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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플라이 하이의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 마지막 화까지 모두 방영되기도 하였다.

         

       마지막 화의 반응은 대체로 좋았다. 다만 몇몇 사람들이 나를 결말의 악마라고 부르고 있더라.

         

       이유는 간단했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결말이 열린 결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열린 결말.

         

       쉽게 말해 창작자가 뒤에 결말은 대충 시청자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를 시전한 것이다.

         

       참고로 마지막 화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겨울’을 떠나보낸 ‘하온’은 그녀가 언젠가는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로 다시 환생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자신 역시 그건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신이 내린 우연. 두 번째는 겨울의 인내로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그 뒤는 어떻게 될지 미지수.

         

       운이 좋으면 몇백 년, 나쁘다면 몇 천 년은 엇갈릴 수도 있게 된다는 소리다. 그리고 우연히 다시 만나더라도 문제였다. 그때가 되면 서로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니까.

         

       그렇기에 하온은 겨울이 가장 싫어할 만한 결론을 내렸다.

         

       환생의 저주가 생겨난 이유는 겨울이 어떠한 영목(靈木)의 아래서 간절한 염원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영목은 전생에 자신이 최후를 맞이하고, 이번 생의 그녀를 떠나보냈던 울창한 소나무였다.

         

       겨울의 흔적이 세상에 사라지고 홀로 쓸쓸히 남게 된 하온은 천천히 소나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이번에는 내가 그녀를 기다리겠다.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되어도 상관없다.

         

       자신에게 있어서 평생을 잊지 못할 여인을 잊으라는 것이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니까.

         

       그러니 이번에는 이쪽이 그녀를 기억하고, 그리워하자.

         

       그리고 다시 마주하면 꼭 알려주자.

         

       우리가 나누었던 소중한 추억들을.

         

       결국 영목은 그의 간절한 염원을 이루어주었다. 다만, 이번에는 환생이 아닌, ‘영원’을 그에게 내려주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홀로 카페 바이올렛을 운영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하온.

         

       16화의 마지막 장면은 카페 바이올렛에 누군가가 방문하고, 어째서인지 희미하게 웃는 하온의 미소로 엔딩을 맞이한다.

         

       라는 내용이 결말인데 이게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인 듯했다.

         

         

       -시~바 작가야 어디 갔어. 17화는 만들고 가야지.

       ㄴ? 다음 주부터 2기 방영되는 거 아니었음?

       ㄴㄹㅇ?

       ㄴ이걸 속네 ㅋㅋ

       ㄴ너 어디 사냐?

         

         

       음, 마지막화 댓글 반응만 봐도 머리가 어지럽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결말 해석! 마지막에 하온의 앞에 등장한 사람은 누구일까? 결말 이후의 미래까지 완벽 예상!]

       

       [충격! K-드라마의 위엄 앞에 무릎 꿇은 일본. 927 작가의 첫 작품을 보고 일본 전역이 충격의 도가니에 빠진 이유는?!]

         

       [927 작가의 새로운 차기작?! 심지어 아이돌들이 작품에 출연? 그의 새로운 도전장에 드라마 업계는 폭풍전야 상태!]

       

       

        그리고 나를 더 어지럽게 만드는 건 알록달록한 글자로 도배된 너튜브 썸네일들.

         

       미치겠네.

         

       드라마 속 세상에도 국뽕 너튜브가 있다고?

         

       아니 있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데 왜 얘네가 조회수를 많이 빨아 먹고 있는 거냐? 고생은 나랑 제작사랑 배우들이 다 했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껐다.

         

       근데 어째 끄자마자 다른 휴대폰 쪽에서 전화가 왔다.

         

         

       “음? 이 사람이 웬일이지?”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유연정 국장님이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 네. 작가님 드라마 건으로 조금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게 있어서요. 문제가 조금 생겼습니다.

         

         

       문제?

         

       듣기로는 현재 1화의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타이밍에 문제가 생겼다고?

         

         

       -그… 예산이 조금 부족할 것 같아요.

         

         

       통화로만 들어서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스튜디오엔믹스에 방문해 그녀와 마주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이죠?”

       “정확하게는 아직 2분기 실적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은 말 그대로 대성공을 거뒀어요. 2분기가 끝나는 7월에는 분명 엄청난 자본을 얻게 되겠죠.”

       “잠깐만요. 설마 아직 6월 초라서 지금은 촬영을 이어가기도 힘든 거지 신세라는 뜻이에요?”

       “흠… 듣는 거지 기분 나쁠 소리이긴 한데 맞는 말이에요. 근데 이렇게 연달아 드라마 제작을 하는 것도 저희 계획에 없었고, 어떤 분께서 캐스팅이든 작곡이든 촬영 준비든 속전속결로 진행해주신 덕분에 기간이 미친 듯이 단축되어 버렸거든요.”

         

         

       음. 저거 누가 들어봐도 내가 저지른 짓이네.

         

         

       “왜 그렇게 급하게 일을 진행하냐고 물어봐도 어차피 대답을 안 해주실 것 같으니 그냥 본론만 말할게요. 작가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개가 있어요.”

         

         

       그녀가 이어서 말하길.

         

       하나는 잠시 촬영을 접고 엄청난 자본을 얻게 되는 7월까지 재정비를 하는 것. 그러니 앞으로 약 한 달 동안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으란 셈이었다.

         

       하지만 내가 백준영 대표님과 무리를 해가며 왜 제작 기간을 줄였겠는가?

         

       이 드라마의 방영일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 선택지는 당연히 기각.

         

       다음 선택지는 PPL의 스폰을 추가로 받는 것이었다.

         

         

       “이게 이번 드라마에 스폰을 맡기고 싶어하는 곳들의 리스트에요.”

       “…상당히 많네요.”

         

         

       족히 봐도 종이에 적힌 스폰서가 30개는 가볍게 넘어 보였다.

         

       그중에서는 몇몇 유명한 기업들도 보였다.

         

       이것은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파급력이 그만큼 엄청났다는 뜻이기도 했다.

         

         

       “저희가 함부로 PPL을 막 받았다가는 스토리에 지장을 줄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니 작가님께서 직접 고르고 그에 어색하지 않은 대본을 써주세요.”

       “아하. 이것 때문에 부르셨군요?”

       “어차피 제가 제안 드린 1번째 선택지는 이미 안중에도 없잖아요?”

         

         

       쓰으읍…….

         

       너무 정곡인데.

         

         

       “몇 개 정도면 촬영에 지장이 없을까요?”

       “아시다시피 지금 시점에선 전 회 계약은 불가능하답니다. 그러니 단발성 계약을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사전에 PPL 스폰서 측과 협의하여 스토리를 구성해야 하는 전 회 계약과는 다르게 단발성 계약은 간단하게 노출 횟수나 출현 시간에 따라 일정한 돈을 받는다.

         

         

       “일단 927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라는 찌라시를 뿌려둔 덕분에 최소 계약금보단 훨씬 오버로 받을 것 같아요. 출현 횟수는 당연히 지장이 안 가는 선에 많을수록 좋고 시간은 굳이 정해 드린다면 최소 2분 정도.”

       “일단 알았어요. 최대한 빠르게 답해 드릴게요.”

         

         

       유연정과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이제 집으로 다시 돌아가 서둘러 후반부 스토리에 PPL을 추가시킨 대본을 구상하면 되었다.

         

       문제는…….

         

         

       “진짜 넣을 데가 없는데?”

         

         

       간접광고인 PPL은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에 광고할 제품을 적절히 배치해 광고효과를 이끌어 낸다.

         

       당연히 엄청난 돈이 오가는 만큼 정해진 규정이 있다.

         

       일단 크기는 화면의 4분의 1 이내로 들어올 것. 노출 시간은 방송 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5 이내여야 한다.

         

       1시간 드라마의 기준으로 최대 3분인데 이번에는 대충 2분 정도만 채우면 되니 뭐….

         

       물론 그마저도 마땅히 끼워 넣을만한 곳을 못 찾아서 지금도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그래서 그거랑 제 작업실을 방문한 이유랑 뭔 상관이 있는데요?”

       “대표님에게서 현장 얘기도 조금 들을 겸 스트레스도 조금 풀고 가려고요.”

       “에휴, 앓느니 죽어야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왜 이렇게 심보가 뒤틀려있을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아직 저 중학생인데요?”

       “저 말도 아주 그냥 치트키야 치트키.”

         

         

       투덜거리면서도 자신의 노트북 화면을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는 백준영 대표님.

         

       생각해보면 이 방에 들어선 순간부터 계속 노트북 화면만 보고 계셨다.

         

         

       “아까부터 계속 뭐 보고 계세요?”

       “아, 이거요? 작가님도 한 번 보실래요?”

         

         

       그가 내 쪽으로 노트북을 돌렸다.

         

         

       “갑자기 어제 친구가 제 옛날 영상을 하나 보내주더라고요.”

         

         

       영상 속에는 젊은 백준영 대표가 특유의 삘 탄 표정을 지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이거 제가 옛날에 갑자기 영감이 팍- 하고 떠올라서 만든 안무거든요. 근데 이게 우연히 미디어에 퍼지면서 대박이 났어요. 갑자기 학생, 연예인, 간호사, 스튜어디스 누구 할 것 없이 다 따라 추더라고요.”

         

         

       백준영이 그 시절에 일어났던 다른 영상들도 추가로 보여주었다.

         

       영상 속에선 불특정 다수가 동시간대에 어느 장소로 순간적으로 모여들어 백준영이 만든 춤을 다 같이 추고 춤이 끝나면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이런 걸 바로 플래쉬 몹(Flash mob)이라고 하거든요. 그 시절에 제법 유행했던 문화죠. 근데 제대로 듣고 있는 거 맞죠?”

         

         

       제대로 듣고 있었다.

         

       다만 내가 백준영 대표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못한 이유는 순수하게 소름이 돋아서였다.

         

       플래시 몹…….

         

       이거 진짜 대박인데?

         

         

       “백준영 대표님.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불길하게 또 뭔 부탁인데요?”

       “들어보시면 재밌을걸요. 저희 주제곡인 Fly High의 안무 있잖아요. 그거 JYB 소속의 다른 아이돌이나 연습생분들에게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애들한테 Fly High의 안무를요? 뭐… 춤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 배우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근데 갑자기 왜요?”

         

         

       왜긴 왜겠어요.

         

       이 시대에 당신이 말한 플래시 몹이라는 거 한번 재현시켜 보려고 그러지.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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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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