

         

       “……예.”

         

       “지난번 제 피드백을 귀담아 들으셨군요. 아주 보기 좋은 무대였습니다.”

         

       그는 바로 한시우였다.

         

       원래 먼저 마이크를 드는 일이 없는 그가 제일 먼저 심사평을 내린다.

         

       그것도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역시 힘을 빼니 서유진 연습생의 본연의 실력이 드러나는 것 같군요. 힘을 빼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잘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상의 후에 서유진 연습생 등급을 결정하겠습니다.”

         

       한시우는 그리 말한 후 마이크를 내리고 주변 심사진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결과는 곧 나왔다.

         

       “예, 발표하겠습니다.”

         

       그녀의 새로운 등급은 바로….

         

       “서유진 연습생은 A 등급으로 승격시키겠습니다.”

         

       “……!”

         

       A였다.

         

       4번째 A등급의 탄생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이 드디어 A가 됐다는 사실에 기뻤는지 평소 그 도도하던 서유진이 무대에서 방방 뛰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박수를 치던 나와 마주치고는….

         

       ‘헹, 봤지? 내가 이 정도라고?’

         

       그런 의미가 담긴 미소와 함께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녀는 이내 나뿐만 아니라 내 옆의 유 설에게도 이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그녀의 행동이 귀여워 보여셔였을까.

         

       “푸훗.”

         

       나는 그만 작게 웃고 말았다.

         

       서유진은 굳이 따지면 내 적이었다.

         

       그녀는 대놓고 나를 적대시하고 있고…, 새로운 A등급으로 합류함으로써 내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야 독기를 벗고 소녀처럼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니….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녀를 축하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

         

         

         

         

         

       “나한나 연습생의 등급을 A로 승격시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아….”

         

       마지막 B등급 참가자에서 서유진 다음으로 새로운 A 등급 참가자가 탄생했다.

         

       모두가 바라는 A 등급에 올랐음에도 졸린 눈으로 기쁜 기색 하나 안 보이는 소녀.

         

       나이는 18살. 나보다 하나 아래이고 이름은 나한나.

         

       ‘쇼츠로 이름을 알린 인플루언서 출신 연습생이라 했지?’

         

       나한나는 가창력보다는 춤에 중점이 있는 연습생이었다.

         

       그렇다고 가창력 스탯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성공적으로 최종 등급 평가 무대를 맞췄다.

         

       외모도 출중해서 센터감으로는 제격이라 심사진들이 판단했나보다.

         

       ‘서유진이 유 설의 하위호환이라면….’

         

       쟤는 내 하위호환이라 봐야 하나?

         

       …스탯만 보면 그랬다.

         

       아무튼 그렇게 B등급 최종 등급 평가까지 끝마치고.

         

       “자 다음은…, A 등급입니다.”

         

       대망의 A 등급 최종 등급 평가가 찾아왔다.

         

       “A 등급에서 가장 먼저 무대를 선보일 참가자는….”

         

       ‘제발.’

         

       첫 번째는 부담스럽다.

         

       나는 제발 첫 번째 순서로 내가 아니기를 빌었다.

         

       “하예린 참가자입니다.”

         

       …그랬더니 내가 첫 번째로 뽑혔다.

         

       ‘젠장….’

         

       속으로 욕을 한 번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니….

         

       “화이팅!”

         

       “…열심히 해.”

         

       이혜정과 유 설이 각기 다른 느낌의 응원의 말을 건넸다.

         

       “잘하고 올게요.”

         

       나는 두 사람의 응원을 받고 스테이지로 향했다.

         

       저릿.

         

       이미 한번 해 본 일임에도 긴장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백 쌍이 넘는 눈이 나만을 바라본다는 것은…, 이렇게 가슴 떨리는 일이었지.

         

       그렇게 간신히 떠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으니 한시우가 이례적으로 무대 전 마이크를 들었다.

         

       “예린 양.”

         

       “…예.”

         

       “예린 양의 연습기간은 한 달이었죠. 아, 이제 한 달하고도 일주일이네요.”

         

       “예, 맞습니다.”

         

       “본래 연습생들은 처음 몇 달 간 훈련받을 때 가장 뛰어난 성장 속도를 보입니다. 이번 일주일 동안 예린 양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기대되군요.”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부담을 이빠이로 얹어 준단 말인가.

         

       ‘고작해야 일주일 만에 성장하는 게 말이 돼?’

         

       평범한 인간이라면 고작 일주일 만에 유의미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래, 평범한 인간이라면.

         

       ‘상태창.’

         

       나는 상태창을 열어 내 가창력 스탯을 확인해 보았다.

         

       (가창력 : 66)

         

       원래 내 가창력은 65였는데 놀랍게도 1이 올라 있다.

         

       지난 일주일간의 연습. 거기에 더해 나아아에 오기 전 한 달 간 수현 쌤한테 한 달간 트레이닝 받은 것이 드디어 빛을 발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면 단순 계산으로 약 40일간 죽도록 노래 연습을 해야 스탯 1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거기에….

         

       (잔여 스탯 : 10)

         

       …추가의 스탯을 더하기로 했다.

         

       ‘가창력에 추가 스탯 4.’

         

       슈욱.

         

       (가창력 : 70)

         

       내가 속으로 그리 생각하자 가창력 스탯이 70이 되었다.

         

       지난번 등급 평가에서 내 가창력 스탯은 65. 지금 내 가창력 스탯은 70.

         

       이게 얼마나 유의미한 차이를 보일지는…, 심사진들이 평가할 몫이었다.

         

       ♪♩♬-!

         

       내가 준비됐다는 사인을 보내자 테마곡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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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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