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올까요?”
“이주에서 한 달 정도는 기다려야 오지 않을까요?”
“흠. 쓸 만한 놈들이면 좋겠군.”
후임이 당장 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후임이 온다면 일은 좀 수월해 질 것이다.
‘뭐. 일단은 포탄부터…’
우선은 지금 하고 있던 일에 집중.
심지형 작열탄의 설계는 얼추 마무리되었다.
‘다음은 곡사포인데.’
브라운은 기존의 대포를 활용할 생각이었다.
대포 받침대를 개선하여 사각을 높인다면, 곡사포로 활용할 수 있다.
사거리도 늘릴 수 있고, 현 상황에서 전장에 빠르게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도면 되겠지.’
곡사포의 구상을 마무리 한 뒤, 브라운은 카렌에게 향했다.
“카렌씨. 바쁘세요?”
“아, 브라운씨? 무연 화약은 아직…”
“으음. 한 가지 더 부탁드리고 싶어서요.”
그는 카렌에게 심지형 작열탄의 구상도를 보여줬다.
“아…이건 포탄 내부에 화약을 채워 넣어서 터뜨리는 방식인가요?”
“그렇죠.”
“포탄 하나로 살상력을 높일 수 있는 괜찮은 방법이네요.”
“그렇긴 한데, 심지형이라면 전장에서 변수가 많을 것 같지 않아요?”
“아무래도…그렇겠죠?”
“그래서 말인데…”
브라운은 카렌에게 지연식 뇌관, 혹은 충격 뇌관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런거…가능 할까요?”
“엣. 그…예…”
“하하. 항상 고마워요.”
“에헤헤…”
오늘도 카렌은 웃는다.
브라운은 카렌과의 대화를 마무리 한 뒤, 연구소장에게 향했다.
“하. 폭발하는 탄이라.”
연구소장의 승인도 떨어졌다.
이젠, 시제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일은 언제나 그렇듯, 순조롭게 흘러갔다.
‘조금 걸리긴 하지만.’
작열탄이 전장에 투입 되면, 또 다시 많은 이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이 부분이 걸리긴 하지만, 브라운은 어느정도 마음을 잡았다.
‘제국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된 거겠지.’
당장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
무기 연구소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곳을 꼽자면, 당연 군부일 것이다.
마침 새로운 소식이 도착했다.
“그 이야기 들었나?”
“전장의 현황 말인가?”
“그게 아닐세. 무기 연구소에서 새로 연구중인 무기가 있다는군.”
“우효~.”
“대포의 사거리 증가, 및 폭발하는 포탄 이라던가.”
“포탄이…폭발한다고?”
“마법처럼…말인가…?”
“대포의 사거리가 늘어난다는 것도 흥미롭군. 언제쯤 볼 수 있을지.”
“생각보다 금방 볼 수도 있겠어. 기존의 대포를 약간 개량한 버전이라고 하니.”
“이거 참. 빨리 보고 싶군.”
군부는 무기 연구소의 새로운 소식에 들뜨기 시작했다.
이런 군부와는 다르게, 이 소식을 반기지 않는 곳도 있었다.
무기 연구소에서 설계한 무기들을 주로 제작하는 제 21 조병창.
증기기관과 각종 기계들 등의 최신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현재는 퍼커션 캡 방식의 소총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시제품의 제작 또한 이곳에서 이루어 진다.
“어허. 이것좀 보라지.”
“참. 생각은 쉽지.”
“어휴.”
이번에 제작해야 되는 시제품은 심지형 작열탄과 개선된 대포 받침대였다.
대포 받침대야 복잡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심지형 작열탄.
내부에 화약과 파편들이 들어갈 공간이 있어야 되고, 심지까지 꽂을 수 있게 구멍을 뚫어야 했다.
그들은 시제품을 만들 생각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물론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무기 연구소의 주문은 항상 번거로울 뿐이다.
“일단 만들어 보자.”
“심지가 꽂힐 구멍은…”
“대충 종이로 막아 놓자고.”
“오목하게 반구씩 만들어서 이어 붙이고…”
“대포 받침대는…”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그들.
“으음…이것도 통과 된다면, 생산할 것들이 추가 되겠는데.”
“맙소사. 지금보다 더욱 바빠지겠군.”
“앞으로도 정시퇴근은 무리인가.”
애석하게도 그들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
군부의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그들은 하루종일 바쁘게 일하고 있다.
새로 생산할 무기들이 추가 된다면, 지금보다 더욱 바빠질 것이다.
“전시 상황이니 뭐 별 수 있겠나.”
“그런것 치곤, 지나치게 평화로운데.”
“평화는 개뿔. 전장도 여기보단 평화로울거야.”
“동감하네.”
아주 약간, 그들은 울적해졌다.
***
브라운은 오늘도 출근길에 올랐다.
전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풍경은 전쟁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각자의 일터로 향하는 이들도 있었고.
“허허. 오늘도 승전 소식이군요.”
“아직 제국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겠죠.”
신문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아마 신문엔 제국은 이번에도 이겼다. 라는 내용이 적혀있을 것이다.
전쟁은 큰 문제 없이 제국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으니.
오히려 빠른 속도로 헤이른 왕국의 수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다만, 앞으로는 이전 만큼의 진격 속도는 내지 못할 것이다.
왕국에서도 대포의 대처방안을 마련했으니.
대처 방법은…방관이었다.
대포의 화력이 성벽을 빠르게 무너뜨리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파악한 헤이른 왕국.
대포의 대처는 과감하게 포기 하고, 마법과 공성전의 방어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제국 또한 피해를 우려해, 무리한 공성전은 지양하고 있었다.
물론 곡사포와 작열탄이 전장에 투입된다면, 혹은 더욱 강한 화력의 대포를 투입한다면 무시할 수 없으리라.
‘그게 당장 되는 것도 아니니까.’
전쟁의 현황은 무기 연구소에도 공유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브라운은 신문에 적혀있는 내용들 보다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원작에서는 어떻게 흘러가지.’
일단 제국이 이긴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
그 이후로도 다른 왕국끼리의 전쟁도 시작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듣기만 했을 뿐이지, 직접 원작을 읽은 것은 아니었기에 자세하게는 몰랐다.
잠시 고민하던 브라운은 호위에게 질문했다.
“아르윈씨. 전쟁이 언제 끝날 거라고 보시나요?”
“으음…”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여름이 지날 때 즈음에는 끝나지 않을까요?”
‘이분은 어떻게 되려나.’
브라운의 기억에, 그녀는 원작에서는 용병일을 하다가 마신교와 엮이게 된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옆에서 호위를 하고 있으니.
어쩌다 이렇게 꼬인 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나때문은 아니겠지.’
브라운은 잡생각을 가라 앉히며 연구소로 향했다.
“아. 브라운씨 오셨네요?”
“좋은 아침입니다.”
“쯧.”
“어휴.”
“헤헤. 시제품이 오늘 새벽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시험 해 보러 가실래요?”
“오, 벌써요?”
그러고 보니, 주문을 넣은지 시간이 제법 흘렀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 가지. 오늘 신입도 온다는데.”
“벌써요? 우와, 후임이래요.”
“이야. 좋은 소식이 연달아 들어오는구만.”
새로운 이들을 만나는 건 언제나 즐겁다.
특히, 후임이라면 더욱.
이는 브라운의 전생의 기억 속 군 복무와 알바, 직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성격이 어떨까요?”
“성격은 상관 없어. 발만 붙잡지 않아줬음 좋겠군.”
“나는…아니다.”
“왜 날 보면서 말을 하다 마는거지?”
“아니. 너가 좀 띠꺼워도 능력은 좋아서 좋다고.”
“하하. 천재는 항상 시기와 질투가 뒤따르는 법이지. 우둔한 자네의 그 질투 또한 내 이해해 주겠네.”
“에, 에엣…싸우지 마요…”
잠시 뒤, 후임들이 도착했다.
“자네들의 후임들이네. 잘 가르쳐 주게.”
“예. 연구소장님.”
““잘부탁드립니다!””
남자 두명, 여자 한명.
마법공학 전공 두명.
연금술 전공 한명.
“무기연구소에 온걸 환영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선, 무기 연구소에서 할 일은…”
“잠시, 그 전에…”
브라운은 카렌을 말리고, 귓속말을 했다.
“곡사포와 작열탄을 먼저 보여줄까요?”
“그거 괜찮은데요?”
흠흠.
카렌이 헛기침을 하고, 이어 말했다.
“우선 여러분에게 보여줄 게 있습니다. 따라오세요.”
연구소 인원들은 시험할 시제품들을 가지고 대포를 시험할 장소로 향했다.
“그럼…”
대포를 멀리 떨어진 들판에 조준, 길게 뽑은 심지에 불을 붙인 뒤 멀리 이동했다.
심지가 타들어가며, 시간이 흐른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무기 연구소에서 수없이 보게 될 장면이에요…”
“오오…”
심지의 불꽃이, 대포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콰앙!
불꽃이 뿜어져 나온다.
대포의 포구 끝이 아닌, 대포의 몸체에서.
대포가…폭발했다.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카렌이었다.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거에요..!”
후임들은 깨달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오옷, 이런 수많은 실패를 겪으며 무기를 만들어낸 거군요!”
“역시, 이 도전 정신을 일깨워 주기 위해 이런 모습을…”
“저도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 하겠습니다!”
“아아. 그 자세다.”
“헤헤…맞아요.”
맥콜슨과 카렌도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그들에게 말했다.
브라운은…
‘아.’
그동안 무기 시연을 하던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