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5

       대한민국 제주도.

       

        히어로 협회 산하, 아카데미 행정부 회의실.

       

        “후우!”

        “출혈이 전무하다니! 다행이오!”

       

        온갖 히어로와, 국가… 더 나아가 국제적인 ‘안보’를 위해 마련된 회의실에 탄성이 터져나왔다.

       

        [ 빌런이 토벌되었다! ]

       

        아직 정부 소속의 히어로들이 투입되기 전이다. 헌데 믿지 못할 희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다행이네! 예정대로 ‘승천전’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지 않나?”

        “빌런, 놈의 욕심이 과했습니다. 랭커를 둘씩이나 노리던 것이 놈의 패착아니겠습니까?”

       

        불과 어제까지만하더라도 살벌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던 회의실은 훈훈한 대화가 오고갔다.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만든 장본인인 빌런이 토벌되었고, 무려 수천에 달하는 사람들이 무사히 현실로 복귀했다.

       

        자연히 이런 들뜬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러면…… 사후정리는 아카데미 차원에서 진행하도록하고. 올해 승천전에서 주목할 랭커는 있나?”

       

        그리 말하는 사람은 중년의 머리가 까진 사내였다.

       

        나름 정부 소속의 고위 관료인 모양인지, 그의 곁에는 양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호위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것이, 아쉽지만 ‘랭커’ 중에서는 출전자가 둘 뿐입니다.”

        “둘이라고?”

        “예. 매년 승천전에 참가하던 두 사람. <비를 내리는>과 <성녀>가 그 주인공입니다.”

        “으음! 랭커 중에 참여자가 있다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관료가 깊은 침음을 삼켰다.

       

        매년 히어로 아카데미가 주관하고, 정부와 협회가 지원하는 ‘승천전’.

       

        승천전의 룰은 간단하다. 

       

        상대와 싸워 승리하고, 평가관의 심사에따라 당초 아카데미에서 부여받은 ‘등급’을 올린다. 자연히 등급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참여자인 히어로에게 부와 명예가 따라오며 나아가 ‘랭커’로의 진입 기회를 얻게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히어로 계의 절대자이자, 가장 높은 곳에 군림하는 랭커. 그들이 승천전에 참여할 이유가 전무하다는 것.

       

        따라서 ‘랭커’의 승천전 참여율은 매우 저조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비를 내리는> 송수아와 <성녀> 안젤리카가 매번 승천전에 참여해 체면을 세워준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그렇고. 협회 측에서 조사한 데이터는 나왔나?”

        “물론입니다. 이번 승천전에도 수많은 ‘옥석’이 존재합니다. 우선 이걸 보시죠.”

       

        젊은 사무관이 서류를 죽 펼치더니, 회의실에 앉은 모두에게 배부한다.

       

        “허! 흥미로운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구먼?”

        “제법 심심한 행사가 되겠소. ‘빌런’의 소동이 있었으니 뜨거운 승천전이 되길 바랐건만.”

       

        쯧쯧, 회의실에 앉은 공직자들이 혀를 찼다.

       

        승천전은 존재자체가 협회와 아카데미의 힘을 타국에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드리운 행사기도 하다. 자연히 매년 개최되는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주목해야할 ‘스타’가 필요했다.

       

        “아직 참여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협회 측에 흥미로운 능력자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그런 고위 공직자, 정치인들의 기분을 알고 있었을까?

       

        서류를 배부한 사무관이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흥미로운 능력자?”

       

        회의실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미묘하게 변했다.

       

        이미 ‘랭커’를 비롯한 히어로 생태계가 고착화된 현 상태. 이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초신성의 등장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지 않겠나?

       

        “제가 나누어드린 서류의 마지막 장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흠, 도대체 어떤 자인가? 박 사무관의 얼굴이 활짝 폈군!”

        “자자, 어디 보세. 주목할만한 초신성이 누구인가.”

       

        팔락!

       

        사람들이 모두 서류를 넘긴다. 그리고, 리스트의 가장 마지막 장을 확인했다.

       

        “……뭐?”

        “허! 참! 박 사무관! 자네도 감 다 죽었군!”

       

        회의에 참석한 이들의 얼굴이 곧장 일그러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본 리스트의 마지막엔, 히어로 계의 능력 중에서 가장 쓸모없는 능력을 가진 자가 존재한 것이다.

       

        “현실조작계열 능력자? 이건 흥행이 아니라 승천전이 망하는 지름길이야!”

        “진심인가? 이건 너무……!”

       

        삽시간에 분위기가 과열되기 시작했다.

       

        회의를 진행하는 박 사무관, 그가 유심히 눈여겨 보던 ‘히어로’의 능력을 확인하자 일어난 반응이었다.

       

        “아닙니다! 그의 능력은 여태 보았던 ‘현실조작계열’ 능력자와 다릅니다!”

       

        자신이 입수한 정보가 부정당하는 일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박 사무관이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했다.

       

        “떼잉! 이럴줄 알았으면 회의에 참석하지도 말걸 그랬소!”

        “박 사무관! 자네도 퇴직을 준비하는 건가? 어째 늙은 우리보다 안목이 없어서야!”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실조작계열 능력자.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행하는 그들은 모두 나약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현실조작계열’ 능력자는 먼 과거 괴수와의 전투에서 전사했다. 

       

        물체의 끓는점, 어는점을 조작하던 그는 집채만한 괴수의 발바닥에 짓눌려 온전한 시신조차 회수하지 못했다.

       

        그 뒤로…… ‘현실조작계열’ 능력자는 모두 찬밥시세를 면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가진 능력들이 이름만 거창하지 별다른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 <현상거절>이라고? 불안해. 능력도 분명 별 볼 일 없을 것 같단 말일세!”

        “차라리 <성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어중이떠중이 같은 신예보다는, 대중에게 익숙한 ‘랭커’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겁니다.”

        “뭐,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겠소. 아무리 그래도 <현상거절>같은 애매한 능력으로는 보여줄 것이 얼마 없을 터이니.”

        “…….”

       

        차가운 혹평에 박 사무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이 정보를 입수한 것은 거의 천운이었다. 히어로 협회에 올라온 부하 직원의 보고서와, 초거대 기업 ‘일성’의 테스트 정보를 교차검증해 뽑은 후보란 뜻이다!

       

        그의 심혈이 깃든 ‘후보’를 추려낸 일. 그게 부정당하는 것이 이토록 서러울 줄은 몰랐다. 

       

        그것도 책상 앞에 앉아서 탁상공론만 해대는 고위 관료와 정치인 따위에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그러던 중, 믿지 못할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

        “그, 그렇습니까?”

        “으, 으음!”

       

        이제껏 가만히 앉아, 상황을 지켜보던 젊은 남성이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우스운 사실은 그가 나지막히 뱉은 목소리에 좌중의 시선이 그에게 확 쏠린다는 것이다.

       

        “저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승천전. 흥미가 생기는군요. 특히 <현상거절>이라는 자에게.”

       

        꿀꺽!

       

        이어지는 그의 발언에 박 사무관마저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껏 뚫어져라 배부한 서류, 그러니까 ‘리스트’의 마지막 장을 보던 남자가 갑작스레 입을 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 그것이……. <원소술사>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생각보다 더 뛰어난 능력자일 수도 있겠군요?”

        “마, 맞습니다! 저희의 안목이 참 부족합니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허허!”

       

        곧장 분위기가 급변한다.

       

        <원소술사>…… 그가 말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회의실에 엉덩이를 붙인 자들이 모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따라서, 저도 참여할까 합니다. 이번 승천전.”

        “차, 참……!”

        “마, 맙소사…….”

       

        좌중 모두가 경악해 입을 쩍 벌린다.

       

        그리고 그건 방금까지 사무치는 서러움에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하던 박 사무관도 마찬가지.

       

        ‘미, 미친!’

       

        그의 발언이 믿기지 않았다.

       

        현세에 강림한 생태계 교란종, 히어로의 절대자. 인류 수호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지구라는 요람의 방패.

       

        그가 참가를 공언한 것이다. 자신에겐 득이 하나도 없을 승천전에 말이다!

       

        “<원소술사>께서 참가라니……!”

       

        방금까지 박 사무관에게 독설을 내뱉던 이들 모두 경악을 흘렸다.

       

        그들 입장에서는 팔 벌려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 일평생을 눈치로 살아온 그들에게도 <원소술사>의 결정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대박이다! 이번 승천전은 대박이 될 거야!’

        ‘<원소술사>, <비를 내리는>, <성녀>…… 필시 어마어마한 격돌이 벌어지겠군!’

        ‘흐흐! 언론사에 정보를 흘려서 용돈 좀 얻어야겠어.’

       

        ……저마다의 이해관계와 이익집단에 따라 탐욕스러운 욕망을 불태울 뿐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드륵!

       

        “예, 예! 부디 살펴가십시오.”

       

        자리에서 일어난 <원소술사>가 홀연히 회의장을 나선다.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박 사무관은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할 뿐이었다.

       

        어안이 벙벙하다? 겨우 그런 말로 표현이 되지 않을 만큼, 갑작스러운 결정이 박 사무관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원소술사>이성혁.

        히어로 아카데미 Z급, 랭커 중 1위.

        히어로 계와 전세계 인류가 그에게 붙인 별명은…… ‘정점’.

       

        그가 이번 승천전에 참여한다.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특종거리가 생긴 셈이었다.

       

        “낭중지추라.”

       

        낭중지추.

       

        주머니 속의 송곳은 결국 천을 꿰뚫고 나온다는 뜻이다. 

       

        박 사무관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은 어느덧 식은땀이 흥건했다. 삽시간에 터져나온 상황이 절로 그를 긴장케 만든 것이다.

       

        <원소술사>이성혁이 <현상거절>이라는 신예에게 관심을 두고 있으니, 분명 흥미로울 미래가 그려졌다.

       

        “그를 만나러 가야겠어. 오늘.”

       

       사회생활의 처음을 아카데미에서 시작한 박 사무관이 보기에.

       

       <현상거절> 임혜성. 그의 능력은 고작 D등급의 허접한 수준이 아니었다. 분명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문 감사합니다 !!!
    다음화 보기


           


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