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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루크숲에서 거대한 마나흐름이 관측된 후, 마법사들은 그것이 인공적인 마나발전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측되는 알 수 없는 자연현상, 그러니까 일종의 이상기후현상이라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거 참 적당한 소리네.”

    그 이야기를 다프네에게 듣던 소르비가 늘어진채 중얼거렸다.

    그 이상기후인지 뭔지 덕분에, 굉장히 한가해진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몬스터들까지 활동을 멈춘다니.”

    “뭐, 그정도 마력반응이라면 겁먹을만도 하지.”

    다프네는 예르나가 갖고있던 찻잎으로 우려낸 차로 입술을 적시며 저쪽에서 배드민턴을 치고있는 루크와 키르케를 보았다.

    “덕분에 요 며칠 말도안되게 한가하네.”

    숲 전체의 마력 흐름폭주.

    아무리 마나에 이끌리는 몬스터라지만, 그정도의 흐름에는 겁을 먹기 마련이었다.

    압도적인 존재와 미지에 대한 공포.

    몬스터들은 그 마력흐름을 일으킨 존재가 자신들에게 분노한것이 아니기를 빌며 숨은채 몸을 떨어댈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도시로 몰리는 몬스터의 퇴치를 주 업무로 하는 숲지기들도 출근은 했지만 할 일이 없는 상황.

    사실, 불만스럽게 말은 했지만 소르비는 이 상황이 마냥 좋았다.

    맨날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정도로.

    “언니, 그정도의 마력흐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겠지?”

    소르비의 멍청한 소리를 들은 다프네가 살풋이 눈을 감고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말이 되겠니. 숲을 홀라당 날려버리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현대 마법기술로는, 그정도의 마력을 운용하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 파괴적으로’운용하는 방법이 없다.

    그 수준의 마나를 다룰 수 있는 마법을 따져보자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것은 9클래스의 군사용 폭격마법, ‘앱솔루트 디스트럭션 필드’ 정도겠다.

    줄여서 ‘ADF’라고 불리는 그 마법의 효과는, 파괴적인 네이밍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넓은 범위의 물체들을 마나단위로 완전히 분해 및 소멸시켜버리며, 마력의 잔해조차 남기지 않는 궁극의 파괴마법이다.

    하지만 그런 초대형 마법을 사용하기위해 만들어지는 ‘일회용’ 지팡이의 가격은 자그만치 20조.

    개인으로써는 결코 운용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걸 미쳤다고 정부가 인공 도심세계수의 마나생성 보조를 위해서 존재하는 숲에다 떨굴리는 없으니,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봐야겠지.

    “흐응.”

    소르비는 그렇겠네, 하는 뜻으로 소리를 내며 자세를 다잡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건 정말로 자연현상일까?”

    “그렇다고 볼 수밖에……. 뭐, 몬스터가 아니라면 됐잖아.”

    “그건 그래. 나도 이게 싫은거는 아냐.”

    소르비는 팔랑팔랑 날아오는 나비를 보며 중얼거렸다.

    “갑자기 날씨까지 따듯해졌고.”

    며칠만에 겨울에서 봄이 되어버린 숲에는, 모두가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계절의 변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소견은 이랬다.

    “숲에 만연한 겨울의 마나가 모조리 날아가버렸으니까. 봄이 조금 일찍 온 모양이야.”

    이 또한 이상기후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흐으, 따듯한건 싫지 않지만.”

    소르비는 쭈욱, 기지개를 켜면서 중얼거렸다.

    원래 추위에 약한 그녀는 봄이 빨리 온것은 환영이었으니까.

    옷장속에 처박혀있던 봄 옷을 급하게 꺼내야했던게 유일한 불만이다.

    그렇게 한가함을 즐기던 중.

    숙소 안쪽에서 예르나가 낮잠을 잤는지 조금 부스스한 느낌의 머리칼을 정리하며 걸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다프네는 가볍게 인사를건네며 말했다.

    “이제 일어나시게요?”

    “하암……. 그러려고. 다프네, 루크는 어때?”

    “키르케하고 잘 놀고 있어요.”

    “그래?”

    예르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루크를 바라보았다.

    루크는 다프네가 뒤로 정리해 묶어준 포니테일을 한채로, 배드민턴채를 휘두르는 중이었다.

    톡, 토옥, 톡, 하는 경쾌한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원피스자락과 뒤로 묶은 머리칼을 팔락거리며, 공터를 잽싸게 뛰어다니며 라켓을 휘둘러대는 아이의 모습은, 멍하니 보고있으면 시간이 금세 지나갈 것 같았다.

    “근데, 쟤 배드민턴 되게 잘한다.”

    키르케야 원래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루크는 또 의외였다.

    소르비의 생각보다 훨씬 더 날렵하게 움직이는게 아닌가?

    “그러게, 맨날 책만 읽어서 저런건 못할 줄 알았는데.”

    다프네의 말대로, 루크의 움직임은 대단했다.

    “언니, 쟤 나중에 운동선수라도 시켜봐.”

    소르비의 말에 예르나는 잠깐 루크가 운동을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흐음, 그럴까?”

    그것도 꽤나 귀여울 것 같은데 말이다.

    ——–

    “후아, 잠깐 휴식좀 할까?”

    “후우, 그래. 그러자꾸나.”

    키르케는 점차 숨이 거칠어지는 루크에게 휴식을 제안했다.

    루크는 느릿하게 날아오는 셔틀콕을 공중에서 손으로 잡고선 낮췄던 몸을 일으키며 그 제안에 응했다.

    키르케는 그 모습을 보며 놀랍다는듯이 말한다.

    “이야, 진짜 놀랍네. 어린데도 꽤 잘하는구나.”

    루크가 숨을 고르며 끊임없이 회전시키던 심장의 서클을 진정시키자, 파이는 곧장 수고했다는 듯이 바람을 일으켜 루크의 머리칼을 흔들었다.

    -루크!……!

    “하아, 고맙다. 파이.”

    땀을 식혀주는 적당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지는것을 느끼며 루크는 키르케에게 말했다.

    “그대도 참 훌륭하더구나.”

    ‘역시 2서클의 ‘인핸스 바디’와 ‘윈드’의 동시시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루크는 마법으로 신체능력을 강화시키고 윈드로 셔틀콕의 궤도를 조금씩 수정하며 키르케를 상대하는 중이었다.

    루크에게 마법은 숨을 쉬는것과 같았다.

    과거엔 단순한 마법조차 동시시전을 통해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압도적인 마법으로 변모시킬 수 있던 루크는, 이번에 완벽하게 정착된 2서클을 시험해보고자 키르케의 배드민턴 제안을 받았던 것이다.

    2서클은 역시나 제대로 작동했다.

    ‘몸도 훨씬 가볍고, 이몸은 강화마법의 효율도 뛰어나군. 뭣보다, 지긋지긋한 관절통이 없으니 운동도 할만하구나.’

    1서클이 ‘마나의 기초적인 지배’라면, 2서클은 조금 더 나아가, ‘비물질적인 속성에 대한 지배’다.

    불과 바람을 비롯해, 기체와 유사한 형태로 마나를 조작할 수 있는 권한.

    그것이 2서클의 의미였다.

    그것을 마침내 되찾은 만족감으로 저절로 미소를 짓게된 루크.

    그런 루크를 향해 키르케도 어디선가 불어오는 기분좋은 바람을 느끼며 마주웃었다.

    키르케가 문득 말했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음? 무슨 시간이 되었단 말인가?”

    “점심시간말이야!”

    “아, 그런가.”

    점심시간이 될때까지 배드민턴을 쳤단 말인가.

    생각보다 라켓으로 셔틀콕을 치는 감각이 기분이 좋아서 정신없이 해댄 모양이었다.

    루크가 몸을 돌리자 저쪽에서 미소로 바라보고있는 예르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시선에 머쓱해진 루크가 괜스레 뒷목을 긁으며 시선을 피했다.

    ‘저 아이를 보는듯한 시선……. 역시 낯간지럽구나.’

    루크가 뭘 하든 저런 시선으로 보여지니 조금은 곤란한 느낌이 들었다.

    뭐, 이제는 실제로 아이이기는 하지만 그 시선이 주는 낯간지러운 느낌엔 쉬이 익숙해지지 못했다.

    그동안 늙은이에게 저런 시선을 보내오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것도 루크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마법사가 되었으니, 저런 아이를보는듯한 흐뭇한 미소는 20대 이후부터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것이었기에 더욱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참, 부끄러워하기는.’

    하지만 그 수줍은듯한 반응은 예르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에겐 그냥 어린애로 보였다는게 문제일까.

    루크 역시 그런사실을 유추하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알면서도 부끄러워하는 것 외에 다른 반응을 행할수는 없었다.

    “예르나, 그대도 이제 일어난겐가.”

    루크가 다가가자, 예르나는 시원한 물이 담겨진 병을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배드민턴은 재밌었니, 루?”

    “흠……. 그래.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키르케가 씨익 웃으며 루크에게 말했다.

    “그렇지? 그런데 소르비, 저 게으른 것은 절대 운동을 하려고 안한단 말이지.”

    “뭐어? 게으른? 말 다했어?”

    “사실이잖아?”

    키르케가 어깨를 으쓱하자, 소르비는 그게 아니라는듯 외쳤다.

    “게으른게 아니라, 운동하면 땀나잖아! 난 그게 싫어서 그런거거든!”

    “네, 네. 그러시겠죠. 핑계는 아주.”

    “으익! 두고봐, 너!”

    입가를 가린채 가소롭다는듯이 웃는 키르케에게 잔뜩 찌푸리던 소르비는,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듯 일어나 루크에게 다가가며 울음을 지어내며 말했다.

    “흐잉~, 루크, 키르케가 나 괴롭혀!”

    “아. 다가오지 말거라.”

    “헉.”

    루크의 단호한 거절에 충격받았다는 듯한 표정의 소르비는, 안아들려던 모습 그대로 굳어버렸다.

    루크는 그 반응에 해명하듯이 말했다.

    “……땀이 싫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금 내 몸은 땀 투성이니, 그대에겐 불쾌할게다.”

    소르비는 그 말을 듣고는 엄청나게 감동했다는 듯이 주전자끓는 소리를 내며 안아들었다.

    “루크의 땀은 예외야!”

    “아.”

    루크는 그 말을 한것을 후회했다.

    솔직히, 루크라도 땀이 난 상태에서 안아드는것은 불편했으니까.

    하지만 이미 안겨버린것을 어찌하겠는가. 루크는 한숨을 쉬며 소르비에게 말했다.

    “뭐……. 뿔에 찔리지 않게 조심하거라.”

    “언니 걱정해주는거야?”

    “…….”

    루크는 좋겠다는듯이 옆에서 맴돌며 강아지의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는 정령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형체가 없는 정령도 안는다는게 가능한가?’

    정령의 영체를 직접 만지려고 해봤자 결국엔 통과해버리는걸 보면, 세계에 일정 이상의 물리적인 간섭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다.

    안는다는것의 의의는, 결국 체온과 체온을 나눈다는것에 있는게 아닌가.

    정령에게는 체온도 없으며 형체도 없다.

    만약 정령을 만질 수 있었다면, 그건 정령을 만진것이 아니다.

    따지자면 마나로 이뤄진 배리어, 정령이 생성한 마나실드의 표면을 느낀것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고민을 하고있던 루크의 표정을 살핀 예르나가 다그치듯 말했다.

    “소르비, 루가 싫어하는 것 같으니까 놔줘.”

    “엑, 너무해! 루크, 언니가 싫으니?”

    소르비가 불쌍한 표정을 지어내며 루크를 바라보며 묻자, 루크는 곧바로 대답했다.

    “더우니까 좀 떨어지면 좋기는 할것 같구나.”

    “너무해!”

    키르케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너무할게 있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앜! 오늘은 너무 귀엽게 그려졌다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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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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