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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이 씨팔!! 기업의 개새끼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들어오…!! 컭?!”

         

         미사일 런처…? 바주카포? 뭐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중동 테러리스트나 쓸 법한 요술봉을 조준한 페인킬러 조직원의 목에 바람구멍이 났다.

         놈은 목을 부여잡고 휘청이다가… 이내 들고 있던 중화기와 함께, 창문밖으로 떨어져서 지면과 충돌했다. …부디 죽었기를 바란다. 아까 좀비처럼 팔만 움직이던 놈에게 총맞을 뻔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하다.

         

         콰아아아앙—!!

         

         “미친…?!”

         

         주변 건물 안에는 범죄자들이 가득했으니 완전 파티장 한복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 7번가 담당한 새끼들 누구야?! 우리 쪽으로 로켓 날리는 십새끼들 당장 안 처리하면 나중에 일끝나고 죽여버릴 줄 알아! 이미 뒈졌어도 또 죽여버린다!! –

         

         – …여기는 7번가 제압팀, 방금 막 건물 청소를 대충 끝냈다. 아직 내부로 진입도 못 했으면서 입만 산 팀은 5번가 쪽인가? –

         

         예리한 누군가가 잘 틀어막았다고 여겼는데 어딘가에서 견제를 실패한 팀이 있었는지 우리들을 엄호해주던 든든한 포탑 하나가 또 터져 나갔다.

         

         잔뜩 열 받은 용병들의 고함이 통신 채널에 난무한다. 특히나 이동중에 발생한 최초의 교전, 정확히는 페인킬러에게 일방적으로 기습당했을 때 허망하게 팀원을 잃어버린 우리 옆 쪽 용병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아이보리 누님…! 괜찮아?!”

         

         “완전 멀쩡하니까, 호들갑 떨지마…! 그리고 왜 너까지 갑자기 누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그야… 누님이니까?”

         

         자기가 말하고도 웃겼는지, 사이좋게 차량 뒤에 엄폐한 채로 호레이쇼와 도미노가 마구 웃어댔다. 오멘도… 말은 없었지만 교묘하게 내 쪽으로 총알이나 파편 같은 게 튈 만한 경로를 몸으로 막아주는데… 단순한 팀원 대접을 넘어 동료로 대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도 참 나지만, 얘들은 뭘 보고 이렇게 사람을 쉽게 믿는건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크게 넘어져봐야 정신을 차리지.

         

         “야!! 데어데블 팀! 회수팀…!! 씨발, 거기서 쳐놀고 있지 말고 손 좀 보태 봐…!! 오멘이 나서면 저 입구 정도는 그냥 뚫어버릴 거 아냐!”

         

         “으하핫!! 그럼 댁은! 일도 안 하고 크레딧만 쏙 타가게?”

         

         “…흥! 회수팀은 무력화가 끝나기 전까지는 돌입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우리 팀 해커가 다치면 네놈이 책임질 것도 아니잖나?”

         

         “이런 씨벌…!”

         

         드르르륵…!!

         

         정식 명령이 하달되기 전에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이쪽 팀원의 태도에, 용병이 쌍욕을 퍼부으며 교전을 계속했다. 사망자는 안타까웠지만 대장 노릇을 하기엔… 다 똑같이 고용된 몸인지라 설득력이 없었다.

         

         위이잉…!

         콰가가가가각—!!

         

         어느새 7번가 쪽에 배치되었던 포탑 차량이 5번가 앞으로 와 발생한 화력 공백을 메꿨다.

         

         7번가는 제압완료. 6번가는 아직 반항하는 범죄자들을 정리 중. 5번가는… 배정된 제압팀의 손실로 인해 대치 중. 그래도 남은 용병이나 이동 포대들을 보면 전력차가 절망적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포기할 만도 한데 적들의 저항은 정말 만만치 않았다.

         

         포탑이 작동할 때는 몸을 숨기고, 제압사격이 느슨해진 사이 용병들이 입구로 들어서려 하면 득달같이 응사한다.

         국제법이나 제네바 협약도 사라진 마당에 순순히 항복하는 그림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 새끼들은 이상할 정도로 기업을 적대하는데, 피를 보는데 주저가 없었다.

         

         …이쯤 되면 견적이 얼추 나온다.

         엑사테크제 다연장 포탑에 백명에 달하는 용병들? 빈민가에 보내는 것 치고는 과잉전력? 폭발에 개작살 나서 엄폐물 역할도 제대로 못해주는 트럭들을 보고 있으려니 그냥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병력-지출-만 투자해서 뽑아 먹겠다는 거지…!

         

         – 6번가 건물 지하에서 벙커 해치(Bunker Hatch) 같은 곳으로 숨어들던 적을 사살했다. 안쪽에는…… 꽤 넓은 통로가 있다. 제압 작전을 속행하겠다. –

         

         – …망할. 7번가에서도 비슷한 걸 발견했다. 잠긴 문을 절단하는 대로 곧바로 들어가겠다! –

         

         목표를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통신은 없고 늘어질 전투를 예고하는 비보만 들려왔다.

         

        역시… 상당히 본격적인 조직이다.

         깊은 곳에 꽁꽁 감춰져 있는 게 아마도 마약제조실과 은신처. 나란히 붙어있는 외부 건물들을 모조리 점거해서 실체를 숨기고, 탈출구 겸 통로도 여기저기에 만들어 대비해둔 게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목표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파라다이스는, 이런 지연을 용납하지 않았다.

         

         – …회수팀도 제압팀을 도와서 5번가를 빠르게 정리하고 지하로 들어가도록. 도중에 해커를 잃지 않도록 주의하고. –

         

         – 예이~…. –

         

         기어코 떨어진 명령에 호레이쇼는 힘 빠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가족이나 동료의 진심 어린 염려와 다르게, 장기말이 제 역할을 다 하기전에 죽을까 봐 해주는 걱정은 나 또한 달갑지 않았다.

         

         “자… 그럼 어디….”

         

         “…흥! 너희 둘은 아이보리나 지키면서 따라오도록. …선두는 내가 서지.”

         

         “…에?”

         

         아무튼지 간에 일할 시간이 되었다 여기고 움직이려던 찰나, 오멘이 한발 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그가 품 안을 뒤적거리자 귀를 틀어막고 싶은 금속음과 함께 뭔가가 꺼내졌다.

         

         끼기긱…!

         

         장갑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금속으로 이루어진 부위가 많은 그건 무슨 건틀릿에 가까웠다.

         다른 보호구는 어쩌고 손에만 저런 걸 끼는 걸까… 나는 잠시 고민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저거노트에게 팔이나 다리에 끼는 장비는 방어구가 아니라… 일종의 무기였다.

         

         “시시한 놀이가 되겠군…!”

         

         아군 포탑의 맹공을 멈추자마자 오멘은 차분히, 하지만 압도적인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탁 트인 도로를 무방비하게 건너는 자살 지원자를 보는 페인킬러 조직원들의 표정이 비웃음으로 일그러졌지만… 그 조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쿵… 쿵…!

         

         “어… 어…??”

         “무슨 사람 크기가…! 로봇인가?!”

         

         포탑을 적재한 트럭 머리부분보다도 큰 거체가 점점 가까워지니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다.

         원근감이 잘못된 것 같은 그 혼란은 나도 겪어봐서 잘 안다. 그러니까… 명복도 미리 빌어주겠다.

         

         “무슨 구경 났냐?! 쏴! 씨발, 병신 머저리들아 쏴…!!”

         

         탕! 타당!!

         드가가가각…!!

         

         소형 권총부터 기관총까지, 각양각색의 총구가 오멘에게 겨눠진 채로 불을 뿜었다.

         그의 마스크에 꽂힌 앰플이 부글거리면서 조금씩 빨려 들어간다. 한참 늦었지만 격렬한 환영인사가 마음에 쏙 든 듯 그는 한 손을 들어 눈가만 가린 채로 속도를 올렸다.

         

         쿵! 쿵! 쿵!!

         

         “미… 미친……?”

         

         표적이 큰 만큼 거의 쏘는 족족 명중, 입은 옷에도 구멍이 숭숭 뚫렸다. 그러나 어떤 탄환도 온갖 화합물로 강화된 저거노트의 피부를 뚫지는 못했다.

         빗맞은 탄환은 그대로 튕겨져 날아갔고, 정통으로 박힌 탄환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찌그러진 채 땅바닥에 떨어졌다. 놈들의 화력과 탄종 모두 전차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철컥… 하고 뒤늦게 요술봉이 겨눠졌지만 이미 발사각은 사라진지 오래. 덩치에 걸맞은 골격과 근육을 지니고 있으면 속도도 빠른 건 상식입니다…?

         

         뒤져라! 이 버러지들아…!!”

         

         호텔에서 보여줬던 격식이나 배려는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구태여 고개를 숙이거나 몸을 굽히지 않고. 오멘은 5번가 전체를 뒤흔들며 안으로 진입했다.

         

         콰아아아앙—!!

         

         무슨 폭탄 터지는 굉음과 함께, 안 그래도 포격으로 인해 헐거워진 건물 입구가 안쪽으로 뜯겨져 나갔다.

         

         뿌연 흙먼지가 피어 오른다.

         

         안쪽으로부터 비명과 총성이 만발하고, 진짜 말그대로 반으로 접힌 조직원이 간헐적으로 밖으로 내던져진다.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다지 엮이고 싶지 않았던 몇몇은 3층이고 4층이고 가릴 것 없이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다가… 뒤따르는 제압팀에게 그대로 맞아 죽었다.

         

         원거리에서는 일방적으로 맞아야 한다는 단점 때문에, 완전 파워 타입 빌드는 원래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지만… 막상 무지막지한 성능을 보니 살짝 후회가 몰려온다.

         시술비와 유지비가 막대하더라도 저런 일이 가능하다면….

         

         “저희도 슬슬 가볼까요, 누님?”

         

         “…뭐? 어딜?”

         

         “야, 호레이쇼. 즉응력은 니가 훨씬 더 좋으니까 누님은 내가 모시고 있을게.”

         

         “으으음…. 그건 어쩔 수 없지!”

         

         내가 되묻거나 말거나, 녹턴 도미노는 흡입기(Inhaler)처럼 생겨 먹은 약을 꺼내서 입에다 대고 쭉 빨아들였다. 그러자… 퀭해 있던 그의 안색과 눈초리가 날카로워진다.

         

         전투 전에 복용하는 적당한 양의 각성제는 역사적으로도 그 효과가 증명된 수단이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저렇게 극적으로 바뀌는 건 분명….

         

         “?! 자… 잠깐만!!”

         

         갑자기 내 발이 지면에서 떨어진다. 팔을 허공에 휘젓다가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배쪽에 딱 붙였다.

         깡마른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솟아난 건지, 도미노는 한 손으로 내 허리를 휘감아 들어올려 자신의 옆구리에 끼었다.

         

         확신이 섰다. 이건 약에 취해 있는 동안 모든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약쟁이 특성이다.

         …어떻게 처음 만난 팀원이 이렇게 하나같이 개성이 넘치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개성이 넘치기에 살아남고 성공한 건가…?

         

        “혀 씹지 않게 조심하십쇼…!”

         

         “!!”

         

         멀쩡했던 시야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달리는 지하철 풍경처럼 모든 형체가 뒤로 잡아 늘려지며 실선으로 변한다.

         주어진 충고에 따라 재빨리 입을 다물지 않았다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 …!

         

         “컥?!”

         “그륽….”

         

         먹먹한 청각과 흐릿한 시계 속에서도, 어느새 두 번이나 방아쇠가 당겨진 도미노의 대구경 권총과 아직 오멘의 보살핌이 닿지 않은 고층으로부터 떨어져 내리는 두 조직원의 몸뚱어리는 똑똑히 보였다.

         

         한쪽 팔에는 사람을 안은 채로 달리면서 지향사격한 게 백발백중?

         사격 보조용 임플란트를 박은 게 아니라면 내 사격 솜씨로는 감히 명함도 못 내밀겠다.

         

         “……우웁!”

         

         짧은 여행이 끝나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목 끝까지 무지개(…)가 차올랐다.

         

         “…! 도미노! 지하로 후딱 가자. 오멘 새끼 아주 난장판을 만들어 놨네…!”

         

         ‘아니… 일단 제발 좀 내려줘…!’

         

         내가 헛구역질을 한 이유가 빨간 페인트와 선홍색 뼛조각으로 새단장을 마친 내부 풍경 때문이라고 여겼나 본데… 그냥 사람을 물건처럼 들고 뛰면 누구라도 이렇게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 입을 열면 말 대신 다른 게 튀어나올 것 같아서 예의상 참았을 뿐이다. 절대로, 그들의 실력을 보고 쫄은 게 아니다…!!

         

         파지직거리며 단선된 회로판을 드러낸 엘리베이터는 내버려두고, 간신히 내 발로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간다.

         선행한 제압팀이 여태까지의 울분을 풀어낸 듯, 계단 여기저기에는 쓰러진 조직원들의 시체가 방치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상태가 이상했다.

         

         “…….”

         

         피부를 찢고 나오려는 것처럼 튀어나온 혈관은 푸른빛을 띠고 있었고 그들의 눈도….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필요이상으로 흐리멍텅했다.

         

         마약 조직원들 답게, 독한 약이라도 빨고 나와서 겁도 없이 항전한 모양인데… 그럼 약의 효과를 뛰어넘은 공포를 불러일으킨 우리 인간전차님은 대체…?

         

         “……왔나? 회수팀.”

         

         “엄밀히 따지면… 결국 우리가 그쪽보다 먼저 들어가줬지. 존나 감사하라고!”

         

         “……개씹새끼.”

         

         임무목표로 향하게 해줄 해치 도어가 존재하는 지하실에 도착하니, 고화력 버너로 열심히 입구를 자르고 있던 제압팀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오고 가는 말은 절대 곱지 않았지만 일이 획기적으로 진행된 것에는 큰 불만이 없어 보였다.

         

         치이이이이이익—!!

         

         “”…….””

         

         하지만 대화는 그걸로 종료. 간간히 들려오는 다른 건물 쪽 팀들의 교전 소식에 초조함만 키우며 하릴없이 불길만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계단에서 쿵쿵거리는 울림과 함께 선봉장 오멘이 귀환했다.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불 피워 놓고 소꿉놀이라도 하나?”

         

         “……밑으로 통하는 길이 아직 덜 열렸다. 이걸 당장 열려면 벙커버스터(Bunker Buster : 지하 벙커나 구조물을 파괴하기 위한 미사일)라도 들고 와야 할거야.”

         

         단순히 빈 영양제 병을 마스크에서 뽑아서 버리고 새 앰플을 꽂아 넣는 동작에도 일부 용병들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그리고… 이상한 곳에서 자극받은 오멘도 반응했고.

         

         “벙커버스터? ……거기서 비켜라.”

         

         “……뭐?”

         

         제압팀 팀장은 되물었고, 굵직한 저음에 작업하던 용병은 화들짝 놀라 버너를 치우고 물러났다.

         방금 막 추가한 새 영양제에 거품이 일면서 조금씩 줄어들고 오멘의 팔뚝에 힘줄이 미친듯이 치솟았다.

         

         “와…….”

         “…이런 미친.”

         

         쾅!! 끼기기기기긱—!!

         

         천장에 닿았던 주먹이 바닥에 내리 꽂히자 해치 주변 바닥이 완전히 분쇄됐다.

         그렇게 생겨난 틈새로 그는 손가락을 집어넣고…. 그래, 마치 통조림 뚜껑을 따듯 내 손바닥 길이는 돼 보이는 강판을 꾸깃꾸깃 말아버렸다.

         

         더 지껄일 할말이 있으면 어디 해보라는 태도로 오멘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저거노트 시술이 얼마가 필요하더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aprmald 님의 관대한 15코인 후원!
    Jack Pen 님의 관대한 10코인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원래는 가능하면 모든 댓글에 대댓글을 달아드리는데, 지금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그만….
    일단 후딱 자고 컨디션 회복부터 해보겠습니다…. 달아주시는 모든 댓글과 추천, 부족한 저에게 다 너무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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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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