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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대체 이 놈의 세상에는 이리도 직선적인 감정을 표하는 이가 많은 것일까. 이래서야 거칠게 대할 수가 없지 않느냐.

       

       이 호의라는 감정에는 도저히 익숙해 질 수가 없었다.

       

       차라리 미움과 증오. 두려움이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이전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화령님! 꼭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요!”

       “뭔가요?”

       “촉수를 피하실 때 대체 어떤 보법을 쓰신 거에요?”

       

       보고 또 봐도 무슨 무공을 쓰기에 발걸음이 저렇게 가벼운 건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며 하린은 천진한 어투로 물었다.

       

       설명을 해 줄 의향은 있다마는 내가 한국어로 풀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전에 비해 실력이 많이 늘었다 한들 여전히 내 실력은 미천했다. 온갖 복잡한 언어로 점철된 무공을 설명할 자신은 조금도 없었다.

       

       그래도 강아지 마냥 똘망거리는 눈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저 아이를 실망하게 할 순 없으니.

       

       “보법은 특이할 거 없어요. 엄청난 이치가 담겨 있진 않아서요.”

       “그게요?”

       “오히려 거기서 봐야 할 건 기감이죠.”

       

       하늘에서 수십 수백의 화살 비가 쏟아진다고 치자.

       

       이것을 피할 수 있을까?

       

       만일 화살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다면 회피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 한들 회피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허나 화살을 쏘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인다면?

       

       그들이 어디로 화살을 쏘는지 알고, 어느 화살이 먼저 쏘아지는 지 어느 화살이 뒤늦게 떨어지는 지를 모두 파악했다면?

       

       여전히 모든 화살비를 피하는 건 고된 일이겠지만 가능성은 생긴다.

       

       일정 경지에 이른 이라면 그 가능성을 붙잡을 수 있고.

       

       “제가 내기를 검은 것 근처에 퍼트린 건 아나요?”

       “네! 내기 컨트롤을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어서 감탄했던 걸요.”

       

       안다고? 호오. 눈썰미가 그리 나쁜 것은 아니구나.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눈썹을 치뜨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나는 그 때 기감을 통해 검은 것의 뒤에 있는 촉수 하나 하나가 어찌 움직이는 지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어느 게 먼저 오는지. 어느 게 뒤쫓아 오는지.

       

       어디로. 어떻게. 어떤 움직임으로 나를 노리는지.

       

       이 모든 것을 외신이 움직임과 동시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니 특별한 보법 같은 건 필요치 않았다. 발을 움직여서 촉수의 목적지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이해했나요?”

       

       내가 설명을 끝마치자 하린이 눈을 감았다 뜨길 반복했다.

       

       나름 풀어서 설명하려 한 것인데 이해를 못했나.

       

       어쩔 수 없지. 중간에 당황해선 무림의 언어까지 섞어 버렸으니 이해를 못 하는 게 정상이다.

       

       이 곳이 아피스였다면 자동으로 뜻을 전달해 주었을 텐데.

       

       “다시 설명할까요?”

       “아뇨! 화령님이 기감으로 전조를 파악했다는 건 이해했어요.”

       

       그런데 무엇이 의아한 것이야? 그거면 내가 말한 모든 걸 이해한 셈인데.

       

       “그런데 그게 어떻게 돼요? 기감이라는 게 그런 세세한 것까지 감지할 수 있나요?”

       

       아직 기감을 제대로 느낄 줄 모르는 구나.

       

       “기감이 잘 쓰면 근육 움직임 하나하나를 포착하는 것도 돼요. 커다란 게 움직이는 걸 파악하는 거야 쉽죠.”

       “쉽다고요? 그게요?”

       

       그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정도는 절정 수준의 무인이여도 가능한 일이다.

       

       아피스 속 나는 화경에 머무르던 시절이니 그대도 내 몸을 빌렸다면 어렵잖게 할 수 있어야 한다만.

       

       깨달음 없이 바로 경지를 부여받은 폐해인가.

       

       “와아. 화령님 정말로 아피스가 첫 VR게임 맞으세요?”

       “네. VR기기를 산 지 한 달이 안 됐어요.”

       “그런데 그런 실력을 지니셨단 거죠.”

       

       어째서인지 아이의 눈에 새겨진 호기심이 더 커졌다. 이제는 아예 반짝거리며 빛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재능의 원천을 묻는다면 답하기가 곤란해지는데. 어떻게 얼버무려야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해요! 어떤 식으로 연습을 하신 거에요?!”

       

       하린의 입에서 나온 건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그녀는 그저 순수히 감탄을 할 뿐 나에게서 사적인 무언가를 캐내려 하지 않았다.

       

       대신 무공에 관한 질문을 했다. 어떤 식으로 수련을 하면 나처럼 될 수 있느냐고.

       

       나처럼 되려면? 그리 추천하지는 못하겠구나. 내가 걸은 길은 피투성이인지라 현대의 인간에게 권할 만한 것이 못 된다.

       

       대신이라기는 뭐 하다만 기감의 수련법 정도는 알려줄 수 있다. 나는 가르침에 인색한 사람이 아니거든.

       

       작은 도움을 주겠다고 하린에게 말하자 그녀는 뛸 듯이 기뻐하며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내가 말한 것의 톨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대체 그녀에게 무공이란 게 무엇이기에 이리도 집착을 하는 것일까. 현대의 아해가 무공을 배워서 써먹을 곳이 있나?

       

       애초에 하린의 몸에는 내기도 없으니 현실에서 활용하지도 못할 터인데.

       

       잘 모르겠군. 뭐어. 내 알바가 아니기도 하지.

       

       설명을 해주려고 입을 열다가 멈칫했다.

       

       내가 지금 기감의 수련법을 한국어로 제대로 설명할 수가 있나? 방금 전 하린에게 이야기를 할 때도 어찌 말해야 하나 싶어 더듬거리며 말을 했는데?

       

       어느 무공 수련이 안 그렇겠냐만은 내기를 다루는 수련은 특히나 잘못이 있어선 안 된다. 주화입마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일이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벌어진다.

       

       어디까지나 아피스 속 육신으로 수련을 하는 거라지만 현실의 육체에 영향을 줄지 안 줄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시킬 순 없다.

       

       “하린 씨.”

       “말 편하게 하세요!”

       “음. 하린. 보다시피 저 한국어가 좀 서툴러서요.”

       “존댓말도 안하셔도 돼요!”

       

       미안하다만 무리다. 한국어를 하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게 존대인지라.

       

       “지금 당장 설명해 드리기 어려워요.”

       

       꿋꿋이 존대를 유지하자 하린의 표정에 아쉬움이 스쳤다. 방송에서 말하실 때처럼 근엄한 말투가 좋다는 투덜거림은 덤이었다.

       

       그거라면 그리 아쉬워 할 필요 없겠구나. 얼마 안 가 지겹도록 들을 테니까.

       

       “나중에 아피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아피스에서요? 정말요?”

       

       방금 전 아쉽다는 표정은 어디로 간 건지 하린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농담이라고 했다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데.

       

       장난을 쳐볼까 생각을 하다 그만뒀다. 이 나이를 먹고 아이를 괴롭힐 순 없으니까.

       

       “아피스 아이디가 어떻게 돼요?”

       “냥냥권법이라고 합니다!”

       

       냥냥권법이라. 재밌는 이름이구나.

       

       보통 고양이를 따라하는 권은 묘권이라 칭할 텐데.

       

       “친구 추가 보내주세요.”

       

       이것도 인연이니 말이다. 한 번 그대가 어찌 무공을 쓰는지도 봐주도록 하마.

       

       현대의 아해가 자체적으로 배운 무공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하니.

       

       “정말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하린을 만류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앞에 뚝배기 하나가 놓였다.

       

       부글거리는 붉은 색의 국물과 하늘 모르고 우뚝 서 있는 뼈. 그 위에 걸쳐진 시래기들.

       

       일단 생김새는 합격이었다.

       

       “하린아. 이 분이랑 무슨 이야기를 즐겁게 하고 있었니?”

       “내가 하는 게임을 하시는 분이라서.”

       “하긴 네가 게임 이야기 말고 뭘 하겠니.”

       “엄마!”

       

       여성과 하린이 무어라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조심스레 수저를 들고 국물을 한 모금 떠서 입 안에 넣었다.

       

       혀에 닿자마자 느껴지는 진한 국물의 풍미.

       

       칼칼하고도 고소한 맛이 어서 내가 수저를 움직이기를 강요했다.

       

       이건. 이건 밥이랑 먹어야 해!

       

       아직 온기가 그대로 남은 밥그릇을 열어 한 숟가락을 크게 펀 다음 국물에 푹 절여서 입 안에 넣으니 절로 키야. 라는 소리가 새 나왔다.

       

       이거 한 공기로 부족할 거 같은데.

       

       슬슬 고기를 건드려 볼까.

       

       커다란 뼈 하나를 손으로 집어 들었다. 손가락에 국물이 묻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단 고기를 빨리 먹는 게 중요했다.

       

       도대체 얼마나 잘 삶은 건지 뼈에 붙은 고기는 내가 이빨을 가져다 대기 무섭게 사르르 떨어졌다.

       

       입 안에 들어왔을 때는 아이스크림 마냥 녹아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에 든 뼈에 붙은 고기는 다 사라진 뒤였다.

       

       “화령님. 맛있어요?”

       “네. 엄청.”

       “저희 엄마 손맛이 좋거든요.”

       

       하린의 말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부모가 이만한 실력을 지녔다면 그럴 만 하지.

       

       나였다면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녔을 것이야.

       

       “한 번 고기랑 시래기랑 같이 드셔 보세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뼈에서 고기를 발라 시래기로 고기를 싸서 입 안에 넣었다.

       

       씹자마자 품고 있던 국물을 뿜어내는 시래기와 그 안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고기의 조합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이쯤에서 나는 하린이 앞에 있단 사실도 잊은 채 뼈해장국을 탐했다.

       

       이런 음식을 앞에 두고 어찌 다른 곳에 신경을 쓴단 말인가.

       

       턱에 휴식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음식을 밀어 넣다 보니 얼마 안 가 뼈해장국이 바닥을 드러냈다.

       

       양이 많았기에 배는 포만감으로 가득했으나 어째서인지 아쉬웠다.

       

       내 앞에 있던 보물이 사라져버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 맛있게 드시네요.”

       

       하린은 그리 말하며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물휴지를 내게 건네줬다.

       

       나중에 기회가 될 때 한 번 더 와야겠구나. 이런 곳에 한 번만 들릴 수는 없잖은가.

       

       하아. 하린의 부모가 이런 환상적인 것을 대접해 주었으니 나 또한 예의를 갖추어야겠지.

       

       조금 진심을 내볼까.

       

       *

       

       “내가 이걸 두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하린은 아피스에서 나를 만나자마자 호들갑을 떨어 댔다.

       

       커스터마이즈에 따라 차이는 있다만 그대도 나도 똑같은 캐릭터를 쓰고 있지 않나. 왜 그리 신이 난 것이야.

       

       그리고 말이다. 내 얼굴을 하고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지는 말거라. 너무 경박해 보이지 않느냐.

       

       “정말 영광이에요! 화령님이랑 친구 추가도 하고! 직접 가르침도 받고! 꿈인가요? 꿈이겠죠?”

       “내 직접 확인을 시켜 주랴?”

       “그 말투! 그거에요! 그거! 진짜 목소리 좋다. 귀가 정화되는 거 같아.”

       

       왜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정신이 피폐해 지는 것 같지.

       

       얼굴을 쓸어내리며 길게 숨을 들이켰다.

       

       진정하자. 가르침을 주러 온 것 아니더냐. 상승의 경지에 선 자로서 위엄을 보여야 할 터.

       

       “일단은 덤벼 보거라. 네 수준을 파악해야 하니.”

       

       이미 하린의 수준이 어떤지는 보였다. 몸 안의 내기를 운용하는 것만 보아도 무인의 수준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내 몸을 조금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화경의 끝에 이른 무인의 육신을 저렇게 밖에 쓰지 못하다니. 다른 무인들이 보면 탄식을 하겠구나.

       

       다 알면서 덤벼보라 한 이유는 그녀가 어떤 식으로 무공을 쓰는 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내기의 운용이 저런 식이라면 펼치는 무공 또한 정상적일 것 같지 않았다.

       

       “넵! 갑니다!”

       

       발을 딛는 것이 경쾌하구나. 무공의 근간을 쾌로 택했나.

       

       천마신공을 다루는 자들이 보통 중이나 강에 치중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꽤 특이한 해석이었다.

       

       빠르게 거리를 좁힌 하린은 공격을 하기 전에 우선 내 행동을 살폈다. 그리고는 내가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공격을 준비했다.

       

       신중함은 좋으나 과하게 신중하구나. 쾌를 다루는 이는 저래선 안 되지. 자신의 속도를 믿고 선을 넘나들 줄 알아야 할 터인데.

       

       하린이 사용하는 것은 권이었다. 이 또한 강보다는 쾌에 집중한 게 보였다.

       

       어디보자. 첫 공격은 떠보기고 뒤이어 날아 올 공격이 진짜인가.

       

       나름대로 의도를 꼬으려 한 게 보인다마는 저걸로는 부족하지. 조금만 눈이 좋으면 누구라도 눈치 챌 수 있잖느냐.

       

       허수로 날린 주먹을 붙잡은 다음 하린의 몸을 한 바퀴 빙 돌려 허공으로 던져 주었다.

       

       “끄아아악!”

       

       날개도 없이 비상하게 된 하린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얼마 안 가 중력의 흐름에 따라 땅에 덜어진 그녀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투정을 부렸다.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아 재밌지 않느냐?”

       “놀이기구치고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에 최신화 조회수가 500이 넘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너무 기쁘네요!
    언제나 독자님들덕에 행복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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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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