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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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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 바실리스크】는

         

        1. 【그린 이구아나】

        2. 【바다 이구아나】

        3. 【큰갑옷도마뱀】

        4. 【물왕도마뱀】(「소룡등천보」, 상급 내단의 조각 섭취)

        5. 【악어왕도마뱀】(「용조수 」, 상급 내단의 조각 섭취)

        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개다.

         

        물왕도마뱀과 악어왕도마뱀.

         

        왕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만큼 이 녀석들이 도마뱀 테크트리의 거의 막바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고민이 된다.

         

        둘 다 장단점이 있을 텐데, 확실히 기억나지 않았다.

         

        가만, 그러고 보니까 나 야생의 눈 레벨이 올라갔잖아.

         

        한 번 봐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

        【물왕도마뱀】

         

        보통 1.5~2m까지 자라고 최대 3.5m까지 자라는 거대한 도마뱀입니다.

        체중은 수컷을 기준으로 최대 50kg까지 나갑니다.

        수영에 익숙한 도마뱀으로 날카로운 발톱으로 땅굴을 파거나 나무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좋다.

         

        내가 지금까지 본 도마뱀들의 장점만 오려 붙여 만들어진 녀석 같다.

         

        괜히 왕이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니구나.

         

        물왕도마뱀은 이 정도고, 악어 쪽은 어떨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

        【악어왕도마뱀】

         

        보통 1.5~2.5m까지 자라고 최대 4m까지 자라는 거대한 도마뱀이지만, 꼬리의 길이가 전체 몸길이의 2/3을 차지합니다.

        체중은 수컷을 기준으로 최대 15kg까지 나갑니다.

        나무 위에서 주로 서식하는 만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으며 수각류를 연상케 하는 이빨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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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쪽도 꽤 괜찮았다. 길이는 물왕도마뱀보다 길지만, 전체적인 체급은 작았다.

         

        꼬리가 길기에 어느 정도 뻥튀기된 탓이 있다. 무게만 따진다면 물왕도마뱀과 3배 넘게 차이가 난다.

         

        확실히 체급이 밀린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바로 이빨과 발톱이다.

         

        특히 수각류를 연상케 한다는 이빨.

         

        공격력만 따진다면 물왕도마뱀보다 한 수 위일 거다.

         

        체급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기에 두 종이 싸운다면 물왕도마뱀이 이기겠지.

         

        하지만 난 둘 중 누가 이길지 베팅하는 게 아니다.

         

        나와 더 잘 맞는,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극대화할 녀석을 골라야 한다.

         

        씁…. 되게 고민되네.

         

        차라리 선택지에 코모도가 있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을 텐데.

         

        독공을 수련했으면 코모도로 진화할 수 있었으려나.

         

        코모도 도마뱀은 격이 다르다.

         

        다른 녀석들의 영문명은 각각 워터 모니터, 크로커다일 모니터쯤 되겠지.

         

        여기서 모니터는 감시자를 뜻한다.

         

        뭘 감시하냐고?

         

        왕도마뱀들의 경쟁 상대이자 천적인 악어.

         

        부모가 없는 틈을 타 알을 깨부숴 미래의 경쟁자들 제거하는 게 왕도마뱀의 생존 전략 중 하나다.

         

        그 때문에 악어가 없는 타이밍을 귀신 같이 알고 있고 원주민들은 왕도마뱀을 보고 악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감시자, 모니터라는 이명이 붙은 거다.

         

        감시자. 언뜻 보면 멋있긴 하다.

         

        그러나 코모도보단 아니었다.

         

        왜냐면, 이 녀석은 코모도 드래곤이라고 불리니까.

         

        같은 왕도마뱀이지만 격이 다르다는 소리다.

         

        비어비드 드래곤과 달리 코모도는 진짜 드래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고 강하다. 게다가 독도 가지고 있고.

         

        아쉽긴 하지만, 이 왕도마뱀들도 나쁘진 않으니까.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덩치가 더 큰 체급의 물왕도마뱀이냐, 공격력이 높고 가벼운 악어왕도마뱀이냐.

         

        내 선택은 바로.

         

        ‘악어왕도마뱀.’

         

        악어왕도마뱀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의 나는 두 발로 서서 생활하고 있다.

         

        전투도 그렇고 빠르게 뛰어야 할 때도 그렇고.

         

        물왕도마뱀으로 진화한다면 두 발로 뛰는 게 힘들지도 모른다.

         

        바실리스크의 긴 꼬리를 잃어 한동안 균형을 못 잡을 수도 있고.

         

        반면에 악어왕도마뱀은 바실리스크와 유사한 체형에 여기저기 살을 덧붙인 것과 같았다.

         

        이전의 전법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거다.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극대화.

         

        악어왕도마뱀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뚜둑.

         

        하얀 알이 전신을 감쌌다.

         

        뿌드득.

         

        시작됐다.

         

        온몸의 뼈가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듯, 빠르게 자랐다.

         

        뚜두둑.

         

        게코 도마뱀 때와 비교할 수 없었다.

         

        체격이 커진 만큼, 뼈의 성장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뿌드드득.

         

        그 위에 순서대로 덮이는 살과 가죽.

         

        마지막으로 올라온 건, 다름 아닌 비늘이었다.

         

        바실리스크 때는 가지고 있지 못했던 마치 갑주와도 같은 악어왕도마뱀의 비늘.

         

        쩌저저저적!

         

        날 가둔 알이 깨졌다.

         

        [축하합니다! 【그린 바실리스크】가 【악어왕도마뱀】으로 진화했습니다.]

         

        【악어왕도마뱀 LV1】

        HP: 200/200

        MP: 50/50

        【칭호】

        「거미에게 사랑받는 자」

         

        혀를 날름거리면서 알에서 빠져나왔다.

         

        온몸에 힘이 넘친다.

         

        시야부터 달라진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이 동굴도 느낌이 다르네.

         

        상태창아, 근데 혹시 뭐 잊은 거 없니?

         

        [「벽 타기 LV 5」가 「벽호공」으로 진화합니다.]

       

       뭐 하나 주긴 하는구나.

         

        첫 진화보단 좀 짜게 주는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잘 쓸게.

         

        진화가 끝났다.

         

        이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알껍데기를 게걸스럽게 삼켰다.

         

        콰득!

         

        알맹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꽤 별미였다.

         

        열량은 어느 정도 보충됐지만 아직 배를 채우기엔 부족하다.

         

        에피타이저는 끝났으니 메인 메뉴를 먹어야겠지.

         

        오늘의 식사는?

         

        노래기(상), 노래기(하) 더블 믹스!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주 예쁘게 반으로 잘라뒀다.

         

        그렇게 커 보였던 노래기가 이제 작아 보인다.

         

        내 덩치가 정말 많이 커진 탓이다.

         

        진화하기 전이 약 70cm 정도.

         

        여기에 꼬리가 50cm 정도 됐으니, 몸길이는 20cm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최소 1.5m다. 꼬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굉장히 크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몸도 많이 두꺼워졌고.

         

        텁.

         

        우적우적.

         

        먹는 소리도 남달라졌다.

         

        그렇게 힘들게 부숴야 했던 노래기의 갑주가 쉽게 박살 났다.

         

        놈이 죽은 탓도 있겠지만 내 악력과 치악력이 강해진 덕이 클 거다.

         

        뚜둑.

         

        꿀꺽.

         

        뚜두둑.

         

        꿀꺽.

         

        노래기 정식을 전부 먹어 치웠음에도 아직 출출하다.

         

        그래도 아사할 정도는 아니니 다음으로 급한 걸 해결해야 할 거다.

         

        찰팍찰팍.

         

        웅장한 소리를 내며 물웅덩이로 기어갔다.

         

        고여 있는 물이라 마시기가 찝찝하긴 했지만, 나는 십독불침이니까 별일 없겠지.

         

        벌컥벌컥.

         

        그렇게 목을 축이다, 물웅덩이에 어렴풋이 비친 내 모습을 살펴봤다.

         

        이게 나?

         

        밝은 초록색 피부는 어두운 청록색이 되었다.

         

        조명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전보다 어두워진 건 확실하다.

         

        눈의 색도 푸른색에 가까운 것으로 바뀌었고.

         

        톡 튀어나온 이빨이 아주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이제 어딜 가서 주름 좀 잡을 수 있을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이 모습에 맞는 근엄한 울음소리를 내보자.

         

        “게게겍!”

         

        …응?

         

         

        *

         

         

        게코왕도마뱀이 된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하도 게겍거리는 울음소리를 자주 내다보니 그게 습관이 된 거다.

         

        다른 울음소리도 낼 수 있다.

         

        “그어어….”

         

        …좀 별론데.

         

        약간 좀비 같기도 하고.

         

        “커엉!”

         

        이게 뭐야.

         

        아냐, 울음소리가 이상하면 어때.

         

        나는 악어왕도마뱀인데.

         

        악어왕도마뱀을 막을 수 있는 건 없다.

         

        이 동굴의 왕과 같은 존재가 된 거다.

         

        아직 출구를 찾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입구의 벽을 타고 나가는 게 가능하다.

         

        촤앙!

         

        내 발톱을 봐라.

         

        이 발톱으로 탈출하지 못할 리가 있겠나.

         

        물론 이 발톱은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진화를 하면서 얻은 무공, 벽호공이 핵심이었다.

         

        벽호공의 원래 이름은 벽호유장공(壁虎遊牆功)이다.

         

        호랑이가 벽을 타고 난다.

         

        대충 이런 뜻이다.

         

        …라고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다.

         

        이 무공은 호랑이의 움직임을 뜻하는 게 아니다.

         

        호가 호랑이를 뜻하는 건 맞는데 벽호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벽호가 무엇이냐면, 바로 게코도마뱀이다.

         

        “게게겍.”

         

        벽호공은 게코도마뱀과 같이 벽에 붙는 무공이다.

         

        즉 이 무공은 나를 위한 무공이다.

         

        언제든지 이 동굴 밖으로 탈출할 수 있다.

         

        물론 지금 당장 탈출할 생각은 아니었다.

         

        저 입구로 나가면 바로 늪지대가 나올 거다. 그리고 그건 카이만과 마주친다는 뜻이다.

         

        적어도 이 몸에 익숙해진 후, 카이만을 잡을 계획을 짜고 나가야 한다.

         

        이 동굴에서 내가 가지 못한 곳이 몇 군데 있다.

         

        하나는 티타노보아의 둥지로 추정되는 장소고 다른 하나는 동굴의 출구다.

         

        전자는 위험해서 가지 않았고 후자는 위치를 몰라서 가지 못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소.

         

        저 위에서 떨어질 때 잡은 실오라기.

         

        그 실오라기는 자연적인 무언가라고 생각하기엔 애매하지.

         

        이 동굴 자체는 특이한 곳이다. 무공이 그려진 벽화도 있고 엄청 센 여자도 출몰하고 이무기도 도사리고 있는 공간이다.

         

        내가 잡은 그 실오라기가 있는 장소에 분명 뭔가 있을 거다.

         

        좋아, 가보자.

         

        “게겍!”

         

        ….

         

        “커엉!”

         

        타다닷!

         

        벽을 빠른 속도로 기어 올라갔다.

         

        날카로운 발톱이 바위를 두부처럼 뚫었다.

         

        벽호공의 묘리로 발에 묘한 흡착력이 생겨 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에 큰 문제는 없었다.

         

        콰각.

         

        텁.

         

        그렇게 한참이나 등반을 하던 내 시야에, 그때 보았던 실오라기 같은 게 보였다.

         

        실이었다.

         

        그것도 오색실.

         

        잽싸게 몸을 날려 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쿵.

         

        그 장소에는 또 다른 굴이 이어져 있었다.

         

        돌로 된 두꺼운 문이 굴의 입구를 가로막고 있어 들어가는 건 힘들어 보였다.

         

        …이곳의 모습을 보니 딱히 들어가고 싶지도 않아졌고.

         

        오색실과 짚단 인형이 여기저기 놓여 있고 석문에는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응. 건들면 괜히 이상해질 거 같네.

         

        막 저주 같은 게 씌고 그러겠어.

         

        그래도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니 눈으로 보기만 할까?

         

        뭐, 별일이야 있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거리 유지는 철저히 했다.

         

        악어왕도마뱀인 내가 쫄아서 그런 건 아니고, 안전거리 유지는 필수적인 덕목이기 때문이다.

         

        일단 곳곳에 한자들이 쓰여 있었다.

         

        내가 읽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가끔 보이는 하늘 천 자 정도만 읽을 수 있는 정도.

         

        저건 독 독 자일려나.

         

        좋아.

         

        볼 건 다 봤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쫄아서 그런 게 아니다.

         

        저 석문이 굳게 닫혀 있는데 내가 어떻게….

         

        끼익.

         

        석문이 열렸다.

         

        ……너 왜 그래.

         

        나 무서워.

         

        아냐, 그래도 나한텐 위기 감지가 있잖아.

         

        얘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 보면 괜찮겠지.

         

        슬쩍 들어가서 보기만 할까?

         

        뒤를 돌아서 긴 꼬리를 천천히 넣었다.

         

        한동안 휘적거렸음에도 딱히 반응은 없었다.

         

        좋아. 한번 들어가 보자.

         

        이 정도면 기연일 게 분명하다.

         

        굴 안에 들어가자마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안에는 수많은 벌레의 사체가 있었다.

         

        이렇게 봉인되고 많은 시간이 지났음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다행인 건가, 괜히 싸울 필요도 없이 안에 든 알맹이만 빼먹을 수 있으니까.

         

        뭐가 나를 기다리려나.

         

        영약이랑 내단이 있으면 좋겠다.

       

       슬슬 하나 먹을 때가 됐긴 했지.

         

        그렇게 행복회로를 굴리고 있을 때, 내 눈에 희멀건 무언가가 보였다.

         

        정확히는 이 벌레들 등 위에 나 있는 가느다란 무언가였다.

         

        …버섯?

         

        왜 이 녀석들의 등에 버섯이 나 있는 거지?

         

        끼이이이이익.

         

        쿵.

         

        석문이 닫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키에에에엑!”

         

        쓰러져 있던 벌레들이 일어났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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