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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키보드 버튼을 누르고, 마우스를 클릭한다.

        

        시선은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머릿속으로는 서로 겹붙여진 컷들이 어떻게 보일지를 시뮬레이션한다.

        

        재생 버튼을 클릭하여 몇 초, 길면 십수 초에서 분에 이르는 각각의 파트가 매끄럽게 이어지는지를 확인했다.

        

        

        어느 한쪽 파트의 소리가 과도하게 크지는 않은지.

        

        지루해지지 않도록 아주 가끔씩 한두 개 정도 끼워넣은 밈이 이상하지는 않는지.

        

        잘못된 부분에 힘을 주지는 않았는지.

        

        

        주어진 영상을 토대로 편집을 하는 것은 식재료와 요리사 간의 관계와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식재료는 그냥 먹어도 맛있을 수 있지만, 요리사가 그것을 더욱 먹기 좋게 조리하여 고객에게 내놓듯, 편집자는 시청자들에게 더 깔끔하고 보기 좋은 영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달리 까다로운 날도 있는 법.

        

        오늘, 하모니의 편집자 – 러다이트는, 편집자로서 일한 몇 년 중 단연 가장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했다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대체 다크존에서 뭘 하고 온 거야?”

        

        

        

        매 시간, 매 분, 매 초가 그야말로 레전드 그 자체.

        

        편집자의 일 중 하나가 생방송을 챙겨볼 시간이 없는 바쁜 시청자들을 위한 요약본 제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처럼 편집하는 것 자체가 애매할 정도의 알찬 방송은, 섣불리 손을 댔다가는 오히려 욕을 먹을 가능성도 있었다.

        

        돈을 더 준다는 말에 호기롭게 충성충성을 박아버리긴 했지만….

        

        

        

       “미치겠네.”

        

        

        

        하는 수 없이, 그는 하던 편집을 그만두고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하모니 소속 편집자들이 모인 단체 메시지방은, 꼴랑 세 명밖에 없음에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느라 메시지가 300+을 돌파하고 있었다.

        

        꼬라지를 보니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와중인 듯했다.

        

        

        

       -[루빈 :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10분짜리 영상 4개에 다 우겨넣을 수가 없는데????]

        

       -[루빈 : @러다이트]

        

       -[루빈 : 러다님은 견적 어떻게 나와요? 아무리 짧아도 하나에 20분 나올듯]

        

       -[러다이트 : 제가 기승전결 중 기 파트 맡고 있는데]

        

       -[러다이트 : 쳐낼 거 싹 다 쳐내면 15분이고 적당히 매끄러우려면 22~25분 정도 나오지 않을까….]

        

       -[러다이트 : 파티 맺는 것에서 끊는다고 쳐도]

        

       -[왈츠 : 아니 그것보다 이 유진이라는 플레이어 뭐하는 사람임?]

        

       -[왈츠 : 지금 파티 후 미관제구역 진입전까지 부분 편집하고 있는데 와 ㅋㅋ 소부대전술에 통달한 사람인가]

        

       -[왈츠 : 어디가서 닥존한다고 명함도 못내밀게 생겼슴ㅋㅋ;;]

        

       -[루빈 : ㄹㅇㅋㅋ]

        

        

        

        그야 그렇긴 했다.

        

        종합게임 스트리머를 표방하고 있는 하모니의 편집자들은 기본적으로 그녀가 하는 게임에 대한 정보는 알고 있어야만 했고, 다크 존 역시도 그 중 하나였다.

        

        까놓고 말해서, 사실 다크 존만큼 이들이 열광하는 게임도 없었다.

        

        

        하여간, 모두 동일한 반응이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고용주와 파티를 한 이 유진이라는 플레이어는…그야말로 도대체 뭘 하다 온 사람이냐고 저절로 묻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온갖 미사여구고 나발이고, 편집하는 이들조차 마우스와 키보드를 손에서 떼어 하모니에게 당장이라도 묻고 싶은 심정.

        

        그러한 행동이 도의적으로 당연히 안 된다는 점과, 그녀조차 모를 것 같다는 이유만이 그들의 본능을 단단히 붙들고 있을 뿐이었다.

        

        

        

       -[러다이트 : 아무튼 다들 누나가 카페인음료 기프티콘 몇 개씩 보내줬을테니 오늘은 그거 빨고 작업합시다]

        

       -[러다이트 : 끝나기 전까진 아무도 여길 탈출할 수 없다]

        

       -[왈츠 : ㅋㅋ 편집하다 돌아버린 것인가]

        

       -[루빈 : 나한테 제일빡센구간 맡겨놓고 ㅅㅂ련이 ㅋㅋ]

        

       -[러다이트 : 그래도 님들은 시간 많잖아여ㅛ 난 오늘내일 안으로 완성하고 보내줘야됨;;]

        

       -[루빈 : ㅋㅋ 그건인정]

        

        

        

        어쨌든, 모두가 맡은 업무의 양과 난이도는 제각기 비슷비슷한 편이었다. 그나마 타임어택이 붙어버린 러다이트가 현재로선 제일 골치아팠고.

        

        그래도 서로간 대화를 나누니 조금은 효율이 상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쪽 모니터에 메시지 창을 띄워둔 채 다시금 편집에 집중했다.

        

        이미 책상 한쪽 옆에는 하모니가 보내준 기프티콘으로 구매한 카페인 음료수가 세 개는 쌓여있었고, 그 중 절반은 뱃속으로 들어간 상태.

        

        시침과 분침이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밤은 깊어간다.

         

        이들의 하루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트리거 해피라는 말이 있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트리거를 당기는 것, 즉 사격에서부터 만족감과 행복을 얻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내 4년에 달하는 과거를 조금만 뒤져보면, 이들은 흔하지는 않아도 간간히 보였다. 정확하게는 보였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지.

        

        과녁판에 총을 쏘고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은 있어도, 사람에게 납탄을 박아넣고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은…미친 사람이거나 용병일 것이었고, 그런 사람들은 보통 죽는 것도 빠르곤 했다.

        

        

        그러나 어찌됐든 간에, 이전과는 완벽하게 다른 곳에서의…예컨대, 사람 목숨이 총알만큼 싼 곳에서 오랜 기간을 머물다보니, 원체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조차 변하게 됐다.

        

        구체적으로는, 내 취미와 마음의 안정을 찾는 방법이 완전히 뒤바뀔 정도로.

        

        

        

       ───!!

        

        

        

        움직이는 표적.

        

        그렇지 않은 표적.

        

        쏘지 말아야 하는 표적 뒤에 숨은 표적.

        

        그 모든 것들을 최대한 빠르게 제압하고, 그 사이사이에 전술적 기동을 한움큼.

        

        

        그 사이에서 믿어야만 하는 것은 오직 자신의 판단력과 순발력, 동체시력, 그리고 몸에 새겨진 근육 기억들. 교전은 빠르고 빠르고 빠르게 이루어진다.

        

        하나의 방에 돌입하기 전에 모든 교전을 끝낸다는 마음가짐으로 트리거를 당기고, 탄환이 다 떨어지면 재장전, 잼이 걸리면 보조무장 교환.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방식과 종류를 하나로 통틀어, 실전 사격Practical Shooting.

        

        아, 고통이여. 너는 내게서 결코 떠나지 않겠기에 나는 마침내 너를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 라는 프랑시스 잠의 시 한 구절처럼,

        

        결국 나는 이것을 고통이라 치부하길 그만두고, 삶으로 융화시켰다.

        

        그리하여 전쟁과 총성이 나의 삶에서 완전히 떠나갔음에도, 나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이 과정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았다.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고 해도 사실 부정은 못하겠다. 내 딴에는 그저, 그 상황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변명 정도만 할 수 있을 뿐.

        

        아무튼, 이 게임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이틀차에 돌입했다. 물론 현실 시간 기준으로. 인게임과 바깥 시간 속도가 다르다보니 이 부분을 붙여줘야만 했다.

        

        그렇게 되어, 게임에 대한 짤막한 감상평을 말해보자면…사실 별 건 없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녀보면서 느낀 점이라고 해봐야 유저들이 많다는 점? 까놓고 말해서 감회를 느끼는 것도 한두 시간이면 끝이다.

        

        

        거기에 총천연색의 신체부위 – 은발적안이라든가, 은발청안이라든가, 백발이라든가,

        하여간 다 나열하기도 어려운 종류의 아바타들이 택티컬 리그를 입고 돌아다니고 있는 걸 보면…내가 다 어질어질하다.

        

        나와 같이 그 세계에서 넘어온 사람이 있다거나 했으면, 아마 저 꼬라지를 보고는 지랄발광을 했을 것이다.

        

        그 와중 시선이 느껴진다.

        

        

        

       “거기 계시지 말고 나오세요.”

        

        

        

        …아무래도 어제 나랑 같이 돌아다녔던 그 방송인은, 아무래도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었나보다.

        

        당장 어제도 그랬다. 오퍼레이터 등록을 하러 갔을 때부터 참 섬세하게 깎은 듯한 외모의 몇몇 이들이 나를 보고 방송 잘 봤다며 인사를 건네질 않나, 같이 메인 미션을 밀자는 등의 제안을 해왔다.

        

        

        어딜 봐도 총 한 발 못 쏘게 생긴 여리여리한 미소녀가 벽 뒤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더니 배시시 웃는다.

        

        저러한 외관과 내용물이 다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식욕이 급강하하는 듯한 기분이다.

        

        

        

       “아, 죄송해요. 그, 방송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혹시 방송하시면 나중에 보러갈게요!”

        

        

        

        그러고선 슉 사라진다.

        

        처음 보는 타입이라 살짝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인게임에서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는 굉장히 괜찮은 편이었다.

        

        그나저나 요 이틀 사이 느낀 거지만, 방송을 하느냔 말을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게임이 유명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외의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킬하우스를 한 바퀴 도니 몸이 조금씩 풀린다.

        

        다음엔 미션이라도 돌아볼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근데,

        

        

        

       -[킬하우스 훈련장 – 알파 섹터 클리어.]

        

       -[소요 시간 = 1:03:41. // 타임어택 랭킹 갱신 완료.]

        

       -[현재 Username : Eugene 님은 종합 랭킹 (3)등입니다.]

        

        

        

       “…오기 생기게 만드네.”

        

        

        

        눈 앞에 떠오르는 창 하나에, 다른 걸 해보자는 생각이 눈녹듯이 사라졌다.

        

        오늘 타임어택 다 뒤졌다.

        

        

        

        

        

        

       ──────────

        

       [일반]실시간)타임어택충들 울부짖는 소리 들리는중 ㅋㅋ

        

        

       <대충 타임어택 랭킹 싹다 유진으로 도배되있는 짤>

        

       니들이 원하는 순위권!!!!!

        

       니들이 찍어놓은 타임어택!!!!

        

       절대!!!!!!!

        

       유지못한다 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댓글][등록순]

        

       -아니씨발뭐ㅏ노??????

       ㄴ[작성자]뭐긴뭐야 어택충 개같이 멸망하는 소리지 ㅋㅋㅋㅋㅋㅋ

        

       -사격장에서 꺼드럭대면서 맨날 기록딸치는 새끼들 꼴좋노 ㅋㅋ

        

       -응 누가봐도 날조 아니면 핵이야~ 이딴거보고 침질질흘리면서 물어뜯는거보니 갤수준 알만하네 ㅋㅋ 이러니까 개념글 좆날먹이란 소리가 쳐나오지

       ㄴ오늘도 현생대신 닼갤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윾동나이트 어서오고 ㅋㅋ

       ㄴ할말없으니 반박은 못하고 윾동나이트 이지랄하죠? 닼갤평균 수준wwwwww

       ㄴ[작성자]이게…어택충 평균????

        

       -뭘 도대체 어케했길래 1등을 1분 안으로 끊냐? 진짜 미친것인가

       ㄴ ㄹㅇ 할때마다 포지션 표적위치 달라져서 때려쳤는데

        

       -어어 점마 지난번에 혼자서 풀무장 5인팟 솔로로 닦은 미친년 아니냐?

       ㄴ그게뭔데 씨발련아

       ㄴ왜욕해ㅠㅠ

       ㄴ미안

       ㄴ뭐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졸라기엽네 병신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소설을 쓰면서 머릿속으로 계산해봤는데, 유진이 방송을 시작하려면 아마 40화 즈음 되어야만 하지 않을까…

    인방물 태그 달아놓고 이게 뭐하는 짓거린가 싶네요

    죄송합니다

    대신 그때 즈음엔 연참으로 사죄드리겠읍니다

    p.s

    이리저리 돌아다보니 제 소설이 초반 구성이 약간 박살났다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왜냐면 실제로 박살난 게 맞기 때문이죠

    나중에 시간나면 싹 다 갈아엎어보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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