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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콰당.

       

        박형석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가는 조금 촉촉해진 것처럼 보였다.

       

        “어… 어떻게… 그…그런 말씀을!!!!”

       

        자신의 예상과는 완전히 정반대.

        오히려 원했던 것과 거리가 멀어진 상황이었다.

       

        ‘아무리 내가 모쏠 아다라고는 해도, 아무리 내가 매력이 없다고는 하지만…게이라니. 너무 한 거 아니야?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섭섭함과 정신적 충격이 밀려왔다.

        지금까지 수년간 이수아 덕질을 하면서 열심히 길드를 위해 노력을 해왔는데.

        정작 이수아는 자신을 게이라고 착각을 해버린 것이다.

       

        “제… 제가 모쏠이기는 하지만…여자들에게 인기가 없기는 하지만… 그… 그건 아니라고요!!!정말 너무 하시네요.”

       

        박형석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뛰쳐나갔다.

       

        ‘어…?’

       

        이수아는 방금 전에 벌어진 일에 대해 어안이 벙벙해진 상황이었다.

        완전히 넋을 놓고는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

       

        ‘뭐야…? 게이아냐…?’

        ‘그럼 뭔데…?’

        ‘도대체 뭔데?’

       

        더 혼란으로 빠져드는 중이었다.

        박형석이 엉망으로 해두고 간 자리를 주섬주섬 정리를 하며.

       

        ‘아니 그러면 백지훈 헌터는 게이도 아닌데 그냥 나한테 관심이 없어? 엉? 뭐야? 고자야? 뭐야?’

       

        심히 당황해진 상태였다.

       

        물론 이수아가 자신의 여성성을 뽐내고 다니거나 과한 자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백지훈의 태도에 대해 조금은 당황한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기가 매력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면 긁힐 수 밖에 없다.

       

        ‘아이 씨. 뭐야? 백지훈? 나한테 관심이 없어? 어? 매력이 없어? 어? 뭐지? 음?’

       

        그리고는 자신의 가슴을 물그러미 내려다 보았다.

       

        ‘하. 좀 더 모아야 되나…?’

        ‘좀 뽕을 넣어야 되나.’

        ‘뭔데? 뭐가 부족한 건데?’

       

        지금까지 살면서 이수아는 단 한번도 성적인 매력을 어필해보려고 시도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디폴트 값 자체가 높았으니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남자들이 매달리며 헤벌쭉했으니까.

       

        그런데 백지훈은 마치 자신에게 내성이라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사귀는 건가?’

        ‘아니. 내가 매력이 부족해?’

       

        점점 이수아의 생각은 한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 나도 나이도 먹고 그랬으니까 좀 어필은 해야하긴 하겠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아냐. 아냐. 이수아! 너 정신차려. 왜 그래? 너 답지 않아.’

       

        이수아는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잠시 동안 이상한 생각을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일에 집중해. 너. 그런 여자 아니라고. 자꾸 다른 거에 신경 쓸래?’

        ‘하지만… 자꾸 백지훈이 생각나는 걸 어떡하라고.’

        ‘게이도 아니라잖아?’

        ‘근데 왜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지?’

        ‘왜? 나 뭐 부족해?’

        ‘아니. 너 일에 집중하라고. 왜 그러는 거야. 할 일 많잖아. 그리고 너의 팀원이기도 하다고. 자꾸 딴 맘 먹을래?’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며 정신을 부여잡으려고 했다.

       

        오히려 백지훈의 태도가 이수아를 도발한 효과를 불러온 것이었다.

        이수아는 심각한 내적갈등이 시작되었다.

       

        ***

       

        “어?”

       

        방금 전 이수아의 모습을 본 A팀원들은 벙찐 표정으로 나를바라보는 중이었다.

       

        “뭐예요. 방금? 이수아 헌터님 그냥 지나간 거 맞죠? 제가 유령을 보고 있는 건가요?”

        “2일만에 지각했는데 그냥 놔줬어…? 왜?”

        “아니. 뭐야? 나는 5년을 지각안하다가 실수로 5분 늦었을 때 거의 죽을 뻔 했었는데?”

       

        다들 웅성웅성대며 내 쪽으로 모여들었다.

       

        “지훈 씨. 뭐예요?”

        “네?”

        “아니. 이수아 씨가 왜 백지훈 씨한텐 뭐라고 안하는 거예요?”

       

        다들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뭐야.’

       

        “수아 씨 오늘은 원래대로 다시 돌아왔었단 말이죠? 그래서 아침부터 부장님이…”

       

        다들 방금 전에 영혼이 탈곡되었던 부장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되셨죠. 그런데 왜? 백지훈 씨한테는?”

       

        분위기는 반반이었다.

        절반은 부럽다는 눈초리, 절반은 수상하다는 눈초리.

       

        “지훈 씨. 솔직히 털어놔봐요.”

        “네?”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다들 눈치를 챈 건가.

        내가 이수아의 상태이상을 해결해준 것을?

       

        “이수아 헌터님한테 뭐 빌려줬어요? 이수아 헌터님이 크게 빚졌나? 아니면… 혹시 둘이 사귀어요?”

        “흐에에에엥.”

        “허어어어얼.”

       

        모두들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에? 아니요. 아니요. 그게 무슨 소리세요.”

       

        갑자기 벼락맞는 소리에 손사레를 쳤다.

       

        ‘무슨 만난지 2일만에 사귀어. 게다가 계급이나 사회적 지위 차이도 엄청 나는데. 이수아랑 별 말도 못해봤다고.’

        ‘그저 상태이상을 치료해줬을 뿐이야.’

       

        나는 고개도 절레절레 흔들었다.

        덩달아 얼굴이 빨개졌다.

        갑자기 이상한 전개가 되어버렸기에.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이수아 씨의 상태…”

        “사귀는 거네. 맞네. 그러네. 저거 봐. 얼굴 빨개진 거 봐.”

       

        내가 미처 해명을 하기도 전에 단정을 짓는 모습이었다.

       

        ‘아니. 완전 말도 안되는 말을 하잖아.’

       

        “와. 도대체 어떻게 2일만에 이수아 헌터를 굴복시킨 거예요? 이수아 헌터 완전 철벽녀로 유명한데?”

        “굉장하시다.”

       

        짝짝짝.

       

        누군가는 박수를 쳐대는 것이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지금 뭔가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저희는…”

        “역시 그랬구나. 그래서 회식 날에도 그렇게 즐거워 보이셨던 거구나. 그날이 첫날이네 1일.”

        “아니. 저기…”

        “와…축하해요.. 사내 연애를 그럼 입사한 첫날부터 한 거야? 우리 회식 첫날 하지 않았나?”

        “제가 단지 이수아 헌터의 상태 이…”

        “그럼 이수아 헌터는 뭐 첫날 던전 공략 때 뻑 간건가? 그런가? 그럼 메두사 내성 스킬 때문에 뻑간 거네? 아이고. 나도 올려둘 걸.”

       

        도저히 아무도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자기들끼리 떠들어대며 히히덕 거릴 뿐이었다.

        그들에게는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단지 그냥 이 상황이 재미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이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죄송한데. 아니에요.”

        “그럼 우리 수아 씨 이제 성질이 확 죽는 건가? 원래 여자들은 남자 사귀면 부드러워지잖아? 욕구 불만도 좀 해소하면서? 그치?”

       

        자기들끼리 꺄르르 대며 웃는 것이었다.

       

        “아니. 아니라니까요. 그 얘기 들으면 이수아 헌터님이 오히려 당황하고 난감하시겠어요.”

       

        나는 분명 아니라고 자꾸 얘기하지만 이미 기정사실화가 되는 느낌이었다.

       

        ‘아 씨. 이거 뭔데? 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건데?’

       

        “백지훈 씨. 도대체 비법이 뭐예요? 나도 좀 알려줘봐요. 5년을 옆에서 지켜봐왔는데 도저히 빈틈이 없었거든?”

        “아이고. 과장님. 또 헛소리 하시네. 자꾸 그러시면 사모님께 일러 바칩니다?”

        “정말로 사귀는 거 아닙니다. 이상한 소리하시면 안돼요.”

       

        또각또각.

       

        팀원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와중에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뭐하세요? 뭐 그리 즐거운 일 있으신 거에요?”

       

        이수아였다.

        아까 후다닥 어디론가 가버리더니 금세 되돌아 온 것이었다.

        좀 더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엇. 수아 씨.”

       

        다들 이수아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후다닥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뭔데요? 저도 얘기해주세요.”

       

        이수아는 잔뜩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아잇. 그게 말이에요. 우리 백지훈 씨가 우리 길드에 입사해서는 곧바로 누구랑 사귀었다지 말이에요? 우리는 그게 누군지 알지만~본인이 밝히기 싫어하겠죠? 크큭.”

       

        과장님이 아주 신난 표정으로 이수아 헌터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네…????”

       

        이수아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더니 팀원들과 나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는 것이었다.

       

        ‘아니. 잠깐만 너가 거기서 그렇게 반응하면 어떡해!!’

       

        “저기. 아니에요. 아니에요. 지금 다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완전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었다.

        모두들 이수아의 행동을 보고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수아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부끄러운건지 화난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

       

        “와. 맞네. 맞아. 이수아 헌터님 방금 인정한거잖아? 와…”

       

        이수아 헌터의 사무실 문이 닫히자, 다들 기립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축하해요. 백지훈 헌터. 축하합니다. 우리 A팀. 드디어 사내 커플이 생겼네요. 짝짝짝.”

        “아니. 사내 연애 하지 말라고 이수아 헌터가 그랬잖아? 근데 자기가 1호네? 나 원 참.”

        “아니. 진짜 아닙니다. 잠시만요.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내 말은 철저히 씹혔다.

       

        ‘아니. 지금 도대체 뭐야.’

       

        갑작스럽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모두들 단단히 오해를 해버린 상황.

       

        그냥 상태이상을 풀어줬을 뿐이다.

        그리고 이수아는 그에 따라 기분이 좋았던 것 뿐인 것 같고.

        그게 끝이잖아?

       

        ‘하…’

       

        나는 완전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 형 저 좀 봐요. ]

       

        그리고는 갑자기 날아온 형석이의 메세지.

       

        ‘뭐야. 얜 또 왜 이래. 무슨 일 있나?’

       

        점점 대환장 파티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

       

        ‘아니 뭐야? 백지훈?’

       

        자신의 사무실 문을 쾅 닫은 이수아는 문에 곧바로 기댄 채로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누구랑 사귀어? 아니. 왜? 언제? 누구랑?’

        ‘그 사이에?’

        ‘와… 그랬던 거였어?’

        ‘그래서 나한테 철벽쳤던 거였어?’

       

        조금씩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 여자친구가 있으면 그럴 수 있어.’

        ‘나는 왜 두근댔던 거야?’

        ‘아니. 근데 도대체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사귄 거야?’

       

        일단은 누군가와 사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튕겨냈다는 점에서는 좀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백지훈에 대한 생각을 떨쳐낼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수아. 정신차려. 백지훈은 남의 남자야. 어째서 자꾸 생각을 떠올리는 건데!!’

       

        자신의 양 볼에 손바닥을 대고는 집중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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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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