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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25.

       

       -사아아.

        

       그녀가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그들을 향해 수십의 화살이 빗발쳤다.

        

       제르피에드는 빠르게 손에 들고 있던 화살을 내던지고, 창을 집어 들었다. 왼팔로 에실리아를 감싼 후, 오른손으로 파르티잔을 가로로 잡은 그는 풍차의 날개처럼 창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콰가가각!

        

       날카로운 바람의 창날이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집어삼킨다. 날아오던 수십의 화살들은 그대로 바람 창날의 먹이감이 되었다. 부서진 화살 파편들이 바닥으로 나뒹군다. 제르피에드는 곧바로 모닥불을 발로 차,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망토로 에실리아를 감싼 채, 호위기사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에실리아, 괜찮소?”

        

       에실리아는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놀란 것은 감출 수 없었는지 그녀의 도담한 가슴은 마구 위 아래로 출렁거렸다. 레이디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호위기사는 다시 고개를 전방으로 돌렸다. 시야를 보여주고 있던 불이 사라졌기 때문인지 화살은 재차 날아오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어디로든 뛰어나갈 준비를 했다.

        

       -츠즈즉.

        

       팽팽하게 긴장된 힘이 타고 흐르는 두 다리에 놀란 흙과 돌들이 옆으로 허겁지겁 비켜나며 야트막한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런 신음의 분노한 화살들이 다시금 데스나이트와 성녀에게 빗발쳤다.

        

       -사아아.

        

       제르피에드는 아까 보다 더욱 더 많은 힘을 강제로 끌어올려 몸을 피했다.

        

       -파바바박!

        

       그가 몸을 피한 순간과, 화살들이 흙바닥에 꽂힌 순간은 거의 일치했다. 제르피에드는 속으로 욕설 하나와 신음을 집어 삼켰다. 아까 전 다리의 힘을 주는 순간, 흙과 돌들이 옆으로 밀려나는 소리는 그와 성녀만이 들을 정도로 야트막했다. 그런 야트막한 소리를, 저 정체 모를 자들은 듣고 그들의 위치를 알아내고 있었다.

        

       제르피에드는 조심스럽게 왼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다른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며 빠르게 옆에 있던 돌 하나를 차 올렸다. 거칠게 걷어차진 돌이 비명을 토해내며 근처의 땅으로 추락했다. 그 불운한 돌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화살의 세례를 받아야 했다. 이로써, 적들이 소리에 민감하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옆에서 들려오는 화살이 흙과 돌을 유린하는 소리에, 품 속에서 성녀가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그녀를 감싼 팔에 더욱 힘을 주고, 제르피에드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에실리아,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할 수 있소?”

        

       입술을 꽉 깨문 그녀는 울먹임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나 꽉 깨물었는지 입술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제르피에드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망토 자락의 일부를 건넸다. 호위기사의 의도를 깨달은 에실리아는 그 망토 자락을 꽉 깨물었다. 제르피에드는 빠르게 상황을 살폈다.

        

       상황은 그들에게 그리 유리하다고 보기 힘들었다. 모닥불을 꺼트려 적들의 시야를 차단한 것은 좋았지만, 반대로 그것은 그들의 시야를 차단하는 것이기도 했다. 공동에서 마기를 두른 마족들에 에워싸였던 것보다 더욱 더 좋지 않았다. 철을 베어버릴 수 있는 마족들이었지만, 그때는 그래도 적들의 위치와 수효를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적들이 얼마나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자신들의 시야도 제한되는 상황. 자칫 잘못하다 가는 성녀를 끌어안고 적들의 화살이 떨어질 때까지 화살 세례를 받으며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일지도 모른다.

        

       제르피에드는 신음을 뱉지 않도록 노력했다. 자신의 신음을 들으면 성녀가 지금보다 더욱 벌벌 떨지도 모르니까. 우선은 적들의 위치를 대략적이나마 확인해야만 했다. 제르피에드는 근처에 있는 돌 세 개를 각자 전방, 좌측, 우측으로 차 올렸다.

        

       그리고 몸을 웅크린 채, 화살들이 쏟아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파바바바박 – !

        

       화살 소리가 가장 많이 들려오는 곳은 우측, 가장 적게 들려오는 곳은 전방. 그렇다면 적들은 우측에 가장 가까이 있거나 아니면 가장 많은 수가 포진해 있을 터. 상황을 확인한 데스나이트의 움직임은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곧바로 전방에 있는 나무를 타고 몇 번의 도약을 시도했다. 품에 끌어 안은 성녀가 ‘흐무읍?!’ 이라는 비명을 참는 소리가 들렸지만, 애석하게도 그녀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발을 떼자 마자 자신이 있던 자리들이 화살로 고통에 신음했으니까.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그는 더 이상 땀이 나지 않는 몸임에도 땀이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몸이 허공을 밟는 기분을 느끼며, 데스나이트는 좌완에 장비한 카이트 실드에 파르티잔의 날을 거칠게 충돌시켰다.

        

       카아아아앙!

        

       방패가 포효와 함께 불티들을 마구 토해낸다. 순간의 섬광이 아른거린다. 그 아찔한 찰나 속에서 데스나이트는 나뭇가지 위에 서서 로브를 쓰고 있는 자들을 볼 수 있었다. 수효를 완전히 확인하기 힘들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뾰족한 귀들.

        

       ‘엘프인가.’

        

       -쿠웅!

        

       데스나이트가 나뭇가지 위에 안착하는 소리가 거대한 느티나무를 뒤흔든다. 거목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나뭇가지는 데스나이트가 위에 설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안착하자 마자, 그는 빠르게 파르티잔을 풍차처럼 회전시켰다.

        

       -카가가가각!

        

       회전시키는 시기와 화살들이 그 회전에 삼켜지는 시기는 거의 동일했다. 화살을 보거나 소리를 통해 그것을 대비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그런 속도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데스나이트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전투 그리고 방금 전의 경험으로, 자신이 안착하는 소리를 듣고 적들이 공격할 것이라는 걸 예상했을 뿐.

        

       화살이 멈추자, 창의 회전을 데스나이트는 중단시켰다. 당연한 일이다. 무한정으로 화살을 쏠 수는 없으니. 화살은 장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가 유일한 기회였다. 제르피에드는 곧장 앞으로 돌진했다.

        

       -카앙!

        

       먼저, 파르티잔으로 방패를 가격해 시야를 확보한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불티 속에서 화살을 장전하고 있던 엘프들의 모습이 얼비친다. 일반적으로 근거리 무기와 원거리 무기의 대결이라면, 기본적으로 원거리가 상당히 유리하다. 거리가 벌려져 있는 상태라면 근거리는 아무것도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 ‘벌려져 있는’ 경우라면.

        

       반대로, ‘벌려져 있지 않는’ 파고든 경우라면 그 관계는 역전된다. 화살을 장전하던 여섯 명의 엘프들은 앞으로 달려오는 소리에 행동을 멈추고 긴장감과 함께 패링 대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패링 대거를 휘두르려는 순간, 날아오는 파르티잔의 자루가 선사하는 묵직한 감각에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악-!”

        

       제르피에드는 파르티잔을 아무렇게나 대강 휘두르며, 자루에 맞은 엘프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느낌을 생생히 만끽했다. 본래라면 정교하게 그들을 베고 찔렀어야 하겠지만, 어두침침한 시야가 그러한 행동을 제한했다.

        

       참격을 날릴 수도 없었다. 거목을 쓰러뜨리면 오히려 덮쳐오는 거목에 불리해지는 건 그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대강 파르티잔을 쥐고 봉처럼 휘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훌륭한 전략이었다.

        

       뼈가 산산조각이 나는 느낌에 동족이 비명을 내지르는 상황은 뒤에 있는 엘프들에게는 공포감을, 자루에 맞아서 날아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비명은 데스나이트와 성녀를 둘러싼 다른 엘프들에게도 공포감을 주었다. 특히, 직접 데스나이트를 마주하지 않은 엘프들은 잘못 화살을 쏘았을 때, 저 무지막지한 작자가 아닌 동족을 쏠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절망해야 했다.

        

       근접전을 강요당한 이상, 인질이라도 잡히면 불리해지는 것은 그들이었다. 결국, 둘러싸고 있는 엘프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동족들에게 손짓을 보냈다. 그들은 꼬리를 끊어버리는 것을 택해야만 했다.

        

       ‘퇴각한다.’

        

       손짓을 본 엘프들은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제르피에드를 마주한 여섯 명의 엘프들 중, 맨 뒤쪽에 있던 엘프는 자신의 바로 앞에 있던 동족의 비명 소리가 멀어짐에 따라 그에 비례해 울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자신도 동족처럼 어둠 속으로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엘프를 집어삼켰다. 공포감에 마구 뒷걸음질 치던 엘프는 스스로의 다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악!”

        

       넘어진 발목이 접질린 것인지 아릿했다. 울음을 흘리며 엘프는 실소를 속으로 삼켰다. 이제 자신의 동족을 날려버린 것처럼 자신도 날아갈 것이다. 아무것도 못한 채 이렇게 끝을 맞이하다니, 제 자신이 우스웠다. 점점 다가오는 소리에 엘프는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히이익!”

       “자, 자자자잠깐만요!”

        

       하지만 날아온 것은 무시무시한 공격이 아닌 청아한 목소리였다.

        

       제르피에드는 갑작스러운 성녀의 만류에 당혹을 느꼈다.

        

       “왜 그러는 거요?”

       “자, 잠깐만요. 이, 이 사람 죽이면 안돼요.”

        

       그리고 성녀가 속삭이듯이 말한 내용에 그는 더 큰 당혹을 느꼈다. 그런 당혹 속에서 제르피에드는 에실리아에게 속삭였다.

        

       “무슨 소리요, 이 자는 그대를 죽이려고 했던 자요.”

       “아, 알아요. 하, 하지만 이 사람 죽이면 안돼요.”

        

       에실리아는 숨을 몇 번 달싹이고는 다시 속삭였다.  

        

       “우, 우리 지금 길을 잃은 상황이잖아요. 아까 표식 남긴 장소로 되돌아온 상태에요. 방위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라구요. 지금 우리를 이 숲에서 내보내 줄 수 있는 사람은 원주민인 이 엘프들밖에 없어요.”

        

       합리적인 지적이었기에, 제르피에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우리에게 공격을 가했소. 협조할 것 같지는 않소만.”

       “제, 제가 한번 이야기 해볼게요.”

        

       간신히 후들거리는 정신을 진정시키고, 성녀는 데스나이트의 부축을 받아 나뭇가지에 발을 딛었다. 하지만 몸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기에 엎드려서 엉금엉금 기어가야만 했다.

        

       엘프는 갑자기 자신의 발목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에 비명을 질렀다.

        

       “히, 히익?!”

       “어, 어? 미안해요. 앞이 어두워서 어디에 있는 줄 몰랐어요.”

       “주, 죽일거면 빨리 죽여! 어서 내 목을 자르던가 하라고!”

        

       에실리아는 잔뜩 겁먹은 상대의 목소리와 대비되는 무시무시한 내용에, 차오르는 당황을 삼키면서 말을 이었다.

        

       “네? 안 죽여요! 저는 그냥 대화를 하고 싶은 것 뿐이라고요. 음…앞이 보이지를 않으니 뭘 할 수가 없네. 저기요, 혹시 불 킬 만한 거 있어요?”

        

       엘프는 살짝 고민이 들었다. 이 자들의 말을 믿을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청아한 목소리 뒤에서 들려오는 방금 전의 무시무시한 소리가 엘프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엘프는 황급히 품 속에서 자그마한 홰 하나를 꺼내 부싯돌로 불을 붙였다.

        

       에실리아는 커다란 눈망울을 끔뻑이며 앞에 있는 엘프를 쳐다보았다. 녹색의 단발을 지닌, 아무리 봐도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 엘프였다. 목소리를 통해 여자라는 것은 알았지만, 자기 또래일줄은 몰랐기에 성녀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곧바로, 엘프의 상태를 한번 보고는 익숙한 행동을 취했다. 그녀는 성녀답게 엘프의 환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음, 음. 접질린 것 같네요. 가만히 있어봐요.”

        

       순간, 엘프는 이 자들이 자신의 다리를 완전히 부러뜨려 아예 도망갈 여지를 없애는 것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행동에 그녀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찬란하게 여자의 손에서 내리쬐는 금빛이 그녀의 발목을 낫게 하고 있었다. 여전히 멍한 태도로 엘프는 물었다.

        

       “너…성직자야?”

       “네, 보시다시피요.”

       “…다른 사람들은 다 죽여놓고 나는 왜 살려주는건데?”

        

       그에 대한 대답은 다른 곳에 들려왔다. 자신을 치료하는 여자 뒤에서 흘러 나오는 엄청나게 낮고 굵은 목소리에 엘프는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다.

        

       “죽이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죽었는지 않았는지 모르겠군. 힘을 완전히 줘서 공격한 게 아니니까. 운이 좋다면 살았을 거다.”

        

       엘프는 다시 말하자면 엄청난 고통에 동족들이 신음하고 있을 가능성에 처해 있다는 상황에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에실리아는 엘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이어 나갔다.

        

       “당신이 우리를 대삼림 밖으로 보내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왜 내가 너희들을 밖으로 보내줄 거라 생각하는 건데?”

       “어머, 제가 당신을 치료해줬잖아요?”

       “뭐? 그건 너가 멋대로 치료해준거지, 내가 바란 게 아니잖아. 내가 너희들을 내보내줄거라 생각했다면 정말 엄청난 착각……”

        

       제르피에드는 이 엘프에게 자신은 대화의 관망자가 아니며, 그 또한 대화의 참가자중 하나라는 사실을 일깨워 줘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팔짱을 풀고 천천히 등에 메고 있던 파르티잔에 오른손을 가져갔다.

        

       “……이 아니라는 점이지. 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대삼림의 지리를 다 알고 있는게 아니라서. 내가 내보내주기는 힘들 것 같은데…….”

       “그럼 누가 지리를 다 알고 계시죠?”

        

       엘프는 정말 답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마을에 계시는 우리 족장님.”

       “안내해라.”

        

       결론이 정해졌기에, 제르피에드는 곧바로 엘프에게 말했다. 그것이 그들이 대삼림을 나갈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으니까. 젊은 엘프는 울상인지 뭔지 알기 힘든 표정을 짓다가 웅얼거렸다.

        

       “…있잖아, 어차피 너희들 우리 공격했으니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주지는 않을거야. 그러니까 나만 살짝 보내주면우아아아악-!”

        

       엘프는 내장의 위치가 뒤바뀌는 것 같은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제르피에드가 다른 손으로는 성녀를 감싸고, 엘프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잡아채고는 곧장 나뭇가지 위에서 뛰어내렸기 때문이었다. 거친 충돌음이 바람처럼 퍼져 나갔다. 엘프는 혼미한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나서야 제르피에드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안내해라.”

        

       그리고, 정신을 부여잡은 엘프의 눈에는 서서히 주변의 상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고 있는 그녀의 동족들이었다. 땅으로 내려온 데스나이트와 성녀도 그 상황을 볼 수 있었다.

        

       갑주를 입은 자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은 엘프였기에 그녀는 비명을 지르듯이 애원해야 했다.

        

       “자, 잠깐만! 혹시 저 사람들도 치료해줄 수 있어? 그러면 내가 책임지고 마을까지 안내해줄게!”

        

       제르피에드는 에실리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 권장하고 싶지는 않소. 안내할 자는 한 명만 있으면 충분하오.”

       “…안내할 자가 한 명만 있어 도망갈 여지를 남겨두는 것 보다 여려 명 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저 사람이 거짓말을 할지도 모르고요.”

        

       합리적인 말이기는 했으나, 잠재적인 위험성 또한 키우는 일이었기에 데스나이트는 잠시 고민했다. 곧 그는 약한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계약자는 에실리아였고, 이런 모호한 상황에서는 레이디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나았으니까. 그는 여차하면 파르티잔을 휘두를 준비를 한 채, 성녀가 치료를 하는 것을 지켜 보았다.

        

       여성 엘프가 비명을 지르듯이 말한 건 당연하다고 성녀는 생각했다. 땅바닥으로 추락한 엘프들의 몰골은 처참했다. 다리 두 쪽이 완전히 꺾여 사경을 헤매던 한 동족의 다리가 말끔해지는 것을 여성 엘프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거의 기적 같은 일이었다. 걱정이 서서히 사라지고 그녀의 마음에 안심이 차올랐다.

        

       숨을 색색거리며 정신적인 고통을 다스리는 동족들을 거목 등치에 기대게 한 후, 여성 엘프는 뺨을 긁적이며 데스나이트와 성녀에게 말했다.

        

       “…치료해줘서 고마워.”

       “그럼 이제 안내해라.”

        

       방금 전의 안심감은 다 사라지는 낮은 목소리에 엘프는 질겁하며 말했다.

        

       “…누가 보면 안내 안하는줄 알겠네. 그럼 먼저 앞서서 안내할 테니까 잘 따라오……!”

        

       엘프는 말을 끝까지 다 잇지 못했다. 제르피에드가 출발하려는 그녀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잡아채어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들려오는 제르피에드의 말에 엘프는 울음을 터뜨리고 싶어졌다.

        

       

       “아니, 방향을 말해라. 움직이는 건 내가 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휴, 대삼림 깐프 수준…

    선작 1000 감사합니다. 이제껏 한 번도 받아본적 없는 숫자입니다.
    선작 1000을 보게 된 영광을 저에게 주신 만큼 앞으로 더욱 재밌는 내용을 쓰도록 꼭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제 작품을 좋아해주시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Ilham Senjaya님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생각만 해놓고 계속 까먹네요ㅠㅠ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패링 대거: 펜싱을 하던 집단에서 사용한 단검으로, 펜싱의 보조용으로 사용하던 단검이다. 패링 대거는 영국에서 부르던 명칭.
    작중에서는 그렇게 사용되지 않았지만 본래는 오른손에 검을 쥐고 왼손에는 대거를 든 채로 사용했다.
    프랑스에서는 맹고슈라고 불렀으며, 용도는 동일하다.
    다만 맹고슈는 외형에서 약간의 차이점을 보였는데, 손잡이에서 부터 수직으로 나온 손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물이 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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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ath Knight Became The Saint’s Bodyguard

The Death Knight Became The Saint’s Bodyguard

데스나이트는 성녀의 호위기사가 되었다
Score 3.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trayed by her own Order*, the Saint begged the death knight to become her guard—the death knight who could destroy the world. *tl note: she was betrayed by the church, not her own doing. Author Notes: Contains Authentic fantasy, and wholesome love. I hope this brings you the reader a little bit of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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