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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띵♬

         

        정석적인 종소리와 함께 최상층에 멈추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흰색의 복도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파랑이 벽을 통통 두드려보았다.

         

        툭툭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보아 안쪽이 비어 있지는 않은 모양.

       

        조금 더 걸어가자 굉장히 사이버네틱한, 하얀 금속에 푸른 네온으로 포인트를 준 문이 나타났다.

       

        파랑의 집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신기하여 앞으로 다가가 보니 기이잉 하고 열리는 문.

         

        안쪽은 역시나 파랑의 집과 비슷한 분위기의 방이다. 하얀색과 하늘색이 적절히 어우러진 미래풍의 공간.

       

        곳곳에 비치된 수조가 없다는 점이 파랑의 집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익숙한 인테리어이다보니 약간 마음이 편해진다.

         

        헙, 정신 차려야지. 어쩌면 긴장을 풀게 만들려는 수작일 수도 있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공간에 있으면 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파랑의 정면에 보이는 벽은 통째로 유리로 만들어져 도시의 야경이 그대로 보이고, 그 앞에는 드라마 속 회장님들이 쓰던 책상.

         

        그리고 그곳에 반듯이 앉아 있는 안경과 양복 차림의 남성.

       

        파랑의 예상과 달리 굉장히 젊어 보였다. 이십 대 중반 정도.

         

        “앉으시죠.”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고압적이지 않고, 명령조도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서 있으면 불편할 테니 앉는 게 어떠냐는 어조.

         

        표면상으로 이쪽에 적의는 아예 없어 보였다.

       

       그래도 긴장 상태로 파랑이 의자에 앉았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남자와 마주보는 형태다. 의자의 높이가 딱 알맞아, 남자와 눈높이가 같았다.

         

        “궁금한 게 많을 겁니다.”

         

        “잘 아시네요.”

         

        물어보고 싶은 게 한가득이다.

         

        “저희도 말씀드리고 싶은 게 한가득이라. 먼저 어디부터 설명을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거짓말이겠지. 그런 것도 정리 안 하고 여기로 파랑을 부르진 않았을 거다.

         

        “일단, 당신은 누구죠? 사일로 내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고, 어디까지의 정보를 알고 있냐는 이야기예요.”

         

        중요한 포인트다.

         

        “저희 내부 조직도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라서요. 그래도 제가 가진 정보의 양이 적지는 않습니다.”

         

        불만족스러운 대답이다. 파랑이 사일로 남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분위기를 읽었는지 남자가 말을 덧붙였다.

         

        “사일로가 아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라고는 말해드릴 수 있겠군요.”

         

        사일로가 아는 것은 자신도 안다.

         

        꽤나 높은 지위를 가진 자라는 것은 이해했다. 이게 진실일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건 차차 대화를 해나가다 보면 알게 되겠지.

         

        “왜 지금 절 부른 거죠.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샤오의 다이브가 끝난 직후. 파랑이 수상쩍은 사건에 발을 들이자마자 그들은 그녀를 불러들였다.

         

        너무나도 수상한 상황.

        파랑의 의문에 남성이 답했다.

         

        “원래는 지금 유파랑 헌터를 만날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어떻게 해서든 해명을 해야 하는 장면을 봐버리신 것 같더군요.”

       

        “그건 어떻게 안 거죠.”

         

        파랑이 약간 목소리를 깔고 으르렁댔다.

         

        “저희는 전 세계에서 들리는 소리를 모조리 도청할 수 있습니다. 왜 사일로가 다른 사업들은 풀어주면서 전자제품만은 놔주지 않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습니까?”

         

        도청했다는 소리다. 음습한 놈들.

         

        구해준 빚이 있으니 한 번 참았다.

         

        “원래 만날 계획이 아니었다는 건.”

         

        “원래라면 유파랑 헌터와는 8월 4일, 오후 두 시에 만나려고 했었죠.”

         

        8월 4일 오후 두 시.

         

        최 과장님이 헌터협회로 찾아가 보라고 한 시간이다.

         

        “저는 그때 헌터협회와 접촉하기로 되어 있었어요. 애초에 당신들은 저에게 연락조차 취하지 않았잖아요.”

         

        “연락을 취했습니다. 당신과 알고 지낸 최장혁 과장과 헌터협회 아시아 총지부장 서선우. 그들은 모두 헌터협회에 잠입한 우리 쪽 사람이니까요.”

         

        갑자기 튀어나온 초대형 정보.

       

       

        하지만 남성은 아랑곳않고 말을 이었다.

         

        “한 달 쯤 전에 이가라시 나츠코가 갑작스럽게 헌터협회 협회장이 됐죠.”

         

        분명 그랬다. 너무 갑작스러운 교체라 좀 시끌시끌했지.

         

        “일종의 쿠데타였습니다. 기존 간부진을 싹 밀어버리고 그녀가 권력을 잡았죠. 혼란스러운 틈을 타 서선우를 잠입시켰습니다.”

         

       파랑은 당연히 몰랐던 사실.

       

       

       헌터협회의 최고위 간부가 사일로 소속이라니, 밝혀진다면 어마어마한 폭풍이 몰아닥칠 만한 사안이다.

       

       

        “그럼 최 과장님은요.”

       

       

        “그자는 서선우 협회장의 부하 직원입니다.”

       

       

        역시나 담담한 어조.

         

        “그런 걸 갑자기 말해준다고요?”

         

        파랑도 약간 벙쪄서 즉시 되물었다.

         

        “맞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기밀로 취급하는 정보죠. 그리고 이걸 유파랑 헌터에게 쉽게 내보인다는 건.”

         

        “음….”

         

        저쪽에서도 이쪽의 신뢰를 얻는 게 절실하다는 소리다.

         

        방금의 정보는 파랑과 말문을 트기 위한 입장료 같은 느낌인가.

         

        그렇다면 파랑도 패를 좀 보여주면서 정보를 캐낼 의향이 생긴다. 일단 저쪽에서 먼저 교환 의사를 밝혀왔으니.

         

        “세계정부는 저를 왜 죽이려 하는 거죠?”

         

        “먼저 그것부터군요.”

         

        파랑은 대화의 주도권을 뺏기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싶은 정보는 다 알아내서 돌아가리라고 마음먹었으니까.

       

        “그들이 당신을 죽이려 하는 이유는, 그들의 계획에 당신이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 계획이 뭔데요. 당연한 소리를 할 거라면―”

         

        “당신의 방송이요. 유파랑 헌터.”

         

        “…네?”

         

        “저희도 모든 진상을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그들은 사람들을 바다로 밀어 넣고 싶어합니다.”

         

        “뭐라구요?”

         

        그러니 사람들이 바다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파랑을 제거하려고 했다, 그런 건가.

         

       ‘아니, 내 방송이 그 정도였다고? 아무리 봐도 채팅창에는 잠수 그만두겠다는 이야기 따위 없었는데?’

       

       

        파랑의 의문 어린 마음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시군요. 잠시 이걸 보시겠습니까.”

         

        남자가 책상을 툭툭 두드리자, 밑에서부터 모니터 하나가 올라왔다.

         

        보이는 것은 그래프.

         

        “보이십니까? 유파랑 헌터의 방송 이후, 잠수하는 헌터의 수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남자의 말대로 꾸준한 상승세를 그리던 그래프는 특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날짜를 보니 대강 파랑의 방송 날짜와 일치한다.

       

        ‘성과가 있었구나.’

         

        내심 뿌듯한 파랑이다.

         

        그렇다면 세계정부는 어떤 이유로든 사람들을 바다에 밀어 넣고 싶어하고, 따라서 그것을 방해하는 파랑을 제거하려고 했다. 사일로는 반대로 파랑을 지켜주었다는 건가.

       

       

        하지만 뿌듯한 것과는 별개로, 파랑은 으르렁거렸다.

       

       

        “그렇다면 저를 보호하는 이유는 뭐죠. 게다가 당신들은 수중용 카메라까지 개발했잖아요. 사일로도 사람들을 바다로 넣으려는 것 아닌가요.”

       

       

        “저희는 사람들이 바다로 들어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유파랑 헌터. 당신과 같은 이유로요. 카메라를 개발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괴어에게 사람이 당하는 영상이 촬영된다면 널리 퍼트리려고 했죠.”

       

       

        파랑이 잠시 얼어붙었지만, 티도 안 날 속도로 평정을 되찾았다.

       

       

        “저랑 같은 이유라니. 제 의도가 뭔 지 알고 그런 말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해저에 무언가가 있지 않습니까.”

       

       

        파랑이 침음을 삼켰다.

       

       

        “이 지구상에 전대미문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거기까지일 뿐. 저희는 그 이상의 정보는 알지 못하죠.”

       

       

        아직 해저에서의 정보력은 오케아노스가 우위에 있다는 소리다.

       

       

        요약하자면 세계정부는 사람들을 바다로 밀어넣으려 하고, 사일로는 그걸 막기 위해 여러 수단을  강구해보다 유파랑 본인을 찾았다는 건가. 

         

        납득이 안 가는 이유는 아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결점이 하나.

         

        “세계정부가 대체 왜 사람들을 바다로 보내려고 한다는 거죠?”

       

       

        이 부분이 설명되지 않았다.

         

        “그건 저희도 모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최근 세계 정부의 동향이 매우 수상합니다.”

       

       

        “수상하다는 건 알겠어요. 구체적으로 이전의 세계정부와 어떤 점이 다른 지 물어보는 거예요.”

       

       

        ” 움직임이 거칠고, 느리죠. 무능해졌다는 소립니다. 덕분에 저희가 유파랑 헌터와 주변인들을 빈틈없이 지킬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세계정부가 무능해졌다. 하지만 이유는 모른다. 파랑이 머릿속에 메모를 추가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문이 잠깐 막혔다. 또 물어볼 것이 딱히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

         

        여기로 올 때 처음 품었던 의문들은 대강 해소된 상태다.

         

        “이번엔 이쪽에서 대화를 열 차례인 것 같군요.”

         

        파랑이 잠시 가만히 있자 이번엔 남성이 입을 열었다.

       

        파랑이 어디 한 번 해보라는 식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먼저, ‘출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파랑이 흠칫했다.

         

        “놀라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희의 목표는 오로지 대화니까요.”

         

        그래도 일단은 긴장을 풀지 않은 파랑이다.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저희가 궁금한 건 두 가지입니다.”

         

        “뭐죠.”

         

        “먼저, 그걸 대체 어디서 찾으신 겁니까?”

         

        파랑이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여기서 어설프게 정보를 숨기려다 대화가 깨지느니 살짝 패를 보여주고 가져올 것을 더 가져오는 것이 낫다는 판단.

         

        “남중국해 하이브. 알죠? 방송에도 내보냈었는데.”

         

        “압니다. 인상적이었죠.”

       

        “깊숙한 곳에서 찾았어요. 동료가 도와줬죠.”

         

        “‘오케아노스’말입니까?”

         

        이미 알고 있었나. 예상한 일이기는 하지만.

         

        “…네.”

         

        “그렇군요. 사실 정말로 중요한 건 두 번째 질문입니다.”

         

        파랑이 살짝 긴장했다. 뭐가 나오려고.

         

        “지금부터 드릴 질문은 본론입니다. 사일로 사가 숨기고 있는 가장 큰 비밀이며, 오늘 유파랑 헌터를 모신 이유죠.”

         

        사일로 사가 숨기는 가장 큰 비밀을 자신에게 대뜸 말해준다.

         

        파랑이 숨겨진 의미를 둘 읽어냈다.

         

        첫째로 그들은 절박하다. 그렇게 큰 비밀을 파랑에게 알릴 만큼.

         

        둘째로 파랑 또한 위험하다. 사일로뿐 아니라 그 어떤 조직도 숨기고 있던 가장 중요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니까.

         

        유사시에는 강제적으로 협력하게 만들겠지.

         

        일순간 파랑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벌써 거기까지 읽어내셨습니까. 부정은 안 하겠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하려는 제안은 절대 유파랑 헌터에게도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어디 한 번 말해 보라는 듯, 파랑이 매서운 눈빛으로 앞을 노려보았다.

         

        “본론입니다. 그 아티팩트의 근처에, 혹시 다른 이의 시체나 해골이 있지 않았습니까.”

         

        무슨 의미지.

         

        “다른 이의 시체라면.”

       

        “마틸다 뮐러 외에 다른 사람의 시체 말입니다.”

         

        “꼭 거기에 시체가 있어야 했다는 말로 들리네요.”

         

        “정확히 말하면, 저희는 그곳에 시체가 있길 바랬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시체가 있길 바랐다니, 대체 누구의….”

         

        “올리비아 클로버필드.”

         

        “…뭐라고요.”

         

        “잘못 들으신 것이 아닙니다. 유파랑 헌터. 저희가 가진 정보에 따르면 올리비아 클로버필드의 시체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출항’의 곁이었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이 또 이해가 안 가기 시작했다.

         

        승천했을 게 분명한 사람이 왜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단 말인가. 그녀가 알기로 그들은 승천하는 순간까지도 해저와 커넥션이 없다. 작중의 승천 장면에서까지도 심해와는 전혀 연관점이 없었다.

         

        하지만 이 남성이 하고 있는 말은 그것을 모조리 부정하고 있었다.

         

        “슬레이어즈는 승천하지 않았습니다. 유파랑 헌터. 그들은 바다 밑으로 갔고, 죽었습니다.”

         

        “뭐…라고요.”

         

        파랑의 눈이 세차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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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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