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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너희들, 조심하도록. 밤 중에 누군가 기숙사 방에 침입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에엑, 기분 나빠.”

       

       “아, 이건 너다. 네 얼굴 보고 깜짝 놀란 거잖아. 빨리 사과하러 가라.”

       

       “내가 아니라 널 보고 놀란 거겠지.”

       

       

       학생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시우와 아멜리아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서로 황당한 표정으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뭐?

       

       침입자가, 있었다고?

       

       

       “수법을 보아하니 어제 말했던 범죄자와 동일인물로 추정된다더군. 다들 조심하도록. 며칠 내로 잡힐 테니까.”

       

       “네에.”

       

       

       시우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아르테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어김없이 그녀는 시우를 바라보고 싱긋 웃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에 그 계획이라는 걸 들어봐야겠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야, 벌써 두 번째 사건이네요! 이거 탐정의 눈으로 열심히 확인해봐야겠는걸요!”

       

       “탐정!”

       

       

       탐정이라는 단어에 아멜리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도대체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건지.

       

       네 앞의 아르테는 적이라며. 네가 말한 거잖아.

       

       

       “그 계획이라는 건, 뭐야?”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랍니다. 저희가 들어간 동아리, 잊고 계시진 않죠?”

       

       “아. 탐험 동아리.”

       

       

       아멜리아의 말에 아르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싱긋 웃은 아르테가 이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네, 탐험. 사람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가고, 보지 못하는 곳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잖아요?”

       

       “···동아리 부장.”

       

       “잘 아시네요.”

       

       

       이상한데.

       

       나와 아멜리아는 당연히 아르테가 신고한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걸까?

       

       이렇게까지 우리를 도와줄 이유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살짝, 떠볼까?

       

       만약 실패한들 죽지는 않는다.

       

       여태까지 아르테의 행동을 보았을 때 죽지는 않을 거다.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죽지 않는다···.

       

       ···않겠지?

       

       자, 잠깐 심호흡 좀 하고.

       

       좋아.

       

       

       “있지, 아르테.”

       

       “네?”

       

       “사실 내가 범인이야.”

       

       “?!”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경악하는 아멜리아를 무시한 채 아르테를 바라보았다.

       

       자, 도대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어쩐지 심장이 너무 혹사하는 기분이었다.

       

       심장약이라도 먹어야 하나?

       

       내 뜬금없는 커밍아웃을 들은 아르테의 반응은, 생각보다 격렬했다.

       

       

       “푸흐.”

       

       

       마치 재미난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것처럼, 그녀가 한참을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 시, 시우군이 범인. 푸흐. 재미있는 농담이었어요!”

       

       

       ···성공했다.

       

       확률은 반쯤인 도박이라고 생각했지만, 성공했다.

       

       아르테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그 사실을 깨달은 아멜리아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 있지. 아르테.”

       

       “네?”

       

       “혹시, 피해자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어?”

       

       “으음, 글쎄요. 여학생 중 한 명이겠죠. 잘 모르겠네요.”

       

       

       정말로 모른다.

       

       아멜리아와 나는 그 사실을 확인하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어쨌든, 방과 후에 동아리실에서 모이는 거에요? 알겠죠?”

       

       “으응. 알겠어.”

       

       “그럼, 저는 먼저 수업 들으러 갈 테니까요. 천천히 오세요.”

       

       

       저 멀리 아르테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아멜리아와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안 들켰어! 안 들켰다고!”

       

       “그, 그래···! 우리는 살았어!”

       

       

       감옥에 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를 받은 상황을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아서일까.

       

       잔뜩 흥분한 아멜리아가 선언했다.

       

       

       “만약 나중에 들키더라도, 그 자식한테 덮어씌우는 거야!”

       

       “···그래! 그러자!”

       

       “잡을 때, 반박하면 큰일이니까 말 못하게 입을 노려! 알겠지?!”

       

       

       평소같았으면 아멜리아의 말에 역시 제정신이 아니구나, 하고 감탄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시우는 아멜리아의 말에 반대하지 않았다.

       

       ···이번만은, 아멜리아에게 진심으로 공감했다.

       

       아르테의 속옷을 뒤지다니.

       

       정말 사악한 녀석이었다!

       

       꼭 감옥으로 보내주마.

       

       시우는 그렇게 다짐했다.

       

       

       

       ***

       

       

       

       “으응? 숨어든 빌런의 위치를 알고 싶다고?”

       

       “네. 탐험 동아리의 부장이니까, 뭔가 알고 계시지 않을까 해서요.”

       

       “가, 갑자기? 뭐, 뭐! 내가 좀 대단하긴 해! 물론 알고 있지!”

       

       

       에헤헤, 하고 부장이 헤픈 웃음을 흘렸다.

       

       ···뭔가, 작가님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조금만 띄워줘도 잔뜩 좋아하는 저 어린애 같은 점이 말이야.

       

       

       “그런데 선생님들이 찾을 텐데 너희가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해?”

       

       “그야 동아리의 발전을 위해서지요. 아무도 찾지 못한 빌런을 찾아내 검거! ···탐험 동아리로서, 완벽한 성과 아닐까요?”

       

       “···!”

       

       

       순식간에 부장의 의욕이 넘치기 시작했다.

       

       쉽네.

       

       

       [으음, 카멜레온 수인···. 위치를 어디에 해야 소설의 재미가···. 끄응.]

       

       

       평소같았으면 시끄러웠을 작가님도 어느새 조용해졌다.

       

       아직도 고민하고 있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카멜레온 수인을 어디서 등장시킬지 모르겠어요~ 라고 하더니, 혼자 고민에 들어갔다.

       

       ···으음,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 생각을 말해줄 수가 없는데.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주거침입에 여학생의 속옷까지 뒤지는 빌런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내 생각도 그래! 분명 변태일 거야···!”

       

       [불순한 의도? 변태···?]

       

       

       좋아, 물었네.

       

       내가 직접 이야기해주는 게 불가능하다면, 추리를 빙자해서 그럴듯한 설정을 내뱉으면 그만이지.

       

       작가님이 나와 부장의 대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힌트를 더 뿌려볼까···!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모종의 은신이 가능한 능력이겠죠.”

       

       “그, 그렇지?”

       

       “변태가 은신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면···.”

       

       “아! 여, 여자화장실이나 탈의실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 이, 이거다!]

       

       

       음, 사실 그 빌런이 변태인지 아닌지는 관심 없다.

       

       그냥 은신이 가능한 위버멘쉬의 평범한 빌런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작가님이 설정을 바꿔버린다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은신을 밝혀낼 방법을 찾기가 힘들어서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으, 으음···.”

       

       [재미있어 보여! 변태 카멜레온 수인이 히로인들의 나체를 탐하고, 분노한 주인공이 일도양단! 그리고 어멋, 저 남자 멋있어! ···이건 된다!]

       

       

       좋아.

       

       작가님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동료라고 믿었던 동기의 배신.

       

       입학 첫날부터는 웬 괴물이 아카데미를 습격.

       

       아카데미 입학 초기부터 이런저런 사건을 겪은 시우의 멘탈이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거든.

       

       그 왜, 그런 주인공들 있잖아.

       

       사람 한 명 죽이고 나서 부들부들 떠는 주인공.

       

       사소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 순간 멘탈이 나가버리는 주인공.

       

       그게 정상이다, 사람 죽이고 멀쩡한 게 사이코패스가 아니고 뭐냐 하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

       

       하지만 요즘 웹소설 전개는 그렇게 진행되면 고구마를 엄청나게 먹인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저는 하차합니다. 작가님은 상하차나 하세요.

       

       ···이런 이야기를 우리 작가님이 들어버린다면?

       

       끔찍하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폭주해서 무슨 일을 벌일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러니 유시우의 정신이 부서지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돼.

       

       작가님이 전개를 포장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멘탈은 도로 붙이기가 힘드니, 처음부터 부서지지 않게끔 살살 다뤄야지.

       

       

       “아, 하나 있어.”

       

       “뭔가요?”

       

       “이거, 주변의 마나를 탐지하는 탐지기. 숨겨진 비밀 통로 같은 거 찾는다고 예전에 선배들이 만들었던 건데.”

       

       [후, 후후. 나는 성장했다···! 이 정도의 설정을 만들어내는 건 식은 죽 먹기···!]

       

       

       작가님의 엄청난 속도에 감탄했다.

       

       행동력 참 빠르네.

       

       그 잠깐 사이에 설정을 짜내렸어?

       

       일 분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은신을 밝혀낼 방법이랍시고 탐지기를 넣어버리다니.

       

       작가님의 성장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면 되잖아!

       

       역시 우리 애는 하면 잘한다고.

       

       

       “그러면 그걸로 범인이 있는 장소에 다가간다면···!”

       

       “그래, 손쉽게 찾아낼 수 있어!”

       

       

       아멜리아와 유시우가 잔뜩 흥분한 게 눈에 보였다.

       

       그래, 너희도 빌런을 자신의 손으로 잡을 수 있다는 게 기쁜 모양이구나.

       

       역시 주인공과 히로인이라고 해야 할까.

       

       

       “으음, 그런데 어떻게 찾아내지?”

       

       “그거야 쉽지! 수영 수업이 끝나고, 훔쳐보러 온 범인을 잡으면 그만이야!”

       

       “하지만 무기를 들고 수영 수업에 가면 다들 의문스럽게 생각할걸요.”

       

       “···윽!”

       

       

       내가 실을 써서 잡으면 되긴 하지만, 굳이 그것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주인공을 끌어들여야 하니까.

       

       

       “시우 군이 해결할 수밖에 없겠네요!”

       

       “나, 나?!”

       

       “네. 탐지기를 통해 찾아낸 범인을 급습한 시우 군이 일도양단! ···멋지죠?”

       

       “하, 하지만 나는···.”

       

       

       어라.

       

       무언가 반박하려던 유시우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뭐야? 남자라서 여자 탈의실에는 못 들어간다, 그런 거 말하려던 거 아니었어?

       

       뭐, 좋아.

       

       반박하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상관없지.

       

       굳이 설득할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편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요! 부장님, 잠깐 이 탐지기를 빌려 가도 될까요?”

       

       “물론! 맘껏 가져가! 이 탐험 동아리 특제 탐지기를! ···탐험 동아리 특제야!”

       

       “네에. 알고 있답니다.”

       

       

       동아리에서 만들었다고 거듭 이야기하며 동아리의 위상을 높이고자 시도하는 부장의 말은 대충 흘려들었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멜리아의 서비스 씬을 한번 보여주면 멘탈이 어느 정도 유지되지 않을까.

       

       저 나이대의 남자아이는 예쁜 여자의 헐벗은 몸을 보면 잡다한 생각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내가 경험해봤으니 잘 알지.

       

       첫 살인의 충격도 과연 경감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게다가 아멜리아는 히로인이잖아.

       

       잘 보듬어주지 않을까?

       

       말랑거리는 히로인 가슴에 안기면 조금 낫겠지.

       

       사람을 죽여도 멀쩡해야 할 텐데.

       

       부디, 그가 사소한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기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무 덥네요

    이렇게 더운 날에는 성인이 되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나쁜 짓

    5L짜리 업소용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잔뜩 퍼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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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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