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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멸천룡 그랑 라그나와 북한의 전쟁은(그걸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잠시 제쳐놓고) 세계적으로 큰 이슈를 낳았다.

       

        일단 인간들의 힘을 우습지 않게 밟아준 EX랭크 몬스터의 힘.

        단순히 멸천룡 그랑 라그나의 힘이 인간 문명에 천적과도 같은 힘이라서라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세계의 지식인들은 멸천룡에게 금속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 이야기했다.

       

        “그냥 가진 힘 자체가 차원이 다릅니다.”

       

        “핵무기를 동원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상처라도 낼 수 있을까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TV에 나오는 모든 이들이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쏟아 내었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백두산 게이트를 제외한 나머지 6개의 EX급 게이트로 향했다.

       

        이미 공략을 반쯤 포기한 채, 게이트가 터지기만을 기다리며 대비를 하는 형국이 되어 버린 인류이지만…… 그런데도 인류는 자신이 있었다.

        몬스터들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게이트 안쪽에서는 몰라도, 인간들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게이트 밖에서라면 인류가 가진 모든 힘을 쏟아부을 수가 있으니까.

        제아무리 EX급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핵탄두 수십 발을 어떻게 견디겠는가…… 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그 EX급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라고 할 수 있는 멸천룡 그랑 라그나가 보여 준 것이다.

        비록 하나의 국가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꼴이 되어 버린 북한이라고 하지만 그 북한을 멸천룡이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말이다.

       

        “인류는 EX급 게이트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북한 사태를,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어쩌면 북한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기에…….”

       

        전 세계가 경각심을 가진 채 EX급 게이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반면에 이 사달을 낸 멸천룡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반반으로 갈렸다.

       

        – 몬스터가 인간을 공격한 거잖아?

        – 드디어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한 건가?

        – 아무리 인간에게 우호적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선 넘은 것 같은데?

        – 전 세계의 S랭크 헌터 모아서 레이드 할 수는 없나?

       

        첫 번째는 멸천룡에 대한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북한에서 먼저 빌미를 제공했다지만, 멸천룡이 한 것은 명백히 ‘몬스터가 인간들을 공격했다’라는 것이다.

        명분이 멸천룡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북한 사태에서 일어난 일은 이 세계에 새겨져 있던 오래된 흉터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이 되어 버렸다.

        바로 게이트 사태 초기.

        최초로 게이트가 터지고, 그 안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이 인류를 학살하던 그 시기를 말이다.

       

        이미 한 세대가 지날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인류는 그때의 아픔과 공포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번 북한 사태는, 그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몬스터에 대한 위험성과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한 시발점이 된 것이다.

       

        “몬스터가 방송이라니! 이게 웬 말이냐!”

       

        “웬 말이냐!”

       

        “다트 스트림은 몬스터의 방송을 중지하라!”

       

        “중지하라!”

       

        실제로 한국의 서울에서는 이런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정작 멸천룡이 인터넷 방송하고 있는 ‘다트 스트림’이라는 사이트는 미국 회사였지만 말이다.

       

        그와 반대로.

        이번 북한 사태에서 멸천룡이 한 행동을 호의적으로 보는 이들도 늘어났다.

       

        – 그런데 전쟁했다면서, 정작 사망자는 없지 않나?

        – 솔직히 드래곤이 한 번 울부짖으면 다 죽는 거 아님?

        – 저 정도면 진짜 봐준 거지.

        – 솔직히 인간도 아니고, 마지막에 그냥 머리 박았으면 이 정도까지는 안 갔다 ㅇㅈ?

       

        비록 ‘몬스터가 인간과 전쟁을 치르고, 거기서 이겼다’라는 선례를 남기기는 했지만, 어쨌든 간에 명분은 멸천룡에게 있었다는 점.

        그리고 전쟁을 치렀지만, 정작 사망자는 없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평소 멸천룡이 방송에서 인간들에 대해 우호적인 언행을 자주 보여 주었다는 점 등.

        이런 다양한 이유로 멸천룡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는 다른 이유가 있는 이들도 있었다.

       

        “평소 북한 꼴도 보기 싫었는데, 잘되었네.”

       

        북한에 원한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노인들.

       

        “멸천룡과 친해지면, 다른 EX급 게이트가 터졌을 때 도와주지 않을까?”

       

        멸천룡의 힘을 빌려 인류의 생존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들.

       

        “용눈나 너모 귀여워!”

       

        ……그냥 예쁘고 귀여운 것에 환장하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바보들.

       

        그런 다양한 이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헐뜯고, 싸우며 세계는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뜨겁게 달아오른 철판 위에 올려진 물방울처럼 왁자지껄한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일주일간의 잠수를 끝내고 방송을 켰다.

       

       

        *            *            *

       

       

        예상을 못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시 켠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 드래곤 펀치! 드래곤 펀치! 드래곤 펀치! 드래…….

        – 로망 드래곤! 로망 드래곤! 로망 드래곤!

        – 로봇폼 변신 또 보여주세요!

        – 진심 펀치 보여주세요!

        – 앜ㅋㅋ 드래곤님 최강이시라곸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드래고닉 펀치!

       

        “…….”

       

        내가 인간들을 무자비하게 털어 버리는 것을 다 보았을 텐데, 이 자신감들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언제 보아도 인간이라는 생물은 참 신기한 생물인 것 같다.

        주로 정신력 쪽으로.

       

        “그래. 잘 지냈느냐? 아이들아.”

       

        – 라하라하!

        – 용하!

        – 그래서 드래곤 펀치 안 보여주나요?

        – 변신! 합체! 드래곤 카이저!

        – 황금로봇!

        – 천공의 제트 드래곤!

        – ㅎㅇㅎㅇ

       

        “음…….”

       

        슬쩍 현재 시청자 숫자를 확인했다.

       

        [현재 시청자 : 517,492명]

       

        시청자 숫자가 갑자기 확 늘었는데?

        어쩐지…… 갑자기 에코가 새로운 컴퓨터 제조가 필요하다면서 난리더니, 이런 이유였구나.

        만약에 에코가 새롭게 세팅해 준 컴퓨터와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오늘 방송은 여기서 끝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대기 모드가 되어 있을 에코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아바타인 나는 작게 헛기침했다.

       

        “크흠! 우선 오늘 방송을 하기 전에 먼저 말할 것이 있느니라.”

       

        – 드래곤 로봇 공개?!

        – 드래곤 레인저 뽑나요?!

        – 헉?! 저요!

        – ㄹㅇㅋㅋ

        – 드래곤 라이더도 뽑나요?

        – 미친놈들앜ㅋㅋㅋ 그만햌ㅋㅋㅋ

        – 제트 드래곤!

        – 드래곤 펀치! 드래곤 펀치!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뭔 말을 못 하겠구나.

        게다가 중간중간 다른 언어가 사용되는 것을 보니, 다른 나라의 인간들도 들어온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어로만 말했다가는 다른 나라에서 내 말을 알아듣기가 힘들겠구나.

       

        가능하다면 방송에 용언(龍言)을 사용하지는 않으려 했지만, 이렇게 되면 어쩔 수가 없다.

        채팅창에서만 보이는 언어가 14개나 되는데, 그 언어에 맞추어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바타 대신, 본체의 입을 열어 지금 방송을 보고 있을 인간들에게 전달한다.

       

        = 우선, 내 방송에 관심을 가져 주어서 고맙다고 말해야 하겠구나.

       

        – 뭐임?

        – ?

        – 뭔가 머릿속에 소리가 울리는 기분인데?

        – 헐?

        – What?

       

        = 하지만 지금 내가 방송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란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오로지 한국어로만 방송을 이어 나가겠다.

       

        필요한 공지를 다 끝낸 후 본체를 다시 마그마 안에 집어넣었다.

       

        일반적인 생물과 같은 발성기관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 텔레파시와 비슷한 방식으로 대화할 수 있는 드래곤의 의사소통 수단.

        그것이 바로 방금 내가 사용한 ‘용언(龍言)’이라는 것이다.

        내 생각을 언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직접 대상의 머릿속에 보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용언은 언어의 장벽을 거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어떤 차원에 가도 대화할 수 있었다.

        처음 이 용언이라는 방식이 가능한 내부 장기를 만들 수 있는 돌연변이 인자를 얻었을 때는 꽝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너무 잘 써먹고 있다.

       

        “흠. 그럼 계속해 보겠다.”

       

        – 와씨.

        – 헤으응! 용눈나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헤집었어…….

        – 선생님. 선생님의 도덕 관념이 의심됩니다.

        – 저건 좀 위험할 것 같은데?

        – ㄹㅇㅋㅋ

       

        중간에 약간 수위가 있는 댓글이 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본인의 도덕관념에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대충 선언은 끝났으니, 이젠 방송을 계속해야지.

        그 전에…….

       

        “추가로 공지할 것이 더 있단다.”

       

        나는 어제 대한민국 헌터 협회장이라는 인간에게 받은 플라스틱 카드를 보여 주며 말했다.

       

        “보거라. 드디어 나에게도 주민등록증이라는 것이 생겼단다.”

       

        – 오오?!

        – 용눈나도 한국인 된 거야?!

        – 올~

        – ㅋㅋㅋㅋ

        – ㅊㅊㅊㅊㅊ

        – ㅉㅉㅉㅉㅉ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인간들.

        뭐, 당연히 이런 주민등록증 하나 생겼다고 내가 진짜 한국인이 된 것은 아니다.

       

        일단 사진부터가 뿔을 달고 있는 아바타 상태의 내 사진이다.

        그리고 주민등록번호라는 것도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사용되는 주민등록번호의 규칙과 전혀 다른 별개의 번호고.

        무엇보다…… 이름부터가 ‘특수 관리 주민등록증’이라는 것이다.

       

        “헌터 협회장이라는 인간의 말로는, 진짜로 한국인이 된 것은 아니라고 하더구나.”

       

        진짜 한국인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기에 선거를 할 권리라던가 같은, 한국인으로서 주장할 수 있는 여러 권리들은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권리가 없으니, 의무도 없다. 국방의 의무라던가, 납세의 의무 같은 것을 지킬 필요가 없다.

       

        이 주민등록증의 용도는 딱 하나다.

       

        “이것이 있는 한, 드래곤으로서의 내가 아니라 방송인으로서의 나의 신분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보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더구나.”

       

        즉, 앞으로 현실에서나 인터넷에서 뭔가 회원가입 같은 신분을 증명할 일이 있을 경우에 이것을 사용하라는 뜻이다.

       

        물론 그쪽에서 호의로 이것을 준 것은 아니다.

        인간들의 처지에서는 일단 ‘나’라는 존재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친하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어디에서 신분 증명을 했는지 감시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나에게도 딱히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다른 것 다 제쳐 놓아도…….

       

        “이제 더 이상 이현이라는 인간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구나.”

       

        – 눈나…… 주민등록번호 도용한 거였어?!

        – 미친ㅋㅋㅋㅋㅋ

        – 도둑용ㅋㅋㅋㅋㅋ

       

        도둑질했다고 나를 놀리기 시작하는 인간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대해 뭐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맞는 말이니까.

       

        “그래.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도둑질한 것은 맞는 말이지.”

       

        난 그냥 큰아들이 쓰라고 준 것을 썼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도둑질이 되어 버린 것은 맞는 말이다.

       

        “그래서 이미 이현이라는 인간에게는 따로 보상을 주기로 했느니라.”

       

        – 황금요?

        – 황금을 얼마나 뿌리셨길래…….

        – 그런데 S랭크 헌터라면 이미 많이 벌지 않나?

        – 드래곤 마스터 정도면 많이 벌걸?

        – 돈으로 보상이 되나?

       

        돈?

        이런이런…… 인간들이 아직 날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주민등록번호라는 것을 도둑질한 보상을 겨우 황금으로 보상할 수는 없지 않냐.

       

        “딱 한 번, 이현이라는 인간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도와주기로 했느니라.”

       

        – ?

        – ?

        – ?

        – 미친?!

        – 비상!

        – S랭크 헌터에게 버스터콜이 주어졌다!!!!

       

        채팅창이 갑자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자꾸 이러는 거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한 인간에게 주어진 일회용 버스터콜…….

    팬아트를 받았습니다!!

    무려 멸천룡 그랑 라그나의 팬아트에용!

    너무너무 예쁘게 나왔습니다!

    공지에 올려 두었으니 한 번 봐주세요!! ㅎㅎ

    *추신 : 중간에 좀 과격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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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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