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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 ***

         

       여일예와 흑묘는 당가 무인의 복색을 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시선을 돌리기 전까지는 어떤 눈치없는 애송이가 끼어 드나 싶었다.

         

       당가는 이 사천에서는 왕이나 마찬가지로 군림하고 있었고 당가에는 유독 오만한 자들이 많았으니까. 사파를 없앴다는 전무후무한 업적에 사천 사람들이 떠받들어 주고 세력 역시 강대하니 콧대를 주체하지 못하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상대는 그런 애송이 따위가 아니었다.

         

       당도경.

         

       당가의 직계이자 후기지수. 무공은 명가의 혈통임을 감안해도 출중하며 얼굴 역시 호감형.

         

       그러나 두 사람이 당도경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일시에 얼굴을 찡그린 것은 당도경의 성정 때문이었다.

         

       ‘저자가 이곳에 있었나.’

         

       당도경은 호협의 태도를 연기하면서 여유로이 박수를 치고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으나 시선은 흑묘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당도경 역시 기본적으로 명가의 후수인 만큼 흑묘의 몸을 감은 흑영기공을 꿰어 본 것이었다.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누구라도 인정할 절세미녀의 자태를 자랑하는 흑묘.

         

       그러나 당도경의 눈에 담긴 것은 음심이 아니라 투쟁심이었다.

         

       ‘투견(鬪犬) 당도경.’

         

       “한 떨기 꽃과 같은 소저들이 절기로 이 당모의 마음을 뒤흔드는구려.”

         

       화화공자들이 수작을 부릴 때나 쓸 법한 대사였지만 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마치 비무첩이라도 받은 듯한 착각을 받았다.

         

       싸우고 싶다!

         

       당도경은 전신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 두사람의 대전에 끼어들었다.

         

       흑묘나 여일예나 순식간에 골치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낭인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여일예도 구파일방 출신인지라 포장 작업을 거쳐 홍죽군검이라는 괜찮은 별호를 받았다. 그런데 사천에서는 구파일방보다도 한 수 위의 위세를 자랑하는 당가의 당도경은 별호가 투견이다.

         

       사천인 모두가 포장을 포기할 정도로 싸움에 진심인 남자.

         

       자기가 싸우겠다고 남의 싸움을 말리고 비집고 들어가는 싸움에 미친 남자.

         

       그게 바로 당도경이었다.

         

       ‘이래서 곧바로 가주에게 안내해 준 건가.’

         

       여일예는 정문에서 곧바로 가주전까지 안내되었는데 ‘서로 체면치레할 사이가 아니지 않느냐’는 전언을 보낸 것이라 여겼거늘 지금 상황을 보니 황금가 내부에서 여일예와 당도경이 마주치는 것을 막기 위해 허겁지겁 움직인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당도경과 여일예가 황금가 내부에서 싸움이라도 붙는다면 황금가는 손님 두 사람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가문이 되어 버릴 테니까.

         

       “오래전부터 후예십시의 여일예 소협을 흠모해 왔소.”

         

       “…그렇습니까.”

         

       “그렇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그 담대함! 언젠간 한번 담소를 나누고 무예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지!”

         

       미친놈에게 미친놈이라고 칭찬받는 상황에 여일예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참자, 은공이 있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출수라도 해서 저 미친개에게 명분을 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온 사천에 여일예 소협의 무명이 진동하니 여일예 소협을 흠모하는 마음이 나날이 커지고 있었거늘 이리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니 상제께서 우리의 인연을 이어 주신 것이 분명하오!”

         

       여일예는 물론 대화를 듣고 있던 흑묘와 호천안까지 깨달았다.

         

       이놈 여일예를 만나려고 본가에 무슨 핑계를 대고 사천성까지 처들어왔구나.

         

       “그런데…”

         

       흑묘는 당도경의 희번덕거리는 눈을 보고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런 여일예 소협과 동수를 이루는 아리따운 낭인 낭자가 있다니. 오늘 이 당모는 천신의 인도를 받은 것이 분명하구려.”

         

       흑묘는 평상시에 수도 없이 들었던 작업 대사가 이렇게 두려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광기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내면의 투쟁심을 어떻게든 중화시켜 표현하고자 저런 느끼한 말투를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눈이 용광로라도 되는 양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고 전신에서는 투기가 줄줄 새어 나오는데 말투만 바꾼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었다.

         

       “하하.”

         

       호천안은 그 꼴을 보면서 웃었다. 하여간 여일예 쟤가 엮이는 일이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어요. 첫 만남에서는 죽을 뻔 하고 도망쳤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낭인객잔으로 쳐들어와서 깨달음 주머니 이미지를 만들어주질 않나.

         

       지금은 또 도와준답시고 나섰다가 투견 당도경이 튀어나왔다.

         

       한번만 더 엮였다가는 어디 검존이라도 튀어 나오겠네.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린 호천안은 여일예를 변수로 써먹겠다는 계획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로 결심했다.

         

       우선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든 해야 했다.

         

       ‘너무 과해.’

         

       황금고부린을 손 봐주고 중개인의 기강을 잡자고 시작한 일이다. 황금가 앞에서 하루 이틀 소란을 일으키는 일은 사실 별 것도 아니다. 낭인객잔에서 일 하고 있는 자들이야 황금가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낭인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 명확하게 다가오겠지만.

         

       고부린과 호천안의 관계를 모르는 군중들에게는 왜 하필 황금가 앞에서 사천낭인의 사술 공연이 이루어졌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전귀라는 귀신의 힘을 이용하는 낭인이 보여준 사술이 얼마나 놀랍고 신비한지에 대한 소문만 돌겠지.

         

       호천안이 이 사술 수레의 빈 현수막에 무엇을 적기 전까지는 황금가의 체면이 손상될 일은 없었다. 그저 모여드는 사람과 정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낭인을 보며 불편한 감정 정도만 가질 뿐.

         

       근데 낭인이 벌인 사술 공연이라는 것 때문에 황금가 앞에서 초절정급 무인 셋이서 싸움판을 벌였다?

         

       이건 황금가의 체면이 박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진짜 이 일이 발생했을 씨 황금가는 당가의 당도경과 점창의 여일예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아마 아닐 테고 이 일의 원인 제공인 호천안과 흑묘만 이를 악물고 잡아먹으려 들 모습이 훤했다.

         

       무림공적이 되어 산길을 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 호천안은 헛웃음을 지었다. 기껏해야 사술 공연이나 하자고 기획한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시공의 전단지를 작성하며 낄낄댔던 기억이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졌다.

        

       호천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흑묘도 여일예도 각자의 계산과 논리에 따라 움직였지만 아무튼 상황은 이렇게 되었고 호천안은 지금의 상황에 막막함을 느꼈다. 

       

       호천안이 본 상황은 이미 꼬였다. 여일예의 등장도 예상 외였고 여일예를 도발하는 흑묘의 모습 역시 예상 못 했으며 저 둘이 싸우는 동안 당도경이 나타날 줄은 또 누가 알았을까.

       

       ‘나 행운 특성 보유자 아니였냐고.’

       

       투덜거리며 호천안은 골패를 매만졌다.  

         

       당도경은 사천의 어떤 인물이 와도 제어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막말로 당가에서 가주가 뛰쳐 나와도 불 붙은 당도경은 못 막는다.

         

       흑묘와 여일예가 정리할 수 없으니 호천안이 나설 수밖에 없는 판이었다.

         

       “이놈들이 지켜보고 있자니 도를 지나치는구나.”

         

       쇄애액!

         

       호천안의 암기술 [목석투전]의 묘리를 담은 골패 세 장이 당도경에게 날아갔다.

         

       “음?”

         

       두 사람에게 투기를 불태우고 있는 당도경이었지만 싸움에 미친 만큼 무공 실력도 뛰어났던 당도경은 호천안이 던진 골패를 가볍게 손에 끼워 받아냈다.

         

       손에 끼워진 골패의 끝에 다른 골패가 박혀 있고 그 골패 뒤에 또 다른 골패가 박혔다.

         

       세 장의 골패를 암기로 날리며 한 점에 정확히 집중시켰다는 증거였다.

         

       “호.”

         

       호천안은 이류에 불과했고 목석투전 역시 본격적인 암기술이라기보다는 바닥에 떨어진 돌을 던지는 투석무공에 가까웠다. 그러나 투박한 목석투전과 부족한 내공임에도 불구하고 호천안의 손기술은 당도경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암기술을 발휘했다.

         

       “이곳은 거해지옥 출신, 전귀님의 권능의 위대함을 알리는 장소. 감히 무인들 따위가 소란을 벌일 곳이 아니다.”

         

       “암기를 던진 손재주가 제법 뛰어나기는 하지만 기껏해야 사기꾼이 끼어들 장소가 아니다. 꺼지거라.”

         

       “하하하하하, 사기. 사기라. 아무리 계도에 계도를 해도 어리석은 중생들은 끊이질 않는구나.”

       

       거슬릴 법도 한 비웃음이었지만 당도경은 호천안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당도경의 시선은 이미 여일예와 흑묘에게로 돌아갔다. 당도경도 당가 사람인지라 호천안이 암기술을 보여주니 잠시 관심이 쏠리기는 했다. 하지만 암기술 자체도 격이 낮았고 내공 역시 부족했다.

         

       쓸만한 것은 손기술 정도였을까. 저 정도 암기술은 직계라면 어린 당가의 후예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암기술을 보여 한 바탕 이목을 끌기는 했지만 결국 별 볼일 없는 자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호천안은 당도경에게 전혀 관심이 끌리는 대상이 아니었다.

         

       “하기사 고작해야 네 눈으로는 삼라만상의 이치를 왜곡하는 전귀님의 권능을 눈에 담을 수 없겠지.”

         

       “….뭐라?”

         

       호천안이 도발을 걸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재시각을 한참 넘겨버리고 만 것입니다.

    글이 마음이 안 들어서 쓰고 지우고 하다보니 이 시각이 되어버렸네요.

    연재시간을 공지해 놓고 제대로 지키는 일이 없다니 헛헛…

    *5/12 기준 전화인 일부 수레 굴러간다 -3편의 흑묘 심리묘사가 추가되었습니다. 현재 화수 역시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호천안의 심리묘사 일부가 수정되었습니다.

    현재의 감상과 다를 수 있는 바 그 이전의 댓글은 수정 이전의 평가이므로 감안하시어 읽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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