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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시련의 수호자가 수질을 더럽힌 침입자들에게 막대한 분노를 표출합니다.]

       [정원의 보스. 토주원(B+)이 등장합니다.]

       [분노로 인해 토주원의 정신 수치가 전투 동안 대폭 감소합니다.]

         

       나는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레어보스답게 +등급이 붙네.’

         

       토주원(吐珠黿).

         

       이름 그대로 ‘구슬을 토해내는 자라’라는 뜻을 가진 한국의 요괴.

         

       이 아름다운 호수의 터줏대감으로서 오랫동안 신목(神木)을 지켜온 수호자라는 설정이다.

         

       다만, 내가 보기엔 근본도 없는 잡놈이다.

         

       ‘……갑자기 설정 추가된 보스주제에 무슨 터줏대감이야.’

         

       아무도 안가는 ‘고블린 서식지(E)’에 놈을 끼워 넣은 것은 당연히 ‘고스라’의 GM.

         

       즉, 운영진들이 벌인 일이다.

         

       공식 홈페이지에 ‘오랫동안 숨겨두었던 히든피스가 드디어 등장!’이라는 말로 어그로를 끌어 다들 어이없어했지.

         

       그리고 굳이 이건 토주원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해태라던가, 청룡같이 원래 ‘고스라’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동양적인 몬스터들이 그 숫자가 늘어났으니까.

         

       ‘그 이유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했던가.’

         

       《고니스 아카이브 라이프》는 오픈한지 무려 6년이나 된 모바일 게임이다.

         

       모바일 게임이라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어마어마하게 장수한 어르신인 셈.

         

       그런데도 지금까지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명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게임을 해온 게이머라면 알 거다.

         

       저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좋든 싫든 게임은 고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당연하게도 유저간의 격차가 심하게 난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과금으로 보여주는 돈의 힘이라던가.

         

       나처럼 오랫동안 캐릭터를 분석하고 택틱을 연마하며 공략하는 실력 같은 건 개인의 영역이니 넘어간다고 쳐도.

         

       결국, 시간의 질이 다른 이상 고인물과 뉴비의 격차는 어지간해서는 좁혀지지 않는다.

         

       그래서는 건강한 게임이 되지 못한다는 게 운영진의 생각.

         

       따라서 운영진은 둘 사이의 격차를 줄일 겸, 신규 유입도 늘릴 겸.

         

       뉴비들을 위해서 영구 이벤트성 던전을 업데이트하여 숨겨두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여기 <토주원의 정원>이다.

         

       그러나, <토주원의 정원>은 의도와 다르게 역으로 ‘뉴비 학살자’로서 악명을 떨쳤다.

         

       그 이유는 운영진, 이 개새끼들의 사악한 성향이 곁들여져 무지성으로 리트라이 해서는 못 깨게 만들어두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는 토주원의 스펙.’

         

       스킬 자체는 별거 없다.

         

       물로 이루어진 구체를 빠른 속도로 투척하는 [워터밤].

         

       [워터밤]의 강화 스킬이자 입에서 물대포…라고 하기에는 좀 많이 강한 수압을 발사하는 [워터브레스].

         

       [박치기]의 파생스킬인 [혼신의 박치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문제는 놈의 능력치이다.

         

       내가 아는 한 녀석의 스펙은 이렇다.

         

       ―――――――――――――――

       ◉토주원

       [근력:12] [마력:30]

       [속도:15] [정신:10]

       [내구:12] [신성:2]

         

       ◉특성

       [빠른 발] [가짜 여의주] [격투]

         

       ◉스킬

       [개울가의 물]

       -[워터밤] (파생스킬)

       -[워터브레스] (파생스킬)

         

       [박치기]

       -[혼신의 박치기] (파생스킬)

       ―――――――――――――――

         

         

       보다시피 전반적으로 능력치가 괴랄하였다.

         

       특히 마력은 도저히 B급 보스가 가질 법한 수치가 아니었다.

         

       속도가 높은 이유는 거북이가 아닌 자라라는 설정이라서 [빠른 발] 특성이 있어서 그렇고.

         

       마력이 무지막지하게 높은 이유는 [가짜 여의주]라는 영웅(Hero) 등급의 특성이 있어서 그렇다.

         

       ‘고스라’에서 마력은 기본적으로 화력을 담당한다.

         

       별거 아닌 물대포여도 마력만 높다면, 진짜 용가리가 쏘는 것 같은 위압감을 낼 수 있다는 소리이다.

         

       그렇다고 근접전이 마냥 약한 것도 아니다.

         

       무슨, 거북이 새끼가 [격투] 특성이 있어서 저 작달막한 팔다리로 휘둘러도 꽤 아프다.

         

       ‘……종합해서 지랄났다는 소리지.’

         

       여기에 애랑 싸우는 곳은 기본적으로 호수 근처다.

         

       즉, 근접이라면 물에 대한 패널티를 감수하고 싸워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스펙이면 이미 뉴비가 아니다.

         

       따라서 보통은 원거리에서 놈과 대치하는데.

         

       이 녀석. 영악하게도 [워터브레스]만 주구장창 쏴서 더욱 우월한 사거리로 농락하니 사실상 무지성 공략은 답이 없었다.

         

       ‘이걸 뉴비들 보고 잡으라고? 운영진 개새끼들.’

         

       하지만 운영진도 대가리가 있는 녀석이다(아마?).

         

       본인들이 뉴비용으로 던져준 만큼 토주원은 기믹과 공략만 알면 스펙이 낮아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녀석이다.

         

       그중 첫 번째가 바로 물에서 끌어 내리는 것.

         

       토주원은 오랫동안 터줏대감으로 살아왔다는 설정답게 호수에 부정한 것이 닿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중에서도 극혐 하는 것이 바로 수질 오염.

         

       그걸 위해서 임혜자에게 독액을 샀고, 일부러 고블린과 고블린 아처라는 영양가도 없는 놈들을 사냥하며 재료를 모아 ‘수제 포이즌 쉐이크’를 만들어 강에 뿌린 거다.

         

       “크웨에에에에엑!!!”

         

       그리고 지금 그것이 결실을 보았다.

         

       수풀에서 몸을 숨긴 나는, 늠름하게 토주원과 대치하는 므냥이를 바라보았다.

         

       ‘…1단계는 성공.’

         

       이제 중요한 것은 므냥이가 제대로 해주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대처할 방안은 얼추 준비해두었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최애캐, 므냥이는 그저 귀엽고 연약하기만 한 소녀가 아니라는 것을.

         

       기회가 없었고, 재능이라는 것이 없었기에 꽃을 피우지 못했을 뿐.

         

       그녀가 가진 열정과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곳으로 온 거다.’

         

       목숨의 위기가 있을지라도 그녀라면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거다.

         

       나는 숨을 고르며 조용히 허리춤의 칼자루에 손을 올렸다.

         

         

       * * *

         

         

       “크웨에에엑!!”

         

       밖으로 기어 나온 토주원의 충혈된 눈동자가 요리조리 움직였다.

         

       활활 타오르는 분노를 표출하는 녀석.

         

       ‘감히, 오랫동안 지켜온 이 호수를 더럽혀?’오로지 이것만을 머릿속에 담은 토주원은 씩씩거리며 지상을 둘러보았다.

         

       몇 분 전, 처음으로 이곳에 들어온 침입자를 호수 안에서 조심히 지켜보고 있던 토주원.

       

       비실비실하게 생긴 사내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털 뭉치가 처음으로 만난 상대이기에 토주원은 약간 맥이 빠졌다.

         

       그렇기에 그 둘이 별다른 짓을 하지 않는다면, 살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어리석었다.

         

       역시 침입자는 무조건 죽여야 한다.

         

       기억상, 분명 독을 푼 것은 사내새끼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원래라면 냉정 침착한 성향인 토주원은 진득이 숲을 찾아보겠지만, 이미 극도로 흥분상태였다.

         

       이 아름다운 숲을 망가트리는 한이 있어도 찾고 말겠다.

         

       그리, 생각하는 순간.

         

       탕탕탕-!

         

       “…크르륵!”

         

       귓가를 거슬리는 철소리에 바로 시선을 내렸다.

         

       마하나, 토주원에 비하여 너무나도 작고 연약해 보이는 묘인족 소녀.

         

       토주원으로서는 쥐방울만 한지라 바로 코앞에 있어도 발견하지 못했다.

         

       “…꾸, 꿀꺽. 더, 덤벼…덤벼라! 거북아!”

         

       마른침을 삼키며 같잖은 도발을 하는 마하나.

         

       하지만 토주원으로서는 넘길 수 없었다.

         

       그녀의 왼손에 들린 빈 병, 방금까지 사내놈이 들고 있던 그 독병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토주원은 저 쥐방울만 한 년부터 죽이고 말겠다 생각하였다.

         

       특유의 강렬한 마력 파장이 퍼져나간다.

         

       지켜보던 마하나는 ‘후우…!’ 하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리듯 토주원의 몸 주변에 3개의 마력이 구체처럼 뭉쳐지기 시작했다.

         

       한 방울씩 뭉쳐진 물방울은 삽시간에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의 물덩이로 변하였고 빠른 속도로 투척 되었다.

         

       [워터밤].

         

       [개울가의 물]이라는 [마법류]의 파생 스킬이었다.

         

       원래라면 별거 없는 위력이지만, 토주원의 마력 수치는 무려 30.

         

       휘유웅―!

         

       사실상 하나하나가 웬만한 대형망치로 내려치는 급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므아아!”

         

       하지만 마하나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발 앞으로 나가며 양손으로 방패를 든 채 몸속 깊은 곳에서 마력을 끌어모았다.

         

       “<방패 올리기>!”

       

       쾅―!

       쾅―!

       쾅―!

         

       연속된 [워터밤]의 폭발.

         

       토주원은 끝났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지만, 다시 텅텅-! 하고 들려오는 철소리에 화들짝 놀라 시선을 돌렸다.

         

       “안 끝났어! 바, 바보 거북아! 앗, 그, 미안 말 너무 심했다.”

       “…크르륵!”

         

       토주원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뒤로 몇 발자국이나 밀렸음에도 마하나는 방패로 확실하게 막아내었다.

         

       토주원은 그것이 자존심이 상했다.

         

       감히 피한 것도 아니고 정면으로 공격을 막아내?

         

       그것은 이곳의 보스인 자신에게 내미는 도전장이라고 토주원은 생각하였다.

         

       “크웨에에에엑!”

         

       쩍하고 벌린 토주원의 입가를 타고 부글부글 물거품이 끓어오른다.

         

       턱 아래에 달린 주머니 속 구슬이 빛을 낸다.

         

       호수에 있는 물이 염력에 끌린 것처럼 하늘 높이 올라가 입안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온다!’

         

       마하나는 지금 저 기술이야말로 유세하가 신신당부했던 ‘그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직시했다.

         

       ‘워터브레스!’

         

       [토주원이 <워터브레스>를 시전합니다.]

       [<가짜 여의주> 특성에 의해 위력이 20% 상승합니다.]

         

       쿠와아아―!

         

       일직선의 강력한 물대포가 마하나를 박살 낼 기세로 날라왔다.

         

       “……”

         

       주마등인 걸까.

         

       마하나는 문득 눈앞의 [워터브레스]가 느리게 보인다는 착각을 들었다.

         

       두려움으로 몸이 굳는다.

         

       빈약한 자신이 저걸 정통으로 맞는다면, 마하나에서 마하나였던 것으로 변할 거다.

         

       틀림없는 기정사실.

         

       마하나는 찰나, 숲에서 지켜보는 시선에 눈을 돌렸다.

         

       “……”

         

       유세하.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그의 눈빛이 대답을 대신해준다.

         

       ―무, 무리야. 마력이 30이라고? 내가 막을 수 있을 리가…

       ―므냥아. 할 수 있어. 내가 보장할게. 너라면 할 수 있어!

         

       그러니 자신을 믿어!

         

       ‘……응.’

         

       그가 말해주었다.

         

       그러니 믿을 것이다.

         

       그러니 해낼 것이다.

         

       “므아아아!!!”

         

       쾅―!

         

       마하나는 답지 않게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대로 워터브레스를 향해 앞으로 달려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부족한 글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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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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