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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

       

       성직자들은 빛을 머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많이 봐 왔다.

       

       하지만 이렇게 강렬한 광채는 처음이었다.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이 부시다니···.

       

       “….”

       

       빛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다채로웠다.

       

       나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순수한 감탄이었다.

       

       “따듯하고…자애롭네요.”

       

       이것이 다가 아니다.

       

       “딱딱하기보다는 물과 같은 단단함….”

       

       그 물 속에 수많은 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딱 그런 느낌이었다.

       

       점점 더 빛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지키는 사람인가요?”

       

       미간이 저릿해져 왔다.

       

       내 영기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빛을 걷어냈다.

       

       시야가 선명해지는 순간 영혼의 기질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람의 영혼 안에 이런 게 담겨 있다니···.

       

       자신의 영혼을 오래도록 갈고 닦은 흔적이 보였다.

       

       내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오래된 성벽이네.”

       

       “….”

       

       “가만히 있어야 할 성벽이 자꾸 돌아다니니 문제가 생기지…”

       

       성벽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게 이 사람이 살아야 할 인생이고, 살고 싶어 하는 인생이었다.

       

       “그래도 잘 배웠네. 모시는 신이 아주 기특해하고 있어.”

       

       “허…”

       

       이 공수를 끝으로 다시 입이 닫혔다.

       

       더 이상 전해야 할 말이 없는 듯했다.

       

       내가 모시는 신령님 또한 이 영감을 굉장히 기특해 하고 있었다.

       

       점사에 대한 반응이 곧장 터져 나왔다.

       

       중후하면서도 가벼운 어조였다.

       

       “…이런 괴물 같은 놈을 보았나…”

       

       괴물···?

       

       초면에 신점까지 봐줬는데 괴물?

       

       선량한 무당한테 괴물이라니.

       

       “이봐, 이놈 이거 뭐 하는 놈이야?”

       

       파라몬 영감이 피식 웃었다.

       

       “…웃을 줄도 알아? 살다 살다 네놈이 웃는 걸 다 보는군.”

       

       “크리스는 무당일세.”

       

       “….무당?”

       

       “신의 힘을 빌어 망자의 한을 풀어 준다고 하더군. 산 사람의 행복도 찾아주네.”

        

       “신의 힘을 빌어? 지금, 이걸 고작 그렇게 말한다고?”

       

       상당히 격양된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제일 잘 안다.

       

       무속인으로 살다 보면 신을 영접하는 날이 온다.

       

       꿈에서 보기도하고, 산으로 기도를 갔다가 벼락 같은 음성을 듣기도한다.

       

       하여튼 모든 무당들이 신을 영접했을 때 저런 모습을 보인다.

       

       “방금 네놈에게서 신의 흔적을 보았다. 설명해 보거라.”

       

       “아주 정확하시네요.”

       

       더 설명할게 뭐가 있다는 말인가.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봤고 더 이상 설명할게 없다.

       

       이 영감도 대충 알고 있을 테니까.

       

       “방금 한 말은 신께서 하신 말씀인가?”

       

       “맞아요.”

       

       “허….방금 네놈이 한 것이 무엇인지는 아느냐?”

       

       뭐긴 뭐야 공수 받은 거지.

       

       신점하나 봐준 것치고는 반응이 과했다.

       

       영감이 기가 찬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방금 네놈이 한 것이 바로 신탁이니라.”

       

       우리 영감들에게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심지어 나도 이런 식으로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허어…!”

       

       “듣고 보니 그렇군!”

       

       “듣고 보니 그래? 이런 미친놈들이…”

       

       성직자 치고는 입이 꽤 거친 영감이다.

       

       느껴지는 빛하고는 정반대의 성향.

       

       아마도 저런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듯 싶었다.

       

       “신탁은 무슨…신점이예요. 신점!”

       

       “신점이란 것이 아니라 신탁이다!”

       

       “환자한테 소리는 왜 질러요? 안 그래도 눈부셔 죽겠구만.”

       

       “눈도 감고 있는 놈이 눈이 부시기는…”

       

       소리 지르는 걸 들었더니 몸이 더 안 좋아지는 느낌이다.

       

       안 그래도 저주의 반동 때문에 아파 죽겠는데 말이다.

       

       생각 할수록 괘씸하네···.

       

       나는 영감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줘요.”

       

       “뭘 말이냐?”

       

       “복채.”

       

       파라몬 영감의 친구면 한가락 하는 사람일 테고, 그렇다는 건 돈 좀 있다는 소리다.

       

       나에게 소리를 지른 게 괘씸하니 이번 건 좀 많이 받아도 합법이다.

       

       고작 한마디였지만 공수가 크기도 했고.

       

       “5실버. 복채로 5실버 내세요.”

       

       “….복채가 무엇이냐?”

       

       파라몬 영감이 아픈 나를 대신해 설명했다.

       

       “신점에 대한 대가로 받는 것일세.”

       

       그리고 시작되었다.

       

       성직자 영감의 발작이.

       

       “돈을 받아? 신탁을? 돈을 받고 신탁을 팔아?”

       

       아예 거품을 물 기세였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이거 속이 끓는 소리인가?

       

       “이런 쳐 죽일놈!! 신의 뜻을 돈을 받고 팔아?”

       

       결국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교단의 위계를 바로 세울 것이다!!”

       

       한 오분쯤 난리가 났을까?

       

       성직자 영감이 조금은 진정된 기색으로 의자에 앉았다.

       

       “…..”

       

       “…..클라인이다. 네놈은 크리스라고 한다지?”

       

       정정하겠다.

       

       아직 진정되지 않은 것 같다.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눈을 감아도 앞이 보인다? 영혼도 보이고?”

       

       “예.”

       

       “허…내가 너무 오래 산 것인가…어느 신을 섬기느냐?”

       

       “…..”

       

       “설마…”

       

       아마 그 설마가 맞다.

       

       무당 주제에 모시는 신을 모르다니.

       

       솔직히 이건 나도 좀 부끄럽기는 하다.

       

       “그게…가끔 내려오실때 보면 할아버지나 할머니 같기는 한데…”

       

       “혼자서 신탁을 받는 놈이 하는 말이라는 게 고작…”

       

       클라인 영감의 기운이 초췌해졌다.

       

       반쯤 포기한 사람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대지의 신인 일리아님께서 그런 모습으로 묘사되고는 한다.”

       

       “일리아님이요?”

       

       내 생각에는 이 신도 아닌 것 같다.

       

       무당들은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가 있다.

       

       원래는 신내림을 받을 때 알게 되는 것이지만 나의 경우엔 벼락을 맞고 뻗어 버렸으니.

       

       “혹시 번개와 관련된 신은 없나요?”

       

       “없다.”

       

       역시나 없는 모양이다.

       

       내 기억 속에도 그와 관련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대체 뭐 때문에 신령님께서 정체를 꽁꽁 숨기고 계신걸까.

       

       “영혼이 보이는데 두 눈은 멀쩡하군. 그렇다면 신안도 아니고….”

       

       “신안이요?”

       

       “성자와 성녀들이 가지고 태어나는 눈이다. 대신 육체의 눈은 앞을 볼 수가 없지.”

       

       그거참 안 된 일이다.

       

       듣기로는 영안과 같은 개념이지 싶은데 눈이 먼체로 태어나다니.

       

       이곳의 성자라는 것은 성능이 안 좋은 무당이 아닐까 싶다.

       

       “성자나 성녀가 나타난다는 신탁도 없었으니….네놈은 도대체 무엇이냔 말이다.”

       

       클라인 영감이 나에게 물었다.

       

       “신탁을 받고 나면 후유증은 없느냐?”

       

       “…조금 피곤한 정도?”

       

       “원래는 한참을 앓아 누워야 정상이다. 개인의 힘으로 신탁을 받는 것 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잠시 생각을 하던 클라인 영감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교단에 다녀와야겠다. 레이스에 대한 건 내 제자를 붙여주마.”

       

       “…예?”

       

       “눈을 고쳐주고 싶지만 거기에서도 신의 흔적이 보이는걸 보니 그냥 두는 게 좋겠군.”

       

       이 말을 남겨두고 클라인 영감은 떠나버렸다.

       

       “….허허, 성격이 어디 안 가는구먼.”

       

       “라몬, 자네 친구들은 왜 다 저 모양인가?”

       

       “자네도 내 친구일세.”

       

       성격이고 나발이고 또 뜯겼다.

       

       “내 5실버…”

       

       굴락과 클라인 영감.

       

       받아 내야 할 돈이 도합 10실버로 늘어났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천기를 누설했는데 대가를 치르지 않고 가다니.

       

       동종업계 종사자끼리 너무하네 정말···.

       

       그러고 보니 외상은 전부 동종업계 종사자다.

       

       

       ***

       

       밥도 먹었다.

       

       편히 쉬기도 했다.

       

       이곳에 와서 이렇게 편했던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딱 한 사람만 없었다면 훨씬 더 편했을 것이다.

       

       “….그만 쳐다 보면 안 되나요?”

       

       갈색 머리에 갈색눈동자.

       

       맑은 눈빛에 따듯한 미소까지.

       

       머리만 안밀었다뿐이지 스님 같은 놈이 내 옆에 달라붙어있었다.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하…그래.”

       

       이 녀석의 이름은 한스였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두 명의 한스와 같이 있는 셈이다.

       

       “그만 쳐다보라니까?”

       

       “스승님께서 모든 걸 지켜보라 하셨습니다.”

       

       클라인 영감의 제자라며 찾아온 이 녀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나를 지켜보는 중이다.

       

       아이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모자라지 않은 눈빛이었다.

       

       “그리고 그건 왜 니가 가지고 있는 건데?”

       

       한스는 한스아저씨가 담긴 병을 소중하게 품에 끼고 있었다.

       

       ‘신주 단지 모시듯’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일리아님의 보살핌은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그래. 알아서 해라.”

       

       상당히 언밸런스한 모습이었다.

       

       새하얀 사제복을 차려입고 부적이 달린 위스키병을 안고 있는 모습이라니···.

       

       날 보는 눈빛은 그렇다고 치자.

       

       제일 큰 문제는 이것이다.

       

       중얼 중얼.

       

       중얼 중얼.

       

       “하….”

       

       그 순간, 한스의 손에서 화려한 빛이 터져 나왔다.

       

       화아악 –

       

       “저기…눈부신데…”

       

       “신성 마법의 빛은 눈에 해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눈이 편안 해지는 효과가 있지요.”

       

       번쩍 –

       

       번쩍 –

       

       “….”

       

       술병에 정화마법을 걸어 보겠다며 계속 저 짓을 반복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나는 계속 눈이 부신 중이었고.

       

       이 빌어먹을 영안은 눈 처럼 감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아무리 감각을 흐리게 만들어 보아도 저 빛은 계속 나에게로 파고들었다.

       

       “크리스님.”

       

       “왜?”

       

       “저도 신탁을 받아 볼 수 있겠습니까?

       

       “신탁이 아니라 신점.”

       

       “신께서 전해주시는 말씀은 모두 신탁입니다.”

       

       “….”

       

       이곳의 상식으로 신탁이라고 양보 해 줄 수는 있지만 한스는 신점을 봐 줄 수가 없다.

       

       “너는 점 못 봐줘.”

       

       “따로 이유라도 있습니까?”

       

       “너도 나랑 동종업계 종사자잖아.”

       

       “그럼 신탁이 내려오지 않는 겁니까?”

       

       “아니, 너희 스승님이 돈을 안 내고 튀었어.”

       

       “….”

       

       “5실버 있냐?”

       

       “….”

       

       중얼 중얼.

       

       번쩍.

       

       “대신 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번쩍.

       

       이 새끼 지금 내 말을 이 악물고 무시하는 게 분명하다.

       

       “한스 아저씨 내놔. 그거 잘못 만지면 악귀 씌여.”

       

       “…제가 모시겠습니다.”

       

       “5실버는?”

       

       번쩍.

       

       “야.”

       

       “….일리아님이시여!!”

       

       번쩍.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부터 쭉 휴가 입니다!

    독점 달때까지 12시간에 한편씩 올리겠습니다!

    많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내일은 소띠 분들 재물운이 좋습니당.

    5쿠퍼씩 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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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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