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5


    ​
    ​
    으득으득.
    ​
    ​
    “제기랄,망할…!”
    ​
    ​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뒷골목, 쓰레기가 잔뜩 쌓인 곳에 도반이 몸을 웅크린 채 이를 갈고 있었다.
    ​
    ​
    찌직,찍?
    ​
    ​
    쓰레기를 사이를 헤집던 쥐들이 도반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왔다.
    ​
    ​
    “썩 꺼져!”
    ​
    ​
    찌직!
    ​
    ​
    도반이 새로운 음식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쥐들이 순식간에 도망쳐버렸다. 하지만 벌레까지 도망친 건 아니었다. 도반은 기분 나쁜 벌레가 등 뒤로 기어 다니는 걸 느끼면서도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하고 있었다.
    ​
    ​
    “내,내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
    ​
    도반은 주먹을 말아쥔 채 몸을 덜덜 떨었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극심한 분노가 치솟았다. 
    ​
    ​
    당장이라도 마법을 난사하여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무력하게 쓰레기 더미에 앉아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
    ‘망할 사천왕!’
    ​
    ​
    멋들어진 실험실까지 있었던 도반이 쓰레기 더미에 앉아있는 이유는 전부 사천왕 지소 때문이었다.
    ​
    ​
    도반이 멋대로 미아의 저택에 숨어들었다가 잡힌 후, 중재를 신청받고 재미있겠다며 달려온 지소는 온갖 이유를 대며 도반의 것들을 전부 가져가 버렸다.
    ​
    ​
    도반은 실험실, 실험체, 무구 등 모든 걸 빼앗겼고, 빈털터리가 되어 길거리를 서성이게 되었다. 거기까진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
    ​
    그는 능력 있는 흑마법사였기 때문에, 잃었던 것들은 차차 돈을 벌어 채워 넣으면 될 터였다. 진짜 문제는 지소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반의 마법과 육체, 영혼까지 전부 내놓으라 요구했다.
    ​
    ​
    ‘XX같은 새끼!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XXX! XXXX!’
    ​
    ​
    그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다가 어깨를 흠칫 떨며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혹여 제 마음속 생각이 주변에 울려 퍼져, 사천왕 지소가 나타날까 두려웠던 탓이다.
    ​
    ​
    스스슷.
    ​
    ​
    “젠장!”
    ​
    ​
    도반은 제 발목을 훑고 지나가는 지네의 감촉에 욕설을 뱉으며 다리를 털어냈다. 그는 눈을 번뜩이며 자신이 이렇게 된 이유를 떠올렸다.
    ​
    ​
    ‘이게 전부 그 망할 년 때문이야.’
    ​
    ​
    도반은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오로지 남 탓 만을 속으로 떠들어대며 어떻게 해야 복수를 할 수 있을지를 떠올리기 바빴다.
    ​
    ​
    ‘이대로 도망칠 수는 없어.’
    ​
    ​
    이대로 마왕의 땅을 떠난다면 지소는 더 이상 그를 좇지 않을 것이다. 그게 유일한 살길이지만 도반은 치솟는 분노 때문에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
    ​
    ‘그년의 집에서 봤던 그 노예.’
    ​
    ​
    도반은 제 손에서 다시 태어날 리안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변태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
    ​
    ‘그 노예를 훔치는 거야.’
    ​
    ​
    더 이상 그에게 미아를 엿먹일 만한 방법은 없었지만, 그녀의 물건 하나쯤 빼돌릴 힘은 남아있었다.
    ​
    ​
    어차피 마왕의 땅을 떠나야 하는 도망자 신세였기에 도반은 거리낌 없이 비열한 계획을 머릿속에 그렸다. 
    ​
    ​
    ‘분명…그 년 집에 쓸만한 노예들이 있었지.’
    ​
    ​
    도반은 쓰레기 더미를 뒤적여 찾아낸 반쯤 부러진 지팡이로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
    ​
    식은땀을 흘려가며 한 땀 한 땀 그려낸 마법진은 검은색으로 빛나며 발동되었다. 
    ​
    ​
    우웅.
    ​
    ​
    ‘좋았어!’
    ​
    ​
    도반은 제 마법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미아의 저택과 연결되었음을 느꼈다. 미아의 집에 숨어들었을 때 사용했던 제 마법이 남긴 흔적을 따라간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
    ​
    우웅 -.
    ​
    ​
    미아의 저택 안에 도반의 사역마가 숨어든 것처럼 저택 안쪽 일부가 시선에 들어왔다.
    ​
    ​
    ‘여긴…노예 숙소인가?’
    ​
    ​
    좁은 공간에 2층 침대가 양 벽 쪽에 붙어있었다. 원래 시종들이 사용하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
    ​
    ‘운이 좋군.’
    ​
    ​
    도반은 눈을 번뜩이며 막 숙소로 들어온 먹잇감을 바라보았다. 마법진 너머에 비친 건 숙소로 들어와 침대 아래 서랍장을 열어보고 있는 피아였다.
    ​
    ​
    ***
    ​
    ​
    덜덜덜덜덜.
    ​
    ​
    다리가 마치 땅을 뚫어버릴 정도로 심각하게 떨린다. 그걸 붙잡아보고자 두 손으로 무릎을 눌러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
    ‘망했다! 망했어! 진짜 어쩌지!’
    ​
    ​
    얼마 전까지는 꽤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던 거 같은 게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
    ​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
    ​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은 마왕의 손에 떨어져 멸망하고 말 것이다. 눈가에서 눈물이 수도꼭지를 돌린 것처럼 콸콸 쏟아져나왔다.
    ​
    ​
    “끄으응,끄응.”
    ​
    ​
    쿵.
    ​
    ​
    주방 테이블에 이마를 처박은 채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열심히 이렇다 할 방법을 떠올려 보지만 떠오르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
    ​
    그때.
    ​
    ​
    “뭐해?”
    “아…”
    ​
    ​
    무뚝뚝한 목소리, 피아가 주방으로 찾아왔다. 
    ​
    ​
    “왜? 뭐 찾는 거라도 있어?”
   “그건 아닌데…”
    ​
    ​
    피아는 말을 길게 끌며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뭐지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
    ​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던 피아는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며 돌아가 버렸다.
    ​
    ​
    ‘뭐 필요한 게 있었나? 아, 그러고 보니 슬슬 저녁 준비해야지.’
    ​
    ​
    며칠 전 완전히 절망에 빠진 미아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틀리지 않아.”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낡은 전문 서적을 꺼내 뒤적거리고 있었다. 
    ​
    ​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려는 미아를 위해 간단한 음식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
    ​
    ‘다행히 식자재는 부족하지 않으니까…오늘은 먹기 편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볼까?’
    ​
    ​
    넋을 놓은 미아에게 겉옷을 입히고 지갑과 살 것이 적힌 메모를 들려주자 알아서 잘 사 왔다.
    ​
    ​
    사람이 이렇게까지 망가져도 되는 건가? 그보다 그 일이 이 정도로 충격을 받을 일인가? 싶긴 했지만, 전보다 여유 시간이 늘어 편한 건 사실이었기에 굳이 미아의 정신을 돌아오게 하려 노력하진 않았다.
    ​
    ​
    ‘아이리스에 관한 건…당장 해결 방법이 없으니까. 우선 눈앞에 닥친 일이나 해치우자.’
    ​
    ​
    눈가에 흘러내린 눈물을 느끼면서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원래 개그 세계 주민은 회복 속도가 빠르다.
    ​
    ​
    “어디 보자 빵이 분명 여기 있을 텐데?”
    ​
    ​
    저녁 요리에 쓸만한 재료를 꺼내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
    “형아.”
    “오빠.”
    ​
    ​
    주방에서 부스럭거리기 시작하자 몇몇 아이들이 주방 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
    ​
    “도와줄게! 요!”
   “나도! 요!”
    “그럴래?”
    ​
    ​
    몇 번 간단한 요리를 하는 방법을 알려준 후부터 아이들이 식사 준비를 돕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이자 아이들이 신이 나서 들어왔다.
    ​
    ​
    들어온 아이들은 총 세 명 아니, 네명이었다.
    ​
    ​
    “쮠님!”
    ​
    ​
    제스가 꼬리를 마구 흔들며 달려와 다리에 답삭 매달렸다. 그 귀여운 행동에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쫑긋거리는 귀가 축 늘어졌다.
    ​
    ​
    “우와…”
    “꼬리..”
    ​
    ​
    제스는 평소 꼬리와 귀를 숨기고 다녔기에 아이들은 제스의 귀와 꼬리가 신기했다. 아이들은 치솟는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꼬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
    ​
    “안돼. 제스의 허락 없이 맘대로 만지면 안 되는 거야.”
   “아,으응.”
    “제스 혹시 꼬리 만져봐도 돼?”
    ​
    ​
    아이의 질문에 제스의 꼬리가 순식간에 둥글게 말리다가 사라져버렸다. 제스는 아이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
    ​
    “만지면 아파서 싫어.”
    “헉! 아프구나!”
    “몰랐어!”
    ​
    ​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함부로 만지려고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제스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당차게 괜찮다고 말했다. 
    ​
    ​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내 상체만 한 길이를 가진 식빵을 종이 포장지에서 풀어냈다.
    ​
    ​
    “자,그럼 다들 도와주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지?”
    “손 씻기!”
    ​
    ​
    뚝딱뚝딱 만들어 둔 작은 계단을 타고 올라간 아이들이 싱크대에서 깨끗이 손을 씻었다.
    ​
    ​
    주방 테이블 한쪽에 길쭉한 계단을 만들어 둔 덕분에 아이들은 편하게 음식 만들기를 도울 수 있었다.
    ​
    ​
    ‘만들어 두길 잘했네.’
    ​
    ​
    전에는 계단이 없더라도 도울 수 있는 일만 시켰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려달라거나 접시를 옮기는 걸 도와달라는 것 정도였다. 
    ​
    ​
    아직 아이들이 어려 그 정도만 도와줘도 충분했다. 그런데도 굳이 계단을 설치한 건 제스가 절망한 표정으로 싱크대 앞에서 폴짝거리는 걸 봐버렸기 때문이다.
    ​
    ​
    ‘이게 딸 키우는 기분이지.’
    ​
    ​
    흐뭇하게 웃으며 빵을 썰어 아이들 앞에 놓아주었다.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
    ​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순식간에 식사 준비가 끝났다. 미아의 취향에 맞춰 적당히 달콤한 샌드위치를 접시에 챙긴 후 제스와 아이들에게 쟁반을 건네주었다. 
    ​
    ​
    “식당에 가져다 두고 다른 애들한테 밥 먹어야 한다고 알려줘. 알았지?”
    “네에!”
    “네!”
    ​
    ​
    평범한 아이들이었다면 와아아! 소리를 지르며 냅다 뛰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온갖 잔혹한 경험을 겪었던 아이들은 쉽사리 흥분하지 않고 천천히 쟁반을 옮겼다.
    ​
    ​
    그런 아이들을 뒤로하고 미아에게 향했다. 익숙한 길이라 그런지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똑똑,달칵.
    ​
    ​
    굳이 대답을 듣지 않고 바로 문을 열었다.
    ​
    ​
    ​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또 실수 해서 22일에 업로드 못했…
11시 50분에 올리려고 했는데 글쓰는데 몰입하다가 놓쳐버린 흐흡..

한편 더 가져올겁니다. 흐흐흐흑…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다음화 보기

으득으득.

“제기랄,망할…!”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뒷골목, 쓰레기가 잔뜩 쌓인 곳에 도반이 몸을 웅크린 채 이를 갈고 있었다.

찌직,찍?

쓰레기를 사이를 헤집던 쥐들이 도반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왔다.

“썩 꺼져!”

찌직!

도반이 새로운 음식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쥐들이 순식간에 도망쳐버렸다. 하지만 벌레까지 도망친 건 아니었다. 도반은 기분 나쁜 벌레가 등 뒤로 기어 다니는 걸 느끼면서도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하고 있었다.

“내,내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도반은 주먹을 말아쥔 채 몸을 덜덜 떨었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극심한 분노가 치솟았다.

당장이라도 마법을 난사하여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무력하게 쓰레기 더미에 앉아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망할 사천왕!’

멋들어진 실험실까지 있었던 도반이 쓰레기 더미에 앉아있는 이유는 전부 사천왕 지소 때문이었다.

도반이 멋대로 미아의 저택에 숨어들었다가 잡힌 후, 중재를 신청받고 재미있겠다며 달려온 지소는 온갖 이유를 대며 도반의 것들을 전부 가져가 버렸다.

도반은 실험실, 실험체, 무구 등 모든 걸 빼앗겼고, 빈털터리가 되어 길거리를 서성이게 되었다. 거기까진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능력 있는 흑마법사였기 때문에, 잃었던 것들은 차차 돈을 벌어 채워 넣으면 될 터였다. 진짜 문제는 지소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반의 마법과 육체, 영혼까지 전부 내놓으라 요구했다.

‘XX같은 새끼!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XXX! XXXX!’

그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다가 어깨를 흠칫 떨며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혹여 제 마음속 생각이 주변에 울려 퍼져, 사천왕 지소가 나타날까 두려웠던 탓이다.

스스슷.

“젠장!”

도반은 제 발목을 훑고 지나가는 지네의 감촉에 욕설을 뱉으며 다리를 털어냈다. 그는 눈을 번뜩이며 자신이 이렇게 된 이유를 떠올렸다.

‘이게 전부 그 망할 년 때문이야.’

도반은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오로지 남 탓 만을 속으로 떠들어대며 어떻게 해야 복수를 할 수 있을지를 떠올리기 바빴다.

‘이대로 도망칠 수는 없어.’

이대로 마왕의 땅을 떠난다면 지소는 더 이상 그를 좇지 않을 것이다. 그게 유일한 살길이지만 도반은 치솟는 분노 때문에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년의 집에서 봤던 그 노예.’

도반은 제 손에서 다시 태어날 리안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변태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노예를 훔치는 거야.’

더 이상 그에게 미아를 엿먹일 만한 방법은 없었지만, 그녀의 물건 하나쯤 빼돌릴 힘은 남아있었다.

어차피 마왕의 땅을 떠나야 하는 도망자 신세였기에 도반은 거리낌 없이 비열한 계획을 머릿속에 그렸다.

‘분명…그 년 집에 쓸만한 노예들이 있었지.’

도반은 쓰레기 더미를 뒤적여 찾아낸 반쯤 부러진 지팡이로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식은땀을 흘려가며 한 땀 한 땀 그려낸 마법진은 검은색으로 빛나며 발동되었다.

우웅.

‘좋았어!’

도반은 제 마법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미아의 저택과 연결되었음을 느꼈다. 미아의 집에 숨어들었을 때 사용했던 제 마법이 남긴 흔적을 따라간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우웅 -.

미아의 저택 안에 도반의 사역마가 숨어든 것처럼 저택 안쪽 일부가 시선에 들어왔다.

‘여긴…노예 숙소인가?’

좁은 공간에 2층 침대가 양 벽 쪽에 붙어있었다. 원래 시종들이 사용하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운이 좋군.’

도반은 눈을 번뜩이며 막 숙소로 들어온 먹잇감을 바라보았다. 마법진 너머에 비친 건 숙소로 들어와 침대 아래 서랍장을 열어보고 있는 피아였다.

***

덜덜덜덜덜.

다리가 마치 땅을 뚫어버릴 정도로 심각하게 떨린다. 그걸 붙잡아보고자 두 손으로 무릎을 눌러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망했다! 망했어! 진짜 어쩌지!’

얼마 전까지는 꽤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던 거 같은 게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은 마왕의 손에 떨어져 멸망하고 말 것이다. 눈가에서 눈물이 수도꼭지를 돌린 것처럼 콸콸 쏟아져나왔다.

“끄으응,끄응.”

쿵.

주방 테이블에 이마를 처박은 채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열심히 이렇다 할 방법을 떠올려 보지만 떠오르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때.

“뭐해?”

“아…”

무뚝뚝한 목소리, 피아가 주방으로 찾아왔다.

“왜? 뭐 찾는 거라도 있어?”

“그건 아닌데…”

피아는 말을 길게 끌며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뭐지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던 피아는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며 돌아가 버렸다.

‘뭐 필요한 게 있었나? 아, 그러고 보니 슬슬 저녁 준비해야지.’

며칠 전 완전히 절망에 빠진 미아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틀리지 않아.”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낡은 전문 서적을 꺼내 뒤적거리고 있었다.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려는 미아를 위해 간단한 음식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식자재는 부족하지 않으니까…오늘은 먹기 편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볼까?’

넋을 놓은 미아에게 겉옷을 입히고 지갑과 살 것이 적힌 메모를 들려주자 알아서 잘 사 왔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망가져도 되는 건가? 그보다 그 일이 이 정도로 충격을 받을 일인가? 싶긴 했지만, 전보다 여유 시간이 늘어 편한 건 사실이었기에 굳이 미아의 정신을 돌아오게 하려 노력하진 않았다.

‘아이리스에 관한 건…당장 해결 방법이 없으니까. 우선 눈앞에 닥친 일이나 해치우자.’

눈가에 흘러내린 눈물을 느끼면서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원래 개그 세계 주민은 회복 속도가 빠르다.

“어디 보자 빵이 분명 여기 있을 텐데?”

저녁 요리에 쓸만한 재료를 꺼내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형아.”

“오빠.”

주방에서 부스럭거리기 시작하자 몇몇 아이들이 주방 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도와줄게! 요!”

“나도! 요!”

“그럴래?”

몇 번 간단한 요리를 하는 방법을 알려준 후부터 아이들이 식사 준비를 돕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이자 아이들이 신이 나서 들어왔다.

들어온 아이들은 총 세 명 아니, 네명이었다.

“쮠님!”

제스가 꼬리를 마구 흔들며 달려와 다리에 답삭 매달렸다. 그 귀여운 행동에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쫑긋거리는 귀가 축 늘어졌다.

“우와…”

“꼬리..”

제스는 평소 꼬리와 귀를 숨기고 다녔기에 아이들은 제스의 귀와 꼬리가 신기했다. 아이들은 치솟는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꼬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안돼. 제스의 허락 없이 맘대로 만지면 안 되는 거야.”

“아,으응.”

“제스 혹시 꼬리 만져봐도 돼?”

아이의 질문에 제스의 꼬리가 순식간에 둥글게 말리다가 사라져버렸다. 제스는 아이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만지면 아파서 싫어.”

“헉! 아프구나!”

“몰랐어!”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함부로 만지려고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제스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당차게 괜찮다고 말했다.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내 상체만 한 길이를 가진 식빵을 종이 포장지에서 풀어냈다.

“자,그럼 다들 도와주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지?”

“손 씻기!”

뚝딱뚝딱 만들어 둔 작은 계단을 타고 올라간 아이들이 싱크대에서 깨끗이 손을 씻었다.

주방 테이블 한쪽에 길쭉한 계단을 만들어 둔 덕분에 아이들은 편하게 음식 만들기를 도울 수 있었다.

‘만들어 두길 잘했네.’

전에는 계단이 없더라도 도울 수 있는 일만 시켰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려달라거나 접시를 옮기는 걸 도와달라는 것 정도였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그 정도만 도와줘도 충분했다. 그런데도 굳이 계단을 설치한 건 제스가 절망한 표정으로 싱크대 앞에서 폴짝거리는 걸 봐버렸기 때문이다.

‘이게 딸 키우는 기분이지.’

흐뭇하게 웃으며 빵을 썰어 아이들 앞에 놓아주었다.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순식간에 식사 준비가 끝났다. 미아의 취향에 맞춰 적당히 달콤한 샌드위치를 접시에 챙긴 후 제스와 아이들에게 쟁반을 건네주었다.

“식당에 가져다 두고 다른 애들한테 밥 먹어야 한다고 알려줘. 알았지?”

“네에!”

“네!”

평범한 아이들이었다면 와아아! 소리를 지르며 냅다 뛰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온갖 잔혹한 경험을 겪었던 아이들은 쉽사리 흥분하지 않고 천천히 쟁반을 옮겼다.

그런 아이들을 뒤로하고 미아에게 향했다. 익숙한 길이라 그런지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똑똑,달칵.

굳이 대답을 듣지 않고 바로 문을 열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