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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요정과 은화에 도착하자마자 쪼르르 달려가 카운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한손으로 턱을 괴며 짐짓 나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바텐더. 항상 먹던 걸로.”

       

       “어, 요나 왔냐.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워온 건지….”

       

       피식 웃으며 우유를 한 컵 가득 따라주는 엘리. 냉큼 들이켜자 농후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캬! 일 끝나고 와서 마시는 시원한 한잔! 이걸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과언이지. 좀 더 나이 들어서 우유 대신 술이라도 마셔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나는 플래티퍼스 30년산으로 부탁할게 엘리 선배.”

       

       “한잔에 10골드는 하는 술이잖아! 그런 걸 이 가게에서 팔 것 같아?!”

       

       “없으면 맥주나 줘.”

       

       “처음부터 맥주나 마시라고….”

       

       한숨을 푸욱 내쉬며 차갑게 얼린 잔에 맥주를 따라 리디아에게 넘기는 엘리.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문득 떠오른 궁금증을 입에 담았다.

       

       “그러고 보니 엘리. 제가 다른 데서도 우유를 마셔보긴 했는데…여기 우유가 확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맛있었거든요? 혹시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라도 있는 거예요?”

       

       “우유에 마시는 방법이 어딨어. 그냥 좋은 우유를 써서 그래. 그냥 소가 아니라 A+급 젖소 수인의 우유거든.”

       

       순간 내가 잘못 들어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 뭐라고요? 누구의 우유요?”

       

       “A+급 젖소 수인. 왜. 놀랐니? 어차피 이 가게에서 우유를 마시는 건 요나 너밖에 없으니까 일부러 비싼 걸로 준비해 뒀지.”

       

       의기양양해하는 엘리. 하지만 나는 거기에 순순히 감탄할 수 없었다.

       

       “그거 모유잖아요?!”

       

       “아이고 귀야…뭐, 이것도 모유라면 모유지. 근데 그게 어때서?”

       

       “소의 모유가 우유. 젖소 수인의 모유와 다르지 않아.”

       

       뭐야 이 시큰둥한 반응. 혹시 내가 이상한 건가. 아무리 남녀역전 세상이라지만 모유를 고오급 우유라고 파는 게 맞는 건가?

       

       지구로 따지면 정액을 고오급 단백질이라면서 파는 거…랑은 조금 다르려나. 남자한테는 모유가 안 나오니 비교하기 좀 그러네.

       

       판 대륙에서 살아남은 지 벌써 2년째. 하지만 이건 전혀 몰랐던 상식이라 그냥 물어보기로 했다.

       

       “원래 막 다른 사람의 모유를 마시고 그런 게 당연한 건가요? 뭐랄까…좀 부끄럽달까 야한 일이랄까 그런 거 아니에요?”

       

       “아, 음…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 줘야 하려나….”

       

       엘리가 아이에게 아기는 어떻게 낳냐는 질문을 받은 어른처럼 곤란해하기 시작했다.

       

       노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뒤통수를 거칠게 긁적인 끝에야 조심스런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선 수인족은 주기적으로 발정기가 와. 그건 알고 있지?”

       

       “네. 그래서 창관에는 수인족 형들이 갑자기 많아지는 때가 있더라고요.”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서 맥주를 마시던 리디아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상식은 부족한데 이상한 것만 잘 알아.”

       

       “음. 잘 모르겠지만 리디아 님이 절 바보 취급한다는 건 알겠어요. 저 알 건 다 알거든요?”

       

       “그래그래. 지금은 엘리 선배 말에 집중.”

       

       타이르는 듯한 태도에 나도 모르게 조금 반발심이 들었지만, 내가 우유에 관한 이 세계의 상식을 모르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여 입 꾹 다물고 엘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사이에 말을 정리한 엘리가 우유를 한잔 더 리필해주며 말했다.

       

       “대충 알고 있다니 기본적인 설명은 스킵할게. 아무튼 중요한 건 수인의 발정기는 신체적 변화를 동반한다는 거야.”

       

       “오…어떤 변화요?”

       

       “수인 여자는 발정기에 가슴이 커지는 건 물론이고, 심한 경우에는 모유까지 나와.”

       

       “진짜요?”

       

       “응.”

       

       남녀역전의 상식 문제인가 싶었더니, 이종족의 특징이었던 건가.

       

       “보통은 조금 나오고 마는 정도인데, 평소에도 적게나마 모유가 나오는 젖소 수인은 어떻겠어. 곤란할 정도로 흘러넘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발정기가 끝날 때까지 수시로 짜두는 거야.”

       

       “그렇게 짜낸 우유가 이게 보통 소의 우유보다 훨씬 맛있어서 비싸게 거래된다…라고 이해하면 되는 건가요?”

       

       “정확해. 여기서 조금 덧붙이자면 지금은 그럭저럭 먹고살 만한 세상이 됐지만, 먼 옛날에는 미궁이 없었으면 굶어 죽어야 했을 정도로 살기 힘들었잖아?”

       

       “애초에 멸망했어야 하는 세상을 억지로 되살린 거니까요.”

       

       “맞아. 그런 시대다 보니, 아무리 젖이 잘 나오는 젖소 수인이라도 우유를 버리기엔 아까웠겠지. 본인이 마시고, 가족이 마시고, 그러고도 남으면 다른 이들에게 팔아버리기를 반복하던 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야.”

       

       “그렇군요. 완벽히 이해했어요.”

       

       야한 의미가 아니라 좀 더 절박한 이유였구먼.

       

       거기에 인간처럼 출산 이후 몇 개월 동안만 모유가 나오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조금씩 나오는데, 발정기가 되면 심하게 흘러넘칠 뿐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젖소 수인에게 우유는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고, 이는 마시는 쪽 또한 마찬가지라는 거겠지.

       

       오늘도 지식이 늘었다!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며 흥미로워하던 것도 잠시. 그러고 보니 방금 모든 수인족은 발정기에 적게나마 모유가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혹시 엘리도 발정기에 모유 나와요?”

       

       “…그런 건 물어보면 실례다?”

       

       “왜요?! 지금까지 잘만 설명했으면서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으음. 인간으로 치면 너 오늘 생리해? 혹은 남자니까 몽정했지? 같은 질문이거든.”

       

       “다들 알지만 직접 물어보기엔 곤란한 질문이라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니 확실히 무례하긴 했네요.”

       

       근데 그건 그거고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그럼 무례를 무릅쓰고 물어볼게요. 엘리도 발정기에 모유 나와요?”

       

       “요나 너….”

       

       “참고로 전 엘리를 만난 이후로는 엘리로 자주 딸쳐서 몽정 같은 거 안 했어요.”

       

       “…….”

       

       할 말을 잃고 뻐끔거리는 엘리. 그녀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대답했다.

       

       “…당연히 나도 나오지.”

       

       “그럼 다음에는 엘리의 우유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되겠냐! 나는 젖소 수인이 아니라 늑대 수인이라고! 양도 얼마 없고, 맛도 별로일 거야! 무엇보다 착유할 장비도 없어!”

       

       “맛을 보고 싶은 거니 양이 적어도 괜찮고, 맛이 없어도 괜찮아요. 그리고 부족한 장비는…그냥 제가 직접 빨아 마시면 되는 거잖아요.”

       

       “그,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야한 일이잖아!”

       

       “바로 보셨어요! 전 엘리랑 야한 일이 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래서 이런 선물도 준비했고요!”

       

       마침 타이밍이 좋다 싶어, 엘리 주려고 준비한 야한 속옷 세트를 건네자 아예 기겁하는 엘리.

       

       “이런 건 또 어디서 구한 거야?! 이런 거 입은 내가 보고 싶어?!”

       

       “당연하죠. 전 엘리가 평소에 입은 위아래 짝짝이 속옷은 색기가 없어서 별로라구요.”

       

       “여자가 색기는 무슨….”

       

       어이없어하면서도 일단 선물은 고이 챙기는 엘리. 자꾸만 나와 속옷을 번갈아 바라보는 걸 보아, 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의 속옷 차림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히히 웃으며 뒤통수에 깍지를 끼고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는 의자를 반쯤 넘긴 채 흔들거리고 있자니, 조용히 나와 엘리를 구경하던 리디아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요나.”

       

       “네?”

       

       “방금 마신 우유가 젖소 수인의 모유라는 걸 처음 들었을 때, 이거 야한 거 아니냐며 당황했던 이유가 뭐야?”

       

       “아니, 저도 남자니까 부끄러워하기도 하거든요?”

       

       “그렇겠지만, 평범한 수준으로 부끄러워하지는 않잖아.”

       

       “그거야 뭐…조금 어떻게 모유를 만들어 내는지를 상상해 버렸거든요.”

       

       “?”

       

       이해하지 못하는 리디아. 그런 그녀를 위해 내가 순간 떠올린 이미지를 설명해 주었다.

       

       “전 또 젖소 수인 여자들을 한데 모아 고정된 자세로 묶어놓고, 임신과 출산을 무한히 반복시켜 모유를 마구 뽑아내다가, 더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 되면 그대로 처분해 버리는…그런 인간목장을 생각했지 뭐예요.”

       

       “…….”

       

       “…….”

       

       내 이야기를 들은 엘리와 리디아가 아연한 표정으로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요나가 부끄러워하는 건가….”

       

       “놀랐어. 성벽은 어렸을 때 보고 자란 걸로 결정된다는 말이 있잖아. 역시 요나는….”

       

       너무해. 진심으로 깼다는 듯이 반응하면 나도 진심으로 상처받잖아.

       

       토라졌다는 티를 내기 위해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흥! 저는 이제 가볼게요. 오늘 있었던 일은 리디아가 대신 말하든가 알아서 하세요.”

       

       잔뜩 삐졌다는 티를 내며 2층으로 이어진 계단으로 향했다. 그렇게 올라가기 직전, 첫 번째 계단에 한발을 걸친 채 고개만 돌렸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어버버 거리는 엘리와, 실수했다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하는 리디아.

       

       그 둘을 한차례 노려보고는 검지로 한쪽 눈 밑을 쭈욱 잡아당기며 혀를 내밀었다.

       

       “베에! 오늘은 방문 잠가놓을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엘리!”

       

       “요, 요나야?!”

       

       엘리가 화들짝 놀라긴 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2층으로 향했다. 그래야 밀당이 되지 않겠는가.

       

       …그래도 예외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올라왔던 계단을 다시 쪼르르 내려가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단, 제가 사준 속옷만 입고 찾아오면 문 열어드릴게요.”

       

       오늘 기대해 봐도 되는 거 맞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응애 나 아기 요나 맘마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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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EP.25





       요정과 은화에 도착하자마자 쪼르르 달려가 카운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한손으로 턱을 괴며 짐짓 나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바텐더. 항상 먹던 걸로.”


       


       “어, 요나 왔냐.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워온 건지….”


       


       피식 웃으며 우유를 한 컵 가득 따라주는 엘리. 냉큼 들이켜자 농후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캬! 일 끝나고 와서 마시는 시원한 한잔! 이걸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과언이지. 좀 더 나이 들어서 우유 대신 술이라도 마셔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나는 플래티퍼스 30년산으로 부탁할게 엘리 선배.”


       


       “한잔에 10골드는 하는 술이잖아! 그런 걸 이 가게에서 팔 것 같아?!”


       


       “없으면 맥주나 줘.”


       


       “처음부터 맥주나 마시라고….”


       


       한숨을 푸욱 내쉬며 차갑게 얼린 잔에 맥주를 따라 리디아에게 넘기는 엘리.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문득 떠오른 궁금증을 입에 담았다.


       


       “그러고 보니 엘리. 제가 다른 데서도 우유를 마셔보긴 했는데…여기 우유가 확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맛있었거든요? 혹시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라도 있는 거예요?”


       


       “우유에 마시는 방법이 어딨어. 그냥 좋은 우유를 써서 그래. 그냥 소가 아니라 A+급 젖소 수인의 우유거든.”


       


       순간 내가 잘못 들어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 뭐라고요? 누구의 우유요?”


       


       “A+급 젖소 수인. 왜. 놀랐니? 어차피 이 가게에서 우유를 마시는 건 요나 너밖에 없으니까 일부러 비싼 걸로 준비해 뒀지.”


       


       의기양양해하는 엘리. 하지만 나는 거기에 순순히 감탄할 수 없었다.


       


       “그거 모유잖아요?!”


       


       “아이고 귀야…뭐, 이것도 모유라면 모유지. 근데 그게 어때서?”


       


       “소의 모유가 우유. 젖소 수인의 모유와 다르지 않아.”


       


       뭐야 이 시큰둥한 반응. 혹시 내가 이상한 건가. 아무리 남녀역전 세상이라지만 모유를 고오급 우유라고 파는 게 맞는 건가?


       


       지구로 따지면 정액을 고오급 단백질이라면서 파는 거…랑은 조금 다르려나. 남자한테는 모유가 안 나오니 비교하기 좀 그러네.


       


       판 대륙에서 살아남은 지 벌써 2년째. 하지만 이건 전혀 몰랐던 상식이라 그냥 물어보기로 했다.


       


       “원래 막 다른 사람의 모유를 마시고 그런 게 당연한 건가요? 뭐랄까…좀 부끄럽달까 야한 일이랄까 그런 거 아니에요?”


       


       “아, 음…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 줘야 하려나….”


       


       엘리가 아이에게 아기는 어떻게 낳냐는 질문을 받은 어른처럼 곤란해하기 시작했다.


       


       노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뒤통수를 거칠게 긁적인 끝에야 조심스런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선 수인족은 주기적으로 발정기가 와. 그건 알고 있지?”


       


       “네. 그래서 창관에는 수인족 형들이 갑자기 많아지는 때가 있더라고요.”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서 맥주를 마시던 리디아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상식은 부족한데 이상한 것만 잘 알아.”


       


       “음. 잘 모르겠지만 리디아 님이 절 바보 취급한다는 건 알겠어요. 저 알 건 다 알거든요?”


       


       “그래그래. 지금은 엘리 선배 말에 집중.”


       


       타이르는 듯한 태도에 나도 모르게 조금 반발심이 들었지만, 내가 우유에 관한 이 세계의 상식을 모르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여 입 꾹 다물고 엘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사이에 말을 정리한 엘리가 우유를 한잔 더 리필해주며 말했다.


       


       “대충 알고 있다니 기본적인 설명은 스킵할게. 아무튼 중요한 건 수인의 발정기는 신체적 변화를 동반한다는 거야.”


       


       “오…어떤 변화요?”


       


       “수인 여자는 발정기에 가슴이 커지는 건 물론이고, 심한 경우에는 모유까지 나와.”


       


       “진짜요?”


       


       “응.”


       


       남녀역전의 상식 문제인가 싶었더니, 이종족의 특징이었던 건가.


       


       “보통은 조금 나오고 마는 정도인데, 평소에도 적게나마 모유가 나오는 젖소 수인은 어떻겠어. 곤란할 정도로 흘러넘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발정기가 끝날 때까지 수시로 짜두는 거야.”


       


       “그렇게 짜낸 우유가 이게 보통 소의 우유보다 훨씬 맛있어서 비싸게 거래된다…라고 이해하면 되는 건가요?”


       


       “정확해. 여기서 조금 덧붙이자면 지금은 그럭저럭 먹고살 만한 세상이 됐지만, 먼 옛날에는 미궁이 없었으면 굶어 죽어야 했을 정도로 살기 힘들었잖아?”


       


       “애초에 멸망했어야 하는 세상을 억지로 되살린 거니까요.”


       


       “맞아. 그런 시대다 보니, 아무리 젖이 잘 나오는 젖소 수인이라도 우유를 버리기엔 아까웠겠지. 본인이 마시고, 가족이 마시고, 그러고도 남으면 다른 이들에게 팔아버리기를 반복하던 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야.”


       


       “그렇군요. 완벽히 이해했어요.”


       


       야한 의미가 아니라 좀 더 절박한 이유였구먼.


       


       거기에 인간처럼 출산 이후 몇 개월 동안만 모유가 나오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조금씩 나오는데, 발정기가 되면 심하게 흘러넘칠 뿐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젖소 수인에게 우유는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고, 이는 마시는 쪽 또한 마찬가지라는 거겠지.


       


       오늘도 지식이 늘었다!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며 흥미로워하던 것도 잠시. 그러고 보니 방금 모든 수인족은 발정기에 적게나마 모유가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혹시 엘리도 발정기에 모유 나와요?”


       


       “…그런 건 물어보면 실례다?”


       


       “왜요?! 지금까지 잘만 설명했으면서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으음. 인간으로 치면 너 오늘 생리해? 혹은 남자니까 몽정했지? 같은 질문이거든.”


       


       “다들 알지만 직접 물어보기엔 곤란한 질문이라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니 확실히 무례하긴 했네요.”


       


       근데 그건 그거고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그럼 무례를 무릅쓰고 물어볼게요. 엘리도 발정기에 모유 나와요?”


       


       “요나 너….”


       


       “참고로 전 엘리를 만난 이후로는 엘리로 자주 딸쳐서 몽정 같은 거 안 했어요.”


       


       “…….”


       


       할 말을 잃고 뻐끔거리는 엘리. 그녀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대답했다.


       


       “…당연히 나도 나오지.”


       


       “그럼 다음에는 엘리의 우유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되겠냐! 나는 젖소 수인이 아니라 늑대 수인이라고! 양도 얼마 없고, 맛도 별로일 거야! 무엇보다 착유할 장비도 없어!”


       


       “맛을 보고 싶은 거니 양이 적어도 괜찮고, 맛이 없어도 괜찮아요. 그리고 부족한 장비는…그냥 제가 직접 빨아 마시면 되는 거잖아요.”


       


       “그,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야한 일이잖아!”


       


       “바로 보셨어요! 전 엘리랑 야한 일이 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래서 이런 선물도 준비했고요!”


       


       마침 타이밍이 좋다 싶어, 엘리 주려고 준비한 야한 속옷 세트를 건네자 아예 기겁하는 엘리.


       


       “이런 건 또 어디서 구한 거야?! 이런 거 입은 내가 보고 싶어?!”


       


       “당연하죠. 전 엘리가 평소에 입은 위아래 짝짝이 속옷은 색기가 없어서 별로라구요.”


       


       “여자가 색기는 무슨….”


       


       어이없어하면서도 일단 선물은 고이 챙기는 엘리. 자꾸만 나와 속옷을 번갈아 바라보는 걸 보아, 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의 속옷 차림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히히 웃으며 뒤통수에 깍지를 끼고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는 의자를 반쯤 넘긴 채 흔들거리고 있자니, 조용히 나와 엘리를 구경하던 리디아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요나.”


       


       “네?”


       


       “방금 마신 우유가 젖소 수인의 모유라는 걸 처음 들었을 때, 이거 야한 거 아니냐며 당황했던 이유가 뭐야?”


       


       “아니, 저도 남자니까 부끄러워하기도 하거든요?”


       


       “그렇겠지만, 평범한 수준으로 부끄러워하지는 않잖아.”


       


       “그거야 뭐…조금 어떻게 모유를 만들어 내는지를 상상해 버렸거든요.”


       


       “?”


       


       이해하지 못하는 리디아. 그런 그녀를 위해 내가 순간 떠올린 이미지를 설명해 주었다.


       


       “전 또 젖소 수인 여자들을 한데 모아 고정된 자세로 묶어놓고, 임신과 출산을 무한히 반복시켜 모유를 마구 뽑아내다가, 더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 되면 그대로 처분해 버리는…그런 인간목장을 생각했지 뭐예요.”


       


       “…….”


       


       “…….”


       


       내 이야기를 들은 엘리와 리디아가 아연한 표정으로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요나가 부끄러워하는 건가….”


       


       “놀랐어. 성벽은 어렸을 때 보고 자란 걸로 결정된다는 말이 있잖아. 역시 요나는….”


       


       너무해. 진심으로 깼다는 듯이 반응하면 나도 진심으로 상처받잖아.


       


       토라졌다는 티를 내기 위해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흥! 저는 이제 가볼게요. 오늘 있었던 일은 리디아가 대신 말하든가 알아서 하세요.”


       


       잔뜩 삐졌다는 티를 내며 2층으로 이어진 계단으로 향했다. 그렇게 올라가기 직전, 첫 번째 계단에 한발을 걸친 채 고개만 돌렸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어버버 거리는 엘리와, 실수했다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하는 리디아.


       


       그 둘을 한차례 노려보고는 검지로 한쪽 눈 밑을 쭈욱 잡아당기며 혀를 내밀었다.


       


       “베에! 오늘은 방문 잠가놓을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엘리!”


       


       “요, 요나야?!”


       


       엘리가 화들짝 놀라긴 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2층으로 향했다. 그래야 밀당이 되지 않겠는가.


       


       …그래도 예외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올라왔던 계단을 다시 쪼르르 내려가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단, 제가 사준 속옷만 입고 찾아오면 문 열어드릴게요.”


       


       오늘 기대해 봐도 되는 거 맞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응애 나 아기 요나 맘마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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